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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조은희 우먼타임스 편집위원장
취재 및 정리 : 박이은경/김유진 기자


ⓒ 우먼타임스 장철영
민주당 김근태 상임고문. 그가 정대철 정국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김 고문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직전 정치권의 어두운 관행인 정치자금에 대해 양심고백을 했던 장본인.

경선을 중도에 포기해야했고, 검찰과 법원에 들락거리며 조사와 재판을 받는 등 가시밭길을 걸으며, '바보'취급까지 당했던 그였지만 굿모닝시티 사건으로 불거진 대선자금파동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17일 오후 그를 만났다.

- 정치자금 양심선언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있는 것 같다. 당시의 심정은 어땠나.
"쓰라렸다. '이런 정치를 계속해야 하나'하는 회한 같은 것이 있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쓸 수 있는 최고액이 5천만원이었다. 선거인단이 7만명이고 국민참여경선 등으로 잠재적으로 150만-200만명의 유권자들을 상대한 것과 다름없었다.

결과적으로 양식있는 정치인이라면 진퇴양난에 빠질 수밖에 없다. 난감했다. 한나라당 대표경선 선거자금 최고액이 1억 5천만원이었는데 선거인단은 20만이 넘었다.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선거자금을 썼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본에서 나온 말이지만 '정치인들은 교도소 담장을 걷는 것 같다'는 얘기가 있다. 발을 헛디디거나 재수 나쁘면 담장 안으로 떨어지고, 담장 바깥을 걷는 사람은 운이 있거나 빽이 있는 사람이라고 정치인들 스스로 생각한다. 교도소 담장을 걷는 사람이라면 자부심을 가질 수 없다.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업보고 '분식회계 하지마라', 문화계나 교육계에 대해 '투명하라'고 주장하면 '니네나 잘해라' 그런다"

한나라당 정치자금 공개는 이회창씨 이해가 있어야 가능

- 노 대통령의 정치자금공개 주장이 진실성이 있다고 보는지. 정국 돌파용 아닌가.
"대통령이 정치적인 곤경에서 헤쳐 나오기 위해 역으로 공개하자고 주장했다는 비판이 일리가 있을 수 있지만 정치인들에게 순수함만을 가지고 행동할 것을 요구하면 안된다. 대의에 맞다면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는 점은 이해돼야 한다고 본다. 국면회피용이라고 비판받지만 대선자금공개는 대의에 맞는 이야기다."

- 한나라당이 따라줄 것으로 보나.
"최병렬 대표와 한나라 지도부가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이 협의회를 통해 대선자금을 어떻게 공개할 것인가 합의하고 민주당이 여당이니까 먼저 공개하고 다음에 한나라당이 공개하는데 합의하면 된다. 또 사실인지 검증해야 할 것이다. 도덕적·정치적 비판은 받되 법적인 추궁은 하지 않아야 한다. 또 어느 정도로 법적인 추궁을 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협의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정쟁적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 한국 정치 현실에서 돈이 어느 정도로 큰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잘 알면서 마치 한나라당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이 정치자금공개를 결단하기 위해서는 이회창 후보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 이회창씨가 이해해 줄 것이라고 보나.
"이해가 있어야 한나라당이 결심할 수 있다. 나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정치를 떠난 본인에게는 부담이 없다. 국민들의 가슴속에 이회창씨가 있었던 것은 '대쪽'이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냉전적이고 수구적이며 특권을 누리며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과 같이 한무리로 다니면서 수구적인 이미지로 보였다. 복권할 수 있는 기회다"

“정대철 대표는 정치 관행의 희생자”

ⓒ 우먼타임스 장철영
"- 정대철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보나. 결국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됐는데...
정치인으로서 높이 평가한다. 소박하고 순수하고 개혁적인 분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자금제도의 관행과 현실이 매우 불안정한 가운데서 정대철 대표는 희생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정 대표는 아마도 진실하고 의연하게 대처할 것이다. 다만 정치인은 명예를 중시하기 때문에 공당의 대표인 정치인의 명예를 고려했으면 좋겠다. 피의 사실을 흘려 버린다든지 하는 점이 아쉽다. 정 대표는 지금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억울한 점이 있을지라도 집권여당 대표로서 법을 어겼으면 떳떳이 검찰 조사에 응해야하는 것 아닌가.
"국민의 여론이 어떤지 잘 안다. 정 대표도 잘 안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은 종교인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 방어도 있을 수 있고 실제로 풀어나가는 가운데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 방법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국민의 시각이 어떤지에 좌우될 것으로 본다. 법적인 방어수단을 사용하는데 대해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비난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난감한 점이 있다"

- 노무현 대통령의 5개월을 평가한다면.
"코드가 맞는다는 것과 관련해 찬반을 증폭시키고 있다. 코드가 맞는다는 의미는 '철학과 원칙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정책을 결정하되 그들이 부족한 점은 다른 철학과 원칙을 가진 이들의 의견으로 대체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것은 노무현 정부의 코드가 철학과 원칙이 같은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정치과정에서 '우리편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를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생각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패거리 정치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철학과 원칙은 같되 어떻게 실현할까가 '정치과정'에서 실현되야 한다. 함께 참여해야 살아날 수 있다. 김근태와 노무현 대통령은 정말로 코드가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책에 대해서는 판단이 많이 다르다. 정책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비판한다.

한반도의 평화의 뿌리를 정착시키는 것에 대해 참여정부가 소홀하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평화가 흔들리는 원인을 거꾸로 보고 있지 않나. DJ정부는 미국과 긴장은 있지만 감당은 해왔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평화가 흔들리는 원인은 첫째가 부시행정부의 오만한 강경일변주의, 두 번째가 북한의 벼랑끝 전술인데 두 번째를 첫 번째라고 주장함으로써 국민들 사이에 혼란을 가중시킨다.

외교에 있어서도 실패하고 있다. 중국 가서 하는 이야기, 일본 가서 하는 이야기가 다르다. 국민의 자부심을 상처낸다. 한미 정상회담까지는 분명하게 지적하고 비판했지만 한일정상회담은 너무 기가 막혀서 얘기를 하지 않았다. 과거사를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지 않은 일본 천황과 건배하는 것이나 일본 국민들과의 대화에서 '김구 선생이 실패한 정치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철학과 원칙은 함께 하지만 판단이 다를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코드, '패거리 정치'라는 비판 불러

- 통합신당 주장자들의 움직임이 김 의원을 중심으로 활발하다. 민주당의 신당논의는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개인적으로는 '개혁적 통합신당'이라고 처음부터 주장했다. 국민은 새로운 정치를 바라지만 분열없이 진행되기를 원한다. 또 민주당이 햇볕정책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에 뿌리를 내리게 한 정당이라는 자부심도 가지고 가야 한다.

민주당 바깥에 한나라당을 반대하되 정치노선은 민주당과 함께 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한나라당 탈당파나 각계 각층에 있는 전문인력 등이 그들이다. 지난 대선에서 냉전적·수구적 세력으로 대표되는 이회창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단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총선에 임해야 한다.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정확히 말하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한 특권세력에 반대하는 평화세력이 집결한 통합신당이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제1당이 되지 못하면 참여정부는 식물정권이 된다. '전국정당이라면 10석이라도 좋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정서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정치인으로서 책임감 있는 발언은 아니다"

- 신당 논의가 개혁을 위한 명분이 아니라 신구주류간의 파워게임으로 비치는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치인들의 심리는 사진 찍을 때 가운데 있고 싶은 아이들 심리하고 똑같다. 정치에서 주도를 하고 싶은 것이다. 총선 승리의 결과가 나오면 그 한가운데 있고 싶은 심리 때문에 지금의 민주당이 이렇게 됐다고 생각한다"

-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세력이 합해야한다고 했는데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도 주장한 대목이다. 보수를 주장하는 한나라당과 어떤 차이가 있나.
"쉽게 얘기하면 한나라당은 보수가 아직 안됐다고 보면 된다. 오히려 '냉전 수구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말로는 민주주의를 주장하지만 끊임없이 민주주의를 흠집 내 왔다. 최병렬 대표와는 개인적으로 가깝지만 최 대표가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한 점이 있나. 최 대표가 진정으로 정치개혁을 이뤄서 수구가 아닌 보수가 되기를 바란다"

분열없는 대통합 공감하지만 전당대회 통한 당원의 뜻 따라야

- 통합논의에도 불구하고 신주류는 신당토론회를 강행하고 있는데...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민주당은 지금 절박한 위기 상태다. 경제와 한반도 평화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집권여당은 뭐하고 있냐는 비판에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생각대로만 가는 것은 새로운 정치가 아니다"

- 민주당의 장래를 어떻게 보나.
"민주당은 사실상 분열상태다. 분당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나와 조순형·추미애 의원 등은 신당은 하되 분열없이 하자는 것과 대통합을 이루자는 데 공감한다.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결국 전당대회를 열어 당원들의 뜻에 따라야 되지 않을까"

- 전당대회 대의원 구도로 보면 구주류 쪽이 유리하지 않나.
"사실이 그럴 수도 있지만 민주주의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으면 끊임없는 분쟁 속으로 끌려들어 갈 수밖에 없다"

- 지난해 대선후보경선시 우먼 타임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임기 4년의 정부통령제를 주장했다. 변함없나.
"변함없다. 그러나 지금은 본격적으로 얘기할 때는 아니다. 개헌 문제를 건드리면 국정이 흔들릴 수 있다"

- 선거구제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현실적으로 중대선거구제는 어렵다. 현역 의원들의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정당 투표제도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여야한다고 생각한다. 전국 비례로 할 것인지 권역별 비례 할 것인지 결정되지 않았지만 권역별 비례대표를 선호한다. 지역 후보와 권역별 비례 후보를 겸하게 하면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밀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원정수는 지금보다는 늘려야 하지만 국민정서를 고려해야 한다"

ⓒ 우먼타임스 장철영
- 여성전용선거구제와 관련한 입장은 어떤가.
"필요성이 있다. 지역구가 개편되거나 증설할 때 여성전용으로 한다는 여야 합의가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상당한 논란을 일으킬 것이 예상된다"

- 호주제 폐지에 적극적으로 찬성입장인 것으로 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에게 엄마의 성을 붙여 부르기도 했다. 호주제는 결국 선입관과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한다. 호주제처럼 제도화된 차별을 철폐하지 않으면 여성들의 반란이 시작되고 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면서 급격하게 노령화 사회가 된다. 결국 수습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설명이 복잡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웃음)"

- 여성후보 경선 인센티브 20%에 대한 입장은?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 당에서 남성이 출마하고 우리 당에서 여성이 나와서 떨어져 버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번에는 목표를 달성할지 모르겠지만 다음 총선에서 오히려 여성들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어려움이 있다"

- 여성의 비례대표 50% 할당에 대한 입장은.
"꼭 지켜야하고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급인력을 위해서는 여성들을 사회로 끌어내야 한다"

- 자녀들이 정치를 하겠다면
"말리지 않겠다. 그러나 사생활이 없고 공적인 생활로 채워지는 고통을 감당하겠다는 결심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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