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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열린우리당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이 개혁입법관련 발제를 듣고 있다.
ⓒ 이종호
"10만 개혁 네티즌들이여! 열린우리당을 접수하라!" ('국민참여연대(국참연)' 발기 제안문)
"우리와 흐름이 틀린 분이 당 의장이 되면 우린 또 거리에서 목소리 내는 처지로 전락한다. 우리의 안전한 일신 생활을 위해서…." (안영근 '안정적 개혁을 위한 모임(안개모)' 간사)
"진짜 친노는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밖에 없다. 참정연은 대통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위험을 무릅쓰고 뛴 집단이다."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
"4대 개혁법안도 처리 못하는 당의 당권을 잡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


최근 열린우리당 안팎에서는 "'4대 개혁입법'은 없고, '5대 계파'의 당권투쟁 유령만 떠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안 및 형법개정안 등 4대 법안이 한나라당의 반대로 국회에 제출된지 한 달여 동안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우리당은 당권경쟁의 '블랙홀'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 직전 로비에서 만난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왜 언론에서 4대 입법 처리가 지연되는 것은 비판기사를 쓰지 않으면서 자꾸 당내 권력투쟁 기사만 쏟아내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4선 의원인 임채정 기획자문위원장도 "아직 (전당대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왜 벌써부터 그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언론이 자꾸 없는 것 찔러서 만드는 것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재천 의원은 오히려 당권 경쟁에 나선 당내 각 계파들에게서 문제점을 찾았다. 최 의원은 "당선만 시켜주면 개혁을 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해놓고 개혁도 못하면서 의미없는 당권경쟁만 나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의원은 또 "12월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는 4대 개혁입법 처리에 모든 당력을 모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참연·참정연·당권파·재야파·친노직계 등 '5대 계파' 당권경쟁 돌입

당권을 향한 각 계파의 각축전은 이달 말까지 전국 232개 시·군·구별로 구성될 지역당원협의회의 주도권 다툼에서 촉발됐다. 지역협의회는 기간당원을 모집하고, 내년 3월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대의원을 선출하며 특히 국회의원과 지자체 선거 후보 경선을 관리하는 막강한 조직이다.

16대 국회에서 폐지된 지구당 위원장보다 권한이 더 세다는 점에서 지역협의회를 누가 차지하느냐가 내년 전당대회의 양상을 판가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관망만 해 왔던 당내 각 계파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고, 이달 들어 하루 평균 신규당원이 1500명에 육박하면서 현재 6만명의 기간당원을 모집했다.

이 와중에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과 '국민의 힘' 등 당 외곽의 친노진영이 최근 "열린우리당을 접수하라"는 기치를 내걸고 국참연을 결성함에 따라 '천·신·정'으로 대표되는 당권파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끄는 재야파, 참정연, 안개모, 유인태·문희상 의원이 속한 친노 직계 그룹 등이 본격적인 당권경쟁에 돌입했다.

정청래·김현미·전병헌 의원 등 약 20여명의 현역 의원이 참여 의사를 밝힌 국참연은 발기 제안문에서 "우리가 만든 당, 우리가 참여해 이끈 당에 우리가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우리당은 참여정부 개혁의 전위가 돼야하며, 우리는 우리당의 개혁 전위부대가 돼야 한다"고 천명했다.

국참연은 특히 "입만 열면 개혁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실제로는 세불리기와 당권 장악에만 혈안이 돼있는 사이비 개혁파들에게 우리가 만든 소중한 당의 운명을 맡길 것인가"라며 참정연을 겨냥했다. 또 "부자들 권익을 보호하려는 반개혁 세력", "대권에 눈이 멀어 대통령이 모욕을 당해도 자기만 살겠다고 등 뒤에서 칼을 들이대는 자들"이라고 규정한 것 역시 각각 안개모와 김근태 장관측을 겨냥했다는 해석을 낳으면서 당내 계파들과 각을 세웠다.

이에 개혁당 출신이 주도하는 참정연의 유시민 의원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나섰다. 유 의원은 24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관되게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해 왔고,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해 확실한 동질감을 느끼고 있는 정파는 참정연밖에 없다"며 '개혁세력 적자(嫡子)론'을 펴기도 했다.

유 의원은 특히 "(참정연 대표인) 김두관 전 장관의 당권 출마는 기정사실"이라면서 "이번에는 예선통과는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도 전력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참정연은 내달 4일 전국이사회를 소집, 기간당원 확보 현황을 점검하고 전대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의 안전한 일신 생활을 위해서..."

당내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안개모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개모는 지난 23일 첫 공식모임을 갖고 내년 전당대회에서 노선을 같이하는 후보를 지지키로 했다. 안영근 안개모 간사는 이 자리에서 "전당대회에서 안개모와 흐름이 같은 분이 당 의장이 되면 우리가 아주 편해진다, 따로 모일 필요 없이 중앙당에서 모이면 된다"며 "합리적 개혁을 통해 국민에게 뿌리 내릴 수 있는 당 의장이 뽑힐 수 있도록 당원 배가와 조직 확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또 "시간이 지난 다음에 후회하면 소용이 없다"며 "우리의 안전한 일신 생활을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참석자들을 추동했다. 안개모가 독자 후보를 내지 않고 영남과 충북에서 상당한 세를 확보한 김혁규 상임중앙위원과 제휴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당권 출마 의지를 표명한 김혁규 상임위원은 지난 10월부터 지역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특히 지난 22일 상임중앙위 회의에서 "경제인의 기(氣)를 죽이는 입법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는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해 당내 개혁세력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김근태 장관의 '한국형 뉴딜정책' 비판 발언을 계기로 재야파 역시 계파 결속 및 세 확장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의 돌출 발언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세력 구도의 변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6월에도 노 대통령을 향해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고 제안, 여권 전체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장관 취임 이후에도 김 장관은 '국민정치연구회' 소속 의원들과 꾸준한 만남을 갖고 있으며, 외곽에선 '한반도재단'이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당권파는 아직 관망하는 분위기다. 다만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음식점에서 광주 지역 의원들과 만찬을 갖는등 꾸준히 접촉하면서 조직을 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 직계 그룹은 너무 이른 시기에 차기 대권경쟁이 불붙을 경우 노 대통령의 레임덕이 우려된다며 당권경쟁 가담을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당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의해 언제라도 당권경쟁에 가세할 태세다.

“4대 입법은 내팽개치고 집안싸움만... 차기 지도부는 정기국회 이후 논의”

이처럼 각 계파들의 당권경쟁이 본격화 되자 당내에서 우려와 자성의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됐다.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진실규명화해기본법, 언론관계법, 사학법 등 4대 법안의 연내 처리를 공언했지만, 정기국회가 15일여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4대 법안의 처리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당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4대 법안 처리조차 못하면서 집안싸움에만 매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종인 의원은 2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4대 개혁입법에 힘을 모아야 하는데 이는 팽개쳐두고 당권투쟁을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김근태 장관이 물의 빚은 것에 대해 사과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임 의원은 이어 “정부는 국정을 책임있게 이끌어나가야 하고, 여당은 당내 당권투쟁을 할 것이 아니라,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4대 개혁입법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포함해 4대 개혁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또 “차기 지도부에 대해서는 정기국회가 끝난 다음에 활동을 평가하면서 논의해야 한다”면서 “특히 누가 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개혁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고,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할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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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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