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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법무장관 취임식장에서의 강금실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올 때도 요란했는데, 갈 때도 요란하네요."

28일 청와대 경질방침이 전해진 뒤 과천 법무부 청사에 몰린 기자들에게 강금실(사시 23회) 법무부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지난해 2월 27일 참여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40대 여성인 그가 임명되자 법무부와 검찰의 반응은 '파격' '파란' '경악' 등이었다.

서열구조사회인 검찰에서, 사시 12회인 당시 김각영 검찰총장과 11회 차이가 나는 데다, 법무부 사상 최초의 여성장관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부 검사들은 "정권이 검찰에 모멸감을 주려는 것 같다"고 했으며, 취임식에 참석한 한 간부는 '장관에 대한 경례'에서 목례를 하지 않기도 했다.

강 장관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기본 방안은 권력분산과 균형, 철저한 수사권 보장과 철저한 견제"라며 "수사권은 검찰, 인사권은 법무부라는 원칙을 확실히 하고 법무부를 전문행정기관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또 "인권, 여성, 아동 등 사회적 약자 보호와 출입국관리, 이주노동자, 난민 문제 등 너무 할 일이 많다"며 의욕을 나타냈다.

검찰인사, 수사독립에 상당한 성과…사회적 약자에 큰 관심

그는 퇴임 때까지 상당부분 이런 약속을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 정치적 독립과 검찰인사를 쇄신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면서, 전체적인 물줄기를 바꿔내는 기반을 다졌다는 것.

취임직후인 지난 해 3월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인사에서 기수와 서열을 파괴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했으나, 이에 대해 검찰이 조직적으로 반발해 사상 초유의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 같은 파란 속에서도 상당한 물갈이를 이뤄냈다. 같은 해 8월 중간간부 인사도 '경향교류' '능력인사' 원칙을 관철시켜내 검찰내부의 호응을 끌어냈다.

일부인 '귀족검사'들은 법무부와 검찰만을 오가고 대다수 검사들은 별다른 기회를 얻지도 못한 채 지방을 오가다 옷을 벗는 상황을 해소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몇 번만 더 이렇게 인사하면 검찰을 확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또 검사동일체 원칙과 준법서약서를 없애는 한편 검찰 형사부 기능강화 등을 이뤄냈으며, 호주제폐지·보호감호제 대폭손질·교정환경 개선 작업을 비롯해 여성과 장애인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취임 직후부터 시작된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 재수사·굿모닝시티 분양사기 사건·현대비자금 사건 등 정국을 강타한 민감한 정치적 사건에서 '검찰수사 불개입'이라는 자신의 공언을 지켜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이를 기반으로 검찰은 사상 처음으로 '살아있는 권력'인 현직 대통령의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를 벌여, 정권을 위기상태에 빠뜨리기까지 했다. 강 장관에 대해 비판적인 검사들도 이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하는 분위기다.

검찰조직 장악에는 한계 드러내

이 같은 업적에 비해 조직장악에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검사 감찰권의 법무부 이양문제, 촛불시위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사전보고 누락 파문에 이어,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와 고위공직자조사비리처 신설을 둘러싸고는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 반발하기도 했다.

또 대선자금 수사과정에서 '역차별'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여권의 불만도 깊었다. 결국, 강 장관의 업적과 높은 대중적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조직장악력 부족에 대한 청와대·여당의 불만이 최장수 장관으로 예상되던 그를 끌어내리게 했다.

애당초 참여정부의 비검찰 출신 여성장관이 검찰조직을 실제적으로 장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검찰의 한 중간간부는 "검사들은 기본적으로 우등생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잘 다독이면 따라오지만 한번 자존심을 상하면 자살할 수도 있다"며 "참여정부 초기부터 심하게 흔들어놔 전반적으로 거부분위기가 강해, 이를 넘어서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안타깝다"

진보·개혁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강 장관의 경질에 대해 비판적이다. 참여연대 소속의 한 변호사는 "현 정권의 검찰개혁 방향과 철학을 의심케 한다"며 "상황에 따라 장관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지만 일관된 방향을 갖고 있다면, 후임에 비슷한 성향의 인사를 앉혀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의욕을 갖고 있다 물러난 강 장관이 아니라 청와대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이 부회장을 지냈던 민변의 한 관계자도 "현정권과 임기를 같이하는 장관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며 "본격적으로 일을 할 만한 상황에서 바꾼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솔직한 언행과 당당한 태도로 취임 직후부터 큰 인기를 누렸다. '강효리'라는 말을 들으면서 그를 다룬 책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일종의 문화현상으로 다뤄졌다. 검사를 '눈사람'으로 비유하는 이메일을 검사들에게 직접 보내고, 단체 영화관람이나 검사장들과의 오찬장에서 클래식 감상 등 일찍이 검사사회에 없었던 모습을 보였다.

불화설이 나돌던 송광수 총장과 보신탕집에서 회동해 폭탄주를 함께 마시고, 팔짱을 끼는 파격도 있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총선의 승패를 가를 정도의 인물로 그를 평가해 적극적인 영입에 나서기도 했다. 강 장광은 유력한 여성 대선후보로도 꼽히고 있다. 퇴임 후에도 여전히 그의 행보를 주목케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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