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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나루에서 운저리 낚시중인 강태공들
ⓒ 김대호
"옛날에 정분 나먼 산골사람들은 물레방앗간을 가지만 무안사람들은 썰물 때 조금나루로 떼꼬(데리고)가서 밀물만 지달리제. 깝깝한(답답한) 놈들이 물때를 모르고 따라하다가 귀빵맹(뺨)이나 처 맞기 딱이제."

목포에서 왔다는 김해석(남, 53세)씨가 무안군 조금나루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 놓자 주변에 아주머니들이 '까르르' 웃는다.

"우리 아그들 때(어린 시절)는 목포 온금동을 조금동이라고 부르고 아그들을 조금자석(자식)들이라고 골렸제(놀렸지). 어째 그란지 안가? 조금 때는 고기가 안잽힌께 어선이 다 선창(목포항)으로 들어올 것 아닌가. 그 동네는 선원들이 사는 곳이라 아그들 생일이 다 같어. 만약에 생일이 틀려 불먼 그 집은 칼부림이 나제."

이번엔 숫제 일행들이 배꼽을 풀어놓는다.

▲ 4㎞에 이르는 조금나루 백사장
ⓒ 김대호
조금은 음력 초여드레와 스무사흘을 이르는 말로 조수(潮水) 간만의 차가 가장 낮은 때를 말하는데 음력 8월 23일이 가장 적다.

사리란 음력 보름이나 그믐으로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과 달이 일직선상에 놓여 밀물이 최고 높이로 들어오는데 특히, 음력 7월 보름 때 달의 인력이 가장 강해져 바닷물의 높이가 최대에 이르는데 이를 백중사리라 부른다.

조금나루는 조금 때에만 사람이 걸어서 들어올 수 있고 사리 때는 그야말로 섬이 되는 포구인 것이다.

▲ 무안명물 세발낙지
ⓒ 김대호
서해바다는 이처럼 달의 표정에 따라 얼굴빛이 달라진다.

조금도 발목조금, 물팍(무릎)조금이 있고 사리도 가심(가슴)사리, 목사리가 있는데 바닷물의 높이는 일년 사시사철 같은 날이 없고 달의 위치에 따라 초승달과 보름달일 때 그 차가 커지고 하현, 상현달일 때는 작아진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사시사철 변하는 서해안의 표정을 가장 정확히 볼 수 있는 곳이 무안 조금나루다.

▲ 부두 끝으로 낚시배들이 가을을 낚는다
ⓒ 김대호
무안 톱머리 해수욕장이 고향인 장경호(남·30세) 선생은 "서해안은 동해와 달리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물이 수㎞까지 빠지는 경우까지 있는데 모르고 먼바다까지 갔다가 물이 차 사고를 당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며 "조금나루는 북쪽엔 4㎞ 이르는 백사장이 펼쳐지고 동남쪽으로는 갯벌이 펼쳐져 염색식물과 갯벌생물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고 자랑한다.

부산에서 왔다는 강선영(여·36세)씨는 "멀리 망운 풍차마을에서 보니 바다에 길게 나온 선착장 같아서 작은 포구라 조금나루라고 부르는 줄 알고 조용히 쉬러 왔는데 어지간한 섬 크기는 되는 것 같다"며 "아이들과 백사장에 서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남기기로 하고 100m는 넘게 섰는데 물이 드니 다 지워져 버렸다"고 아쉬워한다.

▲ 채취 중단이후 다시 쌓이는 바다모래
ⓒ 김대호
강태공은 동남쪽 갯벌에서 가을 별미인 운저리 낚시에 세월을 죽이고, 정자에는 큰 양푼에 햇쌀밥 서너 공기 넣고 초고추장에 참기름 듬뿍 뿌린 운저리회무침에 소주잔을 죽인다.

조금나루에서는 무안의 유일한 유인도인 탄도와 함해만에서 잡아 올린 세발낙지며 기절낙지 맛도 볼 수 있으며 아름드리 해송과 섬을 가득 메운 해당화 군락도 볼거리다.

신안군 가거도나 홍도에 비길까 마는 서해낙조의 장관을 가장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곳이 조금나루이며 태양이 풍차 사이에 끼일 때가 가장 아름답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들과 낚시대 들고 서해갯벌과 운저리, 세발낙지 별미를 찾아 코스모스 꽃길 어우러진 무안 조금나루를 찾는 것이 어떨지 권하고 싶다.

▲ 건너편에 멀리 보이는 풍차마을
ⓒ 김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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