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시장 불법행위와 관련해 본사에 대해 직권조사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중앙일보> 본사가 확장비 선융자 지원방식이나 직영지국을 통한 경품·무가지 제공으로 불법판촉을 주도했다는 구체적 증거가 공개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중앙일보 중계센터(서울시 노원구) '확장대장'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신규구독 조건으로 무가지 6∼7개월 및 3∼5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함께 제공했다(아래 사진 참조). 중계센터는 지난 5월부터 본사가 직접 운영, 관리하고 있다.

▲ 무가지와 상품권 제공내용이 상세히 기록된 중앙일보 중계센터 확장대장.
ⓒ 신미희

중앙일보 직영지국 확장대장에 적힌 '①수·②수·상④·상⑤'의 의미

이번에 공개된 중앙일보 중계센터 확장대장은 지난 6월 11일부터 7월 9일까지 한달여간 신규독자 유치 현황을 기록한 것으로, 모두 55건의 신규독자와 5건의 구독연장 사례가 적혀 있다. 이때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전국 211개 일간지 지국을 대상으로 신문고시 위반행위 직권조사를 실시하던 기간이다. 따라서 공정위원회 조사기간 중에도 중앙일보 직영지국에서는 불법행위가 버젓하게 이뤄진 셈이다.

확장대장 오른쪽에는 첫 수금월 시기와 상품권 제공 여부가 기록돼 있다. 첫 수금월이 '①수'로 적힌 경우는 내년 1월에 첫 수금을 한다는 뜻. 따라서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무가지를 제공하게 된다. '②수'는 내년 2월에 첫 수금을 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되면 6월부터 내년 1월까지 7개월간 무가지를 주게 된다.

또 '상③'은 1만원짜리 상품권 세 장을 줬다는 표시. '상④'은 상품권 네 장을, '상⑤'는 상품권 다섯 장을 줬다는 기록이다. 상품권은 통상 3~5만원어치가 제공됐다. 3만원어치가 제공된 경우는 수치를 별도로 표시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확장대장에는 상품권 제공을 조건으로 구독을 연장한 사례도 기록돼 있다. '수금시 재무'라고 표시된 다섯 명의 독자는 상품권 각 3매를 받고 구독계약을 연장했다.

본사가 확장비 선융자까지... 독자 감소하면 '계약해지' 압력도

한편 중앙일보는 '확장비 선융자' 명목으로 사실상 지국의 신문판촉 비용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전년 12월 대비 구독부수가 감소한 지국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부수를 만회하지 못할 경우 계약해지를 하겠다는 요지의 경고장을 해당 지국에 보내 사실상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강북지역 (판매) 담당자가 지난 18일 '업무연락' 명의로 일선 지국에 보낸 메일에는 '확장비 선융자 신청' 관련 내용이 들어 있다. 이 담당자는 "금일 오후 3시까지 선융자 신청을 해달라"면서 "경과미수 및 선융자 미수가 있는 센터는 신청이 불가능하다"고 못박고 있다. 또 구독부수 1% 이상 실성장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이 담당자는 최근 배달상태에 대한 불만 급증과 관련해 "본사에서는 전 직원의 새벽점검을 주 1회 이상 실시해 주요 아파트의 배달상태를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확장보고를 할 때 지국별로 가장 중요한 아파트(부유층이 사는 고급아파트, 본사 임원 및 직원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아파트 등)를 1개씩 선정해 같이 보고해줄 것도 주문했다.

▲ 중앙일보 판매담당자가 지난 18일 '업무연락' 명의로 일선 지국에 보낸 이메일. '확장비 선융자 신청' 대목이 보인다.
ⓒ 신미희
본사의 판촉독려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본사는 구독부수 감소분 회복을 위해 계약해지까지 언급하며 일선 지국장을 압박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CS본부 교육지도담당이 지난 10월 14일과 11월 9일, 각각 2회에 걸쳐 서울의 한 센터장(지국장) 앞으로 보낸 경고장 및 최고장에서 전년 말 대비 구독부수 감소에 대한 지국장 책임을 강력하게 추궁했다.

10월 14일자 경고장은 "내년 1월부터 10% 이상 감소하게 되면 약정해지를 검토하겠다"고 통보했다. "정당한 사유없이 구독부수가 감소하는 것은 본사와 지국간 체결한 약정서상 신의성실에 반하는 것으로 최소한의 부수유지 의무를 지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11월 9일자 최고장은 구독부수 감소로 약정해지를 당할 경우 부수 권리금 인정도 할 수 없다는 점을 추가했다.

"본사 조사하지 않겠다는 건 불법 그대로 두겠다는 꼴"

이번에 공개된 문서들은 문길상 전 중앙일보 중계지국장이 지난 2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낸 고발장에 첨부된 것. 문씨는 "중앙일보 직영지국들이 본사에서 확장비를 융자받아 경품·무가지를 불법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신문고시 위반 등의 혐의로 10개 지국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본사 직영지국 가운데 이번에 신고된 중앙일보 지국은 강남구 논현·신사·압구정·청담, 노원구 중계, 서초구 방배·신방배·신서초·남미아센터이다. 중앙일보 신문판촉을 전담하고 있는 자회사 중앙일보미디어마케팅(JMM)도 함께 고발됐다.

문씨는 공정위원회가 최근 직권조사 결과발표에서도 본사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본 뒤 이같은 자료를 공개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문씨는 "본사에서 확장비까지 빌려주면서 독려를 하고, 직영지국에서 경품·무가지를 버젓이 주고 있는데도 공정위가 본사를 조사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조·중·동이 무서워 눈치보는 것 아니면 조사못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항변했다.

▲ 문길상 전 지국장이 2002년 10월 9일 확장비 선융자금을 기한내 갚지 못했다는 이유로 본사로부터 받은 강제집행 최종통지문.
ⓒ 신미희
문씨는 2002년 10월 9일 확장비 선융자금을 기한내 갚지 못했다는 이유로 중앙일보 CS본부장으로부터 받은 강제집행을 위한 최종통지문도 공정위에 제출했다. '선융자금 연체 최종변제 촉구'라는 제목의 최고장을 보면 중앙일보는 2001년 12월 문 전 지국장에게 1500만원의 판촉 융자금을 지원했다.

문씨는 "본사의 확장 독려에 돈이 없어서 못한다고 하면 4개월 거치 6개월 상환조건 등으로 융자를 해준다"며 "연 18%의 이자까지 받고 3회 이상 연체하면 계약해지, 운영권 회수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최고장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문씨는 "91년 8월 21일부터 2004년 5월 7일까지 중계센터를 운영하다가 본사의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권리금 협상도 없이 5월 8일 지국을 강탈당했다"고 주장하며 중앙일보를 상대로 보상금청구소송을 9월 냈다. 지난 5월에는 본사의 계약해지에 항의하는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문씨는 이와 관련, 지난 29일에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박수진 중앙미디어마케팅 대표, 한상진 중앙미디어마케팅 이사 등 3명을 도봉경찰서에 고소했다. 문씨는 고소장에서 "이들 3인은 지국부수 보상금을 한푼도 주지 않고 자회사인 중앙일보미디어마케팅에 중계센터 운영권을 양도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담당자 "답변할 얘기 없다"... 공정위, 원칙론만 되풀이

한편 이번 고발과 관련해 중앙일보 강북지역 지국관리를 맡고 있는 담당자는 2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고발했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사실확인을 한 바 없다"면서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달리 답변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언제 사실을 확인할 것이냐'는 질문에 "내가 답변할 성질이 아닌 듯하다"고 덧붙였다.

고발장이 접수된 공정거래위원회도 원칙적 답변만 되풀이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과장은 28일과 30일 잇따른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런 고발장이 접수됐는지 아직 보고를 못받아 모르겠다"면서 "확인한 뒤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본사의 불법행위를 증명하는 구체적 자료가 있다면 조사가 가능하다"면서 "지난번 조사에서도 각 지국에서 구체적인 신고를 하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