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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3일 오후 6시]

▲ 2003년 9월 24일 육군본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남재준 육군참모총장.
ⓒ 연합뉴스 조용학
육군의 최고 수장인 남재준 육군참모총장(대장·육사 25기)이 최근 공식 회의석상에서 참여정부의 군 문민화 정책과 군 사법개혁 등에 대해 정면으로 반발하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군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와 군 수뇌부는 남 총장이 최근 공식 회의석상에서 한 발언내용과 그 진위 파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간 청와대는 남 총장에 대해 그의 청렴성과 군 내부의 신망 등을 들어 좋은 평가를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남 총장은 지난달 31일 일반참모회의 석상에서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의 군 검찰 독립방안 검토와 관련, "인민무력부 내 정치보위부의 정치군관을 국방부에 두자는 것이냐"면서 이를 무마하기 위한 로비에 나설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총장은 또 고려시대 무신의 난을 일으켰던 '정중부의 난'을 빗대면서 참여정부의 '군 문민화' 정책에도 반발하고 나섰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남 총장의 이같은 발언이 모두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군 지휘부의 기강해이 지적과 함께 '항명' 차원에서 그에 대해 문책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발언 당사자인 남 총장측은 "'정중부의 난' 발언은 전혀 사실무근이고, 누군가가 군 사법제도 문제와 관련해 어떤 방식으로든 갈등구조를 확산시키려는 음해"라면서 이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남 총장은 '정중부의 난'을 거론했나...남 총장측은 강력 부인

최근 군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돌고있는 남 총장의 문제의 발언 요지는 이렇다.

■ 30일 오전 8시 상황보고회의 : "(주요 간부 100여 명이 참석한 상황보고회의에서 군의 문민화 작업을 성토하면서) "이런식으로 하면 군인들은 다 굶어죽으란 얘기냐. '정중부의 난'이 왜 일어났는지 아는가. 무인들을 무시하고 문인을 우대한 결과 아닌가. 민간인이 군을 통치하게 하자는 것인가."

■ 31일 오전 10시 일반참모회의 : "(군 고위인사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일반참모회의에서도 '정중부의 난'을 또다시 언급하면서 최근 사법개혁위원회 등에서 적극 검토되고 있는 군 사법개혁과 관련, 한 인사참모부장에게) "성우회(예비역 장성들의 모임)를 동원, 로비를 해서라도 (군사법개혁을) 막아라. (법무감 대리에게)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고 사개위와 000국회의원을 쫓아다니면서 막아라. 군검찰을 각군 총장 밑에 두도록 로비를 하라. (군 검찰을 국방부 산하 독립검찰청으로 하는 방안과 관련) 군 검찰을 국방부 산하에 두는 것은 인민무력부 내 정치보위부 정치군관처럼 막강한 권한을 갖고 군 지휘권을 뒤흔들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남 총장이 '정중부의 난'을 언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8월31일(일반참모회의)은 고려 의종 24년인 1170년 상장군까지 올랐던 정중부가 문신들을 우대하고 무신들을 낮춰 보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무신의 난을 일으켰던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2차례 회의에 참석했던 남 총장의 핵심 측근은 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중부의 난'을 회의에서 절대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상황보고회의에서는 을지훈련에 대해 논의했을 뿐 다른 사안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강력 부인했다.

그는 또 "남 총장은 기본적으로 군의 문민화 작업에 찬성하고 있다"면서 "다만 시행에 있어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31일 회의에서는 (문민화 관련) 육군 차원에서 보완할 부분이 무엇이 있는지 검토하라고 말하긴 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하들에게 로비를 지시한 사실이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군검찰이 군 지휘권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말씀한 것이다, 로비를 지시할 자리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 지난해 6월 21일 계룡대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을 오찬장으로 안내하는 남재준 총장.
ⓒ 연합뉴스 김동진

"남 총장이 사개위·000 의원 쫓아다니라고 했다"

남 총장 "'정중부의 난' 황당한 얘기"... <내일신문>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은 '정중부의 난', '인민무력부 속의 정치 보위부' 등의 발언의 진위 여부에 대해 부인했다. 남 총장은 2일 저녁 <내일신문>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고 한다.

"내가 뭐라고 얘기했냐하면 문민화는 가야될 방향이다. (중략) 그래서 국방부에서 (문민화 계획을) 토의를 한다고 하니 심층분석해서 피해를 최소해서 합리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육군의 의견을 제기해야 한다. 국방부에서 토의 날짜를 결정한다니 그 자료를 준비하라고 얘기했다."

남 총장은 또 '정중부의 난'과 관련해서는 "그건 황당한 얘기"라면서 "간부회의 때 참모들이 쭉 앉아있는 자리에서 상식적으로 그런 발언을 했겠느냐"고 부인했다고 <내일신문>은 전했다.

남 총장은 '인민무력부 속에 정치보위부' 발언과 관련해서는 "검찰권이 지휘권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됐을 때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에 광범위하게 여론을 수집해 육군의 안와 의제를 낼때는 분명한 논리를 제시해라, 관련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내일신문>은 전했다.
남 총장으로부터 사개위와 000 국회의원을 상대로 로비하라고 직접 지시받았다는 소문의 당사자이기도 한 육군 법무감 대리는 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상황보고회의와 일참회의가 열린 것은 사실이지만, 남 총장이 그런 얘기를 했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남 총장이 아니라 인사참모부장으로부터 군사법제도 개선에 대한 군의 입장을 홍보할 자료를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오늘(1일) 보고했다"면서 "군검찰을 각종 총장 아래 두는 것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지인에게 '로비 발언' 등이 나왔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전언 내용을 재구성해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남 총장은 회의 자리에서 군 사법개혁과 관련, '군 검찰이 (지휘권으로부터) 독립하면 인민무력부 정치보위국의 정치군관과 같이 막강한 권한을 갖고 군 지휘관을 뒤흔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남 총장은 또 군 사법개혁을 주도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질문했고, 이에 사개위와 000 의원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이에 남 총장은 인사참모부장에게 '성우회에게 찾아가 로비를 하라' 또 법무감 대리에게는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고 사개위와 000 의원에게 로비하라'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그는 남 총장이 '정중부의 난'을 언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끝까지 부인했다.

남 총장의 발언에 대한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와 국군 기무사령부도 나서서 사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청와대측이 확인한 결과 남 총장이 대충 그런식으로 얘기한 것같지만, 악의적인 발언이 아니라 (군의 문민화 등에 대한) 카타르시스 차원에서 한 발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다른 한 관계자는 "기무사령부의 고위 관계자가 직접 남 총장의 발언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31일 국방부의 국장급 자리를 민간인 공무원으로 교체하고 장성 정원을 최소 10명으로 줄이는 등 오는 2006년말까지 추진될 군 문민화 계획을 밝혔다. 또 국방부와 열린우리당은 각 군 등에 흩어져있는 무기와 군수물자 도입 업무를 통합 관리할 기구를 국방부 산하에 '국방획득청'(가칭)을 신설키로 합의했다.

또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는 지난 30일 군사법제도 소위원회를 열고, 군검찰이 헌병과 기무사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갖도록 하자는 쪽으로 다수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수뇌부는 왜 군 검찰 강화·독립 반대하나

"위원 7명 가운데 5명이 군검찰의 수사지휘권에 찬성했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지난 30일 열린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 군사법제도개혁 소위원회 회의에서의 잠정 결론이다. '군 수사기관인 헌병과 기무사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군검찰이 갖도록 하자'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던 셈이다.

소위원회 관계자는 "소위원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전문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전체회의에 상정한 후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이날 회의에서 '군 검찰권 강화' 방향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셈이다.

하지만 군 수뇌부는 군 검찰권을 강화하는 것에 반기를 들고있다. 육군본부 일반참모회의에서의 분위기도 이를 반증한다. 실제 남재준 총장의 한 측근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어떤 직업 군인도 그걸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면서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또다른 한 관계자는 "최근 군 수뇌부의 한 인사를 만났는데 (문민화와 군사법제도 개혁 등으로 인해) 군의 사기가 많이 저하됐다면서 군 검찰권 강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군 수뇌부가 군 검찰권의 강화와 독립을 꺼리는 것은 이를 '지휘권의 침해'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군 수뇌부는 군 사법권을 지휘권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군사법원법상 확보된 '지휘관 확인제도' '심판관제' 등을 통해 군 지휘관들은 사법권을 지휘권으로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군 사법을 속칭 '지휘관 사법'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하지만 국회 차원에서 군사법제도 개선안을 준비하고 있는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에 개입할 여지가 있는가. 제도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군 지휘관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군 검찰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일을 마치 군 지휘권의 침해로 받아들이는 것은 오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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