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내원사 오르는 길. 나무숲 사이로 난 저 비포장 길 끝은 천당일 것만 같았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지난 18일 하루 전날 비가 내려 더욱 맑아 보이는 양산 천성산 내원사 계곡을 찾았다. 보름 전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 인터뷰를 위해 찾았는데 그때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계곡이다.

매표소와 내원사 사이 중간쯤 닿았을 때 폭포수가 흘러내렸다. 길옆에 있는 바위 꼭대기에서 흘러내린 물은 영락없는 폭포였다. 평소에는 물이 없지만 비가 온 뒤에는 왠만한 폭포보다 더 장엄하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차를 세워놓고 폭포를 바라보고 있으니 도시에 찌든 마음까지 씻어주는 것 같았다.

▲ 내원사로 오르는 길 중간에 있는 바위에서 흘러내리는 폭포수. 마른 날보다 비온 뒤에 가서 보면 폭포수를 뚜렷하게 감상할 수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내원사 입구에 닿으니 비포장 길이다. 포장길보다 훨씬 더 좋았다. 길옆 나무마다 손바닥 만한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거렸다. 한 웅큼 따서 손에 꽉 쥐면 이내 푸른 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계곡은 힘이 있었다. 물줄기는 세차게 흘러내렸다. 한 복판에는 소용돌이도 생겼다. 하루 전날 장대비가 내린 뒤라 물은 계곡에 빈틈도 주지 않고 흘러내렸다. 차를 타고 오르다가 순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중간에 세워두고 걸었다. 오솔길을 따라 걸으니 '제2의 금강산'이라 불릴 만한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졌다.

매표소에서 내원사까지는 2.3km 거리다. 차를 타고 오를 수도 있지만, 주차장에 세워두고 걷는 게 더 좋다.

비구니 수도절로 잘 알려진 내원사는 신라 선덕여왕 15년(646)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6·25 때 불탄 것을 1958년에 수옥 비구니가 재건했다. 내원사 경내에 들어서면 천성산 등성이가 어머니의 가슴처럼 보인다.

내원사는 다른 유명한 절과는 다르게 그리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편안함을 준다. 천성산 중턱에 자리잡아 산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도 더 그런 느낌을 준다.

내원사 계곡에서는 다람쥐며 청솔모를 쉽게 만난다. 그만큼 자연 그대로 보전이 잘 되어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천성산을 관통해 고속철도 터널이 뚫린다고 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때가 되었을 때도 다람쥐들을 쉽게 만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내원사에서 지율 스님을 만날 수가 없었다. 스님은 6월 30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고속철도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내원사 대웅전 마루에 앉으니 천성산 꼭대기가 한 눈에 들어왔다. 천성산과 지율 스님을 생각하며 한없이 앉아 있다가 내려왔다.

▲ 내원사 계곡물과 천성산, 그리고 푸른 하늘이 하나의 빛깔을 자아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 내원사 경내에서 바라본 천성산 꼭대기.
ⓒ 오마이뉴스 윤성효

▲ 내원사 입구 숲에는 사람들이 쌓아놓은 돌탑들이 간간이 눈에 보인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 내원사의 단청.
ⓒ 오마이뉴스 윤성효

▲ 내원사의 큰 솥.
ⓒ 오마이뉴스 윤성효

▲ 내원사 경내.
ⓒ 오마이뉴스 윤성효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