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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유권자의 정치적 정체성(Political Identification)

선거란 민주주의 정치사회에서 정치적 인간의 자기 정체성을 확인해주는 기회다. 누구를 뽑는가? 왜 그를 지지하는가? 반대로 누가 당선되어서는 안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러한 일련의 정세판단을 추적하다보면 정치적 인간이 이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의 세계관, 가치관은 무엇인지 드러나게 되어있다. 대통령선거는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권한 때문에 유권자들의 자기 성찰이 더욱 진지해진다. 그래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내뱉는 말과 글을 추적해보면 더 명확하게 인간의 정치적 정체성을 이해하게 해준다.

그렇게 선거는 그런 의미에서 후보들에게는 사활이 걸린 중대한 경쟁이지만 유권자들에게는 자기 성찰의 과정인 동시에 자기 표현의 축제다. 타인의 자기 표현을 듣는 것은 자기 성찰을 위한 의견 수렴이고 타인에게 자기 주장을 알리는 것은 자기 정체성을 타인에게 알려서 실현하고 싶어하는 본능적인 욕구다. 거기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우리 사회는 선거라는 거대한 정치학 강의를 통해서 정치 의식의 성숙을 경험하게 된다.

문제는 합리적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느냐, 그렇지 않으면 증오와 마타도어(비방, 흑색선전...편집자주)의 공방전이 되느냐이다. 전자라면 선거가 '정치 문화의 성숙'에 기여하지만 후자처럼 증오와 마타도어의 악순환이라면 선거는 어느덧 광기의 잔치로 돌변하여 우리에게 서로에 대한 불신과 인간성의 피폐함을 가져다 줄 뿐이다.

필자는 어떤 유권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보려고 한다. 그 과정을 통해 그의 정체성을 확인하고자 한다. 그가 몸담고 있는 이념적 분파의 성격을 규명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의사표명이 합리적 의견인지 타 정파에 대한 증오와 마타도어인지 평가해보고자 한다.

국가주의 우파 언론인, 조갑제

조갑제라는 인물이 있다. <월간조선>의 편집장 겸 대표이사이자 박정희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주역이기도 하다. 일간에서는 조갑제를 극우 인사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필자는 조갑제를 국가주의 우파 지식인으로 분류한다. 한국에서 국가주의 우파란 박정희의 국가관과 맞닿아 있다. 상술하면 이렇다.

국가주의 우파란 국가와 시민사회의 대립관계에서 국가의 우월성을 인정한다. 그들에 따르면 관료조직, 경찰, 군대, 교도소로 구성되는 국가는 시민사회를 발전, 성숙시키는 훈육자이다. 더구나 근대 국가 건설과정이 서구에 비해 뒤늦은 우리나라의 경우 당연히 국가에 의한 시민사회의 통제, 관리가 필요했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국가주의 우파는 당연히 박정희식 시민사회 통치, 권위주의를 정당화한다. 박정희의 경제적 근대화가 정치적 근대화, 곧 민주화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믿으며 따라서 자유 민주주의의 역사적 정통성은 국가주의 우파의 '금자탑'에 의해 쌓아올려져 왔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국가는 '민족번영'의 사령탑이고 국가의 기능과 역할을 과대평가하는 국가주의 우파는 어느덧 민족주의자로 둔갑한다. 이렇게 그들에게 국가의 권위는 막강한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주의 우파에게 한국의 자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주적'은 한국의 '국가'를 위협하는 북한이고, '국가'에 대해 비판하는 시민사회 인사들은 줄곧 '좌익친북세력'으로 매도당한다. 한편 한국의 자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주는 우방은 북한에 대해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워주고, 우리나라의 국가건설에서부터 '국가'의 정통성과 통치력을 뒷받침해준 '미국'이다. 따라서 미국을 비판하거나 반미 구호라도 등장하게 되면 국가주의 우파들은 어느덧 시위대를 향해 '반미좌익', '친북, 친김정일'세력이라는 낙인을 찍어놓는다.

국가주의 우파의 메가폰, 조갑제가 선거를 앞두고 일련의 글을 썼다. 나이가 꽤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문화에 발맞추어 인터넷 홈페이지를 열어두고 그의 글을 네티즌에게 소개하고 있다. 앞서 필자가 지적했듯 선거를 맞으면 사람은 정치적 속내를 털어놓게 되어 있다. 특히 자기 정체성이 무르익은 조갑제와 같은 언론인일 경우 선거정국에서 자기 표현을 안하고는 못 배긴다. 확인해보니 역시 조갑제가 쓴 글이 너무나 진솔하고 자기 정체성을 명확하게 나타내주는 글이라서 필자는 조갑제라는 국가주의 우파 인사의 성격을 명확히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자, 이제 조갑제의 사상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조갑제의 시대정신, 21세기 메카시즘

"이번 대통령 선거의 가장 큰 주제는 무엇인가. 이회창 후보는 부패정권을 청산하고 깨끗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노무현 후보는 낡은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한다. 과연 이것이 오늘날 한국인들의 가장 큰 과제인가. 우리의 안전에 결정적 변수인 북한 핵 문제는 왜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지 않은가. 남한내의 김정일 세력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왜 말이 없는가. 그동안 마비된 국가기관의 대공 기능에 대해서는 왜 관심도 보이지 않는가. 남북대치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안보 국방 문제는 왜 제대로 거론되지 않고 있는가." - 조갑제, 시대의 주제를 피해가는 선거, 조갑제 홈페이지, 12월 2일.

포문을 연 글이다. 12월에 들어서면서 조갑제는 아예 마음을 먹고 '자기 표현'을 하기 시작했나보다. 이후 계속 선거에 관해 국가주의 우파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글을 쓰고 있다. 자, 위의 인용글에서 보면 조갑제가 근본적으로 '시대정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글에 따르면 조갑제의 시대정신은 '반북과 안보'이다. 대선에서 북한 핵문제가 다루어져야된다는 주장까지는 좋다. 그런데, 남한내의 김정일 세력을 규제하고 공산주의 세력을 막아내기 위한 국가기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은 뭔가? 그것이 시대 정신이고 현재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서 주된 쟁점으로 다루어져야 하는 문제란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 마비된 국가기관의 대공 기능에 대해서는 왜 관심을 가지지 않는가.' 조갑제는 대선 공약으로 국가정보원의 내사부서를 확대 개편하고 아예 따로 독립시켜 대공정보원으로 만들겠다는 의견이 나와야 속이 시원한가보다.

냉전이 끝난 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인권'이 이미 세계의 시대 정신으로 확산되고 유엔 인권위가 한국의 국가보안법을 경고하는 와중에 조갑제는 남한 내의 김정일 세력을 색출하기 위해 국가기관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21세기 매카시즘인가? 너무나 확고한 조갑제만의 시대정신이 아닐 수 없다. 시대착오적인 시대정신도 자기가 시대의 주제라면 어쩔 수 없이 시대의 조류가 되는 법이다. '시대착오', 국가주의 우파의 '정체성'을 연구하는 화두다.

국가주의 우파의 이념적 위치와 소외감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의 행태는 권력기생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우파를 닮은 부분이 많다. 이념무장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는 체제문제, 북핵문제, 반미운동 문제, 한국사회내 친김정일 세력의 문제 등 우파세력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피해가고 있으며 혈맹인 주한미군을 대적시하는 반미운동을 견제하려고 하지 않고 거기에 영합, 편승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조갑제, 권력기생적 기회주의적 우파의 비극, 조갑제 홈페이지, 12월 3일.

혹자는 조갑제가 한나라당을 응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이다. 보라, 조갑제가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을 권력기생적인 기회주의자라고 몰아부치고 있다. 조갑제 등의 '국가주의 우파는 이미 한나라당보다 더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 위의 인용글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조갑제는 이회창과 한나라당을 더 오른쪽으로, 좀 더 오른쪽으로 견인하고자 노력한다. 이회창 후보가 동의한 '소파 개정'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국가주의 우파의 친미, 반북의 경향성을 대선의 주제로 삼으라고 강하게 요구한다.

조갑제는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해 시민들이 왜 광화문으로 모여드는지, 왜 미국을 규탄하고 소파 개정을 주장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왜 우파 정당인 한나라당의 후보가 거기에 동참하는지 영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그런 행태는 한국의 국가체제를 위협하는 북한의 김정일을 직간접적으로 이롭게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조갑제의 국가주의 우파 사상은 일각에서 수구냉전세력이라는 '레토릭'으로 표현하는 한나라당 보다 훨씬 오른쪽에 해당한다.

"이회창 후보는 이번 선거에 정치적 생명뿐 아니라 물리적 생명까지 걸어야 할 입장이다. 모든 조건이 유리한 입장에 섰던 그가 이번에도 또 지면 우파에서는 이념적으로 우파를 배신함으로써 이길 수 있었던 선거를 두 번이나 놓쳐 괴로운 10년을 자신들에게 안겨다 준 사람으로 규정하여 매장시키려 들 것이다. 자신의 입각점인 우파이념에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젊은 좌파의 표를 구걸한 결과가 패배로 나타난다면 이회창 후보는 참으로 비참한 처지로 전락하게 된다. 우파의 자존심에 먹칠을 해가면서 좌파에 추파를 던지는 것은 그 자신에게는 일생일대의 모험이다. 이 모험에서 실패하면 그는 인간적으로도 치사해져버리는 것이다." - 조갑제, 스탠스를 잃은 이회창, 12월 6일.

한나라당보다 훨씬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는 국가주의 우파, 조갑제가 대선을 맞아 얼마나 조급해하고 있는지 위의 글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조갑제는 이회창 후보가 좌파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다고 비아냥거리며 아예 선거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말한다. 조갑제는 이번 선거를 통해서 반드시 국가주의 우파의 소외를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일종의 절박함마저 느껴진다. 국가주의 우파가 우리 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과 정치적 영향력에서 급속하게 소외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해준다. 조갑제는 한나라당의 집권을 통해 국가주의 우파의 숨통이 열리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조갑제의 이회창에 대한 충언은 이렇다.

국가주의 우파의 단순명료한 이념지도

"한반도에서는 이념이 가장 큰 전략이다. 이념에 따라 김정일 세력과 대한민국 세력으로 크게 나눈 다음 대한민국 세력을 강화하고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써야 정치나 선거에서 성공한다. 이념이 사치라느니, 이념의 시대는 끝났다느니 하면서, 패션에 따르듯이 반미운동 등 좌파와 행동을 함께 하는 것이 리버럴이고 진보라는 위선의 포로가 된 얼치기 보수세력은 반드시 좌파이론가에게 조종되기 마련이다" - 조갑제, 위의 글.

그렇다. 조갑제는 이회창에게 철저히 이념에 의한 대선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국가주의 우파의 이념관이 얼마나 단조롭고 명료한지 위의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조갑제에 의하면 한반도의 이념은 김정일 이념과 대한민국 이념의 두 가지로 나뉜다. 따라서 조갑제가 스스로 자신의 사상이 대한민국 이념이라고 주장하면, 거기에 반대하거나 반미운동 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전부 김정일 이념이 되는 셈이다. 또는 조갑제가 말하는 대한민국 세력에 반대하면 김정일 세력이 되는 셈이다. 조갑제는 이회창이 스탠스를 잃었다며 이런 무지막지한 이념공세를 추천한다. 자, 보라. 국가주의 우파가 규정하는 한반도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태극문양이다. 빨간색과 파란색이다. 남한에서는 오직 국가주의 우파의 파란색만 옳은 이념이며, 그 노선에 반대하거나 엉뚱한 주장을 하면 빨간색이 된다. 따라서 조갑제가 말한 대공담당 국가기관이 빨갱이에 대한 색출에 나서거나 대선에서 이념공세를 해서 패퇴시켜야 한다. 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말인가.

"한국 사회의 이념 지도는 월간조선의 정기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할 때 대강 이러하다. 우파세력, 즉 대한민국 수호세력은 약 60%(이들은 여론조사에서 김정일은 惡이라고 대답한다). 김정일 추종세력은 약 10%(이들은 여론조사에서 김정일이 善이라고 대답한다). 중도좌파가 약 30%(이들은 김정일이 악인지 선인지도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 조갑제, 집토끼, 산토끼, 그리고 이회창 전략, 조갑제 홈페이지, 12월 8일.

"주적보다 더 위험한 것은 우리 사회 내부의 적, 김정일 추종세력이다. 여론조사에서 약 400만명으로 추정되는 이들을 고립시키고 압도할 수 있는 방안은 많다. 여론과 언론이 이들을 민족반역세력, 수구반동세력, 사대주의자, 독재옹호세력이라고 정확하게 규정할 수 있도록 선도하고 사문화되다시피한 국가보안법을 살려내 이들의 행동을 규제하여야 한다. 대공수사기능을 조속히 부활시켜야 한다. 조국을 파괴하는 자유를 자유와 민주라는 이름하에 허용해선 안될 것이다." - 조갑제, 드디어 때가 왔다, 조갑제 홈페이지, 12월 8일.


조갑제의 이념관은 참 무섭다. 독자들도 조심해야 한다. 보라, 조갑제는 우리나라에 400만명의 김정일 추종세력이 있다고 단정한다. 여론조사까지 운운하고 있으니 상당히 과학적인 모양이다. 독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김정일 추종세력으로 낙인찍힐 수가 있으니 언제든지 몸을 사려야 할 것이다. 게다가 혹시라도 안티 조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명심해야 한다. 안티 조선하는 사람들은 조선일보를 민족반역세력, 수구반동세력, 사대주의자, 독재옹호세력으로 비판하는 것으로 아는데 조갑제는 정반대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조국을 파괴하는 사람들로 낙인찍혀 언제 조갑제가 응원하는 대공수사 전담반에 의해 잡혀들어갈지 모르는 일이다. 김정일을 기준으로 헤쳐모여하는 조갑제식 과학적 스펙트럼 분석에 주목하라. 국가주의 우파의 단호한 이념의 칼에 목을 다치지 않으려면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국가주의 우파는 자기들이 자랑하는 이념의 칼이 녹슬고 문드러졌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으므로 무조건 달려드는 수가 있다. 흑백논리의 폭력적 이념규정이 국가주의 우파의 이념 지도다.

행정수도 이전 : 비약과 엄포, 그리고 향수의 정치경제학

"한국 주도의 자유통일을 추진해야 하는 민족사적 사명을 띤 우리 세대가 수도를 민족정통성의 중심지인 서울이 아니라 충청도로 내려보내게 되면 이는 통일 주도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수도 이전은 이처럼 정치적 군사적 의미가 큰 것이다. 만약 수도 이전을 추진하는 세력 중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거나 대한민국을 분열세력으로 보는 좌파가 있다면 그 저의를 의심해보는 것이 정상적인 사고일 것이다. 수도를 옮김으로써 대한민국 정통성의 한 상징을 없애려는 의도가 끼여 있는가 없는가 하는 질문이 그것이다." - 조갑제, 수도 이전? 나라가 망했나? 김정일이 남침했나?, 조갑제 홈페이지, 12월 9일.

조갑제는 12월 9일까지 국가주의 우파의 이념전략에 대한 소개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9일부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특유의 해석을 내놓기 시작한다. 우선 민주당의 행정 수도 이전공약을 공격한다. 수도 이전 공약이 좌익적 저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깨려는 불순한 의도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즉 조갑제는 서울이 민족정통성의 중심지를 상징하고 있는데 수도를 충청도로 옮기면 그러한 민족정통성이 무너진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북한에게 통일 주도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약한다. 국가주의 우파들의 주장은 이렇게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 행정 수도의 이전은 나라가 망했을 때나 하는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다. 비약과 엄포의 논리는 계속된다.

"국정의 사령탑인 청와대, 정치의 중심인 국회, 행정의 사령탑인 행정부처가 충청권으로 내려가 버리면 2000만 서울 인천 경기도 주민들은 버려진 느낌을 갖지 않을까. 이런 불안감은 집값, 땅값 폭락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수도권의 부동산 값이 폭락하는 것을 고소하게 생각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경제란 그런 화풀이가 아니다. 부동산을 담보로 하여 기업과 개인에게 엄청난 자금을 대출해준 금융권이 붕괴하면 기업과 가계가 무너진다. 이것은 한국 경제의 총붕괴를 의미한다." - 조갑제, 위의 글.

조갑제는 행정 수도를 이전하면 결국 한국 경제의 총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행정 수도 이전시 부동산 값의 하락 여부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이 서로 다르다고 한다. 한국 경제의 총붕괴를 가져온다니? 국가주의 우파 언론인의 자신감은 이처럼 확고하다. 단 몇 줄의 느슨한 논리구조로 한국 경제의 총 붕괴를 예언한다. 비약과 엄포를 곁들인 조갑제의 세상 보기는 결국 독자들에게 합리적인 현실인식을 돕는 것이 아니라 공약을 제기한 민주당에 대한 경계와 의심을 부추기는 동기가 된다. 조갑제는 그러한 목적타를 날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국가주의 우파의 소외를 막기 위해 대선을 맞아 민주당을 공격하고, 비약과 엄포의 글쓰기에 전념하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행정수도가 아니라 또 하나의 서울이 되어 중부권에 과밀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서울에 사람들이 몰린 것의 반복이 되는 것이다. 서울에 왜 사람들이 몰려 사는가. 청와대로 상징되는 정치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있기 때문이다. 인허가권을 가진 중앙부처가 있기 때문이다. 권력과 행정력과 입법권을 가진 곳으로 가야 일이 되고 편하게 살며 좋은 교육을 받고 로비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권과 이익과 편리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 조갑제, 나를 극우로 모는 사람, 조갑제 홈페이지, 12월 10일.

기껏 내놓은 또다른 논리가 위의 글이다. 행정 수도를 옮기면 충청도가 또다른 수도권이 되어 인구가 과밀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철저히 박정희 시대 정치경제학에 기반한 논리다. 차머스 존슨이 말한 '발전 국가론(developmental state)'에 놓인 국가에서나 가능한 상황이다. 국가가 시장을 관리하고, 시장의 경쟁을 유도하고, 산업정책이 경제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개입에 의한 정치경제학에 근거한 세상 보기이다.

조갑제는 언론인으로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못 잡는 것 같다. 김영삼 정권이 내세운 세계화의 뜻이 무엇인가? 그리고 IMF가 요구한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이 무엇인가? 핵심은 개방과 투명성이다. 한국 정치경제가 신중상주의적 과거로 돌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신자유주의 세계경제의 압박에 의해 적응하고 있는가? 이런 힌트를 줘도 아직도 기업가들이 국가의 지원을 받기 위해, 그리고 인허가권을 따기 위해 중앙정부 주변에 서성이며 정치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믿는가? 그래서 중앙정부의 공간적 위치를 추종하여 충청도로 기업이 몰려들 것이라고 추정하는가? 조갑제가 말한 수도권의 이권과 이익은 더이상 정치적인 것이 아니다. 박정희 시대의 정치적 이권을 보고 몰려들어 집중적으로 형성된 산업, 상권, 직장, 교육 이권의 공고화로 인해 철저히 경제, 사회, 문화적 이권으로 정착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갑제는 수도권 이전 문제를 박정희의 신중상주의적 정치경제학으로 해석한다. 상식적인 정치경제학으로는 내놓을 수 없는 논리로 세상 보기를 감행하는 조갑제는 국가주의 우파의 관성과 향수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주의 우파는 비약과 엄포에 구시대의 정치경제학을 동원한다.

정치사회화: 가부장주의, 돈, 정치적 압박의 가족사회학

"요사이 가장 치열하게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거리가 아니라 집안입니다. 다양한 양상의 설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가장 큰 흐름은 이회창 후보 지지 부모가 노무현 후보의 우세 소식을 듣고 긴장하여 자녀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입니다...(중략)...다른 아버지는 아들에게 "너 000 찍어주면 등록금 끊겠어"라고 윽박질렀다고 합니다. 기성세대는 요사이 자녀들을 압박할 수 있는 좋은 카드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기분이 좋아졌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돈이지요...기성세대는 이제 결정적 순간을 맞아 對北(대북) 현금 지원을 끊듯이 對(대) 자녀 현금 지원을 끊겠다는 압박작전까지 쓰고 있습니다. 지금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런 현상은 여론조사에서 도 제대로 잡히지 않겠지만 이번 선거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중략)...개인, 가정, 국가에서 돈은 참 중요한 힘인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capitalism을 자본주의라고 번역했을 것입니다." - 조갑제, 000 찍으면 등록금 끊는다!, 조갑제 홈페이지, 12월 14일.

정치사회화란 개인이 성장하면서 가족, 학교, 교회, 동호회 등의 소집단 사회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주고받고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면서 나름대로의 특정한 정치적 성향을 형성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조갑제는 정치사회화에 대한 워낙 독특한 견해를 보여주어서 소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요즘 선거전은 거리가 아니라 집안에서 가장 치열하게 벌어진다면서, 돈줄을 쥐고 있는 부모, 특히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장면을 소개하고 있다.

중견 언론인이면 우리나라의 정치사회화, 특히 가족에서 이루어지는 정치적 의사소통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뭔가. 아버지가 돈줄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말라고 협박하는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거기에 대한 어떤 비판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래서 돈이 중요하다는 둥, 그래서 capitalism은 자본주의라는 둥, 전국적인 현상이고 선거의 주요 변수라는 둥 무감각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 국가주의 우파의 가족사회학은 그런 종류였던가? 돈에 의해서 불평등하게 구조화된 가부장적인 가족사회에서 아버지가 자녀의 정치적 의사까지 압박하고 통제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가? 조갑제가 바라보는 정치사회화는 그렇게 왜곡된 종류였는가? 가족 단위의 금권정치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니 제도권 정치의 금권정치에 대해 어떤 무감각한 반응을 보일지 독자들은 알아서 판단하라. 국가주의적 우파가 바라보는 가족은 그런 형태인가보다. 국가에 대한 충정으로 가득한 가부장이 돈줄을 쥐고 가족 구성원들에게 특정 후보의 낙선을 위해 압박을 가하는 해괴한 가족사회를 상상해보자.

북한 핵문제 : 반목과 대결, 압박의 국제정치학

"이회창 후보는 김정일을 만나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겠다는 점을 가장 강조했다. 왜 김정일을 만나야 하는가. 김정일과 만나면 무슨 기적이라도 자동적으로 생긴다는 말인가. 김정일을 서울로 불러내 만나면 몰라도 평양을 찾아가서라도 만나겠다니 이런 굴욕이 어디 있는가. 이회창 후보는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지켜줄 만한 자존심이 과연 있는 사람인가. 김정일이 체제의 생존을 걸고 감행한 핵공갈이 만난다고 해결될까. 안만나도 김정일이 이러다간 내가 죽겠구나 하고 느끼면 핵공갈을 포기하고 굽히게 되어 있다. 그렇게 느끼도록 한국이 중심이 되고 미국과 일본의 협조를 얻어 對北(대북) 압박정책을 쓰는 것이 김정일을 굴복시키는 길이다." - 조갑제, 김영삼 정부가 전쟁위기를 불렀다고?, 조갑제 홈페이지, 12월 13일.

조갑제에게 호재가 생겼다. 북한이 핵개발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공언하고, 미사일을 팔러가다가 미국에 덜미가 잡히는 일이 벌어졌다. 조갑제는 이런 사건들을 어떻게 파악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위의 글을 보자 조갑제로 대표되는 국가주의 우파의 국제정치학의 핵심이 잘 담겨있다. 평양을 찾아가서 대화를 시도하겠다는 이회창의 주장을 김정일에 대한 '굴종'이라고 단정한다. 국가주의 우파의 자존심은 오직 북한을 밟고, 압박함으로써 충족되나보다. 그들의 국제정치학은 힘을 중시하는 '현실주의(realism)' 국제정치학을 뛰어넘어 '초현실주의'에 다다르고 있다. 오직 북한의 굴복을 얻어내는 게 수단이고 목적이다. 타협과 협상, 평화공존을 위한 대화는 북한이 남한에게 해야할 일이고, 남한은 북한의 굴종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미국과 일본의 군사력까지 동원하여 남한은 강력한 군사력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게 최선의 통일정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평화적 대화를 유도하자'는 사람들을 '노예'로 중상모략한다.

"악마적 김정일 정권을 상대함에 있어서 우리는 노예적인 언행과 자유인의 언행을 본다. 북한정권의 핵개발은 우리의 안전에 결정적인 위협이 된다. 우리가 가장 강력하게 북한정권의 불법성과 전쟁광기를 비판하면서 응징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제1피해자인 우리 정부는 가만 있는데 미국이 나서서 김정일을 압박하니 일부 철부지들이 들고 일어나 미국을 향하여, 또 미국 정책을 지지하는 한국의 우파를 향하여 "전쟁하자는 것이냐. 무조건 대화를 통해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전형적인 노예적 발상이다." - 조갑제, 위의 글.

국가주의 우파는 이 시점에서 악마를 응징하는 천사로 변신한다. 미국은 조갑제를 도와주는 미카엘 대천사 쯤 되는것일까? 이들의 사명은 평화협상을 주장하는 사람들, 즉 '노예'를 구원하고 악마 '김정일'을 응징하는 것인가보다. 악마와 천사, 그리고 노예의 개념으로 구성된 초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은 전쟁선전선동술에 가깝지, 한 나라의 통일외교정책으로 삼기는 부적절하다. 그런데도 조갑제는 당당하게 일관된 시각으로 대통령 후보의 통일외교정책을 비판한다.

"미국 일본 등과 손잡고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압박을 준비하지 않고서 '모든 문제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면 이는 결국 김정일의 핵개발을 방임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다. 회칼을 빼든 조폭에게 경찰관이 곤봉을 치켜드는 것도 '폭력불
사론자'라고 비난하면서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말린다면 그 해결은 조폭의 공갈에 굴복하는 길밖에 없다. 노무현 후보가 강요하는 양자택일은 전쟁과 평화가 아니라 굴복이냐 호국이냐이다. 노무현 후보의 북핵 대책은 우방 미국과의 공조보다는 주적 김정일과의 대화나 협력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 - 조갑제, 노무현의 전쟁과 평화론 비판, 조갑제 홈페이지, 12월 15일.


독자들은 스스로 판단해보자. 과연 북한만 조폭적 논리를 가지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자. 북한이 조폭이라면 저 이념의 녹슨 칼을 뽑아들고 광분하는 국가주의 우파들은 조폭이 아닌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전쟁광이라는 조지 부시마저도 한국의 대북포용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마당에, 대통령 후보에게 굴종이냐 호국이냐를 선택하라고 선동하는 한 국가주의 우파 언론인의 모습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민족적 불평등과 인권에 대한 무감각

"교통사고를 낸 사람이 살인범이라면 한국에선 매년 1만 명의 살인범이 생깁니다. 과실치사를 살인으로 모는 좌익들의 수법은 저 같이 온건한 자유민주주의자를 극우라고 모는 것과 같은 억지중의 억지입니다." - 조갑제, 저주 받을 자, 계란을 던지다, 조갑제 홈페이지, 12월 14일.

조갑제는 이미 여중생 사망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있나보다. 미군에 의해 독자적으로 조사되고 그들끼리 재판한 사건의 내막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 수 있는 것일까? 미군 병사의 변호인이 된 것처럼 시위대를 향해 말하고 있다. 조갑제가 변호인이라면, 시위대는 효순이, 미선이의 사망 사건을 맡은 검사다. 의혹도 수두룩하다. 과실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살인 의혹도 있다. 시위 군중은 진상을 밝히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자, 그런데 어떤가. 미군 범죄에 의해 짓밟힌 인간의 목숨, 그들의 인권을 보호해줄 수 있는 한미간의 법적 장치가 존재하는가? 미군이 범죄를 저질렀는데 미군이 알아서 수사하고 미군으로 구성된 배심원과 판사에 의해 알아서 재판하는 상황이 상식적인 상황인가? 시민들은 그래서 SOFA 개정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실치사를 살인으로 모는 좌익들의 수법'이라니, 우리들이 민족적 불평등에 의해 훼손되는 인권의 유린에 분개하는 것도 좌익의 준동에 해당하는가.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조갑제는 아예 부시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친김정일 세력으로 몰고 간다.

"부시 대통령이 어제 김대중 대통령에게 직접 사과하니 이제는 공개 사과를 들고 나온 것입니다. 부시가 공개 사과하면 친김정일 세력이 만족할 줄 아십니까. 그들은 서울에 와서 사과하라고 나올 것입니다." - 조갑제, 위의 글.

부시 대통령은 한국의 국민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할 수 없나. 희생된 효순이, 미선이는 김대중 대통령의 가족이 아니다. 그냥 시골 소녀들이고 우리와 같은 시민의 딸이다. 부시는 당연히 남겨진 유족과 불평등한 SOFA 때문에 잠재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시민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SOFA 개정을 약속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런데도 조갑제는 부시 편을 들고 공개 사과를 요구한 시민들을 친김정일 세력으로 매도한다. 이렇게 국가주의 우파는 국가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민족적 불평등과 인권에 무감각하다. 평등한 국제관계와 인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녹슨 이념의 칼로 재단한다.

국가주의 우파의 과도한 자기긍정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조갑제가 대선정국에서 보여준 텍스트를 분석한 결과 국가주의 우파의 세계관은 상당히 비합리적이었다. 시대착오적인 매카시즘을 시대정신으로 착각하는 한편, 이미 한나라당 보다 훨씬 오른쪽의 이념적 지형에서 일반인들을 쉽게 설득하기 어려운 정책 제언을 하고 있었다. 이미 그들은 소외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서 그들에게 가장 유리한 정당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들이 소외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없다. 비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흑백논리로 친북세력과 대한민국을 구분하는 구시대적 이념 잣대가 그렇고, 흘러간 정치경제학으로 비약과 엄포를 늘어놓는 세상보기가 그렇다. 비틀어진 가족관으로 정치사회화를 왜곡하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며, 반목과 대결의 냉전적 통일외교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외면하는 것이다. 이번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해 조갑제가 보여준 의견은 충격적이다. 주요 언론과 대다수의 시민이 SOFA를 개정하고 부시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데, 조갑제는 그들을 친북, 친김정일 세력으로 매도하는 것인가? 조갑제는 녹슨 이념의 칼을 버려야 한다. 그러나 아마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국가주의 우파는 과도한 자기 긍정때문에 그들의 그림자를 바로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우파는 개인보다는 가족과 회사, 그리고 국가를 위한다는 생각이 몸에 밴 사람들입니다. 이런 희생 정신으로 만든 세계사의 금자탑이자 민족사의 황금기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우파가 이룩한 위대한 업적의 목록은 찬란합니다. 민주주의 경험이 전혀 없는 나라에서 50년만에 그럴 듯한 국민국가를 만들어낸 점, 그 국가를 김일성의 비겁한 남침과 김정일 추종세력의 준동으로부터 지켜낸 일, 근대화를 통해서 인간다운 삶의 조건과 민주주의의 물질적 토대를 만든 점, 온건한 민주화를 지지하여 최소한의 인명 희생과 혼란으로써 민주화를 정착시키고 있는 점. 요약하면 건국, 호국, 근대화, 민주화가 바로 우리 나라 우파들의 네 개 훈장입니다." - 조갑제, 인류사의 금자탑 한국의 우파, 조갑제 홈페이지, 12월 13일.

자, 보라. 찬란한 우파의 금자탑을 바라보는 조갑제의 눈길은 경외감에 빛나고 있다. 그러나 왜 국가주의 우파들이 자행해온 무자비한 인권탄압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서해교전에서 희생된 해군의 생명에는 분노를 느끼면서, 민주화를 요구하다 빨갱이로 몰려 죽고, 고문당하고, 감금당한 이 땅의 청년들에게서는 왜 정의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일까? 국가주의 우파의 훈장은 기억하면서 그들이 저지른 처절한 과오에는 왜 침묵하는 것일까? 바로 근대화의 국가적, 민족적 과업을 달성했다는 공에 대한 과도한 자기긍정이 아닐까? 그들은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희생된 이 땅의 서민들, 노동자, 농민, 학생들의 삶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나서 자신들이 민주화를 짓밟았던 역사에 대해 망각한다.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기반한 국가주의 우파가 자행한 민주주의 탄압사를 돌아보지 않는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철모르는 젊은이들은 우파들이 왜 하느님이 못되었느냐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왜 건국, 호국만 했느냐 민주화도 같이 했었어야지. 왜 근대화만 했느냐 동시에 민주화도 했었어야지, 이렇게 걸고 들어오는 식입니다. 그런 질문을 김일성, 김정일에게 하면 답이 나올텐데 말입니다. 김일성 - 김정일에 뿌리를 두고 있는 좌파이념과 좌파 문화는 그 본성이 저질이고 증오이며 사기이고 가학입니다. 이런 집단이 문명의 이기 인터넷을 그런 저질확산에 이용하고 있으며 정치세력이 이들을 부추기고 있는 면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 조갑제, 위의 글

필자는 조갑제의 주장에 이렇게 답하고 글을 맺고자 한다.

"똑같이 욕하고 싶지는 않다. 필자는 조갑제의 주장에 이렇게 답하고 글을 맺고자 한다. 좌파를 비롯해서 민주화를 원하던 인사들을 국가주의 우파 정치인들은 잔인하게 탄압해왔다. 그들이 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을까? 박정희-전두환에게 물어보면 될 것이다. 나는 중견언론인 조갑제에게 국가주의 우파를 건전한 우파세력으로 견인하기를 청한다. 너무 무리한 요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실험웹진 http://www.dalp.wo.to
**이 기사는 하니리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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