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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 부친의 일제하 헌병 경력이 친일시비로 치닫고 있다. 사진은 올 1월 26일 전남지방경찰청 방문 당시 경찰청 회의실에 걸려있는 부친(11대 전남지방경찰청장)의 사진을 가리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신 의장(노란색 점퍼차림).
ⓒ 오마이뉴스 안현주

한도 끝도 없다. 친일문제를 둘러싼 시비가 그 끝을 가늠키 어려운 지경이다. 90년대 들어 역사학계에서 연구 차원에서 본격 시작된 친일문제가 그 불길이 정치권으로 옮겨 붙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군 복무 경력 등을 두고 정치권이 친일시비 회오리에 시달리더니 이번엔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의 부친 건이 다시 불거졌다. 신 의장의 부친이 일제 말 헌병 오장(하사)을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

신 의장이 사실을 시인한만큼 진실 논란은 끝이 났다. 그러나 이를 제 때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은 모처럼 호재를 만난 듯 하며, 열린우리당 내의 반발도 적지 않은 듯 하다.

결론을 앞세우면 신 의장은 당 의장 직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

첫째, 여당 의장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통해 이번 기회에 확실한 친일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열린우리당은 친일진상규명특별법 개정작업 등을 통해 친일문제 등 과거사 청산을 주도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같은 활동을 통해 당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고 사회개혁을 견인해내려는 목적으로 당 차원에서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신 의장은 어제 저녁 부친 관련 내용이 언론에 첫 보도되자 민생현안 점검차 내려가 있던 부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신 의장은 우선 자신의 부친 전력이 친일진상규명 작업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신 의장은 특히 "어떤 경우에도 친일진상 규명을 철저히 해야 하며, 친일잔재 청산도 철저히 해야 한다는게 저의 신념"이라며 "선친의 경우도 친일진상규명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군에 있을 당시 고위직은 아니었지만 조사하겠다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인 바도 있다.

신 의장이 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입장이 진심이라면 신 의장은 의장직에서 즉각 사퇴해야 마땅하다. 사퇴의 변을 통해 "이번 기회에 친일진상 규명이 더욱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

둘째, 무엇보다 신 의장의 당당하지 못한 처세가 더 이상 당내외에서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정치 지도자는 신뢰감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 일전에 신 의장의 부친이 일제경찰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을 때 그는 '오보', '법적 대응' 운운한 바 있다.

이번에 <신동아> 9월호 보도로 진상이 드러나자 신 의장은 부친이 헌병을 지냈을 뿐 경찰을 지낸 것은 아니어서 그렇게 말했을 뿐이라는 식으로 해명했다. 해명치곤 궁색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인다. 꼭 밝혀져야 인정하고 사과하는가. 그런 정치지도자를 믿고 따를 국민과 당원은 이제 더이상 많지 않다는 것을 신 의장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여당은 과거 100년간에 걸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의 역사를 청산하기 위해 포괄적 과거사진상규명 특위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을 제외한 야당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어 특위 구성 가능성은 상당히 커 보인다.

바로 이같은 '대의'를 앞둔 시점에 부친의 친일시비가 일고 있는 신 의장이 여당의 대표를 맡고있는 것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많다. 신 의장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그것이 일본군 장교 아버지를 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친일전력이 있는 <조선> <동아> 등 거대언론사를 포함한 우리사회의 '반성않고 감추기 급급한 친일의 후예들'에게도 진상규명에 협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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