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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테러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파병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대뽀식 파병'을 강행할 태세이다.

대다수 국민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부당한 것으로 보고 있고, 과반수 이상의 국민이 파병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와 4당은 모처럼의 공조를 과시(!)하면서 이러한 여론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이고, 누구를 대변하는 국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12월 3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이라크조사단과 조찬을 함께 하며 "많은 논쟁이 있겠지만 정부로선 이라크 파병 동의안을 지체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조만간 4당 대표를 만나 파병을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이에 조사단 단장인 강창희 한나라당 의원과 정진석 자민련 의원은 파병 찬반 논쟁을 조기에 끝내기 위해서라도 파병 동의안을 빨리 제출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고, 동의안이 제출되면 전적으로 찬성하겠다며 화답했다.

'반전평화'를 핵심적인 창당 목표로 내세운 열린우리당 역시 비전투병 파병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전투병 파병을 지지한다'는 하나마나한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민주당은 아직 당론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미뤄볼 때, 조만간 전투병의 비중이 강화된 3-4천명 규모의 '혼성부대' 파병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고, 대다수 국회의원의 찬성으로 파병이 결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침략의 당사자인 미국과 영국을 제외하곤 가장 많은 병력을 이라크에 주둔시키게 되는 것이다.

추가파병 결정은 '가열된 논란'의 시작일 뿐

정부와 국회의 한심한 모습 가운데 하나는 조기에 파병을 단행하면 파병 논란을 수습하고 다른 현안에 몰두할 수 있을 것처럼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언론 역시 국론분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파병 논란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이에 거들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현실을 모르는 것인지, 외면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 4월 파병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국회 앞으로 몰려가 파병 반대 시위를 벌인 것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정부와 국회는 이라크의 유혈사태가 악화되면서 기존의 파병 국가인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헝가리, 폴란드 등에서 극심한 내부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인가?

이라크 저항세력과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이 한국의 민간인, 외교관, 국회조사단을 향해 가한 공격의 의도가 추가파병의 저지에 있다는 것이 확실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국회에 파병동의안을 제출하고 국회에서 표결에 들어가면 이들의 공격이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가장 현명한 테러방지와 안보확보가 불필요한 적을 만들지 않는데 있다는 기본적인 상식조차 모르고 있단 말인가?

추가로 대규모의 병력을 파병해 우리 군인이나 민간인 가운데 사상자가 발생하면, 철수 여론과 반미시위가 고조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정상적인 국정운영과 안정적인 한미관계 관리가 가능하다고 믿는 것인가?

정부와 국회가 테러위협을 스스로 자초하면서 이에 대비한다며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려고 할 경우, 국내외 평화·인권단체의 강력한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왜 모르는가? 안 그래도 외국인 노동자 인권 탄압 국가로 불명예를 안고 있는 한국이, 추가파병을 강행하고 테러위협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아랍권 국민에 대한 한층 강화된 통제에 나선다면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 실추와 아랍권 국민들과의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이러한 상황에 충분히 예상되는데, 또한 대다수 아랍인들이 한국의 추가 파병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현실에서, 추가파병을 통해 이라크를 비롯한 아랍세계와의 관계 개선을 추구해야한다는 말은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가? 혹시 아랍인을 부시 행정부와 혼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한국의 추가파병이 '다국적군 구성'과 '이라크 점령의 국제적 명분'을 획득하려는 부시 행정부에게 힘을 실어주어 그의 재선에 도움을 주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점도 생각하고 있는가? 정녕 노무현 정부는 부시가 재선에 성공한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인가?

경제가 그토록 중요하다면, 추가파병이 아랍인과의 관계 악화와 테러위협의 증가로 중동의 한국에 대한 민심 이반, 한국제품의 불매 운동, 국가신인도의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인가?

또 한 가지. 정부와 국회는 추가파병이 이번으로 끝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지난 4월 1차 파병 당시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어떤 대답을 내놓았던가?

그리고 한국인 피격 사건이 추가파병과 전투병의 비중을 높일 필요성을 입증했다며 파병을 강행하는 현실임을 볼 때, 추가파병된 병력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3차, 4차 파병으로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이것이 바로 5천명의 사망자와 수만명의 부상자를 낳은 베트남 파병의 교훈이 아니었던가?

추가파병 '이후'를 감당할 수 있는가?

국정운영 및 의정활동의 관점에서 추가파병이 가져올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또 있다. 추가파병을 조기에 매듭하면 다른 현안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와 국회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통제불능의 대혼란과 막대한 '기회비용'의 낭비로 엄청난 국가적, 사회적, 외교적 손실이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상이 지나친 것이라면, 위에서 열거한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 정부와 국회는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해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정부와 국회 등 정책결정자들이 유념해야 할 것은 정책결정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사려와 그 결과에 대한 책임 및 통제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이다.

그러나 추가파병에 대한 정책결정과정을 보면, 정부와 국회가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는 어떠한 근거도 발견할 수 없다. 파병 방침을 정해놓고 이라크 현지에 한국인이 몇 명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이를 방증하는 '하나의 사례'이다.

사후 예상되는 결과의 심각성과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 그리고 다른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쓰여야할 국가적, 국민적 역량의 유실 정도를 볼 때, 추가파병을 결정하는 것보다 이를 철회하거나 무기한 유보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파병 철회나 유보에 따른 불이익은 실체가 불분명하고 부분적인 동시에 일시적이며, 정부와 국회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상당 부분 통제할 수 있는 문제이다. 경제든, 안보든 파병 철회에 따른 불안감은 상당 부분 정부와 국회, 그리고 보수언론 스스로가 만들어낸 '유령'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라크인 다수가 반대하는 추가파병은 이라크의 안정화를 가져오기는커녕 '피의 악순환'과 유혈사태의 장기화에 일조하면서, 동시에 우리에게는 극도의 불안정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한미동맹'에 눈이 멀 것이 아니라, 깊고 넓고 멀리 볼 줄 아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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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는 정욱식입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