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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한 지 두 주일이 되어간다. 대학때 한번 오토바이 안장에 앉아본 이래 처음이라 아직 익숙치는 않지만 그래도 탈만 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지난 두 주동안 시내 큰거리에서도 타보고 또 출퇴근도 몇번 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느낀 것이 세가지가 있다. 오토바이를 타겠다는 결심을 한 것과는 상관없이 오토바이를 타면서 크게 느낀 바가 있어 나누고자 한다.

첫째 오토바이는 시간적으로도 또 돈으로 보아도 경제적이다. 개인적으로 오토바이를 타야겠다고 선택한 첫번째 이유는 밀리는 길때문이었다. 걸어가는 사람보다도 늦게 도착하는 자동차의 움직임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 점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이 모두가 인정하는 것 같다.

또한 오토바이는 유지비가 적게든다. 일주일에 최저 3만원 정도하는 승용차 기름값에 비하면 정말 싸다. 일주일에 1만원이면 뒤집어 쓴다. 물론 오토바이는 많이 타야 두사람 타는 것이 문제이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승용차도 나홀로 운행이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돈을 벌기는 힘들어도 쓰기는 쉬운 세상인데, 이만큼 경제적인 교통수단은 없는 것 같다. 비오는 날 타지 않고, 추운겨울 타지 않고, 날씨 좋은 날만 골라서 타도 1년정도 타면 내가 타는 중고 오토바이 한대가 공짜로 생기는 것이다. 환경에 덜 해롭고, 교통체증 줄이고, 건강에도 좋고. 이거야 말로 정말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 아닐까?

두번째로 발견한 것은 오토바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는 점이다. 사실 오토바이를 타겠다고 할 때 찬성한 사람들은 가족은 물론 동료들 포함해서 아무도 없었다. '그거 위험해서 괜찮겠냐'라는 것이 지배적인 반대 이유였다. 하지만 나는 이 나이에 폭주족처럼 운전하겠느냐 점잖게 타겠다고 설득했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심 걱정도 돼서 조사(?)를 좀 해보았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경찰청과 통계청 웹사이트를 뒤져 찾은 교통사고 통계를 비교해 보고서는 나는 자신있게 오토바이가 안전하다라는 말을 확신있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교통사고 발생율이 오토바이가 일반 승용차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승용차 1000대당 사고율이 56.15대인데 비해 오토바이는 4.92대였다 (2002년 1월자 통계). 주의해야할 것은 여기 오토바이에는 우리가 길가에서 흔히 보는 50cc이하는 포함하지 않는 다는 사실이다. 만일 이것까지 포함한다면 자동차 사고에 비해 오토바이 사고는 극히 적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경제적이고 안전한데도 불구하고 왜 오토바이를 타지 않을까? 그 이유가 바로 내가 오토바이를 통해 배운 세번째 사실이다. 오토바이를 타며 배운 세번째 사실은 도로에서 바퀴 4개 자동차가 바퀴가 없는 사람이나 바퀴가 적은 오토바이를 무시하는 비인간적인 폭군이라는 사실이었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몰랐던 사실인데, 오토바이를 타면서 느낀 것은 자동차가 가까이 다가오기만 해도 두렵다는 것이다. 아마 차가 다니는 길가로 걸어가본 사람은 이 말을 이해할 것이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사람을 치지 않을 정도면 무심코 속력을 내서 지나치지만 차가 지나가는 길을 걷는 사람에게는 차가 멀리서 보일 때 부터 이미 긴장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경제적이고 안전한 오토바이를 타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적인 사고율이 높아서가 아니라 자동차에게서 받는 심리적인 두려움을 싫어하기 때문인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관계에서 자동차에 기죽지 않기 오토바이도 요란한 치장을 하거나 배기통을 뚫어 엄청난 소음을 내면서 돌아다니는 것인지 모르겠다. 비록 경제적이고 멋이 있다 해도 이 심리적 두려움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러한 두려움이 모든 사람이 자동차를 몰도록 만들었다. 개인적인 두려움은 모두다 없어졌을지 모르지만 그러한 사회는 전체적으로 자원낭비와 환경파괴가 이루어지는 비효율적 시스템이 된다. 그렇다고 두려움을 무릅쓰고 오토바이을 타는 것은 개인적으로 일종의 희생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도로에서 오토바이와 자동차의 관계가 바로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우리 사회의 문제도 똑같은 것 같다. 경제적이지도 않고 환경에 이롭지도 않는 자동차가 오토바이나 자전거 혹은 걷는 사람을 길에서 겁주어서 몰아내듯이, 잘살고 멋있고 힘있는 사람들이 보통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위협을 하며 몰아세우는 사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가 반드시 필요한 때가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타거나 먼거리를 가거나 비가올 때는 자동차가 훨씬 유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또 걷는 사람들이 자동차로 부터 배려를 받을 수 있는 우리의 도로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도로는 보행자나 자전거 오토바이가 자동차와 공존할 수 있는 곳이다. 온갖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걷거나,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은 사람이 있는 길이며, 이들에게 두려움을 주지 않기 위해 배려하며 운전할 줄 아는 자동차 운전자들이 함께 원하는 곳으로 갈수 있는 길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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