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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28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미군 궤도장갑차에 의해 사망한 효순.미선양의 부모를 위로하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실망스럽다.(당선자와 범대위 간의) 입장차이만 확인하고 끝난 면담이었다."

28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면담 후 범대위측이 보인 반응이다.

노무현 당선자와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 심미선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이하 범대위)는 2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한 시간여 민주당사에서 면담을 가졌다.

양측은 최근 전국적으로 퍼져가고 있는 촛불시위와 범대위의 요구안인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이하 SOFA) 개정 △부시 미 대통령에 공개 사과 촉구 △여중생 장갑차 사망사건 관련 미군 지휘부 처벌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고 신효순·심미선양의 유가족도 참석했다.

하지만 면담 후 범대위는 "실망스런 면담이었다"고 밝혔다. 면담에서 범대위가 문제삼고 나선 노 당선자의 발언내용은 다음과 같다.

" '선(先) 북핵, 후(後) SOFA 개정'의 순으로 해결해야 한다. 북핵은 생존의 문제이며, SOFA 개정은 민족 자존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굴복을 요구해선 안 된다… 촛불시위를 자제해달라. 당선자로서 내 입장을 이해하고 기다려달라."


이날 면담에서 범대위 측은 당선자에게 ▲여중생 사건 해결을 위한 민·관 합동 진상조사단 창단 ▲1월 발족예정인 '한미 SOFA 전면 개정 범국민기구'에 정부 적극 참여 ▲부시 미 대통령의 공개사과 촉구 및 SOFA 개정에 대한 입장 천명 ▲한총련등 범대위 투쟁과정에서 발생한 구속자에 대한 선처 등이 담긴 요구안을 전달했다.

범대위측의 요구안을 다 읽어내려간 노 당선자는 이와 관련 입장을 밝힌 뒤 대표단과 얘기를 나눴다.

이날 당선자는 "그동안 범대위의 활동 및 국민들의 촛불시위 등은 한미관계를 보다 대등하게 만들려는 국민의사의 표출이었다"며 "그것은 한미관계의 성숙을 위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ADTOP1@
또한 "당선자로서 이번 문제에 책임을 지고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개정과 운영개선을 추진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이어 "국민들의 요구와 기대를 잘 알고 있으니 나에게 얼마간의 시간을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이제 촛불시위를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라고 밝혔다.

노 당선자는 또 "나는 '선(先) 북핵, 후(後) SOFA 개정'의 수순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며 "북핵은 생존의 문제이고, SOFA는 민족 자존심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노 당선자의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해 김선미 범대위 대변인은 "북핵은 북핵이고 SOFA는 SOFA인데 노 당선자는 북핵은 생존문제, SOFA는 자존심의 문제로 나눠 표현했다"며 "SOFA 개정은 단순한 자존심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김 대변인은 "SOFA 때문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희생당했는데 단순한 감정문제로 표현을 하나"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김 대변인은 또 노 당선자의 '촛불시위 자제 발언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예상치 못했던 요청이었다"며 "자발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국민들의 촛불시위를 어떻게 막겠다는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ADTOP2@
범대위 대표단도 면담 자리에서 노 당선자의 '촛불시위 자제'표현과 관련, "당선자도 당선자로서의 입장이 있겠지만 '자제' 표현은 다시 생각해봐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노 당선자는 "범대위 의사를 존중하듯 당선자로서 내 의견도 존중해달라"며 "믿고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면담에 참여했던 홍근수 목사(범대위 상임공동대표)는 "노 당선자에게 가졌던 기대가 무너진 실망스런 면담이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상렬 목사는 "당선자가 면담 내내 메모를 꼼꼼히 하는 등 대표단의 얘기를 경청하는 분위기였다"면서 "그러나 당선자도 당선자 나름의 입장은 있겠지만 범대위 입장과 국민들의 뜻을 들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이날 노 당선자와의 면담 결과와 관련, '입장차이를 확인했다'는 요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편 노 당선자와 범대위간의 면담이 있은 후 오전 11시40분경 이낙연 대변인은 당사 2층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면담내용과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변인은 "노 대통령 당선자께서는 10시30분부터 1시간25분동안 두 여중생 사건 범대위 상임대표 및 두 여중생의 부모님을 함께 만나 두 여중생의 부모님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 뒤 이번 문제에 대한 당선자의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노 당선자가 촛불시위 자제를 호소한데 대해 범대위 대표단은 평화적 시위는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 당초 예정시간을 넘겨 1시간반 가량 진행된 면담의 분위기가 어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이 대변인은 "분위기는 좋았다. 범대위 분들이 다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했다"며 "여중생 부모님 가운데 한 분은 SOFA의 개정을 요구했고, 다른 한 분은 추모공원 이야기를 했는데 이에 대해 당선자께서는 '추모공원에 대해서는 숙제로 남겨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날 면담자리는 노 당선자의 지시로 비서실에서 추진, 27일 오후 일정이 확정됐다. 면담에 앞서 당선자 비서실 측은 범대위에 "유가족을 위로하고 범대위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당선자가 직접 면담추진을 지시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니해설] 노 당선자가 '촛불시위 자제' 호소한 배경

노 당선자는 28일 범대위 관계자들과 두 여중생 부모를 면담한 자리에서 최근 국내외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와 관련, "한미관계를 진정한 우호협력의 동반자관계로 발전시키려는 국민의사의 표출이었고, 성숙을 위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범대위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노 당선자는 '촛불시위'를 두고 일각에서 반미논쟁이 일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 "친미냐, 반미냐의 이분법적 사고로 재단하려는 일부의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친미나 반미보다 훨씬 더 많은 상식과 합리주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촛불시위 자제' 요청은 이 대목에서 이어졌다.

노 당선자는 "이제 촛불시위를 자제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범대위측에 요청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범대위측은 오히려 노 당선자의 이같은 요청이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 당선자가 촛불시위 자제를 호소한 것은 미국이 이를 반미시위로 보고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는 북핵문제가 남북, 북-미간에 현안이 된 상황에서 지나친 반미가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의 권위지 <뉴욕타임즈>는 공공연히 칼럼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바 있다. 또 부시정부 내 강경론자들은 북한 핵시설 폭격론을 거론하고 있어 북한핵을 둘러싸고 한반도에 위기감이 극도로 고조된 상태다.

노 당선자가 `선(先)북핵, 후(後)SOFA 개정'을 들고나온 것은 일단 부시 행정부의 우려를 불식시킨 다음 북-미간의 대화 중재를 통해 북핵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오늘 노 당선자의 '촛불시위 자제' 요청은 범대위측 관계자들로부터 적절치 못했다는 평가를 받음으로써 한국내 반미세력을 다독이는데는 큰 소득을 얻지 못한 셈이다.


다음은 이날 오후 범대위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면담에 대한 여중생범대위 성명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 개혁에 대한 열망에 힘입어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오늘 두 여중생의 유족 및 여중생범국민대책위원회와 면담을 가졌다.

여중생범대위는 대통령 당선자가 국민의 뜻을 받들어 여중생문제해결에 나설 것을 기대하면서 검찰의 수사자료공개와 공동진상조사단구성을 통한 진상규명, 살인미군 및 지휘책임자 처벌, 부시미대통령 사과, 소파전면 개정 등의 요구를 제시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후보시절부터 국민들 앞에 약속했던 내용들을 재확인하는 요구안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노무현대통령 당선자와 여중생범대위는 서로간에 많은 입장차이가 있음을 확인하고 면담을 끝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소파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언급 외에는 제반 요구들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고 많은 시각차이를 드러냈다.

특히나 선북핵 후소파개정 입장을 천명하면서 북핵문제는 생존권에 대한 문제이고 소파개정은 자존심에 대한 문제라고 표현했는데 이에 대해서 만큼은 여중생범대위는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소파 개정 문제는 생존권과 무관한 자존심만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불평등한 소파로 인해 희생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얼마만큼인가?

미선이 효순이를 잃고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이상은 소파를 그냥 둘 수 없다는 범국민적 움직임이 일어난 것인데 이것이 생존권과 무관하다든가 뒤로 미룰 일은 아니라고 본다. 북핵문제와 소파개정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로 소파개정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하루 빨리 전면적으로 실현되어야 마땅하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진정으로 국민의 뜻을 받들고 국민의 요구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국민들이 움직이는 현장과 목소리에 좀더 다가서고 귀를 기울일 것을 부탁하고 싶다.

어쨌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표현대로 그동안 우리 국민들이 전개해왔던 촛불시위는 새로운 호혜평등한 한-미관계로 바꾸어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되어왔다.

이제 2002년을 보내고 2003년을 맞으면서 새해에는 진정으로 민족자주권이 회복되는 자주와 평화의 한해가 되고 다시는 미선이, 효순이와 같은 억울한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100만 촛불평화대행진에의 참여를 국민들께 호소드린다.

2002년 12월 28일

미군 장갑차 고 신효순, 심미선 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


"반미시위 부추기면 미국 강경파 입지만 강화"
"평화시위 문제없다, 노 당선자 미국 눈치보나"
노 당선자'시위자제' 발언놓고 네티즌 '격론'

▲ 28일 오후 종묘공원 집회장에 노무현 당선자의 발언을 규탄하는 피켓이 등장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28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두 여중생의 유족 및 여중생범국민대책위원회간의 면담과정에서 나온 '촛불시위 자제' 발언 논란과 관련해 네티즌들 사이에 격론이 일고 있다.

노무현 발언을 지지하는 한 네티즌은 "가뜩이나 미국에서 미군 철수시키고 북한 폭격하자는 소리까지 나오는데 대통령까지 나서서 반미시위 부추겨야겠냐"고 반문하면서 "우리는 반미시위가 아니라고 하지만 미국언론은 반미시위로 이해하고있으며 이는 미국강경파의 입지만 강화해 줄뿐"이라고 지적했다.

'노을'이란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대한민국이 노무현이란 지도자를 가지게된 것은 신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려울 때마다 균형을 잃지 않았던 노무현을 믿어보자"고 호소했다.

또 이번 사태는 노무현 당선자나 범대위의 문제가 아닌 단순한 입장의 차이일 뿐이라며 전략적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방동에서'라는 아이디로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노무현 당선자의 발언은 문제가 없으며 범대위의 입장도 당연하다"면서 "북핵 문제가 핵심 현안으로 떠 오른 지금 미국의 행동 반경을 넓혀 줄 필요는 없으며 단순히 당선자를 공격하는 것은 전술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범대위의 입장을 옹호하는 '허참'이라는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국민들이 불평등한 소파를 개정하고 억울한 죽음을 달래고 항의하는 평화적인 시위가 뭐가 문제라는 건지 답답할 따름"이라며 "노무현도 미국 눈치를 보려는 거냐"고 반문했다.

'그냥시민'이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촛불시위는 반미시위가 아니며 여중생둘을 추모하는 추모제고 옳지못한 것을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의 모임"이라면서 "시위를 주관하는 단체나 개인이 촛불시위에 대해 자제를 요청하시려면 국민 하나 하나에게 이야기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핵문제는 북핵문제이고 소파문제는 소파문제이며 만약 미국이 북핵문제를 해결해주면 미군범죄는 참아야 하냐"고 반문하면서 "크건 작건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옳지못한것을 옳게 고쳐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민초'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노무현의 한계는 분명 있으며 발로 뛰며 솔직하게 말하던 그때를 기대 말아야 한다"면서 "정치권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으며, 시위는 계속되어야 하고 여기서 멈추면 우리는 다시 일어 설 수 없습니다"고 지적했다.

'369n'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미국엔 굽실거리지 않겠다더니 벌써 눈치 보냐"면서 "SOFA는 생존과 관계없고 생활과 관계 있냐"고 비난했다. / 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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