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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을 탈당한 김원길, 박상규의원(오른쪽부터)이 26일 오후 한나라당에 입당, 당사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당을 탈당했던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 소속 김원길(서울 강북갑)·박상규(인천 부평갑) 의원이 오늘(26일) 오후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김원길·박상규 의원은 애초 민주당 복당설이 유력한 가운데 돌연 한나라당으로 발길을 돌려 민주당에서도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의원은 사실상 민주당 안에서 후보단일화 논의의 첫 물꼬를 텄던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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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 의원은 이날 오후 2시20분께 여의도 한나라당사 3층 기자실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갖고 "가장 안정된 국정운영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회창 후보를 도와서 국가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경제와 대외관계를 위시한 외교, 대북, 각종 사회문제를 고려할 때 차기 정부의 국정경영 능력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 한나라당에 입당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중소기업중앙회장 맡기 전부터 중소기업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후원해주셨고, 뒷바라지를 해주셨는데, 그 분들이 한나라당에 가서 안정된 모습을 추구하는 것이 좋겠다고 여러 번 얘기해왔다"면서 "그리고 (노무현 후보와는) 성향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원길 의원은 국민회의(민주당 전신) 시절 정책위의장, 민주당 선대위 정책위의장, 사무총장을 지낸 3선의 중진이며 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김 의원은 또 '국민의 정부' 출범직전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기업간 '빅딜'을 주도하는 등 김대중 대통령의 핵심 경제참모 역할을 해오면서 총애를 받아왔다.

또한 박상규 의원은 중소기협중앙회장 출신으로 민주당 인천시지부장과 사무총장을 지낸 재선 중진이다. 따라서 두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은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을 낳을 뿐아니라 한나라당 입당을 고민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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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을 탈당한 김원길, 박상규 의원이 26일 오후 한나라당에 입당, 서청원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다음은 두 의원의 기자회견 직후 일문일답이다.

- (노무현 후보와) 성향이 안 맞는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안맞는다는 것인가.
박상규 "기업인들은 오히려 저희 당(민주당)보다는 한나라당이 중소기업을 위해 더 많은 배려를 해 주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고 있다. 또 노무현 후보보다 훨씬 더 기업과 경제 발전을 위해 일할 분이 이회창 후보라고 생각하고 있다."

- 두 의원은 후보단일화를 주장해 왔다. 그런데 노무현 후보로 단일화되자 한나라당으로 입당하는 것은 정몽준 후보를 지지했었기 때문인가.
김원길"그렇지 않다."

- 김원길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지냈는데 현정부가 경제, 외교 등이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인가.
김원길 "앞으로 국가경영 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 구체적으로 노무현 후보가 어떻게 불안하다는 것인가.
김원길 "그렇게 얘기하기보다는 이회창 후보가 더 안정되고 신뢰가 든다고 말하고 싶다."

- 김원길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내면서 의약분업을 추진했다. 의약분업 등에 대해 한나라당과 의견 차이가 상당히 심할 텐데?
김원길 "조율해야 한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조율할 것이다."

- 김원길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의 상당한 신뢰를 받았었는데 한나라당으로 입당하면 배신하는 것 아닌가.
김원길 "그것은 여러분들이 해석하기 나름이다. 신뢰때문에 왔다갔다 하는 것이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던 것은 사실이고, 열심히 모실 기회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감정이나 그런 것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럴만큼 유치한 나이도 아니다. 앞으로 국가경제를 어느 후보에게 맡길 것인지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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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으로부터 어떤 자리를 제안 받았나.
김원길 "제안 받은 바 없고, 그런 얘기 나눈 적 없다."

- 언제 한나라당 입당을 결정했나.
김원길 "꽤 됐다."

박상규 "최종 결정은 어제 했다. 여기서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면 우리가 몸담았던 당에 대해 도리가 아니다. 내 경우에는 내가 국회의원 되기 전에 이회창 총재 모신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분의 능력을 잘 안다. 대통령 얘기했는데 우리가 어려울 때 큰 일 하셨고, 잘 했다. 그러나 이번 선택은 당의 구성이나 여러 가지를 볼 때, 자세한 얘기는 못하겠지만 어려운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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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김원길·박상규 의원은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를 방문, 입당식을 가졌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김영일 사무총장, 정형근·김문수·최연희 의원 등과 입당 인사를 나눴다.

서청원 대표는 "정말 어려운 결단을 해준 두 분을 앞으로 정성껏 잘 모시겠다"면서 입당식 내내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크게 환영했다.

김영일 사무총장은 "두 분에게 '어떻게 우리 당에 오셨느냐'고 물었더니 '아무나 대통령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면서 "민주당은 완전히 알맹이가 빠져나갔고, 골수가 다 빠져버렸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또 "내일이 대선 후보 등록일인데 두 분이 나라를 걱정하셔서 한나라당으로 왔다"며 두 의원의 입당 시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문수 의원은 두 의원이 민주당에서 사무총장을 역임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총장들만 다 오셔서 우리 당은 완전히 총장당"이라며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했다.

남경필 대변인은 "부정부패 척결이 두려워 '반(反) 이회창 연대' 운운하며 연대, 세력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가까이서 도왔던 분들이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주장했다.

두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으로 민주당은 "어안이 벙벙하다"며 충격에 휩싸였다.

한화갑 대표는 "두 후보의 한나라당 입당은 한나라당이 우리당의 단일화를 훼손시키려는 정치공작의 일환"이라면서 "정치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개인적인 배신감과 함께 정치판이 혼탁해지고 정치인의 품위가 밑바닥까지 추락한 그런 느낌이 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낙연 대변인은 "'국민의 정부'들어 장관을 지냈고, 국회 상임위원장에 오른 두 분이 이런 배은의 행보를 보인 데 대해 차라리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전형 부대변인은 "김원길 의원은 후보단일화를 명분으로 탈당한 이후 '올 연말에 이회창 후보가 뭐라도 되는 날에는 독일의 히틀러보다 더 심한 나찌 독재시대가 올 것이다'고 여러번 말해왔다"며 "자신의 말이 침도 마르기 전에 배반한 김원길 의원으로 인해 심정이 착잡하다. 한마디로 쓸개 빠진 사람들이다"고 성토했다.

한편 김원길 의원실의 최종환 비서관은 김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만류를 했지만 안됐고, 결국 길을 달리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에 사표를 제출했다.

'철새 정치인' 재논란 가열

두 의원이 한나라당에 입당한 이유는 노무현 후보에 대한 반감 때문으로 보인다.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며 탈당했지만 후보단일화가 된 상황에서 한나라당에 입당함으로써 사실상 후보단일화는 한나라당 입당을 위한 징검다리였음을 스스로 드러냈다.

김원길 고문이 "꽤 오래 전에 한나라당 입당을 결정했다"고 말한 점이나, 김영일 사무총장이 2∼3개월전부터 "깜짝 놀랄 인사가 한나라당에 올 것"이라고 말해온 점도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노 후보에 대한 반감이라고 하더라도 평소 '이회창 후보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던 과거의 행보를 감안한다면 민주당 탈당 뒤 무소속으로 남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두 의원도 양지를 찾아 떠나는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나라당은 지난 24일 김원웅 의원의 탈당으로 148석으로 줄었던 의석수가 김원길·박상규 의원의 입당으로 150석으로 늘었다.

▲ 민주당을 탈당한 김원길, 박상규 의원이 26일 오후 한나라당에 입당, 서청원 대표와 당직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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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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