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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0년 8월 29일 일제의 강압에 의해 치욕적인 '한일합방' 조약이 조인된 날을 '국치일'로 정하자고 촉구하는 집회가 2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정동 중명전 앞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유창재
"나라를 빼앗긴 날을 기념하자는 것은 아직도 '친일파'의 천국 아래 독립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8·15 광복절 행사나 3·1 운동 기념식, 임시정부수립 기념식을 하고 있지만, 이것은 친일파가 청산되지 않고 통일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부 거짓이고 위선이다. 진정 독립되지 않는 민족으로서 역사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과거사 청산 운동을 다시 해보자." - 조문기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독립운동가)

지난 1910년 8월 29일 일제의 강압에 의해 치욕적인 '한일합방' 조약이 조인된 날을 '국치일'로 정하자고 촉구하는 집회가 2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정동 중명전 앞에서 열렸다.

민족문제연구소는 행사전에 배포한 자료에서 "올해 '경술국치(庚戌國恥)' 94주년으로 우리 민족에게 8·15 광복이 감격스런 이유는 8·29의 치욕의 역사를 지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를 솔직하고 용기 있게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다시는 지난날의 치욕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우리 모두의 다짐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또 "'국치일'은 본래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어 있었으나 명확한 이유 없이 삭제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며 "일제강점기 당시 타국에 망명 중이었던 임시정부 요인들을 비롯한 해외 항일운동가들은 이 날이 되면 어김없이 국치기념 행사를 열고 독립의 의지를 다졌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가 열린 장소인 중명전(서울시 유형문화재 제53호)은 1905년 을사조약의 체결장소로 역시 국치의 현장이다. 실제로 한일합방조약이 체결된 장소는 통감부 공관(중앙대의대부속병원 뒤편)이었으나 현재 건물은 사라지고 없다.

또 행사는 임시정부 요인들의 국치기념 행사 순서를 기본으로 진행됐으며,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국치일 행사 공식적 첫 거론... "찢어지는 아픔 되새기며 아름다운 내일 창출"

▲ 함세웅 신부
ⓒ 오마이뉴스 유창재
행사에 참석한 함세웅 제기동 성당 주임신부(안중근 의사 기념사업회 이사장)는 "국치일 행사가 공식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처음"이라며 "역사의식이 부족한 우리에게 소수의 뜻있는 분들이 씨앗이 돼서 뿌리를 내리고 큰 열매를 맺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함 신부는 "찢어지는 아픔을 되새기면서 아름다운 내일을 창출하는 것이 우리의 과업이 아닌가"라며 "현실을 올바로 보고 우리 시대가 청산해야할 모든 것을 청산해 후손에게 아름다운 가치를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함 신부는 "현재 미완의 독립은 이뤄지고 있다고 여길 수 있으나 내면의 아픈 과거인 '국치일'을 내세워 창조적 역사를 이뤄야 한다"며 "이날이 과거 청산의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이날 행사에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등의 노래를 부른 가수 김영남씨도 "오늘 행사 전에는 국치일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면서 "서로 부끄럽고 아픈 과거를 스스로 인정하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진정 독립을 향하는 길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행사에서 "8월 29일은 5천년 역사가 쓰러져간 제삿날로, 국민들은 모르고 있고 지금도 일본의 교과서 왜곡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이뤄지고 있다"며 "오늘부터 독립과 관련된 모든 단체들이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의 국회 통과에 나서길 바란다"고 외쳤다.

특히 민족문제연구소는 정부를 향해 ▲중단된 경술국치일 행사를 재개하고 국가 기념일로 지정 ▲을사늑약의 현장 중명전을 복원해 역사사료관으로 활용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 개정안을 즉각 통과시켜 일제 잔재 청산 등을 촉구했다.

이어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한독립 만세" 삼창을 외치면서 행사를 마무리했으며, 행사장에 공개 전시된 일제강점기 사료와 유물 등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자료를 관람했다. 또 행사 중간에는 청주의 춤패 '너울'의 진혼굿이 펼쳐지기도 했다.

'도마 안중근' 무료 시사회 열려... "친일파 청산, 그것이 진정한 독립 발단"

▲ 조문기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
ⓒ 오마이뉴스 유창재
한편 이날 국치일 복원 촉구대회 2부 행사로 오는 9월 10일에 개봉예정인 영화 <도마 안중근>(감독 서세원, 제작 소스원프로뎍션) 무료 시사회가 정동극장에서 열렸다.

영화시사회에 앞서 조문기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은 "국민이 나라를 뺏긴 날을 기억 못한다면 밝은 나라를 찾을 수 없다"며 "국치일을 기억하고 꼭 '독립'을 찾아야 한다는 결의 속에 친일파를 더불어 청산하면 그것이 진정한 독립의 발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사회에는 초·중·고등학생 등 일반시민 150여명이 영화를 관람했으며, 몇몇 중학생들은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영화를 제작, 감독한 서세원씨는 "일제시대나 지금이나 우리나라는 똑같은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관객들이) 지금껏 (제가) 살아온 날들이 연상하면 좋지 않은 말씀들을 하겠지만 묵묵히 받아들이고 영화는 저 개인을 떠나 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서씨는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외국에 나가 있으면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조국을 바라보며 '조국과 통일'에 대한 생각과 스스로 반성을 하면서 지냈다"며 "나이 50살이 돼서 나름대로의 가치관과 인생관을 갖게 됐는데 우연한 기회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좋은 일을 통해 큰 일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서씨는 영화 <도마 안중근>을 다음날(30일) 오후 1시30분 의정부 교도소에서 무료 시사회를 열 예정이며, 지난 17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참여하여 만든 '안중근기념사업회'의 사무실에서 열기도 했다.

▲ 청주의 춤패 '너울'의 진혼굿.
ⓒ 오마이뉴스 유창재
▲ 국치일 복원 촉구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3가지 '우리의 요구' 사항을 외치고, "대한독립 만세" 삼창과 함께 행사를 마무리했다.
ⓒ 오마이뉴스 유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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