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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서점 체인인 '반스앤노블' 안에 클린턴의 회고록 '나의 인생'의 예약 주문을 권하는 광고판이 서 있다.
ⓒ 조명신
8년간의 대통령 생활을 마치고 백악관을 떠났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미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비록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을 나오기는 했지만 세인의 관심에서 떠난 적이 없으니 '돌아왔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엄밀히 말하자면 오는 22일 발매 예정인 그의 회고록 <나의 인생>(My Life)과 더불어 증대된 관심이지만,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둔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그를 바라보는 시각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또한 많은 언론에서 회고록의 민감한 부분을 사전에 공개한 것처럼, 성 추문에 휘말렸던 최고 권력자의 내밀한 음성을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한몫하고 있다.

▲ 클린턴의 회고록 <나의 인생>의 표지
ⓒ Knopf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를 아직까지 무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생물학적인 나이이다. 1946년 아칸소주(州) 호프 출생인 그는 올해 나이 57세로 26대 루즈벨트 대통령 이후 가장 나이 어린 전임 대통령이다. 1978년 미국 최연소 주지사 당선, 1992년 사상 3번째로 젊은 46세의 나이로 대통령직에 오른 이력에 비추어 보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54세의 나이로 권좌에서 물러난 지 이제 겨우 4년이 되어 가는 시점에서 대중의 관심 밖으로 완전히 물러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6월 3일 시카고에서 열린 도서 박람회를 가득 메운 출판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클린턴은 다음과 같은 농담을 했다.
"와우, 여러분은 저를 이렇게 환대하는 일을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내가 다시 대통령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니까요."

물론 이러한 연설은 클린턴의 회고록 홍보를 위한 행사의 일환이지 정치 무대로의 복귀는 아니다. 그러나 회고록 출간과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언론과의 인터뷰 및 방송 출연, 그리고 회고록 홍보를 위한 전국 투어 등은 아직도 그가 무대를 떠나지 않았음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 6월 28일자 <타임>의 표지로 선정된 클린턴
ⓒ Time
지난 14일자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클린턴 보좌관들의 입을 빌어 "당분간 클린턴의 주 관심사는 책을 최대한 많이 파는 일이 되겠지만, 책 홍보 도중 여유가 있을 때마다 케리 후보를 선전하는 등 당을 지원하는 문제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즉 클린턴이 자신의 회고록을 홍보하기 위해 마련된 전국 투어를 이용, 민주당과 존 케리 상원의원에게 정치적 도움을 주고자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자들 가운데는 클린턴이 언론 보도의 초점이 됨으로써 정작 언론의 관심이 절실한 케리에게서 '조명'을 빼앗아 가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한 공화당의 정치 고문인 데이빗 카니도 "클린턴이 무엇을 하든 그가 뉴스를 장악할 것"이라면서 "클린턴이 투어를 계속하는 한, 그의 목소리가 케리의 메시지를 들리지 않게 만들 것"이라는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케리 선거 진영의 대변인인 차드 클랜톤은 "(우리가 숨 쉴) 산소는 충분하다"는 말로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케리 진영은 오히려 클린턴의 부각이 민주당 집권시 누렸던 경제적인 호황과 평화적인 외교를 상기시켜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민주당 여론조사 전문가인 폴 매슬린 같은 이는 "클린턴이 당 내 지지자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클린턴의 인터뷰 일정

▲ 지난 20일 CBS방송 '60분'에 출연한 클린턴이 앵커인 댄 래더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6월 20일 CBS방송 '60분'
6월 22일 '오프라 윈프리 쇼'
6월 22일~7월4일 회고록 전국투어
6월 23일 NBC방송 '투데이' ABC방송 '굿모닝 아메리카'
6월 24일 CNN방송 '래리 킹 라이브'
6월 25일 PBS방송 "찰리 로즈 쇼'
그러나 모든 민주당원들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지난 2000년 대선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앨 고어가 클린턴과 거리를 유지했던 이유를 상기시키는 목소리가 바로 그것이다. 즉 경제적인 호황과 평화적인 외교 같은 클린턴의 업적을 통해 얻는 것보다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 사건으로 인한 클린턴의 탄핵 전력으로 잃는 것이 더 많다는 판단이다.

클린턴 비평가들은 이번 대선도 여전히 같은 경우라고 단언하고 있다. 민주당 내 핵심 지지층에서 전임 대통령이 더 유명하다면 클린턴의 부도덕을 기억하는 부동층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부시의 재선을 돕는 정치 고문인 매튜 다우드도 "클린턴이 여전히 섞여 있는 한, 민주당 내에 새 얼굴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클린턴은 케리의 선거 운동을 가릴 만한 일은 하지 않는다고는 하나, 그가 의도하는 바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며칠 후 발매되는 회고록의 집필 선금으로 1천만달러(한화 약 115억원) 이상을 받았다고 알려진 그는 지난 20일 CBS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60분>에서 댄 래더와 인터뷰한 것을 시작으로 책 판매 증대의 대장정에 올랐다.

▲ 반스앤노블 웹 사이트의 메인 화면에 자리잡은 클린턴의 회고록. 현재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다.
그의 책은 발매 이전에 이루어진 예약 주문이 200만부가 넘고 있으며, 그의 서명이 들어간 책 가격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450달러를 호가하고 있다. 또한 반스앤노블 같은 대형 체인 서점들은 영업 시간을 연장해 22일 0시부터 회고록 판매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회고록 출간을 둘러싸고 과열되고 있는 클린턴에 대한 관심, 그리고 이에 화답하는 그의 정력적인 행보는, 어떤 면에서는 대선을 목표로 한 선거 운동과 비슷해 보인다. 물론 연이어 계획된 방송 출연과 전국 투어 등의 목표가 백악관 입성이 아닌 회고록 판매라는 점에서는 다르다. 그러나 여론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는 여전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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