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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된 떡을 설명하고 있는 윤숙자 소장
ⓒ 김영조
풍족한 가을에 비가 오면 사람들이 일손을 놓고 집 안에서 넉넉한 곡식으로 떡이나 해 먹고 지낸다 해서 '가을비는 떡비'라는 말이 생겨났다. '밥 위에 떡'이란 속담이 있을 만큼 우리 겨레는 떡을 특히 좋아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선 이것이 서양의 과자에 밀려나게 되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서양 것을 동경한 탓도 있지만 떡이 과자처럼 대량으로 생산, 유통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떡을 상온에서 오래 보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좋은 떡도 현대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으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에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소장 윤숙자)에서 이를 극복한 방법을 개발해 냈다. 생산 후 1~3일이면 굳어지는 기존 전통 떡의 단점을 보완하여 실온에서 3개월까지 저장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를 공개한 기자 발표회가 지난 11일 오전 11시 한국전통문음식연구소에서 있었다.

이날 발표회에서 윤숙자 소장은 “세계인들이 ‘한국 음식하면 김치만을 떠올리는데 이후 세계인들이 즐길 수 있는 한국 음식의 차세대 상품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10여 년간 떡의 저장성 연구에 몰두해 왔다”고 말했다.

▲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 김영조
이번 연구 개발은 전통식품의 세계화에 기여하는 것뿐만 아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서양의 빵이나 과자보다는 우리 쌀과 여러가지 농산물을 이용한 전통 음식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떡의 저장성 향상 기술이 개발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우리 겨레는 쌀과 함께 생활해 왔다. 하지만 6·25 전쟁 이후 미국의 밀가루 무상원조 덕에 밀가루에 의존한 식생활이 시작됐다. 하지만 서양 밀가루와 체질이 맞지 않아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광주 경희한의원 문찬기 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밀가루는 서늘한 음식이어서 흡수가 잘 안 되고, 장에 오래 머물러서 장을 차게 해 좋지 않습니다. 또 밀가루가 기름과 만나면 장에 지방을 많이 끼게 합니다. 그래서 기름과 만난 밀가루는 더욱 피해야 합니다. 참고로 밀가루는 전통적으로 구황식품(흉년으로 기근이 심할 때 빈민들을 굶주림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식품)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기름을 만난 밀가루 과자 대신 쌀로 된 음식을 권합니다. 쌀은 성질이 따뜻하고, 흡수가 잘 되는 음식입니다.”

▲ 제품의 포장 과정(포장기에 떡을 넣고 있다)
ⓒ 김영조
단순히 우리의 전통식품이어서 떡을 권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도 밀가루보다는 쌀로 만든 떡이 좋은 간식거리이다. 하지만 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쉽게 굳어져 장기 보존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현재까지 떡의 상품화를 위한 생산방식 및 포장방법, 유통체계 개선 등에 대한 획기적인 방법이 개발되지 않아 떡의 저장 기간은 상온에서 최대 72시간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때문에 떡은 즉석에서 바로 만들어 먹는 방식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떡은 다른 식품과는 달리 상하거나 변질되어 먹을 수 없는 게 아니라 전분이 노화(老化)되어 표면이 건조해지고 딱딱해지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이번 개발 기술은 기존 전통 떡이 노화되어 빨리 굳고, 변질되는 문제점을 방부제 등의 화학적인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해결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개발의 핵심은 포장 기술 방법을 개선, 장기간 실온(180℃± 2)에서 보관 가능하고, 전자레인지로 간편하게 재가열하거나 끓는 물에 데워 먹는 열탕 방법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떡의 포장 용기는 고온고압에 강하면서 인체에 무해하고, 전자레인지에도 적합한 것으로 사용했다.

예전 떡은 냉장고나 냉동고에 보관하게 되는 경우 맛, 질감, 향 등이 변화해 생산 후 24시간이 지나면 상품 가치가 매우 낮아져 떡집의 고민거리였다. 따라서 재고 부담 때문에 떡 값이 비싸져서 떡은 서양의 빵이나 과자에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생활이 서구화되고, 서양 음식을 선호하게 되면서 대부분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명절에나 먹는 전통음식으로 떡을 인식하게 됐다.

▲ 제품의 살균 과정(떡을 살균기에 넣고 있다)
ⓒ 김영조
이번 기술 개발로 떡을 3개월 이상 저장할 수 있게 돼 판매유통업체들의 재고율이 낮아져 상품 원가를 절감해 떡값이 싸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쉽고 저렴하게 떡을 구입할 수 있고 조리방법 또한 간단해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 소장은 기자발표회에서 개발 과정의 어려움도 말했다.

“오래 익혔을 때 맛은 좋았지만 아래쪽이 갈색으로 변했습니다. 그것을 개선하는 데도 고민을 많이 했지요. 또 전자레인지에 넣었을 때 멥쌀 떡은 좋았지만 찹쌀 떡은 혀를 내미는 현상(용기 밖으로 삐져나오는 것)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해 11월에 발표회를 하려다 미루기도 했지만 드디어 8월에는 특허(제 0446412호)까지 받아냈습니다.”

떡을 오랜 기간 보존할 수 있는 구체적 근거를 묻자 윤 소장은 2번의 전처리 과정을 거쳐 포장할 때 진공과 가스 치환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떡가공실에서 가공하는 과정을 시연하기도 했다.

이날 새롭게 선보인 제품은 크게 멥쌀로 만든 떡과 찹쌀로 만든 떡으로 나뉘었다. 멥쌀떡으로는 쑥의 향긋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고 감기 예방에 좋은 ‘신화케익떡’, 호박의 고유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으며 위가 약한 사람에게 좋은 달 ‘호박케익떡’, 딸기의 상큼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으며 피부 미용에 좋은 ‘생딸기케익떡’, 커피의 은은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으며 정신을 맑게 해 주는 ‘향(香)커피케익떡’ 등이 있다.

▲ 전자레인지에 데운 떡을 꺼내 보이는 윤숙자 소장
ⓒ 김영조
찹쌀떡으로는 갖은 견과류가 들어가서 영양이 풍부하고 공부하는 어린이들의 두뇌 발달에 좋은 ‘총명케익떡’, 검은 쌀의 구수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으며 신장이 약한 분들에게 효과적인 ‘흑미영양케익떡’, 궁중의 임금님이 드시던 ‘두텁케익떡’, 깨의 고소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으며 노화 예방에 효과적인 ‘깨찰케익떡’ 등 모두 8가지 독특한 맛과 기능을 갖고 있는 제품을 출시했다.

제품의 쓰임도 다양하여 간식을 위한 소량 용기, 식사 대용을 위한 중량용기, 생일 등 기념일 축하를 위한 축하 케이크용 등이 있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는 그동안 전통음식의 연구 개발에 몰두해 왔으며, 한국식 '연인의 날'을 만들어 행사를 갖는 등 많은 공헌을 한 바 있다. 윤 소장은 이번 기술 개발이 끝이 아니라며 앞으로도 떡과 같은 전통음식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이 개발떡은 완성품이 아니어서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 음식은 비판만으로 크지 못합니다. 애정을 갖고, 모자라는 점은 보완해 주며, 적극 홍보해주어야 합니다.”

우리 겨레의 큰 명절 한가위가 다가오고 있다. 한가위 보름달을 보고, 온 식구가 함께 송편을 빚으며, 윷놀이로 사랑을 확인하면 참 좋을 것이다. 어머니가 해 준 따끈따끈한 떡은 우리를 두고두고 향기러운 마음으로 살아가게 한다.

▲ 제품(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깨찰케익떡, 흑미영양케익떡, 두텁케익떡, 총명케익떡)
ⓒ 김영조
▲ 제품(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향커피케익떡, 달호박케익떡, 신화케익떡, 꽃딸기케익떡)
ⓒ 김영조
▲ 떡의 소량 용기 포장
ⓒ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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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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