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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국민은행은 임시주총을 열고 강정원씨를 신임 행장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내부 반발이 커 취임 초반 진통이 예상된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국민은행은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 위원장 정동수)가 추천한 강정원 전 서울은행장을 차기 국민은행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강 행장은 내달 1일부터 오는 2007년 10월말까지 3년간 국내 최대 은행을 이끌어가게 됐다. 강 행장의 공식 취임은 내달 1일 있을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 주주들과 국민은행내 3개 노조가 강 행장의 취임을 강하게 반대하고 나서 취임 초반 강 행장의 조직 장악과 업무추진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쉽지 않은 시작

이날 오전 10시에 국민은행 여의도본점(옛 주택은행 본점)에서 열린 임시주총에서 일부 주주와 국민은행 노조 등은 강정원 행장의 선임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국민은행 노조 등은 임시주총 직전 여의도본점 1층을 점거하고 연좌농성을 벌이며 강 행장의 선임 저지 투쟁에 나섰다. 국민은행 측은 청원경찰 50여명을 동원해 로비 입구부터 노조원들을 봉쇄했다. 노조원들은 임시주총장 진입이 막히자 밀가루를 뿌리고 몸싸움을 벌이는 등 한때 본점 로비는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강 행장 선임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임시주총장에서도 터져나왔다. 국민은행의 소액 주주인 장봉호씨는 임시주총에서 행추위의 구성부터 문제를 삼으며 강 행장의 선임을 강력히 반대했다.

▲ 한 주주가 강정원 신임 행장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장씨는 "행추위에 주주대표는 어디로 가고 사외이사가 무슨 자격으로 은행장을 선임하느냐"면서 "강 행장은 (서울은행장 시절) '주의적 경고'를 두번이나 받았지 않느냐, 말하자면 전과자인데 어떤 경로를 통해 (은행장 후보가) 됐는지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장씨는 또 "의장(김정태 행장) 얘기대로라면 강정원 행장은 훌륭하신 분인데 왜 노조에서 반대하겠느냐"며 "노조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행장을 우리가 선임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정태 행장은 "그런 식의 '주의적 경고'는 은행을 경영하다보면 통상 있는 일"이라며 "강정원 행장은 과거 서울은행 매각관리인으로 주식 5000원짜리 서울은행을 12000원에 하나은행에 매각하는 등 매우 훌륭한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김 행장은 또 "이번 (행장 선임) 절차는 어떤 당국의 조치도 없었고, 낙하산은 더더욱 아니다"라며 "은행으로서는 가장 훌륭한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주주들은 강 행장의 선임에 강하게 이의를 달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주주들은 김정태 행장에게 '문책적 경고'를 준 금융감독당국을 성토하며 김 행장을 재선임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주주는 "김정태 행장은 국민은행을 최고 은행으로 성장시켰고, 적자은행을 흑자은행으로 전환시켰다"면서 "김정태 행장을 다시 취임시키자"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결국 강 행장 선임 안건은 논란 끝에 동의와 제청을 통해 오전 10시30분경 원안대로 통과됐다.

강정원 신임 행장 "주주가치위주 경영 이어받을 것"

강 행장은 행장 선임 뒤 짧은 인사말을 통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은행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그는 "행장에 선임해주신데 감사한다"면서 "앞으로는 김정태 행장이 닦아놓은 주주가치위주의 경영을 이어받아 국민은행을 더 튼튼하고 수익성이 높은 기업으로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시주총에서 신임행장이 선출됨에 따라 김정태 행장은 오는 31일 임기를 마치는대로 국민은행을 떠나게 됐다. 김 행장의 이임식은 이날 오후 5시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다.

내달부터 새로 출범하는 '강정원호'는 내부의 산적한 현안들 때문에 어려운 항해가 예상된다. 강 행장의 최대 숙제는 '한지붕 세가족'으로 갈라진 조직을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 일. 하지만 행장 선임마저 반대하는 노조를 강 행장이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은행 노조 등이 강 행장 선임을 막기 위해 임시주총장에 진입하려다 청경들에게 막히자 밀가루를 뿌리고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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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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