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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의 헌재 판결에 대한 반박 기고문이 게시된 지 3일만에 무려 2000여 명이 넘는 독자가 '좋은기사 원고료 올려주기'에 참여하여 1500만원이 넘는 돈을 자발적으로 기부했다.

<오마이뉴스>가 진단하고 있다시피, 한국의 네티즌들이 '인터넷저널리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저널리즘 영역에서 수동적인 방관자로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던 수용자들이(receivers)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정보 생성의 도구, 상호 교류의 공간을 만나면서 적극적인 참여 이용자(participatory users)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아주 간단히 정의하자면, 저널리즘은 '사회에서 정보가 생산, 가공, 유통, 소비되는 체계적인 과정 또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원시 고대사회에서는 사회 구성원이 정보를 습득하고 상호 공유하는데 면대면 커뮤니케이션(face-to-face communication)이 주요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인간 사회가 복잡 다양해지면서 보다 체계적인 정보 시스템을 필요로 했고, 19세기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오늘날의 매스미디어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거대 미디어의 정보 생산과 소비는 거의 일방향적으로 이루어졌고, 수용자가 그러한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극히 미비했다고 할 수 있다. 저널리즘이라는 용어 역시 매스미디어의 탄생 과정에서 생성된 점을 감안하면, 풍부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면서 대화와 토론을 통한 민주적인 여론 형성이라는 저널리즘 본연의 임무는 제한적으로 이루질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의 기술적 가능성은 이러한 기존의 전통적 저널리즘의 기본적 한계를 극복하게 해 주는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인터넷은 기존의 매스미디어가 가지고 있었던 공간과 시간의 제약에 거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무제한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필요한 시기에 정보 접근도 가능하다.

또한 기존 매스미디어 간의 내용적 경계를 허물고 있다. 텍스트, 사진, 소리, 영상 등의 메시지 성격에 따른 미디어의 구분은 온라인 상에선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면서 근본적인 변화는 저널리즘 영역에서 미디어와 이용자 간의 관계가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매스미디어는 일방향이고(one-way) 위에서 아래로의 수직적인(top-down) 커뮤니케이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인터넷은 보다 멀티플하면서도 아래에서 위로 생성되는 정보(bottom-up news)흐름을 가능케 한다. 즉, 이론상으로 온라인에서는 누구나 정보 생성자이자 이용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뉴스의 생성, 유통, 소비 과정에서 기존 미디어와 이용자간의 관계를 보다 수평적이고 민주적으로 변화시킨다. 뉴스의 선택과 가공이 미디어 혹은 언론인의 손에서 이용자들의 몫으로 이동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인터넷의 기술적 가능성과 접목된 새로운 뉴스의 생산과 유통, 소비 양식은 참여 저널리즘(Participatory Journalism)을 태동케 했다. 뉴스 이용자는 이제 저널리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정보를 생산, 가공, 유통, 소비하고자 한다.

미국의 산 요세 머큐리 신문(San Joes Mercury News)의 기술 칼럼리스트인 Dan Gillmor 역시 21세기의 저널리즘은 기존의 거대 미디어에 지배되고 있는 지금과는 크게 다를 것이며, 참여 저널리즘이 미래 정보사회의 중요한 밑그림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최근에 그가 펴낸 책 < We the media >에서 새로운 뉴스 생산의 양식은 이용자의 '통제'보다는 '참여과 관여'를 어떻게 보장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다른 독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해 기사를 쓴다'는 조사 결과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따라서 이용자의 참여 기회와 욕구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온라인 저널리즘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참여 저널리즘에서 뉴스의 취사선택과 가공, 유통은 이제 더 이상 언론사와 기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장 되는 방식에서 쌍방향적으로 정보가 생산, 가공 되는 과정이 앞으로 보다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뉴스는 이제 일방적인 강의(lecture)차원에서 공중의 대화(conversation)를 복원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Dan Gillmor 의 주장은 아주 설득력 있게 들린다.

즉, 미래의 저널리즘은 이용자들의 참여와 대화를 적극적으로 촉진하는 쌍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실현을 기본으로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저널리즘을 걱정하는 위원회(the Committee of Concerned Journalists)'에서도 21세의 저널리즘은 공중이 스스로가 의견과 아이디어를 상호 교환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공 포럼(public forum)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한국 신문들은 종이신문과 함께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지만, 네티즌들의 참여욕구를 반영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하나의 기사에 1500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다니…. 기존 저널리즘의 측면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이미 인지하고 있듯, 그 돈은 돈이 아니라 '참여'이다. 행여 이러한 네티즌들의 행위가 헌재 판결에 반발한 정치적 치기로 치부하는 언론인이 있다면 큰 오산일 것이다.

급변하는 정보환경에서 저널리즘에 대한 인터넷의 영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아니, 한국의 네티즌들은 이미 적극적인 뉴스 생산자이자 가공자로서 저널리즘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수용자의 이러한 요구에 얼마나 부응하는가 하는 점이 미래 인터넷 언론의 승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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