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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에 무엇이 있을까?

▲ 포스트로 보는 애니메이션 계단 앞에 선 한승태 연구사
ⓒ 김대홍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천지 차이다. 문화재의 역사와 유래를 알면 온기가 느껴지지만,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이 보면 그냥 돌덩이에 지나지 않는다.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 한승태 학예연구사의 세세한 설명과 함께 둘러본 춘천애니메이션 박물관은 더욱 풍부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 입구는 거대한 카메라 렌즈다. 복도는 카메라 렌즈에 비쳐진 필름으로 형상화돼 있다. 입구 옆으로 돌아가면 카메라 렌즈를 조절할 때 보이는 숫자들이 똑같이 그려져 있다. 카메라와 필름으로 입구를 만든 이유는 카메라를 통해 또 다른 미지의 세계로 간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박물관에 첫발을 내디디면 잠을 자고 있는 어린이 옆으로 환상의 세계가 펼쳐지는 다섯 개의 모니터가 걸려 있어 '이곳 여행은 환상여행'임을 강조한다. 그 속으로 한승태 학예연구사와 설명과 함께 둘러보았다.

만화박물관의 자료들

▲ 영화 <시네마천국>에도 등장했던 가스영사기.
ⓒ 김대홍
가스 영사기 - 이게 가스영사기입니다. 영화 <시네마천국>에서 불타는 장면 기억나시죠? 바로 그 영사기거든요. 전기를 사용하지만, 전기가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탄소 막대를 가스로 태워 불을 밝혀 그 반사빛으로 필름을 비추었습니다. 그래서 불이 일어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곤 했습니다.

매직랜턴(Magic Lantern) - 이게 영사기의 원형입니다. 유리로 된 슬라이드에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촛불이나 태양의 빛을 이용해 렌즈에 투과한 뒤 밖의 벽에 비치도록 한 장치입니다. 이것은 호롱불 방식인데 1896년 제품입니다. 보기에는 아주 우습게 보일지 몰라도, 당시 대귀족들의 장난감이었습니다.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도 매직랜턴 이야기가 나옵니다.

뽀빠이가 아니라 파파이 - 시금치 먹고 힘을 쓰던 만화 <뽀빠이> 아시죠? 그런데, 제대로 된 이름은 '뽀빠이'가 아니라 '파파이'입니다. 일본 사람들이 자기 식으로 발음한 것을 우리가 가져온 거죠. 패스트푸드점 '파파이스' 있잖아요? 그게 뽀빠이 가족이란 뜻이에요.

타프 - 지금 작가가 종이 위에서 그리는 모습 보이시죠? 이 애니메이션 작화지가 '타프'에요. 구멍이 세 개 뚫려 있는데, 전세계 어디나 종이 모양이 똑같습니다. 이 종이 구멍을 세 개의 쇠받침에 맞추는데, 이게 없으면 촬영할 때 그린 그림들이 흔들리게 되거든요.

박물관의 보물들 - (이 양철 인형은 굉장히 비싼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소더비에서도 인기리에 거래되고 있다고 들었고…) 맞습니다. 몇 천만원에 거래되는 작품이에요. 이외에도 귀한 것들이 많아요. 1917년은 일본 애니메이션이 탄생된 시기거든요. 그런데 1920년대 페이퍼 필름이 6롤이나 박물관에 보관돼 있어요.

나만의 물건 확보 비법 - 애니메이션 관련 옛날 물건들은 정가가 없어요. 부르는 게 값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그냥 여러 개를 묶어서 통으로 사요. 좌판에 벌어진 것을 다 사기도 하고, 아예 창고를 통째로 산 적도 있어요. 제가 마음에 드는 게 있다고 콕 집으면, 상인이 안 팔아요. 그리곤 값을 무한정 높게 불러요. 제가 언젠가는 올 것이라는 것을 알거든요. 1920년대 일본 필름은 통으로 산 물건 가운데 영사기가 하나 있었는데, 그 속에 있던 것이었어요. 정말 보물 건진 거죠.

애니메이션의 역사

애니메이션 - 애니메이션(Animation)이란 말은 희랍어의 'Animal(동물)', 라틴어의 'Anima'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여기 소그림 보이죠. 앞다리가 네 개 뒷다리가 네 개인데, 다리 두 개는 뚜렷하고, 나머지 두 개는 흐릿하거든요. 이게 달리는 모습을 표현한 겁니다. 생명이 없는 사물에 생명을 부여하는 작업이 바로 애니메이션입니다(Animate란 뜻은 '생명을 불어넣다, 활동시키다'란 의미다).

애니메이션이 영화보다 빨라 - 영화의 기원을 이야기할 때 흔히 1895년 <열차 도착> 등을 상영한 뤼미에르 형제를 이야기합니다. 프랑스의 에밀 레이노는 이미 1888년 동화를 영사하는 장치인 프락시노스코프를 발명하고 4년 동안이나 시사회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사기를 세계 최초로 발명한 사람도 에디슨입니다. 단지 그는 1인용 기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다수를 대상으로 한 시네마그래프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죠.

증기선 윌리와 미키 마우스의 등장 - 미키 마우스가 최초로 등장한 작품이 1928년작 <증기선 윌리>입니다. 또한 이 작품은 최초의 토키(발성) 영화이기도 한데, 선녹음 후작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녹음에다가 그림을 맞추었기 때문에 대사와 그림이 일치하는 이점이 있었지만, 작업이 무척 까다로웠습니다. 1932년에는 최초의 컬러 애니메이션이 나왔고, 1937년에는 최초의 완전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나왔습니다. 그전에는 다른 작품 중간 중간에 끼워 넣는 광고 형식의 작품이었거든요.

디즈니 <인어공주> 성공 이후 문화 산업 관심 증대 - 1992년은 월트 디즈니의 <인어공주>가 개봉돼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해입니다. 이 때 현대자동차가 1년 동안 판매한 자동차보다 애니메이션 한 편이 더 많은 돈을 벌었다는 기사와 함께 '문화산업'이란 말이 큰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1953년 디즈니 작품 <피터팬>과 로버트 태권V - 1953년작 <피터팬>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모았어요. 그런데 이 작품은 단순히 인기를 끌었다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애니메이터들이 이 작품에서 큰 감명을 받아, 한국 애니메이션의 밑거름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김청기 감독도 이 작품에 얼마나 많은 감명을 받았는지, 팅커벨이 하늘을 나는 장면을 본따, < 태권V >에서 메리가 하늘을 비행하는 장면을 집어넣었습니다.

한국의 애니메이션

< 태권V >는 애초 그레이트 마징가 모양 - 처음 김청기 감독이 태권V 도안을 그렸을 때 나온 모양은 지금 상영된 모양이 아니었습니다. 그레이트 마징가의 모양을 그대로 가져왔지요. 이름도 '마징거 태권'이었구요. 그런데 김청기 감독도 모방에 대해서 심적 갈등을 많이 겪었던 모양입니다. 당시 스튜디오가 세종로에 있었는데, 그 곳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이 보였거든요. 그 모양을 보고 저 거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투구 모양이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 가져온 것이지요.

태권V를 일본 로봇의 모방이라고 혹평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태권V가 일본 로봇에 영향을 끼친 바도 큽니다. 원래 일본 로봇물에서는 무술 로봇이 없었어요. 모두 무기 로봇이었거든요. 그런데, 김청기 감독이 무술 로봇 개념을 도입하자, 일본에서도 무술 로봇 개념이 만들어졌어요. 문화라는 게 일방적인 것은 없거든요(< 태권V > 시리즈는 3탄까지 상영됐지만, 시나리오는 4탄까지 나왔다. 지상학 각본의 '지하 대탈출'이란 제목의 시나리오가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 태권V >는 반공물 - < 태권V >는 반공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보시겠어요(그가 가리킨 < 로버트태권V > 대본에는 '반공 주체사상을 고취하기 위한 계몽성 작품'이란 글이 쓰여 있었다).

세계 최초의 입체 만화 영화 <스타 체이서> - 당시 천하의 월트 디즈니사조차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던 입체 만화 영화를 최초로 실행에 온긴 나라가 바로 우리 나라입니다. 1978년에 한호흥업을 설립했던 재미 교포 스티브 한(한상호)이 <스타 체이서>를 만들었는데, 이게 세계 최초의 3D MAX 입체 만화 영화로 제작됐습니다.

애니메이션 작업 자체가 고난이도의 작업이지만 입체 만화 영화의 경우 같은 시각적 착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고, 좌우 시각에 따라 각각 다른 그림을 그리는 등 작업이 무척 어렵습니다. 미국에서도 잘 만든 수작이라고 호평을 얻었지만, 결국 흥행에 실패하고, 스티브 한은 미국으로 도피합니다. 이 작품은 1992년 SBS 개국 기념으로 상영된 바 있습니다.

<독수리 5형제> <슈퍼맨> 등 모두 한국에서 작업 - 이 카메라가 코첼입니다. 미국산 미첼 카메라가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 개량했다고 해서 코리아 미첼, 즉 코첼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우리 나라가 OEM 제작을 많이 하는데, <독수리 5형제> <스파이더맨> <슈퍼맨> 등을 모두 이 카메라로 작업했습니다.

국내 최초 상영된 애니메이션은 <럭키치약> - 국내에서 최초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은 1936년작 <개꿈>입니다. 당시 <조선일보>에 제작되고 있다는 기사가 났는데, 상영됐다는 기사는 없는 것으로 봐서 상영은 안된 모양입니다. 한참 전쟁이 격화될 때였으니까요. 최초로 상영된 애니메이션은 1956년작 <럭키치약>이며, 홍보용이 아니라 순수하게 만들어진 최초의 작품은 1961년작 <개미와 베짱이>입니다(박물관을 구경하면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이야기가 이뤄진 부분은 옛날 만화가게와 애니메이션이 상영되던 1970년대 극장을 재현한 공간에서였다).

국내 애니메이션 몰락 안타까워 - 1970년대 < 태권V >가 만들어낸 애니메이션 열풍은 대단했습니다. 전국적으로 태권도 도장이 성황을 맞이했고, 책가방 공책 등 팬시 상품에서도 태권V는 인기였습니다. 그런데, 국내업체들이 손쉬운 오이엠(OEM,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에 안주하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1980년대 태권V도 일본 완구업체의 요청에 의해 작품을 만들면서 외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완구업체가 자신들의 장난감을 판매하기 위해 만든 금형 모양 그대로 애니메이션 제작을 요구했거든요.

아키라의 국내개봉명 <폭풍소년> - 이 작품이 <아키라>입니다. 그런데, 이걸 홍콩 영화로 소개하면서 제목을 <폭풍소년>으로 바꿔 개봉했습니다. 뒤에 문제가 생겨 서둘러 막을 내렸죠. <공각기동대>는 미국의 영화 감독들에게 아주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매트릭스> <제5원소>가 만들어지는 데 모티브가 됐습니다. 반딧불의 묘는 일본을 전쟁의 피해자로 그려 논란이 된 작품입니다.

스머프 '공산주의 사상' 때문에 국내 개봉 못할 뻔 - 잘 아시다시피 스머프는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작품입니다. 그 때문에 처음에 우리 나라에서는 작품 수입을 불허했습니다. 그러다가 미국의 요구로 결국 수입하게 돼 방영이 됐지요.

애니메이션과 문화산업

국내 캐릭터 산업은 세계 3위 - 최근 우리 나라 애니메이션은 <마리이야기> <오세암> 등이 2년 연속 안시페스티벌에서 수상하면서 큰 성장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극장 흥행에까지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지만, 국내 캐릭터 산업이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권이기 때문에 충분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훨씬 일찍 시작한 유럽도 캐릭터 산업은 이제 초창기거든요.

유럽은 단편 중심, 미국은 비작가주의 - 유럽 애니메이션은 단편 중심입니다. 그러다가 미국 자본이 들어오면서 장편화가 되기 시작합니다. 단편인 <윌레스와 그로밋> <치킨런>이 모두 미국 자본으로 장편화된 경우들입니다. 그리고 미국이 다른 나라와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이 작가주의 전통이 없다는 것입니다. 일본이나 우리 나라의 경우 누구 누구의 작품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미국은 '어느 회사의 작품'이라고 이야기됩니다. 분업화된 시스템 속에서 각자 그림을 나눠서 그리기 때문에 누구의 작품이라고 말하기 곤란한 거지요.

일본 애니메이션 CD 100만장 판매 - 일본은 만화영화 주제가 싱글 음반이 100만장이나 팔리는 나라입니다. 애니메이션에 관한 한 대단한 나라입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상품을 기획해서 팔기도 합니다. 핀란드에 <무민>이란 전래 동화가 있는데, 이것을 미야자키 하야오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습니다. 기획을 판 것이죠. 핀란드는 자기 것이라고 하는데, 동화 내용만 자기 것이고, 애니메이션은 일본 작품이죠.

아시아 최초의 애니메이션 제작국가 인도 - 흔히 아시아 최초의 애니메이션 제작 국가를 꼽으라면 일본을 꼽는데, 인도가 더 빠릅니다. 인도가 1916년에 제작해서 일본보다 1년이 빠릅니다. 제가 자료확인을 한 내용인데, 정작 인도 사람들도 잘 모르더라구요.

애니메이션과 춘천

춘천의 한계가 애니도시로 변신 이끌어 - 춘천에 왜 애니메이션 산업이 발달하게 됐는지 궁금하시죠?(예) 춘천은 수도권의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산업 발전에 많은 제약을 받았습니다. 제약이 있는 상태에서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분야를 찾다가, 문화 산업에서 미래를 발견했습니다. 인구 5만의 작은 도시이지만 안시애니메이션페스티벌로 풍족하게 살고 있는 프랑스 안시가 좋은 모델이지요. 96년 가을만화축제를 개최하면서 상황을 파악한 뒤, 97년 국제만화축제로 확대하고, 98년부터 본격적으로 외국인들을 초청하기 시작했습니다.

로버트태권V 대형 캐릭터 만들 예정 - 한국애니메이션박물관 옆에 의암호가 있다. 그 안에다가 대형 태권V 캐릭터를 만드는 것을 구상중이다. 우리 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를 전시한다는 것은 '이슈 파이팅' 측면에서 효과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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