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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 테러 공격 이후로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치르며 자신을 '전시 대통령' (war-time president)이라고 자칭해 온 부시 대통령이 20일 선거유세에서 '평화 대통령'(peace president)으로 자청하고 나섰다고 21일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부시는 이날 아이오와의 시다 레피드에서 벌인 선거 유세에서 9·11 테러공격을 상기시키며 "적은 우리에 대해 전쟁을 선언했다"면서 이라크전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고 "어느 누구도 전시 대통령이 되기를 원하지 않으며 나는 평화 대통령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부시는 이어 "우리는 지금껏 전쟁을 향해 진군해 왔으나, 이제는 평화를 향해 행진해야 한다"면서 "내가 재선되면 다음 4년은 평화로운 해들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유세에서 '평화' 또는 '평화로운' 이라는 단어를 20차례나 사용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부시는 이날 연설에서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통해 미국을 안전하게 하는 일을 이미 잘 수행해 왔으며 자신이 재선되어 이 일을 완성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두 전쟁을 통해 미국이 더욱 안전해 졌다는 부시의 이 같은 주장은 일반 미국민들의 현실 인식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말 이라크 민간정부에 정권이 이양된 이후에도 이라크에서는 여전히 미군 사상자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선거 전후로 미국 내에 또 다른 테러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미 정보기관의 경고로 일반 국민들의 불안감이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개전 이후 900번째 미군 사망

부시가 이날 연설하고 있던 시각에 이라크 바그다드 북쪽 45마일 지점에서는 2명의 해병이 순찰 도중 총격을 받고 사망했으며, 수 시간 뒤인 21일에는 지난 3월 이라크전이 개시된 이래 900번째의 미군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3월말까지만 해도 부시 대통령은 각종 유세와 연설 때마다 자신이 전시 지도자임을 내세워 911 이후로 국가안보에 온 신경이 집중해 있던 보수층 미국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왔다.

그러나 부시는 4월에 들어서면서 포로학대사건이 터져 여론이 들끓으면서 국내외에서 이라크전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이라크전에 대한 지지도는 물론 재선을 노리던 부시 자신에 대한 지지도가 폭락하게 되면서 '전시 대통령'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던 것을 슬그머니 철회했다.

그는 대신 자신을 가리켜 '미국을 안전하게 만든 대통령' 이라는 구절을 주로 사용해 왔다. 부시는 이라크전에 대해서도 '테러전' 이라는 표현을 줄이고 ‘민주화를 위한 전쟁'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해 왔다.

공화당 일각의 선거 전략가들은 이라크 사태가 쉽사리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일찌감치 부시에게 이라크전에 초점을 맞춘 선거연설을 자제할 것을 권유해 왔다. 말썽많은 이라크전 이슈를 부각시켜 케리 진영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기보다는 호전되고 있는 경제 문제 등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결국 부시가 이날 유세에서 느닷없이 20차례나 '평화' 또는 '평화로운'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이라크 악재를 피하고 평상시의 일상적인 국민생활에 대한 이슈로 옮겨가 현재의 열세를 만회해 보자는 적극적인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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