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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입는 것을 중시한다면 중국인들은 먹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이는 역사적으로 워낙 요리가 발달한 데다가 사회주의시절 좋은 집과 좋은 옷은 부르조아의 상징처럼 되어 터부시된 반면 먹는 것은 표가 잘 나지 않아 식생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 데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속담에도 '국가는 백성을 근본으로 하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긴다(國以民爲本,民以食爲天)'고 하였다. 배불리 먹는 원바오(溫飽ㆍ먹고 살 만한 수준)문제는 사회주의 중국의 지상 과업이었다.

따궈판(大鍋飯ㆍ큰 손에서 밥을 하여 공동으로 취식을 하는 방식)시대가 지나고 개혁 개방 이후 경제가 발전하면서 원바오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샤오캉(小康ㆍ안락하고 풍족한 생활 수준)이 새로운 국가전략으로 등장하고 있으나 중국인의 식품위생, 식품가공, 영양문제 등 먹거리문화에는 아직도 많은 문제점들이 상존하고 있다.

▲ 베이징 왕부징 야시장의 노점상 모습이다. 지네, 불가사리, 애벌레 등 다양한 먹거리들이 진열되어 있다.
ⓒ 김대오
'날아다니는 것은 비행기 빼고 다 먹고, 기어다니는 것은 탱크 빼고 다 먹고, 다리가 넷인 것은 책상, 의자 빼고 다 먹고, 다리가 둘인 것은 엄마 아빠 빼고 다 먹는다'는 말로 중국인의 다양한 요리와 거침없는 식성을 표현한다.

베이징 왕부징의 야시장에 가보면 정말 전갈, 지네, 물방개, 애벌레, 불가사리 등 정말 별의 별 것들이 다 있다. 이런 잡식성인 중국인의 식성과 아직 경제적으로 위생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빈민층을 겨냥한 불량식품이 돈만을 최고로 아는 잘못된 상혼과 어우러져 중국인의 건강과 생명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최근 안훼이(安徽)성 푸양(阜陽)시에서는 가짜 분유를 먹은 유아 1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중국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단백질 함유량 '0'인 10위엔(우리 돈 1500원, 보통 분유의 절반 가격)하는 이 분유를 먹은 농촌지역의 어린이들은 머리만 기형적으로 커지는 대두증을 앓다가 목숨을 잃었다.

▲ 각종 불량식품 사건이 빈발해도 많은 중국인들은 외식을 즐기는 편이다. 베이징의 한 중국식당의 모습이다.
ⓒ 김대오
그뿐 만이 아니다. 광동의 공업용 알콜로 만든 술, 선젼의 쓰레기두부, 원저우의 포르말린이 함유된 오렌지 레몬잼, 시안의 머리카락에서 뽑아낸 아미노산으로 만든 간장, 저장성의 독성통조림, 닝포의 공업용 소금으로 가공한 소고기, 청두의 공업용 소금에 절여 만든 독김치, 홍콩의 아편과 양귀비를 사용한 요리 등등 올해만 해도 이런 굵직한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하고 있다.

당연히 대규모 식중독사건과 수많은 사상자가 뒤를 잇는다. 중국위생부 조사에 따르면 한 해 '불량식품으로 인한 식중독 사건'은 천 여건에 달하고 있으며 2001년의 경우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만 봐도 2만2193명의 피해 환자 중 184명이 사망했다.

국가품질감독검역총국의 전국 품질검사 결과에 따르면 주된 적발 내용은 곡물 가공 공장의 유통기간이 지난 곡물 사용, 병든 가축 사용, 후추 등 조미료 공장에서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식용 색소의 부정사용 등이며 적발된 식품 중 주류, 음료가 전체의 33%로 가장 많았다.

또 식품 가공업체의 70%가 직원 10명 이내의 가내 수공업이며 10%는 아예 영업허가증이 없고 50%는 검역과정도 없이 상품을 유통시키는 업체였다. 자체 검역능력을 갖춘 업체는 3분의 1에 불과했다.

중국정부는 불량식품 제조와 유통을 살인, 교통사고와 함께 3대 '공공의 적'으로 간주하고 불량식품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전국적으로 많은 사회적 비용을 들이며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실효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우선 불량식품제조 업체들은 소규모로 낙후된 농촌에 생산기지를 두고 현지인을 고용한다. 이는 실업난에 허덕이는 농촌에 고용이 창출되고 지방정부에는 세수가 증대되는 효과가 있다. 그렇게 하여 생산된 불량제품은 또 현지에서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판매되므로 그 지역민들에게는 피해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산기지 설립허가에서부터 위생관리를 엄격하게 할 리 없고 문제가 발생하여도 지방정부는 용인하고 넘어가는 분위기다. 안훼이성의 살인분유사건도 이미 현지 언론이 분유의 영양소문제로 어린이들의 영양실조가 심각하다고 보도했는데도 지방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원쟈바오 총리가 국무원에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엄단을 지시하면서야 지방정부는 사건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한 것이다.

이미 지방정부와 불량식품 제조기업들의 결탁이 강해 중앙의 구체적이고 강력한 지시나 조치가 없으면 제대로 단속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길거리에서 즉석으로 2위엔하는 지엔빙을 만드는 모습이다. 자전거를 개조하여 만든 기계와 자신이 준비한 음식재료로 신속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그다지 위생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근처의 농민공들은 아침이나 점심으로 이것을 사 먹는다.
ⓒ 김대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중국농민과 극빈층의 생활수준이다. 월소득이 500위엔(7만 5천원) 미만인 이들은 한끼 식사비로 1-2위엔을 지출하는데 위생이나 건강을 고려할 만한 경제 여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겨냥한 저가의 가짜, 불량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돈이 없는 이들은 해로운지 알면서도 무조건 값싼 제품을 먹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열악한 중국의 열악한 식품 위생 상태가 인접한 우리 나라에도 직간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의 쓰레기만두 사건이 쟁점이 되면서 중국이 마치 한국 불량식품의 공급지처럼 치부되는 것은 옳지 않다.

'Made in China'라는 부호 속에 '저가, 저품질, 비위생'의 함의가 녹아 있는 것은 시장 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며 그것을 극대화하여 이윤을 남기려는 비양심적인 한국중개상들의 그릇된 상도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현실적으로 불가피하게 중국과 농산물 먹거리 교역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고 '중국산ᆖ불량식품'이라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신토불이'만을 외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세관에서 검역과 위생기준을 강화하고 중국산 불량식품을 철저히 규제하는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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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