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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에 발맞춰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중인 자금성 옆을 관광객들이 지나고 있다. 600년 역사의 중국 황궁인 자금성의 이번 공사는 근 100년 동안 최대 규모이다.
ⓒ 연합=AP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까.

지난 11월 초 ‘중국과학기술과 인문논단’이라는 학술대회에 참석한 왕치산(王岐山) 베이징시장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각종 문제점을 지적하는 연설을 해 각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현재 베이징은 현대화와 도시화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전제한 왕 시장은 열악한 도로 사정과 교통 혼잡 문제, 쓰레기와 폐수로 인한 환경 문제, 전력과 수자원 부족 등을 가장 심각한 문제들로 거론했다.

‘2008년 8월 8일 저녁 8시’는 누구를 위해 선택된 시간인가

베이징올림픽 개최일과 시간이 2008년 8월 8일로 저녁 8시로 결정됐다. 언뜻 보면 중국인이 좋아하는 8(8의 발음이 ‘빠-八’인데 돈을 번다는 의미의 ‘파-發’와 발음이 비슷하므로)에 일부러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중국올림픽위원회의 말 못하는 고충이 스며있다.

베이징의 8월초는 연중 가장 덥고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이다. 오히려 날씨가 시원하고 선수들이 경기력을 발휘하는 데 가장 적당한 시기는 최소한 8월말~9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여름에 올림픽을 개최키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권고 때문이다. 8월 초 휴가철에 올림픽이 개최되어야 서구인들이 시차문제를 극복하고서라도 올림픽을 본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TV중계권과 광고수입 후원업체를 모집할 수 있다는 논리도 강하게 작용했다.

또 베이징올림픽이 8월 말로 연기될 경우 미국이 개최하는 테니스대회와 메이저리그 야구시즌과 겹쳐서 선수 출전이 어렵고 올림픽 관객도 줄어들 것이라는 것도 이유로 제기되고 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한여름 장마철에 날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중국 백 년의 꿈'이라던 올림픽 성사로 기뻐했건만 개최일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해 하는 중국인들도 많았다. 사회과학원의 한 석사연구생은 9월이나 10월 적당한 때로 중국이 주체적으로 개최일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중국의 올림픽 개최를 선진국의 논리로 재단하는 것을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올림픽 개최 공해통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베이징 소재 수십개 공장의 이전을 시행하고 있는 베이징 시당국은 최근 한 중국 대형철강회사에 대해 스모그 방지비상대책으로 철강감산명령을 내렸다. 사진은 지난 10월 대기오염으로 흐릿한 톈안먼광장을 자전거로 주행하는 베이징 시민들.
ⓒ 연합=AP
올림픽이 미국의 스포츠 일정 또는 스폰서 측의 요구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우마오(五猫)라는 네티즌은 “‘국가의 결정’과 ‘민간의 길상(吉祥)’을 고려한 정부의 고육지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정부는 중국의 민족적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개최일 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왕치산 베이징시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에 개최일 변경을 건의하겠다는 뜻을 비쳤으나 성사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개막식날 비가 내리면?

한여름 장마철에 개최일을 잡은 중국올림픽위원회는 벌써부터 개막식에 비가 내리면 어떻게 하나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다.

▲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인 '냐오차오-새집이란 의미'의 설계도 모습.
현재 아윈촌(亞運村) 북쪽에 건립중인 올림픽주경기장 ‘냐오차오(鳥巢)’는 설계와 선정 당시에는 세계최초로 지붕이 있는 돔식 경기장이었으나 6700여톤에 달하는 지붕의 안전과 건설비용상의 문제가 거론되면서 치열한 논쟁 끝에 지붕이 없는 형태로 짓고 있는 중이다.

냐오차오는 건설비용을 최소화했다고는 하지만 3억6천만 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됐다. 그러나 개막일이 우기에 잡힘으로써 올림픽의 반이라고 불리는 개막식을 망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베이징 올림픽의 청사진을 얼룩지게 하고 있다. 올림픽 개최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개최 이후의 시설물 관리나 흑자올림픽을 위해 경비절감을 주장해 온 중국올림픽위원회에게 한여름 장마철의 변수는 또 다른 근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30여 개 경기장과 기반시설 건설에 약 30조 소요 예상

‘절약형 올림픽’으로 흑자올림픽을 유치해내겠다는 베이징시의 당초 목표가 무색할 정도로 경기장과 도로 신설에도 엄청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베이징시는 2008년까지 경기장 건설비용으로 20억 달러(약 2조200억원), 지하철 노선 및 도로 기반시설 건설비용 242억 달러(약 26조800억원)를 책정하고 있다. 경기장이 턱없이 모자라 약 30여 개를 새롭게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축구예선은 중국 전역의 각 도시로 분산하여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결승전은 베이징에서 치러야 하는데 현재 베이징에서 6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구장은 베이징노동자체육관 단 하나다. 그런데 그나마 2008년이 되면 준공 50년이 되어 안전유효기간을 넘어서게 된다.

왕치산 베이징시장은 올림픽주경기장의 활용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축구결승을 메인스타디움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한 바 있으나 육상경기 때문에 부득불 새롭게 축구구장을 건설해야 할 상황이다.

야구의 경우 1만명 이상의 관중석을 보유한 경기장이 전무하기 때문에 연습장을 포함한 3개의 경기장을 모두 새롭게 건설해야 한다. 야구를 즐기지 않는 중국인의 관람여부와 향후 경기장 유지와 관리도 골칫거리로 남게 된다.

조정경기는 순이(順義)의 차오바이허판(潮白河畔)에서 개최하기로 결정됐다. 그러나 현재 차오바이허판은 물이 말라있는 상태다. 경기를 위해서는 길이 2500m, 너비 156m, 깊이 4m의 경기장과 길이 2300m, 너비 136m, 깊이 4m의 연습장이 있어야 하며, 총 350만톤의 물이 필요하다. 그러나 물이 부족한 베이징에서 경기장 건설을 위해서는 할 수 없이 지하수를 끌어 올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시합이 끝난 후 관리문제가 남게된다.

하키의 경우도 3개의 경기장이 필요한데 인조 잔디를 수입해 새 경기장을 지어야 한다. 비치발리볼은 텐안먼(天安門) 광장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관중석 문제와 공해 문제로 차오양(朝陽)공원으로 개최장소를 변경하기로 했기 때문에 역시 경기장과 관중석을 새로 지어야 한다.

심각한 환경오염과 성숙되지 않은 시민의식과 관전문화도 문제

▲ 베이징의 '京'자 모양을 한 베이징올림픽 휘장.
ⓒ 김대오
베이징올림픽이 내건 기치는 '녹색올림픽, 과학기술올림픽, 인문올림픽'이다. 그러나 현재 베이징은 올림픽 기치가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인한 대기오염과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는 무질서와 쓰레기 무단투기 등은 녹색올림픽의 기치를 위협하는 요소들이다.

이밖에 지난 8월에 개최된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중국관중이 일본선수단에 보여준 비신사적인 관중매너는 중국 스포츠관계자들조차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또한 얼마 전 베이징마라톤대회에서 한 선수가 갑자기 호흡곤란으로 쓰러졌을 때 주위의 중국인들이 다들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이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CCTV로 방영되어 사회적으로 논란거리가 되기도 하였다. 결국 그 선수에게 인공호흡을 한 것은 두 명의 외국인이었다.

베이징시위원회 서기 리우치(劉淇)는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시상식에서 국가가 나올 때 관객들이 기립하지 않거나 중국선수에게만 박수를 보내고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는 박수를 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까 두렵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올림픽에 대한 시민들의 지나친 기대도 부담

왕치산 베이징 시장은 지난 11월 12일 현지 언론과의 회견석상에서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도심 도로와 지하철 확충, 각종 경기장 건립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높고 올림픽이 끝나면 중국이 세계의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을 갖고 있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왕 시장은 올림픽에 대한 과도한 기대, 그러면서도 성숙되어 있지 못한 시민의식, 막대한 올림픽 준비비용을 '3중고'로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왕 시장은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을 비롯하여 2만여 명의 코치와 선수단, 3만명의 취재진 등 약 300만명이 베이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림픽 호기를 최대한 활용하여 중국의 국익을 극대화시키자”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왕치산 베이징 시장은 올림픽 유치 전에 이러한 문제점들을 예상하지 못했었을까. 왕 시장이 현 시점에서 문제점을 스스로 밝히는 것은 중국인들의 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높은 상황에서 개최에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과 막대한 재정부담 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올림픽 준비과정에 보다 적극적인 협조와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을 준비하며 산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중국 발전의 커다란 동력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준비기간은 이제 4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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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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