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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아침 7시. “아침식사 하세요” 하며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하더니, 직원들이 방방마다 돌면서 문을 두드리고 다닌다.

어젯밤, 베트남 처녀들과 결혼하기 위해 온 사람들과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이 들었다. 겨우 3시간 정도 잔 것 같은데, 피곤했지만 억지로 일어났다. 일주일간의 출장 동안 할 일이 많아서이다.

우선 세수부터 하고 식사를 했다. 8시부터 출장의 목적인, 하노이에 일본어와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원을 설립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법률적으로 원어민이 하노이에 들어와서 강의를 하는데 별다른 문제는 없는지, 외국인 강사의 체재 비자 준비에는 무엇이 필요한지, 강사의 월급과 현지에서의 숙식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상담했다. 필요한 대답은 이삼일 후에 듣기로 하고 더 자세한 논의는 저녁에 다시 하기로 했다.

상담 첫날이라 한 시간 정도 짧은 대화를 나누고는 9시 정각에 하노이 시내 관광을 위해 출발했다. 베트남어를 한마디도 못해 한국어를 할 수 있는 가이드를 부탁했는데 다행히 영어도 조금하고 한국어도 조금 하는 여자 분이 가이드로 와주었다.

수교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한국에도 베트남에서도 베트남어와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했다. 가이드 호야(24)씨는 경영학을 전공한 재원으로 한국어를 2년간 공부했다고 했다.

오전 9시. 호텔 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택시를 타고 우선 하노이공과대학으로 갔다. 하노이에 있는 명문대학 중 하나를 방문하고 싶다고 호야씨에게 부탁했더니 호텔과 가장 가까운 그 곳으로 안내해 주었다.

▲ 하노이공과대학에서
ⓒ 김수종
한국에서 온 관광객이 첫날부터 하노이의 유명 대학에 가고 싶다고 하니 놀라는 눈치였다. 보통의 관광객들은 시내 관광을 하고 마사지나 노래방을 둘러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나는 그냥 학교 관련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만 했다.

하노이공과대학은 넓지는 않았지만, 오래되고 깊이가 있는 건물에 나무가 많았다. 대학치고는 좁은 느낌이 든다고 했더니,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고는 각급 학교의 운동장이 사라졌다고 했다. 집회 공간이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금도 베트남에서는 사람이 열 명 이상 모여 있으면 경찰이 달려온다고 했다.

아무튼 30분 정도 캠퍼스를 둘러보고 학교 안내 책자를 받을까 하고 국제협력과에 가 보았다. 담당자는 사전약속이 되어 있지 않았다며 오후 2시경에 다시 와 달라고 했다. 그래서 2시에 약속을 잡고서는 교내에 있는 노천카페로 갔다.

▲ 학내의 노천카페
ⓒ 김수종
콜라와 주스를 부탁하여 마셨다. 값이 아주 쌌다. 1달러가 안되었던 것 같다. 주스는 별로 맛이 없었다. 생각보다 열대과일이 맛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주변에 앉아있는 학생들은 낱개담배를 피우며 주스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 대학 후문 앞에 있는 PC방
ⓒ 김수종
30분 정도 쉬고 나서 후문을 통하여 거리로 나갔다. 대학 후문이라서 그런지 PC방도 있고 야외 이발소며 복사 집, 사진관 등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시설은 한국보다는 못했지만 열정은 대단해 보였다.

▲ 대학 후문 앞에 있는 야외 이발소
ⓒ 김수종
야외 이발소는 참 느낌이 남달랐다. 1달러 정도면 이발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한번 해보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내 머리는 길지 않았다.

1시간 정도 시내를 둘러 본 다음, 근처 호수가 있는 공원으로 갔다. 하노이 시내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호안끼엠 호수라는 곳이었다. 호수 가운데 있는 조금만 섬 안에 절도 있고 보트장에 놀이시설까지 있었다.

곳곳에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의 모습과 복권을 팔고 있는 아줌마들, 사탕수수 주스를 즉석으로 만들어 주는 노점상도 있었다. 웰빙시대라고 해서 나도 사탕수수 주스를 한 잔 마셨다. 생각보다 맛은 없었지만 건강에 좋을 것 같다는 이유로 기분 좋게 마셨다. 배탈은 나지 않았다.

▲ 호안끼엠 호수 공원의 풍경
ⓒ 김수종
호수공원은 입장료를 받아서인지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1시간 정도 산책을 하고서는 호야씨에게 환전을 위해 호텔로 가야겠다고 하자. 호야씨는 그냥 자신이 가진 돈으로 해주겠다고 호텔로 가지 말고 산책을 더하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왠지 한국 자본이 투자되었던 힐튼호텔이 보고 싶어 호텔로 가길 청했다. 일단 환전은 호야씨에게 1만엔을 주고 베트남 돈으로 거슬러 받았다. 1만엔이 93달러니 베트남 돈으로는 138만동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베트남 돈의 액면가가 커서인지 돈 계산은 돌아오는 날까지 복잡했다.

호텔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아주 멋있고 잘 지어진 호텔이었다. 로비와 커피숍을 둘러보고는 오후 1시가 다 되어 점심을 먹으러 갔다.

하노이에서 가장 잘하는 한국식당으로 가지고 했더니, 호야씨는 베트남 대학을 보았으면 베트남 요리를 먹어야지 왜 한국 요리점이냐며 투덜거린다. 난 그냥 이곳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어떤가 보고 싶어서 그렇다고만 대답했다.

택시를 타고 다시 호안끼엠 호수 근처의 한정식 집으로 갔다. 금요일 오후인데도 손님은 한 테이블뿐이었다. 그런데도 종업원은 열 명쯤 되어 보였다. 너무 많아 보였다.

호야씨는 단체 손님을 주로 받는 식당인데 오늘은 특히 손님이 적은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인건비가 싼 것도 종업원이 많은 이유라고 했다. 베트남의 월급쟁이들은 보통 월 70-100달러 정도를 받는다고 했다.

아쉽게도 한국 식당에 한국인은 아무도 없었다. 주인이 한국 사람이지만 저녁에나 나온다고 했다. 아무튼 우리는 된장찌개와 비빔밥을 먹었는데 나중에 계산을 할 때 보니 생수 값까지 포함하여 11달러를 달라고 했다. 한국 음식점은 서울만큼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장면도 4달러 정도 한다고 하는데, 서울과 비슷하다고 한다. 물론 도쿄보다는 싸지만 말이다.

▲ 과일을 들고 다니면서 파는 여인
ⓒ 김수종

조금 비싼 점심을 먹고는 2시 약속을 되새기며 택시를 타고 다시 하노이공과대학으로 갔다. 왜 하필 2시에 오라고 했냐고 물으니 호야씨는 베트남의 점심시간은 보통 두 시간으로 점심식사 후 낮잠을 자는 버릇이 남아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낮잠을 자는 사람은 거의 없고 더운 날씨 때문에 일의 효율이 떨어져 두 시간 동안 식사와 휴식을 취한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가이드 호야씨도 밥을 아주 천천히 먹었다. 답답할 정도로 말이다.

호야씨도 쉬는 날인 토·일·법정공휴일에는 낮잠을 자지만 평일에는 그냥 앉아서 쉬거나 잡담을 하는 정도이지 잠을 자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베트남은 벌써 십여 년 전부터 주 5일제 근무를 하고 있고 공휴일이 토·일요일과 겹치면 월요일까지 연장하여 쉰다고 했다.

낮잠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어젯밤 세 시간 정도 밖에 잠을 못 자서 그런지, 더운 날씨 때문인지 조금은 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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