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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검 피의자 폭행치사사건과 관련 검찰의 대규모 문책인사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4일 오전 대검찰청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를 마친 검찰 간부들이 고개를 숙인 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일부 군, 검찰, 경찰이 보이고 있는 불법적 공권력 행사와 도덕적 해이는 국민들에게 실망 차원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과연 공권력을 현행 수행자들에 맡겨도 될 것인지, 심지어 공권력 존재 자체가 필요한 것인지 근원적인 의문마저 갖게 한다.

피의자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하질 않나, 강도를 추격하던 용감한 시민에게 멋대로 총을 발사해 사망케 하질 않나, 또 멀쩡한 자식을 군대보냈더니 그 자식이 자살했다고 싸늘한 시체로 돌려보내질 않나.

요즘 군·검·경 대체 제정신인가?

우리를 분노에 이르게 하는 것은 이같은 불행한 사건의 발생 자체보다는 '그 이후' 공권력 집단의 대응자세다.

대개의 경우 자신들의 불법적인 업무수행이나 과오에서 비롯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공권력 집단들은 이를 사실대로 공개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보다는 수사과정에서 이의 은폐나 축소를 기도해 국민적 원성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사회에서 공권력은 주권자인 국민들이 권한을 위탁한 대리권력으로,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의 신변과 재산보호를 위해 엄격히 법에 근거해 사용돼야만 한다.

그러나 최근 공권력의 상징이랄 수 있는 검찰, 경찰, 그리고 군이 보이고 있는 공권력 행사 양태는 국민 보호는커녕 국민들에게 '죽음의 권력'으로 비쳐지고 있어 공권력 집행자들의 기강확립 등 사회적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던 한 피의자가 수사과정에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피의자는 사망 전날 밤9시 검찰에 의해 연행돼 이튿날 오전 6시30분까지 밤샘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적으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피의자는 검찰 수사관들의 폭행으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폭행과정에 심지어 '물고문'을 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기도 했다.

▲ 국과수가 밝힌 조씨의 사망 원인. 전신에 걸쳐 폭행당한 흔적이 남아 있다.
ⓒ 오마이뉴스 고정미
그러나 사건 발생 초기 검찰은 피의자가 자해를 한 것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처럼 설명하였으며, 또 폭행은 없었고 무릎을 꿇린 정도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에 공개된 피의자의 시신은 거의 전신이 멍이 들었을 정도로 참혹한 상황이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성한 구석이라고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검찰 직원들은 뒤로 유족들을 찾아가 1억원을 내밀며 '국가와 검찰 직원들을 상대로 한 각종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달라'는 조건으로 합의를 추진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법을 가장 잘 안다는 사람들이 사람을 죽여놓고 '목숨값'을 불법으로 흥정하고 나선 것이다.

인권보호의 최후의 보루라는 검찰이 사람을 때려서 죽였는데도 책임자라는 사람이 "폭행수사관들이 조직폭력배 처단의 굳은 의지를 갖고 위험하고도 어려운 수사에 혼신의 힘을 다하다가 의욕이 지나쳐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된 정상을 참작, 깊은 이해와 함께 최대한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한 점은 검찰간부의 '인권지수'를 가늠케 하고도 남는다. 특히 검찰직원들이 뒤에서 돈으로 이 사건을 무마하려했다는 사실은 또하나의 범죄행위라고 봐야할 것이다.

불과 며칠전 국민적 관심사였던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사건'을 구렁이 담넘어가듯 얼버무려 '정치검찰'이라는 비난을 사온 검찰이 이번에는 피의자 폭행치사로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 내부의 대대적인 개혁과 자기반성만이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검찰에 이어 국민들의 안녕 확보와 질서수호를 책임지고 있는 경찰 역시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상존하고 있어 엄혹한 자기혁신이 요구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3일 새벽 경찰은 강도를 추격하던 용감한 시민을 강도로 오인, 총으로 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경찰조사 과정에서 사건이 '오인'에서 빚어진 것이 아니라 판단착오와 과잉대응, 즉 무성의한 업무집행이 사고 원인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사고를 낸 경찰은 사고 직후 브리핑에서 저항이 심한데다 추격과정에서 급박한 나머지 총기를 사용하였으며, 또 엉덩이 아랫부분을 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목격자들의 진술과 현장검증 결과 사고를 낸 경찰관이 사건을 은폐, 왜곡하기 위해 거짓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같은 내용을 일찍 파악하고도 이날밤 늦게야 발표해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사건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상황에 따라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돼 있다. 그러나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은 극히 한정적으로 제한돼 있다. 그동안 경찰관들의 총기사용으로 인한 과잉방어, 혹은 과잉대응은 수도 없이 많이 지적돼 왔다. 그러나 아직도 이같은 행태는 반복되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경찰의 법집행이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담보할 정도로 허술하다면 경찰관들의 총기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문제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연인원 수 십만명을 투입해 흔적도 찾지못한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이 사건 발생 11년만에 유골로 돌아왔으나 경찰은 이번에도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종결처리했다. 11년간 그 유족들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할 때 거대한 경찰조직이 그들에게 해준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셈이다. 오히려 수사 초기 '자연사' 가능성을 강조해 자식을 앞세운 부모들의 마음의 고통만 가중시켰을 뿐이다.

▲ 지난 8월 20일 의문사위가 '허원근일병 사망사건'의 재조사 결과를 중간발표하면서 공개한 사건 당시의 현장 지도와 고 허일병의 사망 모습을 담은 사진 등 브리핑 자료.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기는 군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군 내에서 발생한 수도 없이 많은 의문사에 대해 군이 스스로 나서서 유족들이 납득할 정도로 속쉬원히 밝힌 사례는 눈닦고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의무'라는 이유만으로 다 키운 자식을 선뜻 군에 바칠 부모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최근 논란이 됐던 이회창씨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사건은 국민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고 하겠다. 소위 돈 있고 '빽'있는 집 자제, 이른바 '신의 아들들'은 이런 저런 핑계로 다 빠지고 결국 힘없고 가난한 집 아들들만 3년간 군대서 '썩고' 나와야 하는 현실은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서민들에게 또 한번 박탈감과 배신감을 안겼다고 할 수 있다.

군검찰은 지난 정권에서부터 수 차례에 걸쳐 특별수사팀을 만들어 병역비리를 수사해 왔으나 번번이 군 내부의 압력과 비협조로 제대로 된 수사를 마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이회창씨 아들의 비리의혹 사건 수사과정에서 당시 이를 담당했던 군 검찰관들이 국회에 출석해 이같은 사실들을 증언한 바 있다.

또 얼마전 발생한 현역 군인의 총기강도사건 발생 당시 경찰은 초동수사 단계에서부터 범인이 현역군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군 당국에 수사협조를 의뢰했었다. 그러나 군당국은 수사협조는 커녕 오히려 이 사건을 은폐시키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현역 군인들 가운데 일부는 피의자 전모 상사에게 거짓 알리바이를 입증해 주는가 하면 실탄과 총기를 빌려주고도 이 사실을 숨겨 수사에 어려움을 초래하기도 했다. 당시 민간인 제보가 30여 건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 군이 과연 '국민의 군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직무수행의 특성상 명령과 복종을 지휘체계의 핵심으로 하는 군이 최근 그 '일그러진 모습'을 만천하에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정보부대의 책임자이자 별을 둘이나 단 장성이 자신의 인사불만을 기화로 국회에서 비밀문건을 보란듯이 내저으며 군부를 향해 불만을 터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진정 필요한 대목에서는 용기를 보이지 않다가 정작 목숨처럼 보호해야 할 비밀을 공격용으로 사용한 것은 우리 군의 기강이 얼마나 해이해졌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하겠다.

공권력 집행이 그 실체를 존중받으려면 집행 사유가 공공의 안녕 유지 차원에서 비롯해야 하며 집행과정이 엄정해야 한다. 흔히 경찰은 피의자가 파출소 내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수사관들에게 거칠게 항의만 해도 공권력(공무) 집행을 방해했다며 공무집행 방해죄, 더러는 특수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해 가중처벌하는 것이 보통이다.

최근 군, 검찰, 경찰 등 국민의 재산과 생명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공권력 기관이 보인 공권력 집행 자세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마치 본연의 업무를 망각한 채 조직보호 논리로만 무장한 집단으로 비쳐지기까지도 한다.

주인을 무는 개는 더이상 키울 필요가 없다. 이제라도 이들 기관들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대대적인 내부혁신을 통해 하루빨리 사랑받는 국민의 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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