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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했었다’라는 생각도 들지만 나에게 그 책은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책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나의 담임선생님께서 나를 교무실로 불러서는 삼중당에서 나온 문고판으로 된 세 권의 책을 주었다. 책 제목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상∙중∙하.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에게 떼를 써서 금성출판사의 30권짜리 전집을 장만해서 다양한 종류의 문학 서적을 읽어보았지만 문고판으로 된 책은 처음이었다. 당시 서점에서 삼중당 문고를 본 적은 있었지만 내가 읽어야 할 책으로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런 책을 선생님께서 주신 것이었다.

첫 장을 넘기며 한 두 페이지를 읽어나가는데 잘 읽혀지지 않았으며, 책 두께로 봐서는 중학교 2학년생이 감당하기 어려운 책이었다.한동안 책장에 박아 두었던 것을 한 달이 지나고 중간고사가 끝나던 어느날 다시 읽게 되었다.

헤밍웨이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던 나에게 책 뒤에 있는 저자 소개는 나를 유혹하였고, 담임선생님께서 주신 책인데 읽어야지 하는 의무감은 나를 그 책으로 이끌었다. 나는 마음을 다 잡고,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창원에서 마산까지 40분가량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했으므로 읽은 시간은 충분했다. 또한 집이 종점부근이라 앉아서 가게 될 경우가 많았다. 나는 등∙하교 시간을 그 책을 읽으며 다녔다. 매일 왕복 80분 동안 버스에서 책을 읽었으며, 40분 동안 대략 30페이지를 읽었다.

책 내용보다는 며칠 남았나 하는 계산을 했던 기억도 있다. 세 권의 책을 다 읽는데 몇 개월이 소요되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책을 읽으면서 오고 가는 것이 마치 일과의 한 부분 같았다.

그렇게 책을 다 읽으면서 마지막 부분에 이르렀을 때에는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더 이상 읽을 페이지가 없어진 것도 아쉬웠다. 또한 주인공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느꼈기 때문이다. 그 책을 읽고 나는 스페인 내전에 대해 찾아본 기억도 있다.

그 두꺼운 책을 읽은 후, 나는 더 이상 두꺼운 책이나 글자 크기가 작은 책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소위 고전이라 불리는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였고, 그 독서는 이후 대학 생활까지 지속하게 되었다. 현재 나는 고등학생을 지도하면서도 과외수업보다는 책을 가까이 하면서 활자로 된 서적을 읽을 것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

대학원을 마치고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나에게 그 책을 주신 은사님을 찾아뵌 적이 있다. 선생님께 그 때 일을 말씀드리니 선생님께서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아마 선생님께서는 별다른 생각 없이 나에게 그 책을 주신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책이 나의 독서생활을 본격적으로 연 계기가 되었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중요한 사건이었다. 선생님! 김성중 선생님 감사합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민음사(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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