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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워 디자이너 최성복씨
ⓒ 김수종
지난 2월 21일부터 1주일 동안 도쿄 돔에서 열린 "세계 난 전시회"에서 한국인 유학생 최성복씨가 최고의 플라워 디자이너로 인정 받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세계 난 전시회는 요미우리 신문과 NHK 등의 주최로 매년 열리는 행사로 연인원 50만 명 이상이 관람하는 세계적인 규모의 난 전시회다. 올해 대회는 일본을 비롯하여 전세계에서 80여명이 응모한 가운데‘청초(淸楚)’라는 작품으로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최성복씨가 우승을 했다. 그는 작년에도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지난 8일 저녁 동료 몇 사람들과 함께 신주쿠에 있는 조그만 카페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만나자 마자 이번 수상작 ‘청초(淸楚)’에 대해 물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꽃집에서 처음 덴드로키람이라는 꽃을 보고 청초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1년을 걸려 구상을 다듬어서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저는 고등학교 다닐 때 교회의 꽃꽂이가 이쁘다는 생각을 자주 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꽃꽂이 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했습니다. 한 십 년 정도 공부를 하면서 정식으로 배우고 연구하는 플라워 디자이너가 되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으로 유학을 오게 된 것이고 도쿄의 다카다노바바의 ‘도쿄 플라워 디자인 전문학교’에 진학하여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게 된 것 입니다. 작년에 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일반 디자인 전문학교에 입학하여 공간감각을 더 배우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의 꿈인 꽃과 자연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제 손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플라워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마치 어린 시절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글을 쓰듯, 그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꽃을 가꾸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장에 가 보지 못한 나를 위해 가져온 사진은 정말 어딘가 청초함이 숨어있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얼굴까지도 정면으로 바라보기에 민망함이 드는 청초함을 그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청조함에 반해 덴드로키람이라는 꽃을 1년 이상 가꾸어 작품을 만들었다는 말을 듣고는 플라워 디자이너가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최우수 작품 "청초"
ⓒ 김수종
"그냥 보기에는 꽃집에서 일하는 것이 꽃을 만지고 쓰다듬는 일이라고 만 생각을 하지만, 사실 굉장히 중노동입니다. 정말 식사시간을 제외하곤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분갈이, 물주기, 다듬기, 햇빛을 보게 하거나 모양이 뒤틀리지 않도록 자주 위치를 바꾸어 주는 것 등 일이 많고 힘이 듭니다. 중노동이라 꽃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없으면 다들 3일만 하면 도망갑니다. 그만큼 어렵고 힘들어요."

꽃집의 어렵고 힘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전문학교의 많은 실습과 과제를 마치고, 다시 다른 디자인 학교에 진학하여 공간감각을 배우고 있다는 그를 보면서 무엇엔가 몰두하면 정신 없이 집중하는 사람의 모습이 떠 올랐다. 꽃을 위해서 세상의 모든 것을 포기해도 좋을 것 같은 강렬한 인상이 느껴졌다.

"꽃 이외에는 정말 별로 관심이 없어요. 교회를 충실히 다닌다는 것 빼고는 늘 꽃과 함께 살고 생활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만큼 꽃은 사랑스럽고 늘 함께하고픈 벗입니다."

정말 그는 꽃 이외에는 관심도 흥미도 없는 사람처럼 집과 학교, 교회를 왔다 갔다 하면서 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요즘은 작품 활동을 위해 오로지 꽃만을 돌보고 있단다.

"올해 여름에는 인도네시아에서 공동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고, 가을쯤에는 도쿄에서도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모교에서 강의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플라워 디자이너로서 이 분야의 정상에 서기 위해 노력 할 것이며 작품 활동에 충실한 작가로 강의에 열심인 선생이 되고 싶은 게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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