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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사람은 다 와. 걱정마."

▲ 봉천7동에 위치한 대성탁구장 주인 황대웅(62)씨는 사람이 많거나 적거나 간에 탁구장 카운터를 지켰다. 그것이 올해로 20년이 되간다.
ⓒ 강우영
탁구장 찾기가 쉽지 않은 요즘, 20년째 한곳에서 탁구장을 운영하고 있는 황대웅(62)씨에게 탁구장을 찾는 사람들이 별로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가 한 말이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다 휴가철인 지금 탁구장을 찾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노파심에 물어봤지만 그는 별반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봉천7동에 위치한 대성탁구장 주인 황대웅씨는 사람이 많거나 적거나 간에 탁구장 카운터를 지켰다. 그것이 올해로 20년이 되간다. 노래방에 비디오방, PC방까지. 사람들이 몰리는 장사가 많은데 그는 왜 하필 탁구장을 고집했을까. 산이 있어 산에 오른다는 어느 산악인의 말처럼 탁구장을 찾는 사람이 있어 탁구장을 운영한다고 그는 말한다.

탁구장을 찾은 시각은 31일 오후 2시경. 평일 오후라 그런지 탁구장은 텅비어 있었다. '삐그덕' 소리가 나는 탁구장 미닫이문때문에 탁구장 내부는 적막감마저 들었다.

모두 9개의 탁구대가 놓여있는 탁구장 내부는 깨끗했고 벽면에는 현정화와 유남규 선수의 화려했던 사진이 장식돼 있다. 가운터앞 진열대에는 탁구대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그 옆에는 하얀색 공과 분홍색 공이 가득 담겨져 있다.

5분정도 기다리다 만난 주인 황씨는 탁구는 혼자 못치는데 무슨 볼일이냐 듯 2평 남짓한 자신의 공간으로 들어가 버린다. 탁구장 보기가 흔치 않은데 너무 반가운 나머지 궁금해서 들렸다고 말하자 타박부터 한다.

"가장 한가할 때 왔구만. 여름에다 휴가철이니 탁구장 찾는 사람이 있나. 또 요즘 피시방이다 비디오방이다 여기저기 많이 생겨나서 학생들이 전부 그곳으로만 가지. 시대가 바뀌었는데 억지로 탁구장 오라고 할 수도 없잖아."

▲ 탁구장을 찾은 시각은 지난 31일 오후 2시경. 평일 오후라 그런지 탁구장은 텅비어 있었다.
ⓒ 강우영
그는 가장 손님이 없는 시기에 찾아왔다고 말하면서도 보기보다 탁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자랑한다. 한쪽 벽에 걸려있는 달력을 들추며 예약자 명단을 보여준다. 8월달만 해도 매주 토요일 관악중, 상도중, 봉림중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오기로 예약이 돼 있다. 또 평일에는 뜸하지만 주말마다 탁구를 사랑하는 동호회에서 자주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현정화가 86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 땄을 때가 (탁구의) 전성기였지. 그때는 말이야 아침 9시에 탁구장 문을 열었는데 탁구치러 아침부터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그래서 청소할 시간도 없었지."

탁구 붐이 조성됐던 86아시안 게임때나 88올림픽때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지만 아직 탁구인은 많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런 시절이 또 올까 하며 씁쓸해 하기도 했다.

20년 동안 한곳에서 탁구장을 운영해 오고 있는 황씨는 월급쟁이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목을 심하게 다친 후로 탁구장을 운영하게 됐고 그 후로 20년째 이곳에서 터전을 잡았다.

봉천7동 자치방위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그는 지역일 때문에 탁구장을 비워둬야할때도 탁구장 문은 닫아놓지 않는다. 탁구장을 찾아보기도 힘든데 그나마 먼길에서 온 손님이 허탕치지 않도록 하는 배려때문이다. 또 손님이 와도 알아서 운동하고, 알아서 계산하고 가기 때문에 닫아놓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구력 20년에 유남규 뺌치는 실력을 갖췄다는 그는 탁구강사로 와달라는 부탁도 많이 듣지만 모두 거절한다고 한다. 탁구장을 운영하지만 이것으로 돈을 벌 생각도 없다고 한다. 그래도 탁구장을 운영하려면 수입이 있어야 되지 않느냐고 조심스럽게 묻자, 그는 대뜸 "수입? 걱정말어. 밥 먹고 살어"라고 말한다.

▲ 탁구장 요금은 개인전 1시간에 5천원, 복식은 8천원으로 9년전 가격 그대로이다.
ⓒ 강우영
더욱이 9년전 요금 그대로를 받고 있는 대성탁구장은 개인전 1시간에 5천원, 복식은 8천원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탁구장을 운영해온 그에게 있어 탁구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그의 탁구예찬론을 물어봤다.

"운동은 다 좋아. 내가 탁구장 운영한다고 탁구가 운동중에 최고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고. 뭐 굳이 말하라면 탁구는 개인운동으로서 가장 효과적이고 건강관리하는데 이만한 운동도 없지."

탁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탁구장 문을 닫지 않겠다는 황대웅씨. 2평 남짓한 공간에서 그는 다시 한번 86아시안 게임의 영광을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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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를 공부하는 정치에 관심많은 사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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