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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기술연합회보
ⓒ 김철관
97년말 정보통신부는 디지털방송방식을 미국방송방식으로 결정을 하였다. 그러나 2000년 7월부터 정보통신부의 디지털방송방식의 미국식 방송방식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문제제기가 방송기술인연합회와 시청자단체에 의해 제기되었다.

탁상행정에 의해 졸속으로 결정된 디지털방송방식이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을뿐더러 국민의 막대한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는 문제제기는 급기야 MBC단독으로 국내에서 미국식 방송방식과 유럽식 방송방식 어느 쪽이 우리나라에 적합한가하는 현장 비교실험을 하게 되었다.

시민사회단체·방송기술인연합회·학계 등으로 구성된 '디지털방송 현장비교시험추진협의회'가 2001년 9월부터 11월까지 디지털TV 방송방식 비교실험을 실시한 결과 미국방송방식은 실내 수신이 약하여 옥외 안테나를 달아 수신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럽방송방식은 이동수신이 70%가 넘는 수신율을 보였으나 미국방송방식은 이동수신이 불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결국 현장 비교실험결과 우리나라에서는 유럽방송방식이 미국방송방식보다 약 15% 우위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정보통신부는 비교실험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비교실험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채 디지털방송정책은 미국방송방식으로 추진되어 왔다.

시청자단체와 소비자단체는 비교실험 결과가 나온 후 2002년 3월에 '디지털TV방송방식변경을위한소비자운동'을 출범하여 그 동안 꾸준하게 디지털방송방식의 변경을 요구하여왔다.

그러나 그 동안 정보통신부는 공개적인 토론회나 공청회에 직접 나와 정보통신부의 입장을 이야기하지 않고 늘 대리인을 토론자나 발제자로 보내는 비겁함을 보여왔었다.

그런 의미에서 2월6일에 진행된 'MBC, 100분토론'은 매우 의미 있는 토론이었다. 2년만에 처음으로 정보통신부 관계자가 직접 나와 디지털방송방식에 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MBC, 100분토론'은 시청자를 배제한 채 기술적 우위 논쟁을 하다가 끝나버려 시청자를 설득하기에는 부족하였다.

▲ KBS앞에서의 디지털방송 재검토 결의대회.
ⓒ 김철관
미국방송방식을 고집하는 정보통신부나 유럽방송방식으로 바꾸어야한다는 방송기술인 어느쪽이 옳은가를 일반 시청자는 판단하기 어렵다.

필자는 그 동안 진행되어온 디지털TV 방송방식에 관한 논란을 시청자의 입장에서 지켜본 결과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발견하였다.

첫번째는 공익성의 측면이다.

지상파 디지털TV방송 정책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방송이 되어야 하며 공익을 근간으로 정책이 결정되어야 하며 수용자복지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디지털 지상파방송은 단순히 수많은 채널 중 하나로서의 지상파가 아니라 전체 방송의 중심이 되고 수용자복지의 핵심이 되는 방송이 되어야 한다. 서비스의 이용과 정보 획득에 있어서 전체 국민이 균형적이며 평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 서비스'의 매체이어야 하며,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비용부담이 없이 디지털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디지털TV 방송방식은 보편성, 다원성, 공동성을 핵심으로 하는 공익성에 입각해 결정되어야 할 방송방식이 시청자이자 소비자인 국민을 배제한 채 일부 전문가와 관료 중심의 폐쇄적인 논의 구조 속에서 결정되었다.

두번째는 소외계층(난시청)의 문제다.

지상파 방송은 시청자에게 보편적 방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지상파디지털 방송은 방송 품질의 향상, 시청자들의 다양한 수신 환경의 변화와 요구 충족, 가능한 다수의 시청자에게 적은 비용으로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 제공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장 비교실험 결과 미국 방식과 유럽 방식의 수신율이 실외 수신의 경우 15% 차이가 난다. 이럴 경우 수도권 460만 가구 중 70만의 난시청 가구가 발생한다.

미국식은 평탄한 곳에서는 수신이 잘 되지만 산악 지형이 많고 빌딩과 수신 장애물이 많은 도시 지역은 난시청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의 70%이상이 도시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현재 국내 거주자의 약 35% 가량이 난시청을 겪고 있어 중계유선 방송에 가입하여 난시청을 해결하며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디지털TV 방송이 이러한 난시청을 해결해 주지 못하고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 문제는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세번째는 수신 편이성의 문제다.

디지털TV 방송은 수신이 용이해야 한다. 실내 수신뿐 아니라 실외에서 혹은 이동 중에도 쉽게 TV를 볼 수 있는 환경을 시청자는 원한다.

그러나 미국방송방식과 유럽 방송방식의 비교 실험 결과 미국방송 방식은 실내 수신이 용이하지 않아 실외 안테나나 케이블을 추가로 사용하여 시청해야 함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미국방송방식은 비교실험 결과 이동수신율이 평균 15.5%에 그쳤으며 그나마 정지 시간(2시간 27분 36초)이 총시간(15시간 33분 40초)의 16%인 것으로 보아 이동 중에는 거의 수신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유럽 방송방식은 표준화질에서 95%가 넘는 수신율을 보였고 고화질에서도 70%가 넘는 수신율을 보여 고화질에서도 이동 수신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방송방식은 이동수신을 할 경우 시청자는 전용수신기나 특수 안테나도 필요 없고 별도의 요금도 들지 않는다. 수신율이나 편의성, 경제성, 데이터 용량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하고 그 활용도가 넓어서 PDA, 노트북, 핸드폰등의 이동 기기에도 탑재가 가능하다.

네번째는 수상기 지불 가능성의 문제다.

시청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디지털 TV를 수신할 수 있는 디지털 TV 수상기이다. 대부분의 시청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여 TV를 시청하기를 원할 것이다.

현재 HD방송 시청에 적합한 TV가격이 32인치가 300만원 내외이고 47인치가 500만원 내외이다. 그러나 유럽 디지털방송방식의 수신기의 로얄티는 미국 디지털방송방식의 수신기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유럽방식을 택할 경우 수상기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즉 미국디지털방송방식의 수신기 가격의 2분의1 가격이거나 많게는 3분의 1가격으로 유럽 디지털 방송방식의 수신기를 시청자가 구입할 수 있게 된다.

2010년에는 지금의 아날로그 방송이 중단되기 때문에 모든 시청자가 디지털TV 수상기를 구입하여야만 한다. 이렇게 볼 때 시청자와 경제적 국익을 위해서도 유럽식이 더욱 바람직한 것을 알 수 있다.

다섯번째는 수신료 문제이다.

디지털TV 방송에 드는 방송사의 총 재원은 2조 64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러한 디지털 전환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시청료인상, 중간광고제 도입, 광고 총량제 도입 등의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디지털TV 방송방식에 관한 여론 수렴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방송 전환을 위한 시청자들의 추가비용 지불에 시청자들이 쉽게 응할 것 같지는 않다.

디지털 전환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시청료 인상문제는 KBS의 경영 평가와 시청자 만족도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진 후에나 가능할 것이며, 중간광고문제도 대부분의 시청자가 시청 흐름을 방해하고, 광고 단가가 올라 시청자에게 추가 비용 부담을 주며, 중간광고로 인한 프로그램의 왜곡문제가 우려되고 있는 만큼 쉽게 실행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여섯번째는 추가비용의 문제다.

그 외에도 디지털 방송방식을 유럽식으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시청자가 내야 할 추가 비용을 생각해 보면 실외 안테나나 케이블에 드는 기초 비용이외에도 디지털 표준방송방식의 불일치로 인한 추가 비용을 예상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위성방송의 표준방송방식은 유럽방식이다. 지상파방송과 위성방송간의 상호 호환이 기능하여야할 텐데 용이하지 않아 시청자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

데이터방송의 경우 지상케이블과 위성방송의 데이터방송은 상호작용성과 프로그램 호환성이 높아질 수 있으나 지상파 방송 데이터방송은 그렇지가 못하다. 매체별 호환성이 없으면 동일한 컨텐츠를 매체에 맞게 변환하는 비용이 추가되는 고비용 구조가 되고 이 모든 것이 운영자나 시청자의 부담이 될 것이다.

그 외에도 미국방송방식이 개선될 경우 국내에서 미국방식을 고수하려면 방송망 구축이후 송신장비 교체를 위해 새롭게 투자해야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즉 미국방식으로 갈 경우 구조적으로 사회적 기회비용이 이중 삼중으로 지출될 수밖에 없어 국가적 차원에서 국가자원을 낭비하는 매우 비효율적 정책이 된다.

▲ 디지털 1인시위.
ⓒ 김철관
위와 같이 시청자의 입장에서 디지털TV 방송 실시에 따른 쟁점과 문제점들을 짚어 보았는데, 중요한 것은 시청자 주권에 입각해서 디지털TV 방송정책이 추진되고 시행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 시행되고 있는 디지털TV 방송은 시청자의 공익성과 보편성에 입각하지도 않았으며, 시청자의 불편이 감수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시청자의 추가 비용이 예상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시청자 개인의 막대한 비용 부담 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도 국가자원을 낭비하는 비효율적인 디지털TV 방송을 시청자는 원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현재 시행되고 있는 디지털TV 방송정책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며, 하루빨리 방송방식을 변경하여 추가 예상되는 국민부담을 줄여야 할 것이다.

참고로 이야기하면, 현재 미국방송방식으로 디지털TV 방송을 하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 우리나라 세 나라 뿐이다. 대만의 경우도 미국방송방식으로 정했다가 현장 비교실험을 한 후 유럽방송방식으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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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운영위원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가짜뉴스체크센터 상임공동대표, 5.18영화제 집행위원장이며, NCCK언론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방송통신위원회 보편적시청권확대보장위원, 한신대 외래교수,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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