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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장의 특종 배상범씨가 찍은 만취한 미군병사가 달아나다 시민들에 붙잡혀 경찰에 넘겨지는 장면.
ⓒ 배상범


▲ 배상범씨는 휴대하고 있던 디지털카메라로 15일 새벽 신촌에서 난동부린 미군병사 연행과정을 찍을 수 있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도심 한복판에서 난동을 부리다 이를 말리던 시민을 군용무기로 찌른 뒤 도주한 미군병사들이 20대 청년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미군병사 사진은 곧 <오마이뉴스>를 포함한 국내외 주요 언론사에 잇달아 제공됐고 미군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데 기여했다.

특종의 주인공인 배상범(26·서울예전 2학년·SBS 아트텍 영상제작팀)씨는 스승의 날 하루전인 14일, 서울 숭문고 동창들과 함께 고교 은사를 모시고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신촌에 모였다가 미군난동 사건과 맞닥뜨렸다.

배씨는 시민들이 도주하는 미군을 향해 '저 놈이 칼로 찔렀다'고 고함치는 소리를 듣고 시민들과 함께 뒤쫓아가 사진을 찍었다고 밝혔다. 중학교 때부터 사진에 취미를 가진 뒤 대학에서도 사진을 전공한 경력 때문에 배씨의 사진은 야간임에도 미군의 상태가 선명하게 포착될 수 있었다.

배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진이 이렇게 큰 파장을 불러올 줄은 몰랐다. 무엇보다 미군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게 돼 보람있다"며 "시민들이 미군병사들을 잡는 것을 보며 시민정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미군난동을 만류하던 꽃노점상(공진모·50세)과 부상자(박흥식·27)의 용기에 대해 고개가 숙여진다"고 말했다.

배씨는 또한 "반미 감정이 그 정도로 심한 줄은 몰랐다. 미군범죄는 윤금이 살해사건에 관련된 몇몇 미군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화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무 외에 미군범죄는 100% 한국 사법기관이 수사해야 한다"고 한미소파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배씨는 "홍대 주변 클럽의 외국인과 한국 여성들의 부적절한 장면을 다큐멘터리로 만들기 위해 기획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분노를 보면서 반미 감정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 알게됐다"

다음은 배상범 씨와의 일문일답.

-어느 언론사에 사진을 제공했는가. 그리고 소감이 어떤가.
"<오마이뉴스>를 시작으로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시사저널, SBS, MBC를 비롯해 외신인 로이터통신과 뉴시스 등 10여 군데 언론사에서 연락이 오거나 사진을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큰 파장을 불러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미군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게 돼 보람있다."

-시민기자도 아닌데 <오마이뉴스>에 제보하게 된 경위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중앙일보 등 몇 군데 일간지에 제보했다. 그런데 별 반응이 없어서 'SBS 아트텍 영상제작팀' 선배들에게 사진을 보여주었고, 한 선배가 '조중동이 못 다루는 문제는 <오마이뉴스>에 제보하면 된다'고 말해 제보하게 됐다. 이들 언론사들의 논조로 볼 때 미군범죄를 쉽게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서 현장에 있다가 사진을 찍었는가.
"스승의 날을 맞아 고등학교 은사님에게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고교 동창인 숭문고 방송반 친구들과 함께 모였다가 사건 현장을 목격하게 됐다. 시민들의 고함소리에 큰 사건이라는 것을 직감했고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뒤쫓아갔다."

▲ 배상범씨는 "사진 한 장이 이렇게 큰 파장을 불러올지 몰랐다"며 미군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당시 도주현장 상황에 대해 말해달라.
"도주하는 미군 한 명당 10여 명의 시민들이 쫓아갔고 결국 모두 붙잡혔다. 시민 수십 명이 도주하는 미군을 쫓으면서 '저 놈이 칼로 찔렀다'고 고함치며 쫓아갔고 모두 붙잡혔다. 미군들은 경찰들에게 인계될 때까지 분노한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얻어터지기도 했다."

-신촌과 홍대 유흥가에 대한 지적이 많다.
"신촌보다 홍대 앞이 더 문제다. 클럽이 밀집한 홍대 정문에서 극동방송국 사이는 외국인 지역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평택과 의정부 미군병사들이 몰려오는 금·토요일이 되면 외국인들간의 싸움이 벌어지는 등 심각한 수준이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홍대 앞은 파출소만으로는 치안을 담당할 수 없을 정도로 미군범죄 등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미군 난동사건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시민들의 분노를 보면서 반미 감정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미군범죄는 윤금이 살해사건에 관련된 몇몇 미군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화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라크 포로학대로 미군에 대한 반감이 컸던 것 같다. 흉기를 휘두른 살벌한 상황인데도 시민들이 쫓아가 잡는 것을 보며 시민정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미군난동을 만류하던 노점상(50·공진모)과 흉기에 찔린 피해자(27·박흥식)씨의 용기에 고개를 숙인다."

-한미행정협정(소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운동권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보면서 소파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공무 외에 미군범죄는 100% 한국 사법기관이 수사하도록 빨리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 경력이 얼마나 됐는가. 미군난동 장면을 찍은 사진기는 어떤 기종인가.
"중학생 때부터 사진에 취미를 붙였고 10년 정도 사진작업을 했다. 카메라는 학교에서 사진학과 학생들에게 빌려준 소형 디지털카메라(320만 화소)다.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 카메라의 맛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소지가 간편하다. 이 카메라로 싸이월드에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일상의 기록을 담고 있다."

-사진 특종 이후 주변 반응은 어떠했는가.
"대학 교수님을 비롯해 여러 군데서 연락이 왔다. 한결 같이 미군범죄에 분개하면서 수고했다는 칭찬이 많았다. 친구들에게 특종을 했으니 한턱 내라는 인사도 들었다. 사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외부에 알리게 한 회사 선배들의 격려에 대해 감사드린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홍대 주변에서 초·중·고교를 다니면서 클럽에서 외국인과 한국 여성들의 부적절한 장면을 많이 봤다.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있다. 꿈은 방송 카메라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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