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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세웅 신부는 "박정희 유신독재, 한일협정 그리고 오늘 우리 사회에 만연된 수구세력의 뿌리는 아직 청산하지 않은 친일의 역사에 있다"고 성토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박해받은 양심의 사도로 불리는 함세웅(62) 신부. 30여년간 민주화운동을 해오면서 <조선일보> <동아일보>를 직접 겨냥해 비판한 적이 없는 그가 최근 친일진상규명법 논란, 김수환 추기경 비판 시비, 언론개혁 등에 대해 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함 신부는 지난 2일과 14일 양일간 <오마이뉴스>와 만나 "일제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것이 우리 민족의 원죄"라며 "박정희 유신독재, 한일협정 그리고 오늘 우리 사회에 만연된 수구세력의 뿌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본류는 박정희 유신독재, 친일세력파로 전두환, 노태우 정권파로 이루어진 세력"이라며 "이들이 지금 의문사위나 민주화보상위의 대상자들을 탄압한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일제잔재 청산하지 못한 게 우리 민족의 원죄"

'양심적 사도' 함세웅 신부는 누구?

1942년 서울서 태어난 함세웅 신부는 1965년 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로마 울바노대 대학원에서 석사, 1973 이탈리아 로마 그레고리오 대학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뒤 연희동성당, 응암동성당을 거쳐 가톨릭대학교 신학대 신학과 교수, 한국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인권위원장, 천주교 서울 대교구 홍보국장, 평화신문과 평화방송 사장을 역임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산파역을 맡았던 함 신부는 70~80년대 천주교정의구현 전국 사제단 활동을 통해 본격적으로 인권회복과 민주화운동을 시작했고, 박해받는 이들의 피난처 노릇을 톡톡히 했다. 76년 3·1절 명동성당 미사사건 등으로 두 차례 투옥되기도 했다.

그는 현재 기쁨과 희망 사목연구원 원장,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 고문, 그리고 서울 제기동성당 주임신부로 일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고난의 땅 거룩한 땅> <약자의 벗, 약자의 하느님> <말씀이 몽치가 되어> <불을 지르러 오신 예수> <왜 사제인가> <멍에와 십자가> 등이 있다. / 장윤선 기자
함 신부는 "지난 20∼30년간 <조선일보>는 거짓된 정보와 왜곡으로 우리 국민의 건강한 이성을 일그러뜨렸다"며 "지난 20∼30년간의 잘못을 정화시키기 위해서는 다시 20∼30년동안 기자들과 독자 모두 피눈물나는 정화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선일보>가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성직자들을 진정으로 존경하는지 묻고 싶다"며 "존경하지도 않으면서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을 대리해서 하도록 하는 것은 국민들을 묘하게 속이는 거짓이며 이러한 유형이 바로 우상화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성직자들이 <조선일보>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며 "<조선일보>는 그들의 객관적 발언을 묘하게 시대와 연계해 거짓의 정당화로 포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함 신부는 "<조선일보> 신입기자들의 초심이 희망의 원천이자 언론개혁의 초석"이라며 "신입기자들이 언론현장에서 갖는 내적 갈등과 커다란 회의를 묻어두지 말고 분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함 신부와 나눈 일문일답.

"가족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기자들이 되소서"

- 여야 의원 171명은 지난 14일 친일반민족 행위의 조사 범위를 확대한 '일제 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습니다. 이 법안의 의미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1945년 8월 15일 일제강점에서부터 해방된 지 60여 년이 지났는데도 우리는 지금도 친일문제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순국선열들에게 역사적으로 죄를 지은 것이며 우리 자신과 후손들 앞에 너무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것이 우리 민족의 원죄입니다. 박정희 유신독재, 한일협정 그리고 오늘 우리 사회에 만연된 수구세력의 뿌리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한나라당은 이 법안의 제출에 대해 "정치적 목적이 담긴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런 한나라당의 입장에 대해 신부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늘이 웃고 땅이 웃습니다. 한나라당의 뿌리가 어디에 있습니까? 한나라당에는 여러 부류, 여러 시기의 정치인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본류는 박정희 유신독재, 친일세력파로 전두환, 노태우 정권파로 이루어진 분들이며 이들은 바로 의문사 진상위나 민주화 보상위의 대상자들을 탄압한 장본인들입니다.

둘째 부류는 김영삼 대통령과 함께 한 이른바 민주계 인사들인데 이분들은 그 삶의 과정에서 이 법의 근본정신을 잘 알고 있는 분들인데 함께 살다보니 본의 아니게 물든 분들이고, 세 번째는 그 이후 이회창씨 등과 뒤에 동참한 분들로서 비유로 말하자면 제일 어린 막내에 해당됩니다. 어리기 때문에 옛날 일을 잘 모를 수 있지만, 그러나 한집에서 같은 밥을 나누고 있다면 그만큼의 책임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 이번 사안에 대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보도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정론이란 정직한 언론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두 신문은 정론지가 아니라 거짓된 신문입니다. 1975년 <동아일보>는 무려 140여명의 자유언론기자들을 쫓아냈고 조선일보는 30여명의 기자들을 해고했습니다.

역사 앞에 그리고 자녀들과 가족들 앞에 정직한 기자, 정직한 언론이기를 바랍니다. <조선>과 <동아>는 창업주의 부끄러운 과거를 용기 있게 고백하고 역사 앞에 새로 태어나야 합니다. 그것이 언론의 정도인데 정도를 외면하니 안타깝습니다."

- 신부님께서는 지난 30년간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가장 첨예하게 느낀 <조선일보>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감옥에서 읽은 책 중에서 이름을 잊었는데 한 독일 철학자의 말을 마음에 되새기고 있습니다. '상한 음식만 사람을 해치는 것이 아닙니다. 상한 언어, 상한 사고, 상한 말이 인간의 사고를 썩힌다'는 것입니다. 저는 <조선일보>의 왜곡된 정보와 거짓말이 우리 국민의 사고를 썩게 하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언론개혁과 정화운동이 바로 죄와 맞서 싸우는 신앙인의 소명임을 확인했습니다. <조선일보>의 거짓활자가 우리의 사고를 부패하게 만드는 것이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겠습니까? 또 양심적 행동을 위한 수양도 많이 했겠지요. 그런데 정작 기자들이 <조선일보>에 들어가면 정론을 펼치는 데 힘을 쏟는 게 아니라 왜곡을 시키는 데 온 힘을 쏟는 것 같아요. 저는 그 점이 참으로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저는 <조선일보> 신입기자들의 초심이 희망의 원천이며 언론개혁의 초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입기자들이 언론현장에서 갖는 그 내적 갈등과 커다란 회의를 묻어두지 말고 함께 분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들 모두 초심의 순수성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언론개혁과 정치개혁의 함수

- 신부님께서는 지난 민주화운동 시절 <조선일보>가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70년대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신문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였습니다. 당시 지학순 주교님이 학생들을 도와주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셨습니다. 그때 우리는 지 주교님의 석방운동을 벌였지요.

그런데 신문에 관련사실이 실린 몇 자는 그야말로 핵심과 무관한 부차적 내용뿐이었습니다. 도대체 신문이 이럴 수가 있는가 하고 저희는 너무도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목숨 걸고 뛰었던 현장의 생동감과 진실은 다 지나가 버리고 이러한 왜곡된 글자 곧 몇 줄의 거짓보도가 그 당시의 역사기록으로 남고 후대에 학자들은 그 기록을 기초로 연구하고 종합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 함 신부는 "지난 20∼30년간 <조선일보>는 거짓된 정보와 왜곡으로 우리 국민의 건강한 이성을 일그러뜨렸다"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우리의 역사기록이라는 것들은 사실 따지고 보면 이렇게 거짓된 기록에 기초된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100, 200년 전의 일이라면 몰라도 우리가 살았던 그리고 살고 있는 바로 눈앞의 일이 우리가 이렇게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도 왜곡되고 거짓으로 기록되고 있는 이 현실을 보면서 저는 모든 것을 근원적으로 성찰하게 되었답니다.

체제와 언론도 한 가지입니다. 저희는 나타난 현실에 대해서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그 거짓현실을 지탱하고 있는 거짓뿌리를 함께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언론에 대해 관심을 갖게된 것은 바로 기자들 덕분이었습니다.

76년 9월 26일, 정의구현사제단이 1차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사제들이 처음으로 명동성당 밖에서 시위를 했어요. 그때 기자들이 우리더러 '언론인 각성하라'고 외치라고 해서 외쳤습니다. 그때는 기자들이 이렇게 민주화운동에 동참했고 우리를 가르친 셈입니다.

그때 기자들이 와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반민족신문이라고 알려주었답니다. 우리는 깜짝 놀랐지요. 그 동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민족신문이라고 알고 배워 왔으니까요. 또, 자유당 치하에서는 그래도 자유당 독재를 비판한 신문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고 기자들이 말해준 거예요. 특히 <조선일보>는 일제 때부터 태생적 한계를 가진 신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때 성명을 내면 <조선일보>는 그 내용을 왜곡시켰습니다. 70년대 우리가 민주화운동을 하던 그 당시에 선우휘씨가 <조선일보> 주필이었는데 정의구현사제단과 저의 행업을 1면의 특별 사설로 낸 거예요. 그 당시 사설은 원래 2면에 있었답니다.

1면의 특별사설은 큰 정치·사회적 엄청난 사건을 다루는 면이었는데, 정의구현사제단 비난의 글을 1면 사설로 실었으니 <조선일보>의 실체가 입증된 셈입니다. 어쨌든 저희는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을 하려고 천관우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천 선생님은 웃으시면서 그리고 언론인으로서 부끄럽다고 말씀하시면서 외면하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에 언론과 싸우는 것은 힘의 소모이니 일단 독재를 물리치고 그 다음에 언론개혁운동을 펼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때 <조선일보>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정의구현사제단의 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흠이 가는 내용으로 기사를 쓰고, 우리의 활동에 대해 '시국이 어려운데…' 뭐 이러면서 비난하고 그랬지요. 그러나 그때 국민들이 말은 못했지만 그런 신문을 보고 속으로 웃었습니다. 국민들은 모두 박정희 유신독재의 허구성과 언론의 거짓을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제들이 <조선일보>의 왜곡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힘을 가지고 거짓정권과 거짓언론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진실과 정의에 근거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75년 2∼3월경, 동아투위 140여명, 조선투위 30여명의 기자들이 무더기로 해고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정의구현사제단의 활동을 왜곡하는 것을 보면서 <조선일보>는 독재의 앞잡이구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KAL기 폭파사건은 고도의 정치적 공작"
함 신부, KAL사건·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입장개진

함세웅 신부는 15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공동체를 위한 병역의무는 성스럽고 아름다운 일이나 양심적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는 인정돼야 한다"며 "병역거부자들을 감옥에 가두지말고 대체복무 시킬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함 신부는 "일각에서는 양심을 핑계로 병역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는 목숨걸고 조국을 지키겠다는 애국청년들도 많다"며 "앞으로 직업군인제도를 정착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그는 KAL기 폭파사건에 대해 "그 동안 안기부 발표와 신문보도를 그대로 믿었으나 지난해 가을 KAL기 사건 가족들을 만난 이후 이 사건이 조작됐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노다 미네오의 책을 읽고 이 사건은 분명 일종의 시나리오에 의해 이뤄진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함 신부는 "KAL기폭파사건은 고도의 정치적 공작임이 분명하다"며 "가족들과 대책위에서는 안기부 당국자들에게 김현희와 함께 공개적 모임을 갖자고 제안했지만 그들은 지금까지도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 80∼90년대는 어땠습니까?
"전두환 신군부가 들어온 뒤에는 문부식으로 대표되는 부산 미 문화원 방화사건을 너무 왜곡했습니다. 그것은 아예 소설이었답니다. 열정에 불탄 20대 청년들의 결단을 희화한 기사와 거짓보도는 참으로 기가 막혔었습니다.

당시 가톨릭교회는 학생들을 보호해주고 자수도 주선하는 상황이었는데, <조선일보>가 가톨릭의 공식기구인 정의평화위원회에서 1982년 4월 26일 성명을 발표하면서 정부의 음해와 언론의 편파보도를 지적했습니다. 이때의 <조선일보>는 독재정권의 관보나 다름없었고 그야말로 선전과 선동의 도구였었습니다. 더구나 기자회견장에서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우리가 언론을 비판한다고 막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한심한 기자였습니다. 그래도 그날, 우리는 그 기자를 설득하고 달래면서 교육시켰습니다.

70년대에는 기자들 자신이 언론개혁을 함께 하자고 요청했었는데 80년대에는 이렇게 정 반대로 기자들이 오히려 왜곡보도를 앞장서서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80년대는 정말 암울했습니다. 70년대는 언론자유운동이 있었으나, 80년대는 완전히 독재정권과 사주에게 종속됐었습니다. <조선일보>가 전두환신군부독재 시절에 권력의 나팔수 노릇을 했다는 것은 우리가 현장에서 보아왔던 일입니다.

<조선일보>의 문화면 내용이 풍요롭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것도 사실은 정치·사회적 왜곡을 포장하기 위한 고도의 기술일 뿐입니다. 민주적 가치가 외면된 문화와 생활 소식은 일종의 마약과 같이 우리의 정신적 비판기능을 마비시킬 뿐입니다.

<조선일보>는 과거 민주화운동 이후 자신들의 왜곡 행태를 스스로 반성하거나 책임지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슬픈 일입니다. 독일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20∼30년간 <조선일보>는 거짓된 정보와 왜곡으로 우리 국민의 건강한 이성을 마비시키고, 사고를 부패시켰으며, 이성을 일그러뜨린, 그야말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큰 죄를 진 불의한 기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20∼30년간의 죄와 잘못을 뉘우치기 위해서는 20∼30년간의 피눈물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기자들과 독자들이 모두 정화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티조선운동 좀더 대중 속으로 가라"

▲ 함 신부는 "<조선>과 <동아>는 창업주의 부끄러운 과거를 용기 있게 고백하고 역사 앞에 새로 태어나라"고 주문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정화운동이 있을까요?
"안티조선운동 같은 시민운동 방식도 있겠지만 바라건대 <조선일보> 안의 건강한 기자들이 중심이 되어 내부에서 자정운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 신부님께서는 건강한 이성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조선일보>를 아예 안 보신다고 했는데, 어떤 계기를 통해 <조선일보>를 절독하게 된 것입니까?
"글쎄, 결정적 계기라면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동아투위와 조선투위 기자들의 해고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왜곡된 신문은 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짓된 신문을 접하면 사고에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조선일보>를 거부하고 꾸짖는 이유는 그 신문이 아무리 문화·생활적으로 도움을 준다고 해도 그 근본이 언론의 정도를 벗어난 왜곡된 것이기에 부지불식간에 거짓된 글을 통해 거짓된 사고가 우리에게 영향을 줍니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거짓 속임에 넘어가서는 안되지 않습니까?

<조선일보>를 극복하는 길은 상대적으로 건강한 신문들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그런 신문들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사실 70년대는 KBS, MBC도 마찬가지였습니다. 87년 6월 민중항쟁 때에는 시민들이 아예 KBS 취재차량을 불태운 적도 있었답니다. 그 당시 KBS시청료 납부거부운동도 있었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지난해에 KBS가 제대로 방송을 하니까 한나라당 국회위원들이 시청료 납부거부운동을 하자고 하는 것이에요. 역사란 돌고 돈다지만 너무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 같았답니다. 어쨌든 7,80년대에는 언론이 매우 부패하고 심각한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모두 똑같았던 KBS와 <조선일보>가 요즘은 처지가 바뀌어 KBS가 <조선일보>를 비판하고 있으니 참으로 기적 같은 역사적 진전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조선일보>가 변화되는 기적을 함께 이루어내야 합니다."

- 신부님께서는 기존의 안티조선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물리적으로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늘 그분들의 생각에 동조하고 그 분들의 헌신성에 대해 높이 평가합니다. 그들이 펼친 힘은 대단한 것입니다. 웅덩이의 더러운 물을 깨끗한 물 한 방울로 한번에 정화시킬 수는 없지만 그래도 깨끗한 물방울이 수천 수만 수억… 계속 떨어지면 언젠가 웅덩이의 물이 꼭 정화되리라는 신념으로 펼치고 있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분들의 대단한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 운동이 대중 속에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 대표적인 안티조선운동가인 강준만 교수는 <조선일보>에 글쓰는 진보적 지식인에 대해 힐난합니다. 신부님께서는 이른바 진보적 지식인들의 '조선일보 활용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우선 강준만 교수는 용기있는 학자, 대단한 분이라고 평가합니다. 한 개인이 거대 언론 <조선일보>와 맞서 싸워서 이기고 있지 않습니까. 그 이유는 강 교수님이 스스로 <조선일보>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웠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전존재를 걸고 철저하게 대결하는 용기는 우리 모두의 모범입니다.

사실 신문의 힘은 대단합니다. 지식인은 신문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고 이를 통해 사회적 명성도 얻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이것이 바로 걸림돌일 수 있습니다. 낚싯밥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낚시에 걸린 물고기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 점을 함께 명심했으면 합니다.

저는 모든 면에서 늘 브라질의 인권운동가이며 정의의 기수인 헬더까마라 주교님의 말씀을 되새깁니다. '우리는 모두 꿈을 지녀야 합니다. 만일 한 사람의 꿈이라면 하나의 꿈일 뿐이지만 그러나 만일 모두 같은 꿈을 지니고 있다면 그 꿈은 반드시 실현되고 꼭 현실화 될 것입니다.' 민주화도 통일도 한가지입니다. 그리고 <조선일보>와 같은 거짓신문을 정화시키는 방법도 이러한 모두의 꿈으로 꼭 실현되리라 확신합니다."

성직자와 <조선일보>

- <조선일보>는 지난 3월 신부님께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 내용 중 김수환 추기경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사설로도 썼습니다. 그와 같은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선일보>는 그야말로 큰 신문인데 그런 신문이 작은 언론일 수 있는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인용, 보도했습니다. 그 긴 내용 중에 <조선일보>는 촛불의 장엄한 의식과 한나라당의 잘못, 특히 <조선일보>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그야말로 인터뷰의 부록과 같은 김 추기경과 관련된 부분만 크게 뽑아서 인용했습니다. 학문적으로 평가하면 일종의 표절인데 표절도 제대로 하면 좋은데 왜곡된 표절이니 <조선일보>의 실력이 드러난 셈입니다.

저와 직접 인터뷰한 것도 아니고,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를 마치 자신의 취재인양 보도한 것도 문제지요. 게다가 그 다음날에는 사설로도 썼습니다. 그것이 과연 사설 감이 됩니까? 너무 부끄러운 일입니다.

저는 다만 이 기회에 <조선일보>가 참으로 김 추기경을 존경하고 그분의 뜻에 동감하는가를 묻고 싶습니다. <조선일보>는 70∼80년대에 김 추기경의 발언과 행업에 대해 늘 비난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김 추기경의 다소 보수적 견해를 이용하여 그 분을 높이 평가하는 듯한 글을 쓰고 있으니 참으로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추기경에 대한 비판을 장유유서의 관점에서 문제 제기한 것을 보고, 저는 <조선일보>가 김 추기경을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이용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언론이 장유유서의 관점에서만 정치사회에 대해 시대적 평가를 할 수 있습니까?

저희가 지난 1년간 김 추기경의 문제된 많은 발언에 대해 침묵해왔고 내심으로는 무척 고심했었습니다. 한국사회의 인권과 개혁을 위해 사제들과 학생들이 단식할 때는 찾아가지도 않던 분이 정치적 목적으로 단식하는 한나라당 최병렬 의원을 찾아가셨을 때 저희는 사실인가 하고 눈을 비볐었습니다.

그런데 촛불집회와 같은 장엄한 미사의 의미가 담긴 대중집회의 아름다운 의미를 폄훼하는 〈조선일보>가 추기경을 마치 존경하는 것처럼 그분을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 기사로 인해 오히려 김추기경의 명예를 실추시켰답니다. 참으로 김 추기경을 존경했다면 그렇게 졸렬한 기사를 쓰면 안되지요. 그것이 바로 <조선일보>의 전형적 우상화 수법입니다. 추기경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객관적 기준을 제시했어야 합니다."

- 최근 가톨릭 사제들의 정치적 발언이 신문지상에 자주 나옵니다. 정의채 신부는 현 정권을 비판하는 강연을 하기도 했는데요.
"정의채 신부님은 원래 철학교수입니다. 철학교수로서 삶과 정치를 비판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조선일보>가 신부님을 통해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을 철학자나 사제의 원론을 이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또한 <조선일보>에게 이용당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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