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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효
"누가 뭐래도 이 시대는 자본에 맞선 노동의 시대요 노동의 숨결이 역사의 물줄기이기에, 함께 분투하며 노동의 숨결과 역사의 물줄기를 따뜻한 눈으로 읽기 쉬운 투로 엮어낸 이 책은 우리 모두를 위한 소중한 결실이다."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

"김하경의 소설은 이중의 변방에서 쏘아올린 우리 문학의 아름다운 알리바이다. 현실에 대한 접근이 문학적 자살행위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김하경은 민중생활의 가장 밑바닥에서 인간이 지닌 감동의 실체를 탁월하게 그려내고 있다." (방현석 소설가)

올해는 다른 해보다 노동자들의 자살과 분신사망사건이 많았다. 1월 두산중 배달호씨의 분신사망에 이어 최근 세원테크 두 노동자의 장례식까지 사회적 주목을 받는 노동자들의 죽음이 많았다.

소설가 김하경(58)씨가 마치 배달호 같고, 김주익 같고, 이현중 같은 노동자들의 모습을 그린 연작노동소설 <숭어의 꿈>(갈무리 간)을 펴냈다. 노동자가 중심 소재인 작품 15편이 실려 있다.

누구나 소설을 읽으면 바로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생산직과 사무직은 그 나름대로 아픔이 있는데, 작가는 그 상처를 하나하나 어루만져 놓았다.

소설집은 일터에서 벌어지는 배신과 사랑, 노-사 갈등, 가족간의 다툼 등을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 희망과 사랑을 잃지 않는 노동자들의 모습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놓았다.

'해동이네 집'은 1991년 <노동자신문>에 연재했던 작품의 후편이라 할 수 있다. 그때 작가에 의해 태어난 '해동이'는 7살이었고, 곧 스무살이 될 '해동이'가 맞게 될 세상은 어떠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던져 놓았다.

그러면서 작가는 대답한다. "그것은 지난 1월 창원 두산중에서 배달호씨가 손배 가압류에 항의하며 분신한 이래 김주익 곽재규·이용석·이해남 등이 목숨을 내놓고 이에 항거했으며,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목숨을 내건 노동의 싸움은 이어지고 있다"고.

표제작이기도 한 '숭어의 꿈'은 숭어의 몸짓처럼 수직으로 도약하는 노동자의 꿈을 그린 작품이다. 숭어는 연안에 서식하다가 강 하구나 민물까지 들어와 숨죽이고 있지만 이따금 수면 위로 펄쩍 도약하는 몸짓을 한다. 작가는 이런 몸짓을 노동자의 힘과 꿈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김하경씨는 오랫동안 마산과 창원에 터를 잡고 묵묵히 노동현장의 삶에 천착해온 작가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 당시 20~30대였던 민주노조운동의 주역들은 지금 중년이 되었다. <숭어의 꿈>은 그때의 꿈을 찾고 싶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다에서 힘차게 솟구쳐 오르던 그 때로 데려다 준다.

작가는 머리말에서 "비상구가 없다"는 말을 했다. 올해 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을 보면서 작가가 던진 말이다. 그는 "전태일 열사의 분신 이후 30년 넘게 노동자의 죽음이 계속되는 나라 대한민국, 2003년 지금 이 나라 대한민국에는 비상구가 없다"고 경고했다.

김하경씨는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대를 나왔으며 학교 교사를 거쳐 방송작가 생활을 하기도 했다. 1985년 서울 사당3동 세입자대책위원회에 참여했고 서울시철거민협의회, 전국 빈민협의회 등에서 빈민운동에 참가하기도 했다.

1988년 <실천문학> 봄호에 단편 '전령'을 발표하면서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1990년 <합포만의 8월>로 전태일 문학상을 받았고, 1999년 한국 민주노동사 연구의 모범이자 치열한 보고문학인 <내 사랑 마창노련>을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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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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