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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 현장: 이한기 최경준 이성규 기자
- 정리: 손병관 박수원 이병한 김영균 공희정 권박효원 김지은 기자
- 사진: 권우성 이종호 기자
- 동영상:김용남 PD
- 편집: 김경년 김시연 기자
- 총괄: 정운현 김병기 기자


▲ 노무현, 권영길, 이회창 후보(왼쪽부터)가 토론에 앞서 손을 잡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부정부패, 대북정책에서 격돌한 이-노 / 김용남 PD

권영길 후보의 이-노 압박 / 김용남 PD

<제8신=최종:3일 밤 11시 45분>

'답안지 없는 시험', 대선후보 1차 TV 합동토론 마쳐
세 후보 "최선 다했다"...전문가 "정책토론 부족했다"


12월3일 저녁 8시부터 두시간 동안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민노당 권영길 후보 3인이 참가한 가운데 TV합동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97년에 이어 두 번째다. 토론에 참가한 세 후보들은 '답안지없는 시험'을 치르면서 각자 그동안 다듬어온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유권자들에게 피력했다.

이날 토론은 총3회에 걸친 TV토론 가운데 그 첫 번째로, 정치-외교-통일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세부적으로는 우리사회의 현안인 소파 개정 문제와 국정원 도청의혹 등이 먼저 토론 의제에 올랐다. 이어 북한핵 문제, 통일방안, 지역주의 극복문제, 특별검사제, 정치개혁, 부패척결 등에 대해 각 후보간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권 95점·노 85점·창 80점"
네티즌 관전평 모음

첫 번째 대선후보 합동토론회를 지켜본 네티즌들은 <오마이뉴스> 독자 게시판을 통해 저마다의 관전평을 내놓았다. 특히 후보마다 점수를 매기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등 양질의 의견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를 종합해보면 대체적으로 이회창 후보에 대해서는 "여유있는 미소가 보기 좋았다"는 평이 많았다. '차가워 보인다'는 이미지를 쇄신시키려는 노력이 돋보였다는 얘기다. 노무현 후보를 주 공격대상으로 삼은 점도 '성공한 전략'이었다는 평도 있었다. 반면 단점으로는 "토론의 핵심을 제대로 짚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노무현 후보에 대해서는 "온화한 이미지에 너무 신경 쓰느라 할말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 주된 평이다. 또한 "이 후보만 신경쓰느라 권 후보에 대한 대비도 모자란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긍정적 의견으로는 "순발력이 빛났다" "공격일변도가 아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반격할 것은 반격하는 태도가 적절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네티즌 의견을 종합해보면 이날 토론으로 가장 많은 점수를 딴 후보는 권영길 후보다. 많은 네티즌이 "통일·안보·정치에 대해 두려울 것 없이 할 말을 제대로 했다" "권 후보와 민주노동당의 정책을 알리는 좋은 기회로 활용했다"는 평이 많았다. 그러나 "막판 양비론"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다.

'빨간펜'이란 아이디를 쓰는 한 네티즌은 자신의 관전평을 통해 "권 후보는 자신의 논리를 무리없이 잘 설명해 95점을, 노 후보는 화끈한 토론이 아니어서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한 토론을 펼쳐 85점, 이 후보는 무난한 토론자세는 선방이었으나 핵심을 비껴나간 점이 아쉬워 80점"이란 점수를 내놓았다. / 김지은-권박효원
114분간에 걸친 토론에서 각 후보들은 때론 상대방을 공격하기도 하고 때론 까다로운 질문을 받고 쩔쩔매기도 했다. 특히 토론이 가열되면서 인신공격성 질문이 터져나오자 가시돋친 설전이 오가기도 했으며, 발언시간을 초과해 더러 사회자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토론이 후보간 공방은 치열했으나 정책대결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회자가 기계적으로 발언시간 관리만 할 것이 아니라 토론이 미진한 사안에 대해서는 보충질의를 통해 정책토론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97년 TV토론과 달리 이날 토론에서는 진보진영 후보가 참석, 토론이 훨씬 활성화됐다는 평가도 있었다.

한편 세 후보의 토론 직후 각 당은 모두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의 풍부한 경험, 안정감을 잘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또 민주당은 "노무현 후보가 진지하고 차분한 자세로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평가했으며, 민주노동당은 "권영길 후보가 정치개혁의 진정한 적임자임을 잘 보여줬다"고 만족을 표시했다.

또한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토론이 끝난지 1시간 반만인 밤11시 30분 <오마이뉴스> 독자의견란에는 무려 1400여개에 달하는 독자의견이 올라왔다. 이들은 나름대로 각자 토론평을 내놓는가 하면 세 후보에 대해 나름의 토론점수를 매기기도 했다.

노무현 '단일화 포장마차'에서 마무리

▲ 3일 저녁 TV합동토론을 마친 노무현 후보와 선대위 관계자의 마무리 '술 한잔'
ⓒ오마이뉴스 권우성

3일 밤 10시30분 TV 합동토론이 끝난 뒤 노무현 후보는 민주당 의원들과 '단일화 포장마차'에 갔다. 단일화 포장마차는 지난번 '노-정 단일화' 합의 이후 정몽준 대표와 '러브샷'을 했던 여의도 야외 선술집으로, 이제는 정치권의 명소가 된 곳.

노 후보 옆에는 김원기 정치고문과 김원웅 개혁국민정당 의원이 앉았고, 노 후보의 부인 권양숙씨도 참석했다. 그밖에 이해찬·임채정·이낙연·이미경·허운나 의원 등이 함께 소줏잔을 기울였다.

권양숙씨에게 TV토론 소감을 묻자, 웃으며 "뭘…"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재차 묻자, "모두 잘 하셨죠"라고 짧게 말했다. 임채정 의원은 "노 후보가 토론의 각을 세우지 못했다는 지적은 후보에 대한 선입견일뿐 안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성공한 토론회였다"고 자평했다. 이들은 밤 10시50분께 건배를 하며 자리를 떴다. / 이한기 기자


<7신:3일 밤 11시>

권 후보 "대 만족", 이·노 후보 "아쉽지만 만족"
[토론회 자평]각 후보들의 교차되는 표정


TV토론을 마친 각 후보들의 표정이 다소 엇갈렸다. 권 후보는 특히 "대만족"이라면서 흡족한 듯이 웃었고, 나머지 두 명의 후보는 아쉬움이 남는 토론이었다고 여운을 남겼다.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시간이 너무 적었다"는 점. 이 때문에 "심도깊은 정책토론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TV 토론 직후 3명의 후보에 대한 소감 및 자평이다.

▲ 합동토론장으로 들어가는 이회창 후보.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이회창 후보
- 소감은.
"셋이 열심히 서로 주장하고 많은 좋은 토론을 했다고 본다. 이런 합동토론회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 97년에도 했지만...시간이 짧아서 충분히 말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 시간이 모자라 하지 못한 말은.
"쟁점별로 중요한 과제들이 있었는데 1분만에 말해야 하니까 아쉬웠다."

- 힘들었던 것은.
"많은 문제를 자료없이 그 자리에서 말해야 하니까 더욱 시간이 짧았던 것 같다."

- 이번 토론회로 지지율이 올라갈 것으로 보는가.
"두고 봐야지. (허허허)...어쨌든 이런 과정을 거쳐 (후보들이) 검증이 되고, 정책과 비전이 드러나는 것은 좋은 점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 있다면 토론 시간이 길었으면 하는 것이다. 차차 이런 부분들은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 노 후보의 질문중 가장 버겨웠던 것은.
"특별히 어떤 것이 있다기보다 질문 하나하나가 다 그랬다."

▲ 김한길 미디어본부장과 함께 토론내용을 최종점검하고 있는 노무현 후보.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후보
- 소감은.
"최선을 다했다.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그전 토론회보다 잘 된 것같다."

- 특별히 어느 분야에서 잘 한 것 같은가.
"어느 분야보다. 어느 분야인지 모르겠다. 다 잊어버렸다."

- 이회창 후보의 질문에 공격에 대해서는.
"다들 자제하고 있는데…. 성실히 임해줬다고 본다."

- 아쉬움이 있다면.
"서로 초점이 잘 안맞는 질문이 있었다. 토론 방식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동문서답하는게 있었다. 토론 초점이 좀 모아지지 않았다."

- 토론회를 통해 강조하고자 했던 점은 무엇인가.
"결국 정치개혁으로서 후보들의 자세가 어떡해야 하느냐는 것인데…. 사람이 하는 것이라.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정치이고 사람이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는데,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보나.
"보신 분들이 판단할 것이다. 이회창 후보도 나를 상대하려했고, 나도 이회창 후보를 상대하려 했다. 차별화가 됐는지는 국민들이 보시고 판단하실 것이다."

▲ 합동토론장으로 들어가는 권영길 후보.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권영길 후보
-소감은.
"토론회는 대만족이다. 무엇보다 다른 후보들이 입씨름만 하고 구체적인 대안 제시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노회찬 선대본부장 끼어들며 "이전투구 속에 핀 아름다운 연꽃이었다.")

- 이번 토론회로 지지율이 올라갈 것으로 보나.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않는데…. 그럴 것이다."

- 점수를 준다면.
"민주노동당은 당원들이 참여로 이루어졌고, 민주적 정당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당원들의 평가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당원들의 평가가 좋았다고 나왔다."

- 가장 어려웠던 질문은.
"두 후보가 제시된 이외의 질문을 할 때 그 부분이 난처했다. 또 정책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인신공격성 질문을 하니까 따라갈 수도 없고, 안따라갈 수도 없으니까 그 부분이 힘들었다."

"팽팽한 접전...'정책토론'은 미진...권영길 '잘했다'"
[전문가 3인 토론평]김재홍, 정대화, 유창선

△ 김재홍 경기대 교수

- 오늘 토론 어떻게 봤나.
"주제는 다양하게 나왔지만, 내용에서 구체성이 떨어졌다. 이회창-노무현 후보사이에 공방전은 있었지만 정책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대신 권영길 후보가 정책문제를 이끌었다. 예를들어 국민들의 중요한 관심사인 여중생사망사건에 대해서도 부시 직접사과, 소파개정 등 이미 시민들이 다 이야기한 것들이다. 일부 사안에 대해선 평상시의 각 정당간 정책 노선 차이가 전혀 드러나지 않고 표만 의식한 무분별한 통합현상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정책토론이라는 점에서는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 어떤 후보가 잘했다고 보는가.
"권영길 후보가 정책토론으로 잘했다고 생각한다. 상당히 준비를 했던 것 같고 현안문제에 대해 꾸준히 추적해 온 느낌을 받았다. 부패정치와 선거공영 문제 등에서도 권 후보가 문제를 제기했지만 다른 후보들은 그냥 넘어갔다. 정당민주화라는 문제 등에 대해서도 후보들 사이에서 서로 다르게 표현됐다."

- 앞으로 토론회가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나.
"첫 번째로 후보들에게 보다 세밀하게 파고드는 토론이 필요하다. 충분히 객관성이 검증되고 공정한 사회자는 토론회에서 미진한 부분에 대해선 후보들에게 집중적으로 물어봐야 한다. 두번째로는 이번 선거도 국민의사를 정밀하게 반영되기 어려운 선거가 될 것 같다. 양강후보간 경쟁자체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제3의 후보가 양강 후보중 누구 후보의 표를 잠식할 것이 중요하게 될 것 같다. 이는 국민의 의사가 정확히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대통령제 국가들이 실시하는 결선투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 정대화 상지대 교수

- 어떻게 봤나.
"5년 전에는 2자 토론을 했지만 이번에는 진보정당이 개입된 3자 토론을 했다. 그러다 보니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의 정책이 선명하게 대비됐다. 또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후보들이 토론을 하다보니 신선한 감도 있었다. 특히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각 당의 차이에 대한 개념화를 시도한 것이 돋보였다. 오늘 토론은 대선 후보 토론에서 진보 정당의 참여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의 대결이 격화되면서 권영길 후보가 소외되는 인상을 받았다. 또 이번 토론에서는 인신공격이 거의 없었는데 이회창 후보가 근거 없는 의혹을 가지고 노무현 후보를 공격한 것은 옥의 티였다."

- 누가 가장 잘했다고 보나.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 오늘 토론에서 미흡했던 부분은?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정책 차이는 상당히 크다. 하지만 이번 토론에서 그 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토론 첫 번째 날이라서 그런지 두리 뭉실 넘어간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경제분야나 사회분야에서 그 차이가 선명하게 날 것으로 보인다."

△ 유창선 박사(시사평론가)

- 토론 어떻게 봤나.
"팽팽한 접전이었다. 특별히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었다. 세 후보 모두가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을 적극적으로 벌인 토론회였다. 그렇기 때문에 토론회가 판세에 그렇게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물론 핵심적인 문제는 짚었지만 너무 후보들이 조심스러워서 토론의 긴장감이 떨어졌다. 또 한가지 시간제한 때문인지 심층적인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아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이었다.

- 누가 제일 잘했다고 보는가.
"굳이 누가 잘했느냐를 따진다면, 노무현, 이회창 두 후보는 변동은 없었고, 오히려 권영길 후보가 기존 토론이나 방송에 비해서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토론회만 놓고 보면 마치 3강구도 처럼 보였다. 권영길 후보가 공세적이면서도 여유있는 모습을 보인 것인 인상적이었다."

- 앞으로의 토론과제는.
"앞으로 남은 토론회에서는 핵심적인 쟁점이 집중적으로 토론이 됐으면 좋겠다. 후보들은 더 선명하게 자신의 정책을 설명해야 한다. 국민들 피부에 와 닿는 교육, 부동산, 가계대출 등의 문제가 거론됐으면 한다.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각 후보가 내놓는 정책이 나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가릴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제6신: 3일 저녁 10시55분>
이회창 "한나라당을 무색안경으로 봐달라"
노무현 "대한민국을 부정한 적 없다"
권영길 "북한 인권, 정략적 이용은 안돼"


세 후보간의 상호토론은 예상을 벗어난 돌출 질문 없이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됐다. 이회창-노무현 간의 상호토론에서 이 후보는 주로 노 후보의 국가관과 대북정책을 질문했고, 노 후보는 북핵문제에 대한 이 후보의 해법을 물었다.

이 후보는 "대북 정책에 대해 노 후보가 일관되지 못한 것 같다. 과거에 주한미군 철수를 강력히 주장하다가 요즘은 통일 후라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자꾸 변하는 이유는 뭔가?"라고 물었다.

노 후보는 "주한미군 철수 주장은 재야 시민운동 하고 초선 의원을 할 때 남들과 어울려서 서명운동에 동참해 준 것이다. 그때 판단을 옳지 않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으니 그때 일을 너무 몰아붙이지 말았면 한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노 후보의 국가관에 대해서도 "노 후보는 우리가 자주독립 못한 것이 소련을 등에 업고 공산국가를 세우려는 세력과 미국을 등에 업은 자본주의 세력의 분열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것은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후보는 "대한민국 정부를 한 번도 부정 해 본 적 없다. 다만, 건국과정의 분열적 성격 때문에 김구 선생도 단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후보도 김구 선생을 존경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질문 기회를 얻은 노 후보는 "남한이 현금 지원 끊는다고 해서 핵개발을 포기한다고 볼 수 있나? 북미관계가 이후 악화되면 남한이 주도할 통로나 대안이 있는가? 대북지원 중단으로 전쟁위험이 커지면 해소할 대안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 "인도적 지원, 민간차원 지원은 물론 계속해야 하지만, 그 외의 것은 핵 개발과 연계해서 추진해야 한다. 노 후보의 말대로 북핵문제는 한미일 간의 공조와 중국 러시아의 협력 아래 풀어나가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이 문제를 아무 문제도 없었던 것처럼 현금, 지원협력을 계속 주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권-이 상호토론에서 권 후보는 "이 후보는 절대로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가?"라고 다분히 감정적인 질문을 내던졌다.

그러나 이 후보는 언짢은 기색을 감추고 '명상록'의 구절을 빌려 "노란 안경을 쓰면 세상이 노랗게 보이고 파란 안경을 쓰면 파란색으로 보인다고 했다. 새롭게 변해 가는 한나라당과 이회창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무색 안경으로 봐 달라"고 침착하게 받아쳤다. 로마제국 황제이자 스토아 학파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쓴 '명상록'은 이 후보가 평소 탐독한다고 소개해온 책이다.

이 후보는 "납북자와 탈북자,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뚜렷한 주장이 없는가?"라고 물었고, 권 후보는 "이 문제에 관해 해명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며 "민노당은 여러 차례 국군포로 송환, 탈북자의 인도적 처리와 재송환 반대, 인권문제 시정에 대해 여러 차례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 문제가 남북대결 국면으로 이끌어서는 안된다"고 답했다.

권 후보는 "북한 인권문제는 거론해야 하지만, 역대 정권과 한나라당은 이를 정략적으로 활용해왔다"며 "한나라당은 앞으로는 수구세력, 외세의존당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노력해주기를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노-권 토론에서 노 후보는 권 후보에게 민노당 정책의 현실 가능성을 묻는 데 반해 권 후보는 '여중생 사건'에 대한 부시 대통령 사과를 위한 후보자 공동선언을 촉구했다.

노 후보는 권 후보에게 "작은 것이라도 서로 타협해서 한발한발 나가는 것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데, 민노당이 타협없이 너무 투쟁적으로 자기들의 주장만 강하게 내세우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권 후보는 "민노당이 그렇게 비춰지는 모습이 있다면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겠다. 그런데 96년 김영삼 정권이 국회에서 노동법을 날치기 통과할 때 국민의 80%가 지지를 보냈다. 앞으로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행동을 하고, 투쟁이 필요하다면 그런 투쟁은 항상 하겠다"고 답했다.

노 후보는 "여중생들의 희생에 애도를 표하지만, 대통령은 성명으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의 정책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자세는 확실하게 고치겠다"고 답했다.

다음은 이날 토론의 마무리 연설이다.

이회창 후보 "국민의 안정을 위해 지도자가 될 사람을..."

▲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저는 사실 대선 후보로 이번에 나왔지만 재수하고 있다. 5년간의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정말 국민께 송구스러운 생각도 들고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사실 5년간이 우리가 기대했던 5년간이 아니었다. 이제는 누구 탓을 하기 전에 저는 분명히 이러한 시대는 끝내야한다.

이것을 무슨 좌우다, 여야다, 이런 개념을 떠나서, 나는 아주 발상의 틀을 뛰어넘고자 한다. 진정으로 이 나라의 미래와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지도자가 될 사람은 그 부분만을 생각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요즘 밤에 자기전에 기도를 한다. 기도에서 이렇게 말한다. 저 이회창이 지금 길 앞에 섰다. 제가 이 길을 가는 것이 합당치 않다면 저를 제쳐주십시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이 길이 제가 가야할 길이라면 저에게 모든 희생을 다 주시고, 그러나 이 나라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뛸 수 있도록 제 손을 붙잤고 힘을 주십쇼. 이렇게 기도한다.

국민여러분. 정말 이 나라는 새로워져야한다. 새롭게 다시 태어나야한다. 저 이회창은 이것을 위해서 열심히 열심히 뛰겠다. 저의 기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민여러분의 많은 따뜻한 격려와 지지를 부탁드린다.

권영길 후보 "노동자, 농민이 정치 주체로 일어서야...

▲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국민여러분, 오늘 토론 어땠는가. 끝까지 경청해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린다. 여러분, 이회창 후보는 5년 전으로 되돌아가자고 하고 노무현 후보는 5년 더 시간을 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금 이같은 현상을 더 연장할 수도 없다. 부패 정치가 부패 정치를 심판하겠다고 하고 있고, 낡은 정치가 낡은 정치를 청산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국민여러분, 이제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이 정치의 주체로 일어서야 한다. 그럴 때만이 새로운 희망의 정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 저 권영길이 새로운 희망의 정치를 만들어내는 자리에 서있다. 저는 서민들이 가슴 펴고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내겠다. 여러분 희망은 이루어질 수 있다. 저 권영길이 200만 표 받으면 희망의 세상은 한 10년 정도 걸릴 것이다. 500만표 받으면 5년 정도 걸릴 것이다. 1000만표 받으면 바로 12월19일부터 이루어질 수도 있는 문제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권영길에게 던지는 표는 희망의 세상을 만드는 의미 있는 표다. 살아있는 표다. 저 권영길과 함께 우리의 후손들이 교육비, 병원비 걱정없는 그런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하지 않겠는가. 국민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성원을 기다리겠다. 여러분, 희망을 만들어 갑시다. 감사합니다.

노무현 "낡은 정치 청산하고 새 정치 만들겠다"

▲ 노무현 민주당 후보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국민여러분. 오늘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제도개혁에 관해서는 이야기가 좀 부족해서 아쉽기 하지만 핵심은 정치다. 낡은 정치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될 수가 없다. 그리고 낡은 정치의 핵심은 역시 돈이다. 그동안 선거를 하면 수천억이 들었다. 검은 돈, 뭉치 돈 받은 사람은 부정부패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저는 국민의 성금으로 지금 이 선거를 치러내고 있다. 돼지저금통에 돈을 꽉꽉 넣어서 보내주시기도 하고, 만원·이만원씩 이렇게 보내주신 돈이 43억원을 넘어섰다. 저는 이것을 밑천으로 깨끗한 정치 한번 해보겠다. 낡은 정치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가겠다.

그렇게 해서 다시는 부정부패가 없고 특권과 반칙도 통하지 않고 성실하게 땀흘려 일한 사람들이 정당하게 대우받는 사회,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내일은 우리보다 좀더 좋은 사회에서 살 수 있다는 이런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가고 싶다.

제가 유세장 가면 젊은 부부가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온다. 날씨가 추운데 왜 데리고 오느냐고 제가 물었더니, 희망, 우리는 희망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정말 가슴이 뭉클했고, 내가 과연 이 사람들의 희망을 다 짊어질 수 있을까 두렵기도 했지만, 그러나 그만한 무거운 책임감을 함께 느끼고 있다. 정말 책임감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겠다. 최선을 다하겠다. 도와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각 후보진영 "우리가 잘했다"…상대 후보는 평가절하
[TV 토론 각 후보 참모진 평가]

한나라당 "10:5로 이겼다"
민주당 "A+"
민노당 "대단히 만족한다"


TV토론 직후, 3당 참모진은 이구동성으로 "우리 후보가 더 잘했다"고 평가했고, 상대 후보에 대해서는 평가절하했다.

한나라당 김병호 미디어본부 부본부장은 "초반 첫번째, 두번째 질문에서는 이 후보가 조금 경직돼 있어서 발언이 정리가 안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네번째 질문부터는 제 페이스를 찾았고, 여유도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숫자로 따지면 10 : 5로 이겼다"고 평가했다.

김 부본부장은 이어 '(이 후보가) 감점받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짧은 문장으로 압축하는 것이 잘 안됐다"면서 "첫번째가 정치관련이니까 노무현이 안정적이고 여유있게 나오리라 봤다. 다음은 경제문제이기 때문에 (노 후보가)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김무성 선대위 미디어대책본부장도 "나는 오늘 첫번째 합동 토론이 이번 선거전에 큰 분수령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 이긴 후보가 선거종반까지 유리하게 갈 것이라고 본다"면서 "오늘 후보자 토론회는 주제가 정치분야이기 때문에 본전, 즉 5:5 무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완벽하게 승리를 거둠으로써 내일부터 여론조사에서 우리가 리드해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민주당 이미경 선대위 대변인은 총평에서 "우선 노무현 후보가 매우 토론을 잘 했다. 점수는 A+학점을 받았다"면서 "비교적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여러 쟁점들이 제기되고 후보간에 입장을 구별해 볼 수 있는 토론회였다"고 평가했다.

이 대변인은 또 "이회창 후보의 경우 북한의 핵개발이 이뤄져 존재하는 것처럼 한 것은 이해부족으로 드러났다.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고 했지만 지속적으로 노 후보는 해 왔다"면서 "DJ양자론이라는 색깔을 덧칠한 것에 대해 노 후보가 명백하게 잘 지적했다. 부패청산을 한나라당이 말하지만 부패의혹을 갖고 있는 이 후보의 부패의혹에 대해 중요하게 지적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신기남 의원은 "노무현 후보가 안정감에서 성공했다고 본다. 분위기가 안정감의 대결인 것같다. DJ 정부와의 차별화를 좀더 강한 어조로 해 주길 바랐다"고 평가했고, 임채정 의원은 "이 후보는 깊이가 없어 보인다. 표피적이다. 깊이 들어가려면 파하려고 한다. 당에서 주장해 왔던 대변인의 수준이다"라고 평가절하했다.

민노당 노회찬 선대본부장은 "대단히 만족한다. 정책정당으로 차별화된 정책을 통해 국민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겨줬다. 선거문화에 새장을 열었다.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가 실제로 선거에 임하면서 급조된 정책을 들고나온 예가 많았다"면서 흡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 최경준-이성규 기자


<제5신: 3일 저녁 9시35분>
이회창 "계파 없는 당 민주화 위해 노력"
노무현 "민노당은 역사 짧아 편안한 처지"
권영길 "국민소환제를 두 사람에게 제안"


정치개혁 현안 상호토론에서 노 후보와 이 후보가 상대방을 의식한 질문을 주로 던지는 반면, 권 후보는 양 후보를 함께 비판하며 제도적 대안을 주로 얘기하는 양상이 전개됐다.

권 후보는 "정치 개혁이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정당 민주화인데,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영접하기 위해 국회의원이 100여명이 공항에 나가 기다리는 이런 정당에서는 당정분리가 이루어질 수 없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라고 양당을 함께 공격했다.

이 후보는 "언제적 공항 영접을 말하는지 모르지만 요즘은 그런 일 없고, 공항에 몇 사람 나왔느냐가 정당 민주화의 기준이 아니라고 본다"고 반박했고, 노 후보도 "민주당이 과거에 여러 가지 과오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역사가 오래되지 않고 과오도 물론 없는 민노당은 편안한 처지"라고 답했다.

권 후보는 "민노당이 떳떳한 이유는 역사가 짧기 때문이 아니다"며 모든 당원이 당비를 내고 주요 당 정책에 당원이 참여하는 민주적 당 운영을 강조했다.

재반론을 편 이 후보는 "한나라당도 계속 당 민주화를 이뤄왔고, 계파를 없애고 16대 공천에서는 개혁적인 공천을 했다"고 주장했고, 노 후보는 "한나라당은 계파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일인 독주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질문 순서가 돌아오자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이념도, 정치경력과 지향점도 다른데 앞으로 둘이 어떻게 정책 단일화를 이뤄낼 수 있냐?"고 후보 단일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노 후보는 "후보단일화가 합당을 약속한 것은 아니다. 정 후보가 정책 조율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우리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한나라당에는 정책이 전혀 다른 사람들끼리 동거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정당끼리의 협조라고 말하는데, 이해가 안 간다. 왜냐면 분명히 분권형 권력구조를 정몽준씨가 요구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대북정책, 의약분업, 고교평준화에 있어 정몽준과 노무현은 반대 입장이다. 이런 중요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공조를 이룰 것인가?"라고 재차 물었다.

노 후보는 다시 "둘 사이에 아무 밀약이 없다. 5년 전 이 후보가 조순 전 부총리와 손잡고 한나라당을 만들 때는 서로 지분을 나누고 당권을 협상했지만, 정씨와 나는 갈라먹기 약속이 없었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후보 단일화는 도덕적 문제가 있다. 노 후보는 후보 단일화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가 어느새 철학과 소신이 바뀌어 버렸다"며 "정치개혁을 위해 놀고먹는 국회를 바꿔야한다. 국회의원이 제대로 안 하면 국민이 소환해서 의원직을 상실하는 국민소환제를 두 사람에게 제안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가 이 후보에게 다시 "3김 청산을 얘기하는 이 후보가 3김과 뭐가 다른 이유가 뭐냐?"고 묻자 이 후보는 "3김을 존경하지만, 나는 정치적으로 그분들과 연계가 없다. 노 후보는 후보 된 후에 YS를 찾아가 시계 보이면서 부산시장 후보 좀 내달라고 말했고, DJ에 대해서는 정권의 자산과 부채를 다 상속하겠다고 말했다"고 역공했다.

노 후보가 "국민들은 이 후보가 옛날과 똑같다고 본다"며 한 유력 일간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했고, 이 후보는 "후보단일화도 여론조사 하니까 모든 것을 여론조사로 평가하느냐?"고 반박했다.

양 후보가 공방을 벌이자 권 후보는 "정치개혁 논하는 자리에서 두 후보는 주제와 관계없는 문답을 한다"며 돈 안드는 선거를 위한 선거공영제의 실시를 역설했다.

"한나라당은 부패원조당, 민주당은 부패신장개업당"
"부패사업 폐업하고, 사장도 바꾸겠습니다"
[창과 방패]후보들의 말·말·말…

권:대통령 후보 영접하기 위해 100여명의 의원들이 공항 영접하는 정당이 무슨 민주정당인가?
이:공항 영접은 언제적 얘기인지…. 요즘은 그렇지 않다.

노:얼마전 한 언론사의 설문조사에서 55%의 응답자가 '이 후보가 3김과 비슷할 것 같다'고 응답했고, 11%가 '더 심할 것 같다'고 응답했다. 3김 청산 얘기할 처지 아니다.
이:후보 단일화를 여론조사로 하니까, 여론조사로 모든 것을 얘기하려 한다.

권:요즘 부패정치가 부패정치를 청산하겠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부패원조당, 민주당은 부패 신장개업당 아닌가?
노:신장개업하고 5년동안 해서 이렇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부패사업 폐업하고, 사장도 바꾸겠습니다.

이:정풍운동 때 동교동계 비호해서 장관까지 한 것 아닌가? 그러면서 무슨 사장을 바꾸겠다고 하는가?
노:장관을 한 것은 2000년, 정풍운동은 2001년이다. 그럼 97년 신한국당이 안기부 예산을 전용했을 때 이 후보는 선거대책위원장이었다. 김현철 구속 때 무엇을 했는가? 남을 나무랄 형편이 아니다.

이:5년동안 우리 야당은 갖가지 핍박을 받았다. 이런 저질정치를 끝내야 한다. 아들들이 구속된 부패정권의 대통령과 함께 있던 노 후보에게서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노:김 대통령과 국사를 함께 나눈 적은 있지만, 부패를 나눈 적은 없다. 서상목 수사를 방탄국회로 막고,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얼싸 끌어안고 그런 사람들이 부패청산을 얘기할 수 있나?

권:한나라당에는 친일세력 후예당, 외세의존당, 부패원조당, 재벌당 등 온갖 부정적인 표현이 다 붙어있다. 그 이유는?
이:노란 안경을 쓰면 노랗게 보이고, 파란 안경을 쓰면 세상이 파랗게 보인다. 노란, 파란 안경을 쓰지 말고, 무색 안경을 써라. 그러면 새롭게 보인다.


<제4신: 3일 저녁 9시15분>
이회창 "DJ 정권 싹쓸이로 지역감정 악화"
노무현 "지역주의로 재미본 것은 한나라당"
권영길 "이 후보는 지역주의에 할 말 없다"


권영길 " '도청' 사실이면 노 후보 사퇴해야"
노무현 "나는 무슨 말인지 몰라 반론않겠다"
'도청 의혹' 관련 세 후보 난타전

최근 폭로전으로 치닫고 있는 '국정원 도청의혹'과 '국정원 개혁'과 관련, 노 후보는 "나도 도청을 당했는데 왜 하필이면 이회창 후보에 대한 자료가 없는지 모르겠다"며 "한나라당은 자료 출처를 밝혀야 한다. 혼자 쥐고 앉아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자료가 어디서 나왔는가를 따지는 것은 본말전도다. 극장에 불이 났는데, 빨리 꺼야지. 표 사서 들어갔느냐 아니냐를 따지면 뭐하냐?"며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면 우리 당은 제보자를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 후보는 두 후보를 함께 공격했다. 권 후보는 "노 후보의 지적대로 이 후보는 입수 경위를 밝혀야 하고, 도청이 사실이라면 노 후보의 후보자격도 상실되는 것이 아닌가? 이 후보가 밝히든지, 노 후보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도청 의혹에 내가 책임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반론을 안 하겠다"고 답했다.

노 후보는 이어 "이 후보는 5년 전에도 공작 문건으로 상대를 공격한 전력이 있다. 한나라당에는 예전부터 공작 전문가들이 많았다. 이런 지저분한 물건을 만들어내면 정치 발전이 안된다"고 재반박했다. / 손병관 기자
지역주의 극복과 선거구제 개편 문제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권 후보는 "영남과 한나라당의 고리, 민주당과 호남이 고리를 끊어야 지역주의가 청산된다. 정당명부제의 정착, 중대선거구제의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이어 이 후보는 "김대중 정부 들어서 특정지역이 싹쓸이하지 않았다면 반DJ는 없었을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지역감정을 악용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에 노 후보는 "국회의원에 6번 출마해 4번 떨어졌다. 지역주의에 저항하다가 떨어졌다"면서 "이 후보는 영남에서 지역주의를 부추겨 왔다. 지난 총선에서도 지역주의로 재미를 봤다. 지금도 영남에 가면 우리 아버지가 호남이라고 떠든다"고 공박했다.

권 후보도 이에 합세해 "적어도 이 후보는 지역주의 청산에 대해 할 말이 없다. 한나라당은 나라다운 나라를 내걸고 있지만, 당다운 당을 먼저 만들라. 한나라당은 국회 상임위원장 9명중 8명이 영남, 비례대표 21명 중 10명이 영남일 정도로 영남인사 위주로 편중돼 있는데 어떻게 탕평책을 쓰냐?"고 이 후보를 쏘아붙였다.

<제3신: 3일 저녁 8시45분>
세 후보, SOFA 개정엔 '한 목소리', 북핵 문제엔 이견 표출


▲ 사회자 염재호 교수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각 후보들에게 주어진, 첫 번째 토론의제는 최근 이슈로 떠오른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과 북핵 문제, 남북통일에 대한 해법이었다.

SOFA 개정문제에 대해 권영길 후보는 "SOFA와 한미상호조약을 개정해야 한다. 여중생 사건 이후 부시 대통령의 사과를 받기 위해 민주노동당이 서명운동을 추진했지만, 이 후보와 노 후보 모두 침묵을 지켰다"고 양 후보를 몰아세웠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 "침묵했다고 하지만, 우리 당도 SOFA 개정과 부시의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노 후보 역시 "SOFA나 한미관계가 잘못된 것은 일방적인 한미 관계 때문이다. 반미 시위가 일어나는 것도 그런 원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 후보는 이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강력한 의사를 표명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일부 반미집단의 행동' '민노당은 과격하다'고 말했고,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민주당에 있다가 한나라당으로 간 김원길 의원도 '6개월 동안 민노당이 외롭게 투쟁하고 있을 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함께 했으면 이런 상황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재반박했다. 권 후보는 나아가 "이 자리에서 후보들이 부시 미국 대통령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공동 서명을 하자"고 즉석에서 제안하기도.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과 관련, 노, 권 후보는 대화를 강조한 반면, 이 후보는 압박을 강조한 면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노 후보는 "북에 대한 압력은 상당히 위험하다. 94년 핵 위기로 치달았던 위험한 순간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은 이해관계가 다르니 한국이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후보는 "제네바 합의 사항은 미국과 북한이 동시에 어겼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어긴 것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이 후보가 생각하는 방법으로는 해결이 안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 후보는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해야 하고, 경제적 수단과의 연계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후보의 '북한 핵보유' 주장과 관련, 민주당 이낙연 대변인은 긴급논평을 통해 "북한의 핵보유 근거를 대라"고 주장하고는 "현재까지 한국과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공식 확인한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변인은 토론 시작 직후인 9시 8분경 보도자료를 통해 "이회창 후보가 오늘 TV토론에서 '북한이 핵폭탄을 개발했다'거나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발언을 했는지 이 후보는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며 "만약 이 후보가 발언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근거도 없이 오직 정략을 위해 국민을 불안케 하고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켜려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세 후보 캠프의 TV 토론 중간 평가

처음 열리는 대선후보 TV 합동토론에 대해 세 후보 진영은 각기 다른 평가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후보의 '안정감과 신뢰감'에, 민주당은 노 후보의 '논의 핵심 파악과 진지함'에, 민주노동당은 '정책정당의 면모 부각'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다음은 각 후보들의 토론 중반에 대한 자당, 상대당 진영의 평가다.

▶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 "이회창 후보의 안정감과 신뢰감이 돋보였다. 탁월한 자질을 부각시켰다. 예민한 부분에 대해서도 여유 있게 대처했다. 부드러운 여유가 돋보였다."

▷ 이낙연 민주당 대변인: "이회창 후보가 그동안 합동토론회를 기피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때로는 초점을 놓쳤고, 때로는 문제가 있는 발언도 했다."

▷ 노회찬 민주노동당 선대본부장: "양쪽 후보 다 솔직하지 못하다. 소파(SOFA) 개정 문제에 대해 최근 시인했지만, 반성하는 빛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이회창 후보는 6개월 전 소파개정 요구에 대해 과격한 반미운동을 선동했는데 이를 부인했다. 지금은 부시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표변한 태도이다. 구정치적 행태가 국민에 확인됐다고 본다."

▶ 노무현 민주당 후보

▷ 이낙연 민주당 대변인: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이 될 사람으로서 국정의 중요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지하고 차분하면서도 할 말을 했다."

▷ 권철현 한나라당 후보 비서실장: "노무현 후보는 설득력이 떨어졌다. 논리보다 정서에 호소하는 경향을 보여줬다."

▷ 노회찬 민주노동당 선대본부장: "양쪽 후보 다 솔직하지 못하다. 소파 개정문에 대해 최근 시인했지만 반성하는 빛이 별로 없어 보인다. 노무현 후보는 초반 당의 정책과 후보의 정책에 괴리가 나타났다. 즉흥적으로 답변하고 있다."

▶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노회찬 민주노동당 선대본부장: "우리 권 후보가 잘하고 있다. 초반 주제가 여중생 사건이 나왔는데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수개월 전의 입장을 바꾼 것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6개월 전에 민노당이 부시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는데 이회창 후보가 당시 반미 과격 세력이라고 지적한 바 있었고, 그것에 대한 추궁에 이 후보가 절쩔 맸다. 우리는 폭로가 아니라 정책을 내세우는 정책정당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 권철현 한나라당 후보 비서실장: "권영길 후보는 비교적 논리가 일관되고 분명했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를 공격하는 데 치우친 경향이 있다."

▷ 이낙연 민주당 대변인: "권영길 후보는 나름대로 본인이나 소속정당의 정체성을 부각시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단지 시간을 초과하는 것이 옥의 티였다." / 최경준 기자

<제2신 대체: 3일 저녁 8시20분>
가운데 있는 권영길 "내가 재판관 같네" 농담 건네자 모두 웃음


이회창 후보는 저녁 7시35분께 측근들의 지지 연호를 받으며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KBS 본관 2층 TV공개홀 제1스튜디오로 후보들 가운데 가장 먼저 들어왔다. 이 후보는 이어 사회를 맡은 염재호 고려대 교수와 악수를 나눈 뒤, 시청석에서 바라보기에 가장 오른쪽 자리에 앉았다. 그는 자리에 앉은 뒤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취재진들을 바라봤다.

스튜디오 입구는 이 곳을 들어오려는 취재기자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며 고성이 오가기도. 그러나 스튜디오 안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다. 이어 저녁 7시37분께 권영길 후보가 스튜디오로 들어와 사회자와 악수를 나눈 뒤 가장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저녁 7시38분께 노무현 후보가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을 건네며 스튜디오로 들어왔다. "반가워요"라는 말을 나누며 권영길·이회창 후보, 사회자인 염재호 교수와 악수를 나눈 뒤 가장 왼쪽에 있는 좌자리에 앉았다.

이어 후보들은 취재진들의 요청으로 자리에 일어나 사진 취재에 포즈를 취했다. 가운데 서 있던 권영길 후보는 "제가 재판관이 된 것 같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후보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노무현 후보는 앉은 자리에서 "공부가 모자라서 공부를 해야 겠네"라고 혼잣말을 하기도. 이어 손동작을 취해달라는 취재진들의 요구에 이회창 후보는 "안녕하십니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입니다.", 권영길 후보는 "여러분 반갑습니다", 노무현 후보는 "노무현입니다"라며 취재진들의 요구에 따라 주었다.

세 후보 스튜디오로 입장...도올 김용옥 '정치부 기자'로 나타나

▲ 토론장에 나타난 김용옥 '기자'.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저녁 7시38분 세 후보가 생방송이 진행될 스튜디오 안으로 입장했다.

저녁 7시 정각에 권영길 후보가 가장 먼저 KBS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이어 7시 5분께 노무현 후보가 부인 권양숙씨, 선대위 본부장단과 함께 도착했다. 이회창 후보는 7시 13분께 마지막으로 스튜디오 들어왔다. 각 후보들은 준비된 대기실에서 분장과 토론 마무리 준비에 들어갔다.

노무현 후보는 기자들이 "준비 많이 했느냐"고 묻자, "예, 많이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또 그는 "오늘 어떤 얘기를 할 것이냐"는 물음에 "(후보들 간에) 오고 가는 얘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얘기가 나오겠지요"라고 말한 뒤 대기실로 들어갔다. 이회창 후보는 얼굴에 웃음을 띠며 도착했으나, 아무런 얘기없이 대기실로 들어갔다.

한편, 합동토론이 열리는 KBS 스튜디오에는 최근 <문화일보> 기자로 입사한 도올 김용옥이 '정치부 기자'로 나타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김용옥은 각 후보 대기실을 돌며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 3일 저녁 대통령 후보들의 합동토론회가 열리는 여의도 KBS앞에서 이회창 후보 운동원들이 북을 두드리며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KBS 건물 앞, 이회창-권영길 후보 지지자들의 열띤 응원전

대선후보 TV 합동토론은 저녁 8시부터였지만, 이미 2시간 전부터 토론회 열기는 뜨겁게 불붙기 시작했다.

이회창 후보 선거운동원과 창사랑 회원 등 100여 명은 저녁 6시부터 토론회가 열리는 KBS 본관 앞에서 응원전을 시작. 손에는 흰장갑을 낀 채 파란색, 빨간색 형광봉을 들고 북과 꽹가리까지 동원됐다. '오 필승 이회창' 등 연호하는 이들은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간간히 파도타기를 하기도.

저녁 6시20분께 노회찬 사무총장을 필두로 한 권영길 후보 선거운동원 30여 명이 도착했다. '권영길 4'라고 쓰여진 어깨띠를 두르고 민중가요를 틀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정종권 민노당 연대사업위원장이 홍보차량 위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썩고 부패한 정치 민노당이 바꾸겠습니다"라고 외쳤다. 불과 10분만에 북과 꽹가리를 동원한 한나라당 운동원의 기선을 제압했다.

저녁 6시40분께까지 노무현쪽 지지자들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낙연·허운나 등 민주당 의원들 10여 명이 건물 앞에서 노무현 후보를 기다리고 있다.

KBS측은 본관 입구에 대형 전광판 차량을 통해 토론회를 생중계하고 있다. 또한 KBS는 안전요원 20여 명을 건물 정문 앞쪽에 배치해 운동원들의 접근을 막으며 안전사고에 신경을 쓰고 있다.

저녁 6시30분께 이회창 후보 진영에서 촛불을 꺼내들었다. 즉석에서 작성한, '큰바위 얼굴 이회창' '영원한 숏다리 이회창' '산소같은남자 이회창' '세종대왕은 문맹을 없앴고, 이회창은 부패를 없앤다' '어느날 우연히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이회창을 만난다' 등의 문구가 쓰여진 종이피킷도 등장했다.

이회창 후보 진영은 대형전광판 차량에서 이 후보 홍보영상물 방영했다. 한 곳에 모여있던 100여 명의 대열을 도로가를 따라 일렬로 배치해 권영길 후보쪽과 열띤 응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를 지켜 보던 한 기자는 "대입 수능시험장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감탄사를 터뜨리기도.

권영길 후보측 정종권 위원장은 "1%박에 안되는 이 땅의 특권층이 이 땅의 부의 60%를 소유하고 있다"고 즉석 선전전을 벌이기도. 특히 그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부패정권을 청산하겠다고 했다"며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지 않는다"고 이회창 후보측에 직격탄을 날렸다.

저녁 6시54분께 권영길 후보가 가장 먼저 KBS 건물 앞에 도착했다. 권 후보 지지자들은 '기호4번 권영길'을 연호했다. 권 후보가 타고 온 차량에는 '미국에 NO라고 말할 수 있는 대통령'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 민주노동당원들도 권영길 후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권 후보는 건물 앞에서 즉석 연설을 했다.

"토론회에서 우리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겠다. 마침내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 되는 세상, 평등의 세상, 통일의 세상을 만드는 기틀을 다지도록 하겠다. 우리 진보 진영이 여기까지 오는데 50년의 시간이 걸렸다. 국민 여러분이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이제 한국사회에 부패세력이 아닌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하며 민노당을 지지해 주셔서 그 성원으로 이 토론회에 참석하게 됐다. 그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이 땅을 차별 없는 사회, 평등의 사회, 통일의 세상으로 만들 것을 약속드린다."

권 후보는 저녁 7시에 KBS 건물 안으로 입장했다. 권 후보 운동원들 50여 명이 그 뒤를 따라가려다 KBS 안전요원들의 제지로 막혀 잠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후보의 입장으로 힘을 얻은 운동원들은 제자리로 돌아가 현란한 율동을 펼치며 응원전에 다시 불을 붙였다.

저녁 7시4분께 노무현 후보가 권양숙 여사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KBS 본관 앞에 도착했다. 노 후보는 의원들에 둘러싸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노 후보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최선을 다하겠다. (후보들 간) 오고 가는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얘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녁 7시10분 이 후보 진영의 운동원들이 200여 명으로 늘어났다. KBS 건물 앞에서 이회창 후보를 기다리던 권철현 후보 비서실장이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나눴다.

- 어떤 내용을 준비했나.
"정치분야니까 폭넓게 준비했다."

- 토론에 자신 있나.
"상당한 차이가 날 것이다."

- 토론회 후에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나.
"이 후보에 대한 믿음을 줄 것이다."

저녁 7시10분께 이회창 후보가 마지막으로 KBS에 도착했다. 이 후보는 기자들이 소감을 묻자,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합동토론에 임하는 각오를 묻자, "전쟁하러 가느냐. 그런 것 필요하게"라고 답했다.

한편, KBS쪽은 취재진들이 몰리자, 애초 등록된 기자들만 출입시키려던 방침을 수정해 사전에 비표를 받지 못했던 기자들의 출입을 부분적으로 허락하고 있다. 현재 약 30여 명의 취재진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치열한 자리 경쟁을 하고 있다.

▲ 3일 오후8시 서울 여의도 KBS스튜디오에서 열리는 1차 TV 합동토론을 통해 비교검증의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세 후보. 왼쪽으로부터 민주당 노무현, 민주노동당 권영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사진은 제비뽑기로 정해진 좌석배치순임.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제1신: 3일 저녁 6시>
대선 초반판세 가를 후보 3명 1차 TV합동토론
오늘 저녁 8시~10시 두시간동안 KBS 스튜디오서


제16대 대통령 선거의 초반 판세를 가름할 대선 후보 1차 TV 합동토론이 3일 저녁8시부터 10시까지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펼쳐진다. 염재호(고려대 행정학)교수의 사회로 진행되는 1차 토론은 KBS, MBC, SBS, YTN 등을 통해 TV와 라디오로 생중계된다.

정치, 외교, 통일분야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1차 TV 토론은 TV를 지켜보는 유권자, 특히 부동층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토론에 임하는 세 후보들(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각오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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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소후보 "TV토론 불공평"

하나로 국민연합 이한동(李漢東), 사회당 김영규(金榮圭), 무소속 장세동(張世東) 후보 등 3일 TV합동토론에서 배제된 군소후보들은 이에 항의하는 공동성명을 내고 공정한 기회 보장을 요구했다.

이한동, 장세동 후보측의 이규양, 권기진 대변인은 공동성명에서 "방송토론운영위원회는 이회창(李會昌) 노무현(盧武鉉) 권영길(權永吉) 후보에게 황금시간대에 3회 360분 출연을 보장하고 나머지 후보에게는 오후 11시대에 1회, 100분으로 제한했다"며 "이는 공영방송 TV토론회에 3회 이상 초청하여 토론회, 대담회를 가지도록 한 법조항에 정면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두 후보측은 또 "방송토론위원회의 후보초청 TV토론 출연규정은 헌법 제116조에 규정한 선거운동 기간내 균등한 기회보장의 원칙과 선거법에 위배되는 부당한 결정이므로 취소돼야 한다"며 "모든 법적 투쟁도 불사할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 연합뉴스=추승호기자
토론에서는 이회창, 노무현 후보가 각각 '정권교체'와 '구정치 청산' 슬로건을 내걸고 격돌하는 가운데 진보정당 후보를 표방하는 권영길 후보도 양 후보를 각각 수구, 보수로 규정하고 차별화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늘 토론이 이-노 양강구도의 현 대선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과 그에 맞서는 노무현 후보의 '제2의 노풍' 분위기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오늘 토론은 최근 대선가도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국정원 도청 의혹' 논란과 지난 97년 이회창 후보 진영에 '22억원 제공설' 등이 일단 토론의 첫 화제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놓고 이-노 진영은 '부패정권 심판론'과 '낡은 정치 청산론'을 들고나와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제비뽑기로 정해진 좌석배치는 시청자가 바라볼 때 왼쪽으로부터 노무현-권영길-이회창 후보 순이고, 세 후보는 각각 1분씩의 모두발언과 2분씩의 마무리발언사이에 3가지 방식으로 후보간 토론을 벌이게 된다.

첫째, 사회자가 각 후보에게 2가지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한다. 둘째, 세 후보중 한 명이 다른 두 후보에게 돌아가면서 두 번의 공통질문을 하고 각 후보 의 답변을 듣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후보자가 다른 두 후보에게 각각 1개의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1대1 토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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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8개 질문이 계속되는 동안 후보들은 1인당 1분30초씩의 문답 시간이 주어지고, 문답 시간을 엄격히 지킬 수 있도록 발언 마감시간 10초가 지나면 자동으로 마이크가 꺼진다.

2차(경제, 과학 분야) 토론은 10일 MBC, 3차(사회,문화,여성,언론분야)토론은 16일 SBS 스튜디오에서 각각 열릴 예정이다. 사회당 김영규, 하나로국민연합 이한동, 호국당 김길수, 무소속 장세동 후보가 출연하는 군소후보 토론회는 12일 밤 11시10분부터 2시간 동안 방송3사 생중계로 진행된다.

다음은 세 후보가 토론에 앞서 배포한 1차 합동토론의 모두발언 요지이다.

[기호1번-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국민 여러분께서는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랑하십니까, 자랑스럽게 생각하십니까?

많은 분이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다고 말씀하신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고 하신다. 정치.경제.교육.치안 어디 한 군데 믿을 구석이 없다며 절망하는 분들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저는 우리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되찾아 드리고자 이 자리에 나왔다. 원칙과 소신으로, 흐트러진 이 나라를 바로 잡아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 것이다. 먹고사는 일이 불안하지도, 자식교육이 절망스럽지도 않게 할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참 살만하다'란 소리가 꼭 나오도록 하겠다. 자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는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겠다. 국민 여러분께서 힘을 보태 주시기 바란다.

[기호2번-민주당 노무현 후보]

이번 대선은 낡은 정치에 스스로 사로잡힌 사람과 새로운 정치를 펼치려 애쓰는 사람의 대결이다.

낡은 정치는 돈을 뿌리고 지역감정을 이용하고 제왕적 권력에 줄을 서고 밀실에서 자리를 나누는 정치, `아니면 말고'식으로 치고 빠지는 공작정치이다. 원칙도 없이 보따리를 싸는 정치와 그들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철새정치도 낡은 정치다.

그러나 제가 국민과 함께 하는 새로운 정치는 돈 안드는 정치, 깨끗한 돈으로 적게 쓰고 투명하게 밝히는 정치이다. 지역과 계층이 화합하고 국민이 주인되는 정치이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낡은 정치는 청산되고 우리 정치가 새롭게 된다. 5년전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 `금모으기'로 IMF를 극복했던 것처럼 저는 `희망 돼지저금통'으로 낡은 정치를 반드시 극복하고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

[기호4번-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나는 우리 나라 정치개혁을 위해 출마했다. 정치개혁은 부패한 기성정당이 책임질 수 없고, 민주노동당이 책임질 것이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누구는 천 만원 짜리 족집게 과외를 받고, 누구는 등록금이 없어 교육도 못 받는 실정이다. 또 누구는 몇억 짜리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지만, 못 사는 사람들은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지도 못한다. 이런 차별 세상을 평등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 권영길이 앞장서겠다. 국민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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