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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1일 뉴질랜드 올림픽 위원회가 자신의 딸을 살해한 혐의로 복역한 바 있는 권투 선수 소울란 포운스비(29)를 오는 8월에 열리는 아테네 올림픽 대회에 출전할 국가 대표 권투 선수로 선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만약 그가 올림픽 미들급 권투 경기에서 메달을 딴다 할지라도, 나는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끄고 신문에 보도된 그의 얼굴은 검은 잉크로 지워버릴 것이다."

올림픽 위원회의 발표가 있고 난 바로 다음날인 지난 6월 22일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전화를 걸어 격앙된 목소리로 반대의 뜻을 밝힌 한 여성의 발언이다. 이 발언은 이번 결정에 대해 비판적인 국민들의 여론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뉴질랜드 올림픽 위원회의 발표 후 방송과 언론에 보도된 포운스비의 과거 범죄 사실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는 게 일반 국민들의 반응이다. 그가 과연 뉴질랜드를 대표해서 올림픽에 나갈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

논란의 중심에 있는 포운스비는 19세이던 1994년 당시 생후 5개월 된 자신의 딸을 살해한 혐의로 4년 동안 복역했다. 어린 자신의 딸과 함께 샤워를 하다가 아기를 떨어뜨려 심한 머리 부상을 입게 만든 것. 포운스비는 사고 직후 바로 구급차를 불렀으나 아기는 병원에서 곧 사망하고 말았다.

그는 아기의 사망 원인이 된 심한 머리 부상이 아기가 혼자서 놀다가 소파의 나무 팔걸이에 넘어져서 입은 것이라고 거짓 진술을 했다. 그러나 아기가 부검 결과 두개골이 여러 군데 금이 가 있고 심한 뇌출혈이 있으며 갈비뼈도 부러져 있는 등 단순 사고사로 보기에는 부상 정도가 심한 것이 밝혀졌다.

조사결과 포운스비가 평소에도 아기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머리 부상 역시 본인의 과실로 밝혀짐에 따라 법정의 배심원들은 그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출감한 이후에도 그는 여성들에 대한 폭력 혐의로 몇 차례 입건되기도 했다.

포운스비, 살인 혐의로 4년간 복역

이러한 포운스비의 어두운 전력이 언론에 보도되자 '여성의 피난소'와 같은 어린이 및 여성 관련 단체들은 올림픽 위원회의 이번 결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리고 그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인폭력범을 한 나라를 대표해서 출전하는 올림픽 선수로 뽑을 수 있는가?"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희생자 지원'이라는 단체 대표인 스티브 콜드웰은 "이번 포운스비의 사례는 전과자도 마음먹기에 따라 보통 사람 못지 않게 영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재활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며 옹호론을 펴기도 했다.

포운스비를 변론한 변호사 마크 갤리건시는 "그는 해군이던 미국인 아버지에게 버림 받은 후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다"면서, "10년 전 그의 범죄 행위가 있은 후에는 누이가 죽었고, 2년 후에는 어머니까지 암으로 돌아가시는 불우한 경험을 했다"면서 동정론을 내세웠다.

이런 동정론 속에서도 여론은 대체적으로 포운스비에게 부정적이었다. 비난 여론을 달래기 위해 뉴질랜드 권투협회의 케이스 워커 이사장은 그를 올림픽 대표 선수로 천거하기 전에 이미 그의 살인 전력을 논의했다고 해명했다.

"그것은 10년 전의 일이며 그가 이미 그 죗값을 치렀다는 것이 우리 논의의 결론이다. 그는 굳센 의지로 자신의 지난 삶을 뒤집었고 이제 앞으로 계속 나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포운스비의 개인 트레이너인 크리스 마틴도 그가 권투에 입문한 이후 지난 4년 동안 전혀 말썽을 부린 적이 없었음을 지적하면서 그를 옹호하고 나섰다.

그러나 노련한 정치가인 헬렌 클락 총리는 비난 여론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가 지난 과거에 대해 철저한 고백과 용서를 구하지 않는 한 뉴질랜드 국민들이 (올림픽에서) 그가 어떤 성공을 거둔다 하더라도 함께 기뻐하기는 힘들 것이다."

헬렌 클락의 이러한 발언이 나오자 비난 여론이 확산될 것을 우려한 뉴질랜드 권투협회는 6월 22일 밤 긴급회의를 소집하여 이 문제를 다시 협의하였고 언론매체를 피하기만 하던 포운스비도 텔레비전에 직접 나서서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다.

"제 딸을 잃었기에 그 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것이 저로서는 몹시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그 과거를 바꿀 수는 없겠지요. 과거를 바꿀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그럴 수가 없습니다. 어떤 이유가 되었든 간에 제가 아직 용서를 구하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지금 용서를 구합니다. 저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사람이 되기 위하여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눈물을 흘리며 진심으로 참회하는 그의 모습이 텔레비전에 방영되자 비난 여론은 많이 수그러들었다. <뉴질랜드 헤럴드> 지의 독자투고에도 그를 지지하는 편지들이 많이 눈에 띄고 있다.

"소울란 포운스비가 어린 딸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 그는 법에 따라 이미 심판을 받았고 아마도 그의 양심에 의해서는 아직도 심판을 받고 있을 것이다. 왜 사람들은 뉴질랜드 올림픽 대표 선수 자리에서 그를 끌어내리려고 함으로써 다시 한번 그를 벌주려고 하는가?"

그러나 '부모 센터'의 비브 거레이 대표는 눈물을 흘리고 뉘우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반문하고 있다.

"(뉴질랜드가) 어린이에 대한 폭력이 이토록 심각한 나라니 (포운스비와 같은) 천하의 악한이 (올림픽의) 영웅이 되는 것이 어디 놀랄 일이나 되겠어요?"

한편 긴급회의를 소집한 뉴질랜드 권투협회는 포운스비를 올림픽 대표 선수로 천거한 결정을 번복하지 않기로 했고, 올림픽 위원회에서도 이러한 결정을 다시 추인함으로써 포운스비의 아테네행은 현재로서는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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