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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국무총리가 유럽을 방문 중인 지난 18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역사의 반역자”라며 “조선과 동아는 정권을 농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이나 나나 끝까지 철저하게 싸울 것”이라는 말을 했다.

이 총리는 또 “조선일보가 우리나라를 흔들 수 있다는 발상을 버릴 때 우리나라는 발전하게 된다. 조선일보가 그 동안 나에게 얼마나 인신공격을 했는가. 나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며 더 이상 조선일보의 왜곡보도를 용납하지 않겠다”라고도 했다.

속이 후련했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아닌 국무총리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이 반가웠다. 대통령이 일개 신문들과 맞짱 뜨는 볼썽사나운 장면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허전하고 불안하다. 노 대통령은 1년 넘도록 숱하게 조선과 동아에 대해 성토했지만, 그저 감정을 발산하는데 그쳤을 뿐 구체적으로 바로잡을 조치는 없었다. 이 총리도 같은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달리 무슨 복안을 가지고 그런 말을 했을까?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싸울 것인가? 왜곡보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건, 늘 하던 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보도 요청을 하는 수준을 말하는 것은 아닌가?

이 총리는 “조선일보의 논조에 우리 정부는 놀아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말 그런가? 총리는 그러하겠지만, 고위직 공무원들이 모두 그런 의지를 갖고 실천하고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살피고 단속할 일이다. 그리고 대통령이나 총리는, 표명하는 말이나 의지와는 달리 상당 부분 조선·동아의 페이스에 말리고 있다. 이 역시 성찰할 일이다.

이 총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총리는 규제개혁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이다. 이 총리는 공정거래위원회로 하여금 ‘신문고시’ 개정안을 올리도록 조치를 하고, 그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에서 부드럽게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행 신문고시는 경품과 무가지를 합하여 신문대금의 20%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조선과 동아는 이마저도 지키지 않으면서 독자들을 확보한 후 왜곡된 정보를 주입시키고 있다. 우선은 시급하게 이것부터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

동시에 경품제공은 전면 금지하고, 무가지는 발행 부수의 5%까지만 허용하는 내용으로 신문고시를 강화해야 한다. 이 강화된 개정안이 규개위를 통과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총리는 “조선과 동아는 정권을 농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행정수도 이전을 생각해보자. 헌법재판소는 '법리재판'이 아닌 '여론재판'을 했다.

행정수도 반대여론은 조선과 동아, 그리고 중앙이 주도했다. 정부는 흔들리지 않았지만, 여론은 농락당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권도 농락당했다. 조·중·동은 매일 120만부 가량의 무가지를 서울의 강남지역과 수도권 중산층 밀집지역에 살포한다. 경품 유혹에 의한 구독도 그에 버금갈 것이다.

결국 경품과 무가지에 포섭된 독자들이 조선과 동아를 보면서 행정수도 반대의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나 사학법 개정, 과거사규명법, 언론관련법 등을 비롯한 개혁입법과 제반 정책들이 다 이런 식으로 농락당하고 있다. 그러니 이 총리는 이제부터 말은 아끼고 여론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실천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부영 의장도 마찬가지다. 이 의장은 20일 조선·동아의 과거 행적을 거론하며 “우리 사회는 쉼없이 개혁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다시 퇴행적인 기득권시대로 되돌리려는 자세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의장 역시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이번 국회에서 4대 개혁입법은 반드시 통과되도록 해야 한다. 잘못된 헌재 판결에 위축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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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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