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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해 3월 6일 필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어법'을 소재로 '정치 톺아보기'의 여섯번째 칼럼기사를 쓴 적이 있다. 그 일부를 인용하면 이렇다.

"엊그제 한 여론조사 전문가를 만나 50세주를 반주 삼아 저녁을 했다. 이 여론조사 전문가는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이른바 '노풍'(盧風)의 징후를 일찌감치 예보했고,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처음 공표했던 '지노파'(知盧派)이다.

지난 선거에서 여론의 지지도 추이를 면밀하게 추적했던 이 '지노파' 전문가에 따르면, 지난 대선전(戰)에서 노무현의 승리를 이끈 시대정신은 '노무현 정신'이나 '노무현이즘'이 아니라 '반창'(反昌)이었다. 즉 북핵 위기와 촛불시위가 오래 지속된 가운데 '전쟁이냐 평화냐'는 이분법적 택일을 강조한 노무현식 어법이 유권자들에게 상당 부분 먹혀든 결과라는 진단이다.

이 '지노파' 전문가는 그 연장선상에서 앞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는 석 달 이내에 70%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취임 100일도 안되어 지지도가 70% 밑으로 떨어진 경우는 없었다. 아직은 가정(假定)이지만, 총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때도, 이미지로 정권을 잡은 김영삼의 허상이 깨질 때도 없었던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내기를 했다. 이 전문가의 예측이 맞으면 내가 술을 사고, 틀리면 그 반대로 이 친구가 술을 사기로 했다. 이 전문가가 내세운 예측의 근거를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동의하면서 '혹시 석 달 뒤에 내가 술을 사게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대목이 하나 있다. 바로 대통령이 된 뒤에도 여전히 단정(斷定)적으로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노무현식 어법'이다.

단정과 양자택일의 화법은 듣는 이의 귀에 쏙 들어오는 장점이 있다. 그런 화법이 '정치인 노무현'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 대신에 늘 설화(舌禍)를 입을 부담을 안고 있다."


술내기에서 필자에게 완승한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술내기의 결과부터 얘기하면, 물론 필자는 이 '지노파(知盧派) 여론조사 전문가'에게 완패했다. 취임 1개월 당시 83%였던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3개월만에 '반 토막'이 나더니, 일부 조사에서는 심지어 20%대까지 추락했다가 탄핵 전까지 30%대에 고정되었다.

탄핵 직전에 국민의 60∼70%가 탄핵에 반대하면서도 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양비론'을 취한 것은 바로 이런 낮은 국정운영 지지도와 무관하지 않다. 또 '노무현식 어법'은 그 장점과 불가피성에도 불구하고 현상적으로 그런 식의 어법에 거부감을 갖는 일반 대중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바로 그 '노무현식 어법' 때문에 국정운영 지지도에서 쓸데없는 손해를 보는 측면이 있다. 남들은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데 말로 천냥 빚을 질 필요는 없는 것이다.

'업계'(業界)에서는 다 아는 사실이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른바 '노풍'(盧風)의 징후를 일찌감치 예보했고,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처음 공표했던 이 '지노파 여론조사 전문가'는 바로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이다.

KSOI(www.ksoi.org)는 제17대 선거일 직전인 4월 14일 오전에 자체적으로 진행해온 ARS 여론조사를 통한 최종 판세예측 결과를 회원들에게 공개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열린우리당 154석 (지역구 130석 + 비례 24석) ▲한나라당 119석 (지역구 100석 + 비례 19석) ▲민주노동당 11석 (지역구 2석 + 비례 9석) ▲민주당 8석 (지역구 4석 + 비례 4석) ▲자민련 4석 (지역구 4석 + 비례 0석) ▲기타·무소속 3석 (국민통합 21 1석, 무소속 2석)

이에 비해 17대 총선의 실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열린우리당 152석 (129 + 23) ▲한나라당 121석(100 + 21) ▲민주노동당 10석 (2 + 8) ▲민주당 9석 (5 + 4) ▲자민련 4석 (4 + 0) ▲기타·무소속 3석(1 + 2)

한나라당 지역구 의석과 자민련·무소속 의석수 및 민노당>민주당 적중

재적의석 299석 중에서 각 당별로 오차가 ±2석을 넘지 않았다. 특히 한나라당 지역구 의석수와 자민련·무소속 의석수를 정확히 맞추었으며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치열하게 제3당 싸움을 다투는 가운데 민주노동당이 신승할 것이라는 예측도 적중했다.

한마디로 말해 김헌태 소장은 이번 총선에서 실제 결과에 가장 근접한 판세 예측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결과는, 방송 3사가 각각 4월 15일 오후 6시에 시청자들의 눈을 붙잡기 위해서 수십억 원씩이나 투자한 출구예측조사가 실제와 달라 16대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다시 한번 사과방송을 하는 '망신살'이 뻗치는 바람에 더욱 돋보였다.

선거운동 개시 전에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제3당이 되기 위해 경쟁을 하는 형국이지만, 대다수가 지역구 선거를 감안해 지역기반이 있는 민주당이 다소 우세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KSOI는 3월 23일 발표한 '탄핵정국 스페셜 리포트(2)-탄핵여론과 총선 전망' 보고서에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3당을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서도 "민주당은 호남 일부지역+α와 비례대표를 합해 의석이 10석 미만에 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전망했다.

KSOI는 또 "탄핵사태 직후에는 친민노당 성향 유권자들이 지난 대선에 이어 다시 한번 열린우리당으로 몰려 민노당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다"면서도 "그러나 전국적으로 열린우리당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민노당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론조사기관 시절 10년만에 조사업계의 '앙팡 테리블'로 등장

그러나 이런 '쪽집게' 판세예측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진 것이 아니다.

김헌태(37) 소장은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여론조사기관인 R&R에서 여론조사 업무를 처음 시작한 이래 한국리서치와 TN소프레스(TNS)를 거쳐 2002년 대선 당시 TNS 사회조사본부 본부장 겸 최연소 이사를 역임했다.

그가 여론조사 전문가로서 명성을 얻은 곳도 TNS였다. 그는 TNS 시절 5년 동안 선거 당일 언론 발표를 통해 전국민 앞에서 '시험'을 보는 5번의 선거예측조사에서 2002년의 지자체·88 재보선·대선을 포함해서 5전 5승을 거두었다. 정치·사회 조사분야의 전문가로서 자신의 능력과 명예를 모두 걸고 여론조사 최고의 무예를 겨루는 강호(江湖)에서 업계 고수들을 차례로 쓰러뜨리는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로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TNS의 영예였다. 조사업계에서 10년 동안 내공을 쌓은 이 '조사무림의 고수'는 2002년 대선을 끝으로 조사전문가에서 여론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 여론과 정치의 만남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김 소장이 지난해 설립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그것이다.

조사전문가와 여론전문가는 어떻게 다를까. 그는 "조사전문가는 기본적으로 조사방법론과 조사수행에 대한 테크니션의 성격이 강한 반면에 여론전문가는 정치는 물론 사회, 경제, 문화 즉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여론의 흐름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저널리즘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한다. 즉 한 시대, 한 사회 구성원의 생각과 의견을 읽고 정리하는 것이 '여론저널리즘'이고, 그 일을 하기 위해 KSOI를 설립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은 그가 업계에서 독립한 이후 거둔 첫 승리인 셈이다.

대선 때는 한나라당·이인제 후보의 '공적', 총선 때는 민주당의 '공적'

여론조사의 위력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아마도 지난 대선 직전 노무현-정몽준 두 사람의 후보단일화가 이뤄졌을 때였을 것이다. 노 후보는 그 여세를 몰아 승리했으니 조금 과장하면 여론조사가 대통령을 만든 셈이다. 이번 17대 총선에서도 각 정당은 여론조사를 통해 일부 지역의 후보를 확정함으로써 여론조사가 무시무시한 '살생부'임을 입증했다. 그리고 그럴수록 그의 진가가 발휘되었다.

그러나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가장 괴로웠던 일은 대선 과정에서 있었던 공정성 시비였다. 그동안 많은 선거를 경험했어도 모든 것에 대한 총 책임자가 되어 대선을 치른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전문가에게 정직성을 의심받는 조작 시비는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인 대선판에서 그는 명성을 얻은 대신에 그 한 해 동안에 크고 작은 정치적 시비를 모두 겪었다. 이른바 '노풍'을 예측했을 때 당시 제기되었던 조작시비와 후보단일화 여론조사를 둘러싸고 회사의 편향성을 의심받던 일은 그에게 마음 고생을 넘어 엄청난 치욕으로 받아들여졌다.

그것은 여론조사가 '승자를 위한 과학'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여론조사라는 것이 결과적으로 승자에게 편향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왜냐하면 여론조사 자체가 이미 발표되는 순간 '승자구도'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단 한번도 40%를 넘지 못했던 것과 이번 총선 기간에 민주당이 여론조사에서 외면 당한 부분들을 보면 승자에 편향되게 보이지만, 그러나 여론조사라는 것은 결과로 얘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론조사하는 사람들을 '승자구도에 가 있는 기회주의자'로 보기도 하지만, 승자 편에 유리한 여론의 흐름이 나오고 승자 편에 유리한 흐름에 의해서 실제로 승자가 만들어지는 것이지 조사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본의 아니게 지난 대선 때는 한나라당(이회창 후보)과 이인제 후보측의 '공적'(公敵)이었고, 이번 총선 때는 그가 몰락을 예고한 민주당의 '공적'이었다. 지난 대선 당시 '노풍'(盧風)의 위력을 가장 먼저 읽어낸 그의 여론조사가 발표되자 이인제 후보는 음모론을 제기했으며, 지난 총선 전에는 '형편없이 낮은' 정당지지율 때문에 민주당으로부터 조작시비의 공격을 받았다.

"지난 대선의 '노무현 승자구도'는 '노무현이즘'보다 '반창'(反昌) 정서"

이인제 후보의 음모론은 사실 처음부터 근거가 희박한 것이었고, 민주당의 공세에 대해 그는 사상 초유로 공개 재여론조사를 실시한 끝에 처음 조사와 별반 차이 없는 결과가 나옴으로써 민주당 측에 '판정승'을 거두기도 했다.

그는 '여론조사 조작설'에 대해 "여론조사의 메커니즘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것으로 한마디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그는 이렇게 반문했다.

"수십 명의 설문조사원들에 대한 사후 확인이 가능하고 설문 조사지와 전산조사결과 전산기록이 보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조작을 할 수가 없다. 조금만 틀리면 엄청난 손해배상과 개인의 불명예가 뒤따르고 영구히 업계를 떠나야 하는데, 어떻게 조작을 하겠느냐."

김 소장이 진단한 여론 흐름의 터닝포인트는 지난 대선에서 '노풍'이 처음 불었을 때가 가장 컸다. 그에 비해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는 2001년부터 선거 때까지 단 한번도 40% 벽을 넘지 못하고 40% 미만에 머물렀다.

그가 '노무현 승자구도'를 읽은 것은 노풍을 통해 반창-반수구 정서가 우리 국민 다수의 정서라는 것을 확인한 때부터이다. 이 글의 도입부에서 "지난 대선전(戰)에서 노무현의 승리를 이끈 시대정신은 '노무현 정신'이나 '노무현이즘'이 아니라 '반창'(反昌)이었다"고 분석한 것도 그의 진단을 인용한 것이다.

이처럼 노풍과 같은 새로운 흐름을 포착하는 데 그가 즐겨 쓰는 방식은 기층에서 형성된 여론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한 언론사와의 여론조사를 통해 기층 여론은 다음 정권이 김대중 정권보다 더 보수안정(30%) 쪽이기보다는 더 개혁진보(70%) 쪽이길 원한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바로 노풍의 원동력인 것이다.

민주당의 몰락을 포착해낸 '한국 정치 8개 정파 호감도 조사'

언론의 특종에 해당하는, 남들이 추적하지 않는 여론의 흐름을 뽑아낸 또 다른 사례는 지난해 민주당 분당을 앞두고 이른바 '한국 정치 8개 정파 호감도 조사'를 한 것이다.

김 소장은 한나라당 중진·소장파, 민주당 구주류(동교동계)·신주류·중도(김근태계), 자민련, 개혁당, 민주노동당 등 한국정치의 8개 정파를 분류해 국민의 호감도를 조사했다. 결과는 뜻밖에도 민주당 신주류를 상징하는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의원)이 1위를 차지하고, 민주당의 구주류인 동교동계가 오히려 개혁당보다 더 낮게 나타난 점이다.

바로 이런 결과가 민주당 분당의 당위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었다. 물론 그가 민주당 분당을 유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가 추출한 여론조사 데이터는 민주당 분당의 추동력이 되었다. 그는 이것을 '유일한 전문가의 힘'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런 조사를 착안한 것은 민주당 분당 전에 새로운 정치지형이 어떻게 형성될 것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오히려 소장파보다 중진들의 호감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민주당의 동교동계는 호감도가 자민련과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을 보고서 '적어도 여론의 시장에서 동교동계는 끝났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른바 '호남 자민련'의 맹아(萌芽)를 포착한 것이다.

이런 조사결과를 토대로 그는 지난 2월 필자에게 "각 당의 상황을 질병에 비유하면, 열린우리당이 위장병이라면 한나라당은 위암 초기에 해당하고 민주당은 '시한부 인생'이다"고 잘라 말했다. 한나라당은 중진 호감도로 보건대 위를 수술해 대폭 떼어내더라도 영남이라는 지역주의 세포 때문에 '회복'이 가능하지만, 민주당의 생명은 총선 때까지 '시한부'라는 것이다.

"이번 총선의 포인트는 지역주의 붕괴 및 정책노선 정당 출현 여부"

그렇다고 해서 그가 민주당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당초에 진단한 이번 총선의 의미있는 포인트는 지역주의의 붕괴 여부와 정책노선 정당의 출현 여부였다. 당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은 훌륭한 정당인데 3김 시대를 지나며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 민주당은 잘못한 것이 없지만 전국 정당과 정책·노선정당의 출발을 위해 억울하지만 희생으로 생명을 다한 것이다. 갈수록 지역주의가 쇠퇴하는데 여론조사 상으로 정당의 지지기반이 호남뿐이면 민주당의 운명은 끝나는 것 아닌가."

당시 그가 예측한 민주당의 의석은 수도권의 10석 정도를 합쳐 '맥시멈 30석'이었다. '호남 자민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탄핵 전의 일이다. 물론 탄핵이 없었더라면 10석도 안되는 참담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탄핵 전에 그가 예측한 17대 선거판세는 ▲열린우리당이 정당지지도에서 40% 이상 먹더라도 전체 의석은 90∼110석이고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민주당 의석보다 15석 정도 많은 과반 미달의 제1당이고 ▲민주당은 30석을 넘기 힘들고 ▲민노당은 최대 4석으로 요약되었다.

그가 열린우리당에 인색한 점수를 준 것은, 누군가 '잡탕'이라고 얘기했듯이 구성원의 넓은 스펙트럼으로 인한 정체성의 상실과 선거전략의 오류 때문이다. 또 그는 충청권처럼 '밭'은 좋은데 '인물'이 없는 공천실패로 의석수 확보에 실패할 경우 100석을 넘기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여론조사는 지도일 뿐, 방향 제시하는 나침반은 정치 지도자의 몫"

그러나 탄핵은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누군가 '지갑'을 주었든, 그들에게는 '자업자득'이었다. 이제 너 죽고 나 살자 식으로 싸우던 총선 전쟁은 끝났다. 마지막으로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이제 국민여론을 바탕으로 어떤 방향으로 자신들의 정치를 펼칠 지는 정치권의 몫이다. 국민의 여론이 반영된 정치가 이루어진다면 정치도 올바른 길로 갈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 정치, 또는 국민에게 퍼져있는 '민심은 천심'이라는 신화이다. 다시 말해 우리 국민은 여론조사 결과가 곧 민심이고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박관념이나 오해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만일 여론이 높은 식견과 철학, 그리고 비전을 갖춘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의 생각과 다르다면 대중에게 이를 설득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여론조사는 현재 국민의 여론지형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도(地圖)의 역할을 할 뿐이고,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의 역할은 정치지도자와 언론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의 위치를 제대로 보여주는 지도가 없다면 한 나라를 이끌어나가는 지도자 역시 오류에 빠질 것이다."

'여론조사는 과학'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론조사를 통해 포착한 '민심이 천심'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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