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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길을 지나가다가 “선영아 사랑해”라고 적힌 벽보가 시내 전체 곳곳에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어떤 낭만적인 남자의 고백일까, 하고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다. 관심은 나뿐이 아니라 이 벽보를 본 대부분의 사람을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벽보 때문에 실제로 여자친구에게 이러한 방식으로 고백을 하기 위해서 온 동네에 포스터를 붙이고 다녔다는 남자의 해프닝도 있었다. 이것이 바로 2000년 커다란 파장을 불러 일으켰던 여성포털사이트 '마이클럽'의 티저 광고였다.

티저(teaser)광고란 처음에는 중요한 부분을 감추어 두고 점차 전체 모습을 명확히 해 가는 광고를 말한다. 즉, 처음에는 상품명이나 광고주를 알아볼 수 있는 메시지를 피하고 회를 거듭하면서 서서히 혹은 어느 시점에서 일시에 그 베일을 벗기는 광고 방법이다. 2000년 마이클럽의 “선영아 사랑해”광고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큰 광고 효과를 얻은 이 후로,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티저광고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TV 광고보다는 영화 홍보나 가게 홍보에서 주로 사용된 이러한 신비전략은 기대와는 다르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또한 “선영아 사랑해”로 눈길을 끌었던 마이클럽도 사후 관리 부족으로 기대에 못 미친 것 역시 사실이다.

이렇듯 티저광고에 대한 반응과 실제 효과가 여전히 애매한 2002년 겨울, 또다시 새로운 티저광고가 등장했다. 사람의 이름 같기도 하고, 따뜻한 6월 같기도 한 'June'이 바로 그것이다.‘어느 날 우연히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준을 만났다’라는 문구만을 던져놓고 소비자에게는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는다. TV 광고에서 화면과 흰 여백이 나누어져 있듯이 '준'이라는 것의 정체는 오른쪽의 흰 벽 속에 숨겨져 있다. 음반가게에서 음악을 듣다가 뒤를 돌아보는 남자편, 그리고 카페에서 책을 보다가 옆을 보는 여자편은 젊은 층에서 쿨(cool)하다는 지지를 받으며 금새 화제의 광고 1위로 올랐다. 광고모델 역시 신인을 기용함으로써 더욱 신비감을 높였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모델이 '홍콩인이라더라', '중국배우이다' 등 소문을 무성히 남기며 이 광고의 모델이었던 신인 윤소이(18)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 준(June)의 첫번째 광고
TV 광고 외에도 건물, 버스 등의 홍보가 시작되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준이 드디어 정체를 드러냈다. 준은 SK텔레콤의 3세대 서비스로써 기존 2세대 서비스와는 차별화 된 프리미엄 브랜드로 VOD(주문형 비디오), MOD(주문형 음악), 화상전화, 멀티미디어 메시지, 인터넷, 텔레비전 방송까지 즐길 수 있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지칭한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선영아 사랑해' 광고가 끝까지 신선한 이미지를 유지하지 못했던 것처럼 '준' 역시 처음에 비해 그 기세가 주춤한 것은 사실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처음의 잘 만든 광고에 비해 정체가 드러난 후의 광고가 다소 평범하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첫 번째 티저광고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인지도를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후의 광고가 그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한다. "그게 그거네"라는 실망스런 반응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준의 첫 번째 광고 이후로 현재 방영되고 있는 훗카이도 편·청년 편·코 수술 편, 세 가지는 그 동안의 젊은 층을 겨냥한 통신 광고와 큰 차이가 없어서 이번 역시 뻔하다는 소비자의 반응을 피할 수 없었다. 또한 처음의 준 광고와 현재 광고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없다는 것도 아쉽다.

준 광고의 또 하나의 함정은 이 '신선하게 보인' 마케팅 전략이 결국은 대기업의 치밀한 계획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처음 '준'이 방영되었을 때, 사람들은 어떤 광고주의 어떤 광고일까 많은 궁금증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대기업의 엄청난 물량공세에 의한 광고임을 알게 된 후에는 신선함보다는 식상함이 든다고 한다. 준 광고를 시작한 한 달 내 SK 텔레콤에서 300억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광고를 전공하는 대학생 최영은(24·한양대 광고 홍보학과)양은 "결국은 소비자를 옴짝달싹 못하게 압도하는 자본의 힘이라는 생각 때문에 호감이 가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준의 광고가 시작된 지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아직 광고에서도, 통신 서비스에서도 초기 단계인 준이 얼마나 광고의 효과를 보고, 성공을 거둘지는 물음표이다. 일단 무엇보다도 금방 식상함을 느끼는 시청자의 눈과 귀를 붙잡을 자체적인 이미지 구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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