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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노고단
ⓒ 엔터닷컴
올 여름 피서 어디로 갈까? 뜨거운 태양, 매연으로 뒤덮인 도시, 되풀이되는 일상에서 모처럼 얻은 휴가. 복잡한 곳에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는데…. 민족의 영산 지리산으로 눈을 돌려보자. 이번에는 자연해설가랑 함께 가보자.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은 푸르게 우거진 숲, 맑고 깨끗한 물, 듣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폭포소리를 보유하고 있다. 눈을 지긋이 감고 바위에 앉아 있으면 내가 바로 신선이고, 그곳이 바로 낙원이다.

▲ 구례 야생화전시관
ⓒ 이돈삼
지리산은 저마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자연생태계 또한 그대로 잘 보전돼 있어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하는 야생 동·식물이 많다. 어린이나 학생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자연체험 학습장인 셈이다.

남도로 EQ여행, 이번에는 지리산 노고단의 생태체험에 나선다. 자연해설가의 자상한 안내를 받으며 소박하고 정겨운 우리 야생식물의 생태를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다.

노고단 생태체험은 8월9일(토)과 24일(일) 두 차례 가능하다. 오전 8시 광주에서 출발해 구례 야생화전시관-운조루-우리밀 팥국수 만들기 체험(점심)-매천사-천은사-노고단 생태탐험 코스로 짜여져 있다.

구례 야생화전시관은 지리산에 오르지 않더라도 지리산의 아름다운 생태를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곳. 제1전시실에서는 지리산 야생화와 잠자리 표본 및 사진을, 제2전시실에선 야생화 압화작품과 야생화를 이용한 생활소품, 장식품을 볼 수 있다.

▲ 운조루
ⓒ 구례군
압화(押花)라 하면 생소하게 들린다. 그러나 학교 다닐 적 꽃잎이나 낙엽을 책 속에 넣어 말려두었다가 편지를 쓰거나 앨범에 고이 간직한 기억을 누구나 갖고 있을 터. 이것이 예술의 한 분야로 정착한 것이 바로 ‘압화’다.

구례군농업기술센터 안에 있는 야생화 학습원·전시포와 잠자리 생태원, 육묘장과 온실, 전통작물 학습원 등도 볼거리. 이곳은 문화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우수문화관광지로 선정할 만큼 짜임새나 규모 면에 있어서 알차다.

구례군 토지면에 있는 운조루(雲鳥樓)는 호남지방의 대표적인 양반가옥. 조선후기 건축양식을 충실하게 따른 고택으로 선인들의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200여 년이 흐르면서 지금은 많이 낡고 60여 칸만 전해지고 있다. 중요민속자료 제8호로 지정돼 있다.

이날의 점심 식단은 참가자들이 손수 꾸민다. 구례에서 난 우리밀로 만든 밀가루로 직접 팥국수를 만들어 보고 그것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밀가루를 직접 반죽하고 채 썰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팥국수 만들기
ⓒ 지리산바이오랜드
방부제나 표백제를 전혀 쓰지 않은 우리밀을 보며 신토불이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우리 역사 속 인물을 만나볼 차례. 한말 대학자요 우국지사인 매천 황현 선생을 모시고 있는 매천사를 찾아간다. 구례군 광의면에 있는 매천사는 현재 사랑채만 남아 있다.

▲ 매천사
ⓒ 구례군
황현 선생은 1910년 한일합방으로 나라를 잃자 지식인으로서의 절의를 지키기 위해 절명시 4편을 남기고 음독한 역사속 전라도 인물. 그는 이 시에서 망한 나라를 되살릴 수 없는 자신을 한탄하면서 이렇게라도 죽는 것이 백성으로서 할 일이라고 읊었다.

노고단으로 향하는 길에 잠깐 들르는 천은사는 지리산일주도로 입구에 있다. 수홍루와 어우러진 계곡이며 짙푸른 호수가 사찰 특유의 은은한 정취를 자아낸다. 일주문 현판에 ‘지리산 천은사’라는 글씨가 석자씩 세로 두 줄로 씌어 있는데 그 글씨가 구불구불 흐르는 물줄기 같기도 하고 지리산 속에 부는 바람 같아서 눈길을 끈다.

이젠 체험여행의 클라이맥스를 찾아갈 차례. 참가자들을 태운 버스는 거친 숨을 내쉬며 굽이굽이 일주도로를 타고 성삼재까지 오른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는 걸어서 가야 한다. 아이들도 지친 기색 없이 거뜬히 오를 수 있는 거리.

▲ 노고단의 생태에 대해 설명하는 자연해설가
ⓒ 엔터닷컴
노고단 통제소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나무계단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정상까지 1㎞정도 이어진 이 나무계단은 보기에도 좋지만 관람객들이 야생화를 밟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한여름 나무계단 위에서 바라보는 노고단은 야생화 천국이다. 노고단에는 원추리를 비롯해 갈퀴나물, 구절초, 노루오줌, 눈괴불주머니, 닭의장풀, 패랭이꽃, 하늘말나리 등 120여종의 야생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야호!

그러나 정상에 올랐다고 소리치지 말자. 풀이랑 나무랑 꽃들이 시끄러워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노고단은 한때 등산객들의 등쌀에 풀 한 포기 자라기 힘들 정도로 황폐해졌다. 지난 10여년 동안 많은 노력으로 가까스로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지만 완전히 복원되려면 100년 정도 더 걸린다고.

그래서 노고단은 자연해설가를 동반한 탐방만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자연해설가들이 탐방객들에게 자연사랑의 마음을 더욱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너그럽고 풋풋한 자연의 품에서 건강한 심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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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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