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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마지막으로 만난 이는 조선역사를 가르치는 교원 문달성(43)씨와 김영수(31)씨였다. 민족학교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일본학교에서는 하지 않는 조선어와 조선역사를 가르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에서 가르치는 것과는 많이 다르고 오히려 북한 쪽에 가깝다. 조선어만 해도 교과서 표기법부터 차이를 보일 뿐만 아니라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과 몇몇 고전 시들을 빼면 실려있는 작품들도 다르다.

역사 교과서도 북한의 사관에서 바라본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한국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 특히 기자가 참관한 ‘현대조선역사’ 수업은 분단 이후의 역사와 김일성의 업적을 다루고 있는 것이라 생소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문씨도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으며 “한국에서 배우던 것과 많이 다르죠?”라고 물었다. 그리고 이어 고구려와 발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 현안이 되고 있는 고구려와 발해 문제에 대해 남북한 역사학자들이 적극적으로 함께 대응을 해야한다는 요지의 말이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로 끝을 맺었다.

“예전에는 한국 학교에서 발해에 대해 가르치지 않았잖아요? 지금은 그나마 가르치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일본에서도 한국 교과서를 구해서 보면서 연구를 하거든요.”

아래는 이들 교원과의 인터뷰를 간추린 내용이다.

문달성 선생님(43)

- 교원이 된 계기
▲ 규슈조중고 문달성 선생님
ⓒ 장원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총련 장학생으로 조선대학교에 갔습니다. 역사지리학부를 졸업하고는 후쿠오카와 도쿄에서 사회생활을 3년 정도 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총련 사람이고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조차도 역사에 무관심하거나 단편적인 지식만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금의 학생들이 그렇게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학교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 교원 생활을 하면서 신조가 있다면?
"저는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모르기 때문에 잘못을 저지른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왜 나쁜 일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이지요. 저는 그런 학생들을 무작정 혼내기보다, 무엇이 왜 잘못된 것인지 알려주는 것이 교원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 교원 생활을 하면서 힘든 점
"지금 학생들은 대부분 교포 3세거나 4세입니다. 그만큼 느끼는 감정이나 고민하는 부분이 이전 세대와는 매우 다릅니다. 예전 1세대들은 극한의 상황에서 신념과 조국애를 가지고 동포 사회를 세웠습니다. 2세대들은 그 바탕 위에서 굳게 뭉쳐서 동포 사회를 지키고 확장시켰죠.

하지만 3, 4세대들은 이전 세대들이 느꼈던 감정적인 민족성을 그다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현대사에 대해서도 교과서에서 배운 단편적 지식만 가지고 있을 뿐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이전과 같은 방식의 투쟁과 운동을 바랄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방식은 바뀌더라도, 정신만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지금 교실에 앉아있는 3, 4세대들에게 어떻게 정신을 이어줄 것인가, 그 문제가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 학생들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를 얼마나 받아들이나?
"머리 속으로는 대부분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만 완전히 자신의 것이라고는 느끼지 못하죠. 유적을 직접 본 적도 없고, 언론에서 접하는 것과도 많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한 달 동안 평양을 방문하게 됩니다. 그 때 유적들도 많이 보고 역사에 대해서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 규슈조고 2학년 현대조선역사 수업시간
ⓒ 장원재
- 조일관계가 악화되면서 한국 언론에서는 총련계 학생들이 괴롭힘을 당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지금 일본학생과의 관계에 대해….
"한국 언론에서 보는 것처럼 일본 학생과의 관계가 나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전보다는 많이 좋아진 편입니다. 예전에는 치마저고리를 입고 다니면 괴롭히는 일본 학생들도 많았고, 그것을 이유로 한국 학생들과 일본 학생들과의 충돌도 종종 있었습니다. 더 이전에는 일본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을 만나면 인사를 하고 피해갔던 적도 있었습니다.

- 적대 감정이 전혀 없단 말인가?
"물론 아직도 적대 감정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너희 하나하나가 총련의 대표다. 너희 한 명이 싸움을 하거나 잘못을 하면, 총련 전체가 욕을 먹게 되고, 그만큼 총련에 대한 일본 사회의 인식이 나빠지게 된다. 또 그만큼 우리의 활동도 제약을 받게 된다. 그래서야 되겠는가? 다행히 학생들이 대부분 이러한 충고를 잘 받아들여서 충돌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 교원 생활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교육의 효과는 최소한 십 년은 지나야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10년이 넘게 지난 후 찾아온 제자에게서 그 때 배웠던 내용, 해줬던 충고가 삶을 더 나은 길로 이끄는데 도움이 됐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물론 가르쳤던 제자가 다시 교원이 되어서 돌아오는 경우에도 기쁘죠. 옆에 계신 김영수 선생님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집단적인 차원에서는 앞으로 10년 후에 가르쳤던 학생들이 동포사회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고 있다면, 그래서 동포 사회의 문화가 조금이나마 개선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김영수 선생님(31)

▲ 규슈조중고 김영수 선생님
ⓒ 장원재
- 지금 어느 과목을 누구에게 가르치고 있나?
"저는 이 곳에서 중고등학교 역사를 맡고 있습니다. 규슈조중고에서 역사는 다섯 과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조선사, 세계사, 사회, 조선 지리, 현대 조선 역사가 그것이죠. 저는 중2 조선역사, 고1 사회, 고2 현대조선역사, 고3 사회를 가르칩니다."

- 규슈조중고의 수업시간은 어떻게 되며, 일주일에 몇 시간을 가르치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6교시가 있습니다. 1교시 전에는 독서 시간이 30분 정도 있고, 6교시 이후에는 토론 모임이 있습니다. 토요일에는 학년별로 보충학습이나 과외 활동이 있지요. 저는 일주일에 열여섯 시간 수업이 있습니다. 학교에 전부 24명의 교원이 있는데 대부분 그 정도 수업을 합니다."

- 교원이 된 계기
"고등학교 3학년 때, 남한의 임수경씨가 방북을 했습니다. 그 사건을 보면서 동무들과 자주 토론을 했습니다. 주로 일본에서 태어나 자라온 우리에게 일본, 민족, 통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해서였죠. 그리고 3학년 때 평양으로 수학여행을 갔는데 마침 평양에서는 제 1차 범민족 대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 역사적인 현장 속에서 가슴 속에서 뜨겁게 치밀어 오르는 감동을 느꼈어요. 그 감동은 민족과 통일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다는 결심으로 이어졌죠.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선인을 조선인답게 하는 것, 그리고 일본 학교와 조선 학교와 다른 점은 조선말을 쓴다는 것과 조선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 아니겠어요? 전 이전부터 역사에도 관심이 있었고 해서 역사를 선택했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서 규슈조중고의 교사가 됐나?
"도쿄에 있는 조선대학교 역사지리학부를 95년에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졸업 후 3년간은 총련 중앙본부에서 일을 했지요. 그러다가 6년 전에 교원의 길을 택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학교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야마구치 현에 있는 조선 학교에서 교원 생활을 하다가 학교가 합쳐지면서 이리로 왔습니다. 지금은 2학년 1반 담임을 맡고 있습니다."

- 역사를 가르치면서 힘든 점
"조일관계가 악화되면서 지금 일본 언론에서는 악의적인 왜곡 보도가 자주 나옵니다. 그 보도를 접한 학생들이 가끔 제게 질문을 합니다. 왜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다르냐는 거지요. 그럴 때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할까, 곤란한 적이 많습니다."

- 그럴 때 실제 어떻게 대답하나?
"물론, 학교가 옳다고 얘기합니다(웃음)."

- 민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특징이 있나?
"예절이 바르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사회에서는 버릇없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규슈조고에서는 오히려 조선의 전통을 지키며 윗사람을 공경할 줄 아는 학생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기틀이 잡히지 않았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에는 유치원부터 계속 민족 학교를 다니는 경우가 많아서 일상생활 속에 예절이 뿌리박혀 있는 것 같습니다."

- 졸업 후 학생들의 진로
"졸업생의 30% 정도는 조선대학교에 진학을 합니다. 그리고 10% 정도는 일본 대학교에 진학을 하죠. 나머지는 전문 학교에 가거나 동포기업, 총련 신용조합, 총련 건강보험사, 총련 상공회 등, 주로 총련과 관련된 일자리를 얻습니다."

- 일본 대학교 진학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나?
"일본 학교에 가는 이들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 이외에 스스로 공부를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 학생들을 위해 특별히 다른 도움을 주기에는 학교 차원에서도 여력이 모자라기 때문이죠. 물론 일본 대학교에 진학한 총련 학생들을 위한 조직도 있습니다."

규슈조고의 현대조선역사 수업 참관기

기자가 참관한 수업은 문 선생님이 진행하는 고등부 2학년 현대조선역사 수업이었다.

교실에 들어가자 칠판 위에 걸린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가 눈에 띄었다. 중등부에서는 철거됐지만 고등부에서는 그대로인 모양이었다. 자리에 앉자 숙제 검사를 잠깐 한 다음 수업이 시작됐다.

오늘 처음 배울 내용은 ‘보통강 개수공사’ 였다. 공부중인 학생 옆에서 교과서를 훔쳐봤지만 생소한 내용이었다. 보통강으로 인한 피해와 그 공사가 갖는 의의에 대해 문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보통강 개수공사’는 1946년 시작됐으며 해방 후 첫번째 큰 공사였다. 이 공사를 통해 자연을 극복할 수 있다는 주체적 자신감을 갖게 됐으며 홍수의 피해로부터 평양을 해방시킬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교사는 수업 도중 가끔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스무 명 남짓한 수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비교적 활발하게 발표를 했다. 다만 발표 내용이 의문이나 이의 제기가 아니라 요약에 그치고 있는 점은 아쉬웠다.

그리고 ‘건국사상총동원운동’에 대한 수업이 이어졌다. 학생들의 수업 태도는 전반적으로 성실한 편이었다. 다만 수업이 사진이나 동영상 자료없이 교과서와 강의만으로 진행되어 약간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 장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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