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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첫날 당사 7층 대표실에 마련된 단식농성장에서 지지방문을 온 강재섭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8신 : 27일 새벽 0시 50분]

최 대표 단식농성 첫날밤 표정 "묵묵히 갈 길을 가겠다"


26일 밤 10시 50분, 마지막 방문객인 이재오 사무총장과 박승국 사무부총장이 최병렬 대표의 단식농성장을 나왔다. 농성장 한 편에는 최 대표의 잠자리를 위해 간이침대가 놓여졌다. 이날 당번을 맡은 보좌진 2명은 대표실 문을 닫아걸고 취침 준비를 했다. 그러나 농성장에서는 한참동안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특검 거부 철회를 요구하며 시작한 최 대표의 단식농성 첫날밤은 그렇게 저물고 있었다.

최병렬 대표는 이날 단식농성 격려차 방문한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방명록에는 대표실을 다녀간 50여명의 흔적이 남았고, 실제 방문객은 100여명 정도로 알려졌다. 최 대표의 취침시간이 예정보다 1시간가량 늦어진 것도 뒤늦게 찾아온 방문객들 때문이다.

특히 2년전 단식농성 경험이 있는 박종웅 의원이 방문해 "갑자기 준비없이 단식을 시작하면 몸에 무리가 온다"며 "3∼4일이 고비다"고 최 대표의 건강을 걱정했다.

김영삼 전대통령의 측근인 박종웅 의원은 2001년 8월 23일부터 언론사 세무조사와 언론사주 구속 등에 항의하며 자신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20일간 단식농성을 벌인 바 있다. 당시 박 의원은 1983년에 23일간 단식농성을 한 바 있는 김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총재의 만류로 단식을 중단했다.

반면 최 대표를 방문한 모 의원은 농담삼아 저녁에 보신탕을 먹은 얘기를 하는 등 한참동안 음식에 관한 얘기만 해 최 대표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국회 조사단을 이끌고 이라크 현지를 돌아보고 이날 귀국한 강창희 의원도 최 대표의 단식농성장을 먼저 찾았다.

최병렬 대표는 이날 방문한 의원들에게 "묵묵히 갈 길을 가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박진 대변인이 전했다.

밤 10시 30분경에는 당 중앙위원회 청년분과에서 20여명이 한꺼번에 몰려와 최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해 보좌진들이 만류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최 대표가 밖으로 나와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장소가 좁아 들어오라고 하진 못하지만, 이렇게 찾아줘서 고맙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이날 마지막으로 농성장을 찾은 사람은 평상복 차림의 이재오 사무총장. 이날 저녁부터 노란색 티로 갈아입은 최 대표는 다소 피곤한 기색으로 "왜 왔어?"라며 이 총장을 맞았다.

이 총장이 돌아간 뒤에도 최 대표는 바로 잠자리에 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당직인 보좌관은 "아마 책을 읽으시다가 주무실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 보좌관도 이날 점심과 저녁 두 끼를 굶었다고 한다.


[7신 대체: 26일 오후 4시]

[현장] 최병렬 대표 무기한 단식농성 첫날


"나라를 구하겠습니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단식농성장에 내걸린 현수막이다. 파란색으로 최 대표의 '비장감'을 강조했다. 최 대표는 오전 9시 30분 기자회견을 연 뒤 농성장이 마련된 7층 대표실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임태희 비서실장 "주치의 권유 따라 3일간 쌀뜨물 마실 예정"

▲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첫날 당사 7층 대표실에 마련된 단식농성장에서 의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단식농성장은 대표실 중앙에 있던 회의용 원형탁자를 한쪽으로 밀고 대표실 안쪽 벽면에 마련됐다. 이곳에는 10cm 두께의 스티로폼 6장을 2층으로 쌓은 단상이 마련되어 있다. 그 단상을 다시 국방색 군용 모포로 감쌌고, 최 대표는 그 위에 앉은뱅이 의자를 놓고 앉았다.

최 대표 앞에 놓인 책상 위에는 생수 1병과 물컵이 있고, 책상 밑에는 '분단과 통일 이야기', '국가 전략의 대전환' 등의 책과 신문, 건강과 관련한 영문서적이 놓여 있었다.

최 대표는 당초 이날 단식에 돌입하면서 아래 위 파란색 체육복을 입었다. 그러나 보좌관들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권유, 다시 넥타이를 풀고 흰색 와이셔츠와 감색 정장바지로 갈아 입었다.

최 대표는 또한 주치의 권유에 따라 3일 동안 생수가 아닌 '쌀뜨물'을 마시며 단식농성을 할 예정이다. 임태희 대표 비서실장은 "(언론에서) 최 대표가 미음을 드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제 단식전문의사(주치의)와 상의하니까 (의사가) 위염증세가 있어 곡기가 전혀 안들어가면 위가 뒤틀리는 현상이 생긴다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쌀뜨물을 음료수로 해서 3일간 드시는 적응기간을 가질 예정"이라며 "그 이후에는 생수만 드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임 실장은 "최 대표는 병원에 실려갈 각오를 하고 단식을 하고 있다"면서 "노 대통령이 풀기 전에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식농성장 입구에 마련된 방명록에는 일반시민 임상호씨가 '의회민주는 승리한다'라고 적어놓았다. 임씨는 특히 '虛其心 實其腹'(허기심 실기복)라는 인상적인 문구를 남겼는데 '정치란 마음을 비우고 백성을 배불리해주는 것'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마당발' 김상현 의원 "국회정상화를 위해 빨리 단식을 마쳐야"

이날 단식농성중인 최 대표를 처음으로 찾은 사람은 정계 최고의 마당발인 김상현 민주당 의원. 김 의원은 11시 50분께 단식농성장을 찾아 최 대표와 10여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김 의원은 "제1당의 대표가 단식을 한다니까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노 대통령의 파행의 정치를 종식시키는 리더십을 최 대표가 발휘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YS도 23일간 단식했을 때 내가 중단시켰다"며 "최 대표도 빨리 단식을 마쳐야 한다"고 권유했다.

이에 최 대표는 "예산도 중요하지만 더 위중한 것은 나라문제"라며 "노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하지 않고 국정개혁을 위해 제대로 움직이면 전폭 도와줄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깊은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김상현 "최 대표는 생에 처음으로 단식하지. 대북송금 특검을 수용한 노 대통령이 측근비리 특검은 수용하지 않아서 국민들이 납득을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청렴이나 도덕성을 강조해온 걸 볼 때 야당이 요구하기 전에 측근비리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야 했다."
최병렬 "맞아. 자기가 특검제 5년 상설화를 주장했잖아."

김상현 "노 대통령이 특검을 받을 거라 생각했다."
최병렬 "청와대에서 만났을 때만도 그렇게 얘기했다. 그런데 특검 받으면 걱정스러운 게 있나?"

김상현 "노 대통령이 평소에 최 대표한테 섭섭한 게 있어서 단식을 하게 했구만.(웃음) 민주당은 오늘 오후 2시 의총이 예정돼 있다. 노 대통령의 특검 거부에 대해 토론을 할텐데 독자적인 특검법안을 마련해서 재의결하자고 할 가능성이 있다.

예산심의 과정이 있는데 제1당 대표가 단식한다니까 국민들이 우려하고 불안해한다. 단식을 계기로 최 대표가 노 대통령의 파행의 정치를 종식시키는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 예산국회이기 때문에 최 대표의 그런 리더십이 더욱 필요하다. 최 대표가 그런 노력을 하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도 공감할 것이다.

단식을 빨리 마쳐야 한다. YS도 23일간 단식했는데 내가 중단시켰다. 그래서 최 대표의 단식도 (빨리) 중단시킬 명분을 만들어서 생산적인 정치가 되도록 해야 한다."

최병렬 "특검, 예산도 문제지만 더 위중한 것은 나라문제다. 나라가 잘못 가고 있다. 노 대통령이 특검은 특검에 맡기고 대선자금은 중수부에 맡기자고 했다. 그런데 특검을 거부해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 노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하지 않고 국정개혁을 위해 제대로 움직이면 전폭 도와줄 생각을 갖고 있었다."

김상현 "국회 정상화를 위해 오래 하면 안된다."

▲ 27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단식농성장을 방문한 김상현 민주당 의원이 최 대표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김덕룡·강재섭 "노 대통령의 특검 거부에 대해 투쟁하는 데 이의 없어"

이날 오후 1시 30분께에는 김덕룡 의원이 최 대표를 방문했다. 김 의원은 면담이 끝난 뒤 대표실을 나서면서 "대통령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편안하게 해야지, 허구한 날 편가르고 싸우니 난세"라고 말했다.

김 의원에 이어 강재섭 의원도 최 대표를 찾았다. 최 대표는 생수 1박스를 들고 들어오는 강재섭 의원을 향해 "난 밥 못 먹는데, 밥 먹었느냐"며 밝은 표정으로 농담을 건넸고, 강 의원도 "대표 물 먹이러 왔다"고 농담으로 받았다.

강재섭 "한끼 굶으니 어떤가."
최병렬 "아직 모르겠다."

강재섭 "예전에 몸 관리 형식으로 해본 적이 있나."
최병렬 "예전에 한 번 해봤다."

강재섭 "그 때는 몸 관리하려고 한 것이고, 이번에는 당 관리하려고 한 것 아닌가."
최병렬 "당 관리가 아니라, (뒷편에 걸린 플래카드를 가리키며) 나라 관리하려고 한다."

강재섭 "우리가 농성도 하고, 투쟁도 해야 하는데, 대표가 혼자 하게 됐다. 금연이라도 좀 해야겠다. 대구는 토요일 결의대회를 하기로 했다. 당내 여러 가지 견해가 있고, 나도 세부적으로는 이견이 있다. 헌법에 위배되고 국익에 반할 경우만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있는 것이지, 대통령이 이렇게 특검을 거부한 것에 대해 투쟁하는 데는 이의가 없다."
최병렬 "처음부터 3분의 2가 넘었는데…."

한편 한나라당은 오전 9시 30분과 오후 2시, 하루 두 차례 단식농성장을 개방할 예정이다. 또한 언론과의 직접 인터뷰를 금지한 채 박진 대변인과 임태희 비서실장을 통해 언론과 접촉하도록 할 방침이다.


▲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단식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6신: 26일 오전 9시30분]

최병렬 대표 단식돌입 기자회견 "노 대통령은 실패"


최병렬 대표가 26일 오전 9시30분 여의도 당사에서 짤막한 기자회견을 갖고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최 대표는 노 대통령에게 "측근비리 특검거부를 즉각 철회하고 국정운영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라"고 요구했다.

최 대표는 "(노 대통령은) 가장 도덕적인 것처럼 포장해왔지만 추악한 본색이 드러날까 봐 특검을 거부한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비리 특검 거부를 즉각 철회하고 도탄에 빠진 나라와 국민을 구하는 국정운영의 근본혁신을 단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 대표는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노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운영 철학과 방식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노 대통령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서는 우리나라가 도저히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노 대통령의 통치철학, 국가관, 외교방향, 정책방향은 이미 국민들이 실패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노 대통령은) 아무런 기준도 없이 인기영합주의로 무책임한 선동정치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표가 된다면 못할 짓이 없는 인기 위주의 무책임한 선동정치는 우리가 막아야 한다"며 "나라를 거덜내고 국민을 못살게 하는 대통령의 잘못된 행태를 국회 제1당의 대표로서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단식투쟁을 결심한 배경을 밝혔다.

최 대표는 이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의 내부혁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나라가 이렇게 된데는 국회 1당인 한나라당의 책임도 크며 이에 대해 당 대표로서 무한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물론 한나라당도 깨끗하지 않고 국민 여러분을 뵐 염치가 없다" 등의 표현을 쓰면서 "정치개혁을 주장하기 전에 우리 당부터 먼저 제대로 바꿀 것이며, 목숨을 걸고 우리 당과 부패에 찌든 이 나라 정치를 뜯어 고치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전날 제안한 노 대통령과의 일대일 TV토론에 대해 "아직 유효하다"며 "노 대통령이 측근비리 특검 거부가 진실로 정당하다고 생각하면 TV에 나와서 토론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최 대표는 특히 의원직 사퇴서 국회 제출 여부와 관련 "사퇴서 처리는 저에게 위임돼 있다"며 "(국회 제출 여부는) 상황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자민련과의 공조를 통한 재의 추진여부에 대해서도 "어떤 대답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최 대표는 기자회견 이후 당사 7층 대표실에서 특검 거부 철회와 국정쇄신 단행을 내걸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다.

그러나 최 대표의 무기한 단식돌입 등과 같은 한나라당의 전면 대 청와대 투쟁에 대한 국민의 호응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한나라당의 초강경 투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MBC가 25일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1천여명의 성인남녀를 상대로 긴급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한나라당의 전면투쟁 방침에 대해서는 찬성이 26.8%, 반대가 67.1%로 반대 여론이 2배를 훨씬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최 대표와 기자들 간의 일문일답.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어제 노 대통령에게 제안한 일대일 TV토론이 기자회견문에는 빠져 있는데.
"이미 보도가 돼서 새삼 언급할 필요 없어 회견문에는 넣지 않았다. (TV제안은) 물론 유효하다. 노 대통령이 측근비리 특검 거부가 진실로 정당하다고 생각하면 TV에 나와서 토론에 응해주시기를 촉구드린다."

- 어제 의원들이 의원직 사퇴서를 최 대표에게 제출했는데 이것을 국회에 제출할 것인가.
"의원직 사퇴서는 어제 의총장에서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결의를 다지는 뜻에서 제출한 것이다. 그걸 모아서 내가 가지고 있는데 이 사퇴서는 오늘 상황을 보는 의원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이 사퇴서 처리는 저한테 위임돼 있다. (국회 제출 여부는) 상황에 따라 판단할 것이다."

- 정기국회 회기 중에 민주당·자민련과 공조해 특검안을 재의결할 생각있나.
"내가 단식에 들어가기로 마음을 정한 것은 단순히 특검 철회 때문만은 아니다. 나라가 이대로 가다가는 희망없는 캄캄한 미래로 굴러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내가 단식을 하는 것은) 노 대통령이 특검안을 철회하고 국정쇄신을 하라고 촉구하고자 하는 데 근본취지가 있다. 그런 뜻으로 특검 거부를 철회하고 국정쇄신 나선다면 노 대통령을 전폭 도와줄 결심을 하고 있다. 재의 추진여부에 대해서는 어떤 대답도 가지고 있지 않다. 상황에 따라 판단하겠다."

- 노 대통령은 이라크 조사단이 귀국하면 4당 대표와 회동하겠다고 했는데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나 이라크 파병문제를 논의할 생각은 있나.
"대통령이 그걸 원한다면 지금 잘못된 특검 거부를 철회해야 한다."

- 정기국회가 곧 마감될 텐데 예산안 처리도 못하고 있다. 앞으로 민생현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내년도 예산도 중요하다. 준예산을 편성하는 사태가 오지 않도록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길 바란다. 노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운영 방식을 바꾸는 것이 준예산 편성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라를 위해서는 특검을 철회하고 국정을 쇄신하겠다는 약속이 더 중요하다."


▲ 최병렬 대표가 25일 의원총회에서 사퇴서를 제출하는 의원들과 '감사하다'며 악수를 하고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5신 대체 : 25일 오후 5시 30분]

최 대표 내일부터 단식투쟁... '의원 사직서' 당에 제출
국회 철야 농성은 철회... 등원 거부한 채 지역구 홍보전


최 대표 "97년엔가 2주간 야채효소로 단식한 적 있어"

25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단식투쟁을 작심한 최병렬 대표는 오늘도 오후 6시께 기자실에 들러 어제처럼 기자들과 자유롭게 얘기를 나눴다. 최 대표는 단식경험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97년엔가 야채효소로 단식을 해봤다"며 "2주일 동안 했는데 10kg이 빠졌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2주일 단식하는 것도 힘들더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내일 오전 9시 30분에 기자회견을 하고 단식투쟁을 정식으로 시작할 계획"이라며 "내가 단식하게 된 이유가 특검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 대통령이) 특검은 받아주고 대선자금은 중수부에 맡기고 야당과 함께 나라 살리기에 소매를 거둬 붙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데 왜 거꾸로 가는가"라며 노 대통령의 특검 거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다음은 최 대표와 기자들 간의 일문일답.

- 단식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단식하다 죽는 사람 있나. 살려고 하는 거지."

- 단식을 해본 적이 있나.
"야채효소로 단식을 해봤다. 야채를 발효시킨 효소를 3분의 1 정도 넣고 물을 타서 먹었다. 97년인가 98년인가 2주일 동안 했는데 10kg 정도 빠졌다. 그런데 단식을 끝내고 2-3주 후에 다시 (살이) 올라오더라. (2주일 단식하는 것도) 힘들더라. 내 체중이 원래 77kg이었다가 지난 봄 경선을 거치면서 79-80kg으로 늘었다."

- 노 대통령이 일대일 TV토론을 수용하면 단식을 중단할 것인가.
"단식하면서 하면 되지. 단식하면 머리가 더 맑아진다고 하대. 난 면도도 하면서 단식할 거야."

- 집단농성보다 의원 사퇴서 제출 등이 더 파괴력이 있는 것 같다.
"100명이 넘었어. 내가 내라고 말 한마디 한 적 없는데…."

- 대표는 상당한 결심을 한 것 같은데 의원들은 별로….
"다들 애국심이 대단하더라."

- 국회일정 등이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노 대통령이 부담스럽겠지. 우리가 부담스럽겠나."

- 내일 기자회견 할 것인가.
"기자회견은 하고 단식을 시작해야지. 내일 오전 9시 30분."

- 국회 사무처 쪽에서는 재의 요구한 것을 다시 들고갈 수는 없다고 하는데.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으면 국회 임기가 끝날 때까지 그냥 안건으로 가는 거다. 전례가 없긴 하지만 우리도 법률 검토를 했다."

- 내일 기자회견에서는 뭘 얘기할 것인가.
"특검 때문에 내가 단식을 결심했다고 볼 텐데 물론 그것이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다 아니라는 걸 내일 얘기하겠다. 대통령이 이래선 안된다. 나라 형편이 어떤 상황인데…. 대통령이 모를 리 있나. 알면서 왜 그럴까? 검찰수사가 끝나지 않는 게 무슨 핑계가 되나. 특검 받아주고 대선자금은 중수부에 맡기고 야당과 함께 나라 살리기에 소매를 거둬 붙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거꾸로 가는가."

- 28일 민주당 전당대회를 염두에 두지는 않았나.
"조순형 의원이나 추미애 의원이나 입장이 분명하지 않나. 큰 차이가 없다." / 구영식 기자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맞서 '전체 의원 사직서 제출'과 '대표 단식투쟁'이라는 최강경책을 꺼내들었다.

25일 오후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103명의 의원이 현장에서 사직서를 작성해 당 지도부에 제출하는 한편, 사직서 처리 권한을 위임했다. 이와 함께 최병렬 대표는 내일(26일) 오전부터 노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권 철회를 요구하며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의총에서 논의된 대응 방안 가운데 가장 강경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전면적인 대립과 갈등이 불가피하며, 정국이 급속도로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또, 최병렬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과 특검법 처리를 놓고 1대1 TV 토론을 제안했다. 소속 의원들은 국회 등원을 거부한 채 이날부터 각 지역구로 돌아가 당의 입장을 홍보할 예정이다. 따라서 당초 오전에 긴급비상대책회의에서 결정됐던 국회 시한부 철야 농성은 철회됐지만, 국회 의안 심의·처리 불참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한편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불법 파업을 풀어야 대화도 가능하다"며 최 대표와 노 대통령의 TV토론 성사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이날 오후 2시경부터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는 오후 3시 50분경 공개로 전환됐다. 기자들이 의총장에 들어서자 의원들은 당 사무처에서 나눠준 의원직 사직서를 작성해 이재오 총장에게 제출했고, 이 총장은 이를 수거해 최병렬 대표에게 건넸다.

사직서를 전달받은 최 대표는 무거운 표정으로 단상에 올라 "한나라당 대표로서 동지여러분 스스로 제출한 의원 사직서를 받는 일을 상상도 못했다"며 "내일부터 여러분들이 주신 사직서를 가슴에 안고 단식투쟁에 들어가, 온 국민들에게 노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온몸으로 호소드릴 작정"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 최병렬 대표는 25일 의원총회에서 의원사퇴, 등원거부, 대표단식을 비롯한 강경투쟁입장을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해서는 특검에게 맡기고, 대선자금에 대해서는 대검 중수부에 맡기고, 우리는 국정을 함께 다뤄가자고 그렇게 노 대통령에게 진심을 담아서 여러 차례 직접·간접으로 말씀드렸는데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무너지는 나라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기 치부를 덮고 그 연장선상에서 내년 총선 대책만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선택은 분명하다. 반드시 노 대통령과 주변의 비리 문제에 관해서는 철저히 밝혀서 책임질 것은 책임지게 하고, 온 국민이 진실을 알게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오늘 이 자리에서 동지 여러분들이 말한 것을 전체적으로 종합해서 한 마디로 말하면, 저를 믿고 모든 것을 맡겨 달라. 책임은... (의원들 박수) 여러분 앞에 서서 이 대표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다뤄나갈 결심이라는 것을 밝힌다.

대책은 강경론도 있고, 온건론도 있다. 가장 현명한 것은 강경론과 온건론을 합쳐서 합리적이고 국민이 이해해주는 범위 안에서 싸워나가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 시간 이후 나를 믿고 전원 지역으로 돌아가 오늘 이 사태를 홍보해 달라.

나는 내일 노 대통령에게 이번에 제출한 측근 비리에 대한 특검의 거부권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또 하나 이 문제와 관련 국민 앞에서, TV 토론을 통해 노 대통령과 1대1 토론을 제의할 작정이다.

저는 내일부터 여러분들이 주신 사직서를 가슴에 안고 단식투쟁에 들어가서 온 국민들에게 노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하고, 이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온몸으로 국민들에게 호소를 드릴 작정이다."


최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참석한 의원들은 연거푸 박수를 치며 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의총이 끝나고, 최 대표는 출입문에 서서 의총장을 나서는 의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건넸고, 의원들은 최 대표에게 "고생하라"며 격려했다.

다음은 의원총회 직후 박진 대변인과의 일문일답이다.

- 의원직 사퇴서를 당 지도부에 맡긴 의미는.
"최 대표가 결연한 의지로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협상에 결연하게 임해달라는 것이고, 처리를 대표에게 일임한 것이다. 오늘 103명의 의원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앞으로 내지 못한 의원들 것도 받을 것이다."

- 단식 시한은.
"최 대표는 노 대통령이 특검 거부를 철회하라고 요구하기 위해 단식에 돌입하는 것이다."

- 특검 거부권 철회가 가능한가.
"국회법 90조 2항에 보면 철회가 가능하다."
(제90조(의안·동의의 철회) ② 정부가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서 의제가 된 정부제출의 의안을 수정 또는 철회할 때에는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 편집자 주)

- 최 대표가 단식을 결정하게 된 배경은.
"최 대표는 며칠 전에 '마음이 서 있다'고 말했다. '오늘과 같은 비상 상황에 모든 책임을 지고 몸을 던져 처리하겠다. 나에게 맡겨달라'는 결연한 의지다. 단식투쟁에 들어가기 전에 내일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힐 것이다."

- 민주당 대표가 누가 선출되느냐에 따라 특검법 재의결을 다시 검토할 수 있나.
"청와대에 특검 거부 철회를 하라고 요구하고, 다른 당에 대해서는 계속 원내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민주당의) 전당대회 이후를 주시할 것이다."


▲ 25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이재오 비대위원장에에게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고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4신: 25일 오후 3시45분]

의원직 총사퇴, 등원 거부, 재결의 등 대응 방안 놓고 논의중


오후 3시20분께 의원총회 도중 회의장 밖으로 나온 박진 대변인이 의총 상황을 짧게 중간 브리핑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노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에 대해 일치단결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가운데 구체적인 대응 방법에 대해서는 서로 입장 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의총에서는 의원직 총사퇴, 등원 거부, 재결의 등 크게 세 가지 대응 방안을 놓고 논의중이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특검 거부는 막가파식의 국정운영이기 때문에 우리도 의원들이 총사퇴하자"는 의견이 제기됐고, 이에 맞서 "총사퇴보다는 등원 거부 등을 통해 노 대통령이 특검 거부를 철회하도록 촉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와 함께 "1차에서 3분의2 이상 압도적으로 통과시켰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해 재의결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 관련 일지

▲10월 26일 최병렬 대표,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선자금 특검' 제안
▲10월 27일 노 대통령-최 대표 회동 / 한나라, 대선자금·측근비리 특검법 시안 마련
▲10월 30일 한나라, 대선자금·측근비리 등 3개 특검법 마련
▲10월 31일 한나라, 3개 특검법 국회 제출
▲11월 2일 노 대통령 기자간담회, 특검법 반대의사 표명
▲11월 3일 국회 법사위, 3개 특검법 상정
▲11월 5일 법사위, 특검법 법안심사소위 회부 / 강금실 법무장관, '특검 반대' 피력
▲11월 6일 한나라,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금 요청 / 박관용 의장, 특검후보 추천 반대
▲11월 7일 특검법 법사위 통과
▲11월 10일 측근비리 특검법 통과 / 노 대통령, 4당 총무 청와대 초청
▲11월 11일 최 대표, 대통령-4당 대표 회동 제안 / 한나라, 측근비리 자체조사팀 구성
▲11월 12일 노 대통령, '시간조절용' 특검 거부 시사(충청언론인 간담회)
▲11월 13일 최 대표, 노 대통령 특검 거부시 국회 재의결 방침 시사
▲11월 14일 검찰, 특검법 권한쟁의심판 청구 시사
▲11월 18일 민주, 거부권 반대 의결(당무회의)
▲11월 21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 '특검 거부시 27일 재의' 결정
▲11월 22일 한나라당, 특검 수용 촉구 가두홍보전
▲11월 23일 최 대표 기자간담회, "특검 거부시 재의하지 않고 전면투쟁" 선언
▲11월 24일 노 대통령, "협박정치 사라져야 한다"(수석·보좌관회의) / 한나라, 의원직 사퇴·대통령 탄핵추진 검토
▲11월 25일 노 대통령, 특검 거부(국무회의) / 한나라, 국회 일정 거부 및 시한부 철야농성 돌입

▲ 최병렬 대표는 25일 의원총회를 마친뒤 국회 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의원사퇴를 비롯한 강경투쟁입장을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3신: 25일 오후 2시40분]

원희룡 "언제까지 노 대통령만 보고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냐"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측근비리 특검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25일 오후 2시부터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철야농성 등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당내 일부 소장파들이 당의 강경투쟁 방식에 반발하고 나서 이날 의원총회에서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희룡 의원은 의원총회 직전 기자와 만나 "당이 언제까지 노무현 대통령만 보고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냐, 국민을 보고 해야지"라며 "당의 전략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 의원은 "특검을 재의 하던지, 자신이 없으면 특검을 계속 촉구해야지, 무턱대고 국회 기능을 중지시켜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원 의원은 비공개로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토론자 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반면, 홍준표 전략기획본부장은 "노 대통령이 자기 심판을 자기가 하겠다는 것은 자연적 정의에 반하는 것으로, 코미디 중에 코미디"라고 비난한 뒤, "사법시험 1차에도 나오는 정의인데, (노 대통령이) 어떻게 사법시험을 패스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박관용 국회의장은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으로서 국민이 보기에 납득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박진 대변인이 전했다.

한나라당 의원총회는 당초 공개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홍사덕 총무가 "투쟁 방안을 논의하는 부분은 비공개로 진행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 오후 2시30분 현재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홍 총무는 "노 대통령이 자신의 허물과 비리를 감추기 위해 특검을 거부했다. 우리는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해서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 회의는 우리가 천명했던 결연한 의지를 어떻게 한 단계, 한 단계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회의가 되겠다. 나는 오늘 노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하는 것을 보고 내가 알고 있는 어떤 단어, 어떤 말로도 제 가슴 속에 있는 분노를 표현하기에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동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진실로 의회주의의 무자비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당의 무엇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의회의 권능과 지위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기왕에 천명한 바와 같은 결연한 의지와 투혼을 보여줘야겠다. 의견을 모으는 과정은 비공개로 해야 한다."


[2신: 25일 오후 1시]

오늘 오후부터 1박2일 시한부 철야 농성 돌입


▲ 의총에서 최병렬 대표와 홍사덕 총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권 행사와 관련 25일 오후부터 26일 오전까지 시한부 철야 농성에 돌입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거부권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거부권 철회 전까지 국회 안건 심의에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11시경부터 1시간20분 동안 최병렬 대표 주재로 비대위원과 당 3역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노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또한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2시 의원총회를 열고 노 대통령의 특검 거부에 따른 상황과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진 대변인은 긴급회의 직후 브리핑을 갖고 "의원총회에서는 단계별로 투쟁의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의제로 다룰 것"이라며 "의총이 끝나면 본회의장에 모여서 대통령에게 특검 거부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는 농성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또 "특검법 거부가 철회될 때까지 국회 안건 심의에는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회의에서 나온 여러 가지 내용에 대해서는 대표가 참고해서 '나에게 일임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박 대변인과의 일문일답이다.

- 특검법을 재의결할 가능성은 없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이다."

- 농성은 언제까지 하나.
"내일(26일) 오전까지 한다. 시한부 철야 농성이다. 참석 가능한 전 의원이 참석할 것이다. 농성장에서는 노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한 것은 의회정치를 부정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라는 시각에서 우리 당의 입장을 결정하는 의견들을 제시할 것이다. 특검법 거부를 철회하라는 내용을 담은 결의문도 준비하고 있다."

- 청와대의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회 의석 3분의2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처리한 특검법이고, 대통령과 측근이 연루된 조사라는 점에서 일반 의결 법안과 다르다. 이 법을 거부한 자체가 국민과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다."

- 의원직 총사퇴 가능성은.
"모든 방안을 논의했고,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 내일은 어떻게 하나.
"농성장에서 의견을 수렴해서 우리의 대응방안을 수립할 것이다. 특검 거부를 철회하기 전까지는 국회 모든 안건 심의를 중단할 것이다."

한편 신경식 의원 등 충청권 의원들은 오늘 오전 최병렬 대표를 면담한 뒤 최 대표로부터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당무 거부를 중단키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특검정국으로 당이 어려운 만큼 당 투쟁에 동참하겠다"며 오늘 2시에 열릴 의원총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1신 대체: 25일 오전 11시30분]

홍준표 "정치권 극한 대립은 노 대통령이 자초한 것"


노 대통령이 25일 오전 측근비리 특검을 거부하자 한나라당 지도부는 매우 격앙된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오후부터 전면투쟁 1단계로 국회 일정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국회 농성 등으로 투쟁수위를 높여가기로 했다.

이재오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10시40분께 최병렬 대표에게 향후 대응일정을 별도로 보고했다. 이에 대해 박진 대변인은 "오전 11시에 긴급 비대위를 열고, 오후 2시에는 의원총회를 한다는 내용"이라며 "의원총회 이후에 국회에서 진행되는 모든 심의는 일체 중단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 윤여준 여의도연구소장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엄청난 짐이 될 것이고, 야당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며 "의원직 사퇴까지는 안가더라도 야당 의원들이 국회 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전략기획본부장은 "그런 식의 거부권 행사 자체는 위헌"이라고 강하게 비난한 뒤 "차츰 투쟁의 수위를 높여가야 하고, 의원직 사퇴는 마지막 수단이 될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에 따른 정치권의 극한 대립은 노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최병렬 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함께 긴급비상대책회의를 기다리고 있던 박진 대변인은 "농성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의원총회장에 있는 것 자체가 농성 아닌가"라고 답했다. 옆에 있던 배용수 부대변인은 "농성은 검토될 수 있지만, 의원직 사퇴는 마지막 카드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11시에 예정됐던 긴급 비상대책위 회의는 오전 11시10분이 넘어서야 시작됐다. 최병렬 대표 주재로 열린 이날 긴급회의에는 당 3역을 포함 비상대책위 위원들이 참석했다. 최 대표가 "(오프닝 없이) 처음부터 비공개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혀 긴급회의는 현재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이날 긴급회의에 참석한 비상대책위의 핵심멤버인 이재오 사무총장과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은 매우 어두운 표정을 한 채 긴급회의에 임했다.

최병렬 "전면투쟁... 노 대통령이 우리에게 강요한 길"
새해 예산·FTA 등 민생현안 처리 중단... 국정공백 불가피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권 행사와 관련, 이날 오후 2시에 열리는 의원총회 직후부터 예산안·법안 등에 대한 의안심의를 일체 거부한다는 방침이어서 입법부 기능 마비 및 국정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나라당은 국회에서 철야 농성에 돌입한 뒤 등원거부 및 장외투쟁, 노 대통령 하야투쟁, 의원직 총사퇴 등 단계적으로 투쟁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새해 예산안을 비롯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동의안 처리, 국가균형발전 3대 특별법 등 민생현안에 대한 국회 심의 및 처리가 사실상 중단된다. 또한 청와대와 한나라당간에 국정공백에 대한 책임공방이 격화되면서 정국은 파국적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최병렬 대표는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해 "노 대통령이 특검법안을 거부하는 것은 나라의 어른답지 못한 것"이라며 "자기 자신의 비리가 드러날 것에 대해 불안하고 초조한 나머지 국민들에게 아주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최 대표는 특히 "당은 우리 결심 여하에 따라 상당한 고통을 각오하고 갈 수밖에 없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며 "어제 의원총회에서 보여준 단합된 자세로 효과적인 투쟁을 할 수 있도록 당직자들의 힘을 모아달라"고 주문했다.

최 대표는 이어 "이라크 파병, FTA, 부안 사태 등 정치가 챙겨야 할 일들이 산더미인데 이것을 등한시하고 대통령이 자기 측근 비리를 덮기 위해 여야 정치권을 극한대립 상태로 가져가는 것은 정말 가고 싶지 않은 길"이라며 "이것은 노 대통령이 우리에게 강요한 길이지, 우리가 선택한 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내 일부 소장파들은 특검법 재의 거부 및 대여전면투쟁 등 당의 강경투쟁 방침에 대해 '적절치 않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 최경준 기자


▲ 이강두 정책위의장과 이재오 사무총장등 의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투쟁 1단계 돌입... 각종 의안 심의 불참"

정의화 수석부총무 "등원 거부를 하게 되면 집에서 일을 해야 하나."
이원형 제3정조위원장 "정치는 정치고 정책은 정책대로 가는 것 아닌가. 그런데 국회의석 과반수가 (의원직을) 사퇴하면 자동으로 국회가 해산되는 것 아닌가."
정의화 "모르겠다. 그런데 식물 상태와 사망은 다르다. (국회는) 식물 상태가 되는 것이다."


25일 오전 한나라당 주요당직자 회의에 앞서 정의화 수석부총무와 이원형 제3정조위원장이 나눈 대화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에 대해 노 대통령이 조건부 거부권을 행사 한 상태에서 당직자들 사이에 돌고있는 긴장감을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는 이례적으로 최병렬 대표가 참석해 노 대통령의 특검 수용을 재차 촉구하고, 특검 거부시 강력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천명하는 등 비장감마저 흘렀다.

한나라당은 이날 특검법에 대한 정부의 최종 입장이 발표되면 즉시 대표실에서 비대위와 당3역간 긴급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이재오 사무총장 겸 비대위원장은 "오늘 중으로 특검 처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발표되면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농성을 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비상대책위 회의에서는 "▲ 노 대통령이 끝까지 특검법을 거부하면 그에 대한 국정파탄과 국정혼란의 책임은 전적으로 노 대통령에게 있다 ▲ 대통령의 측근 비리에 대한 특검을 노 대통령이 수용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 우리 당은 만약 노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할 경우 모든 방안을 열어 놓고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다"는 등의 결론을 내렸다고 박진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변인은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단계적으로 투쟁의 수위를 높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단계적 투쟁 수위의 첫 단계로, 만약 특검이 거부되면 각종 의안 심의에 불참하는 방안이 거론됐고, 그와 아울러 모든 방안을 열어놓고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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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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