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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정호·이상호 화백의 <백두의 산자락 아래, 밝아오는 통일의 새날이여>(1987)
지난 1987년 '민중미술' 작품 중 최초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 몰수 처리된 <백두의 산자락 아래, 밝아오는 통일의 새날이여(이하 '백두의 산자락')>는 검찰에 의해 이미 소각처리 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판결에 따라 몰수 처분된 증거물은 검찰의 '기록보존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보존할 가치가 있는 증거물은 압수물 보관창고에 보관되고 나머지는 일괄 소각처리 된다.

<오마이뉴스>가 3일 서울중앙지검 증거물과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한 관계자는 "작가 전정호·이상호씨의 '백두의 산자락'은 이미 폐기처분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조회 결과 '백두의 산자락'은 현재 보관돼있지 않다"며 "내부 기록보존위의 결정에 따라 보존 결정이 난 증거물이 아니면 전량 전문폐기업소에 보내져 용광로에 넣고 일괄 소각하는데 이 작품도 이미 폐기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최근 유엔(UN)인권위원회에서 우리 법무부에 그림의 원상 복구 및 반환 등의 권고안을 보내 화제가 된 신학철씨의 그림 '모내기'와 관련해서는 "일간에 알려진 것처럼 접혀진 채 보관돼있지는 않다"며 "(2000년 신씨가 다른 증거물을 되돌려 받으면서 확인할 때까지는 접혀져 있었으나 현재는) 그림을 크게 펴서 보관하고 있는 상태"라고도 전했다.

한편 자신의 그림이 이미 소각처리 됐다는 소식에 화가 전정호씨는 "아니, 결국 그렇게 됐느냐"며 못내 아쉬워했다.

이 소식에 충격을 받은 듯 전씨는 "당시 시대적 상황상 검찰과 법원의 자의적인 잣대에 따라 그렇게 (유죄) 판결이 났지만 그림만은 남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며 "그간 소각되거나 수사당국에 의해 압수된 작품들의 복원전인 '한국민중미술 복원전' 때도 이같은 희망에서 복원하지 않고 사진으로만 확대 인화해 전시를 대신했었다"고 말했다.

10여년 간 자신의 그림이 제대로 있는지 확인만이라도 하고 싶었다는 전씨는 "통일의 문제를 자주적 시각에서 담으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이상호씨와 나에게는 의미가 더욱 큰 그림이다, 무척 착잡하고 서글프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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