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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의 부활? 지난 1월 15일 대전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했던 김종필 자민련 총재. ⓒ 오마이뉴스 최경준
오랜만에 JP(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뉴스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97년 대선에서 'DJP연합'의 한 축이었던 JP가 2002년 대선을 불과 70여 일 앞둔 가운데 한나라당과 MJ(정몽준 의원)신당의 러브콜을 받으며 또다시 뉴스메이커로 떠오르고 있다.

JP와 자민련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8·8 재보선에서 한 곳도 공천을 내지 못하면서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JP가 정치권의 뉴스메이커로 부상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번 대선에서도 지역감정을 바탕으로 한 투표 행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일부 대선후보 캠프들의 현실적인 표 계산에 따른, 타의에 의한 '부활'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죽어가는' JP가 되살아나는 까닭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JP는 팽팽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숨가쁜 정국에서 독립변수가 아닌 종속변수로서 정치적인 생명력을 유지시켜 왔다. 'MJP(정몽준+김종필)연합'설에 이어 '창-JP 연대'설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것도, JP의 자가발전이라기보다는 양쪽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다.

3일 대전을 방문중이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창-JP 연대'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됐거나 결정된 바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우리 당은 국민연합을 통한 대통합의 길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나 세력과는 언제든지 같이 간다"고 밝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이와 관련, 대선기획단으로부터 '올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JP를 적으로 만들어서는 안되며, JP와의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왜 지금 시점에서 '창-JP 연대'에 대한 뉴스가 터져 나왔을까.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창-JP 연대'가 다목적 포석이라 할 수 있다. JP가 충청권의 맹주로서의 지위를 상실했고, 이인제 의원이 대선주자에서 낙마한 뒤 충청권은 '무주공산'이 됐는데도 이회창 후보가 지역 여론조사에서 MJ의 지지도를 넘지 못하고 있는 데에 따른 공세적 견제구일 가능성이 높다.

설령 '창-JP 연대'가 안된다고 하더라도 여운을 남겨두면 'MJP 연대'를 막거나 상당 기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MJP 연대'가 이뤄진다면 MJ신당이 출범 때부터 원내교섭단체를 이룰 가능성이 높아져 '단기필마'의 불리한 조건을 벗어날 수 있는데다 실제 충청권 표심의 구심력이 MJ신당으로 모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몽준 의원이 최근 '한나라당 일부 의원이 가장 먼저 MJ신당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한 화답으로 '창-JP 연대'설이 터져나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자칫 MJ신당에 민주당의 일부 비노(非盧)·반노(反盧)쪽 의원, 민국당, JP(자민련)는 물론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까지 가세한다면 대선의 승패는 더욱 점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한나라당과 MJ신당의 이념적 교집합인 JP를 끌어당김으로써 MJ신당의 구심력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여진다.

대선주자들의 '충청권 결투'에서 기선을 잡아라

▲ 10월 3일 대전선대위 발족식에 참석한 이회창 후보가 당 지도부와 함께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 각 대선주자들 간에 '충청권 결투'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틀어쥐면서 여론조사 지지율을 유지·상승시키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지난 9월 30일 노무현 후보가 '행정수도 충청 이전' 공약을 내걸었고, 정몽준 의원도 신당 창당 장소를 충청 지역에서 물색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자칫 이 후보의 충청권 입지가 축소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002년 대선의 판도는 이전 선거와는 달리 투표일을 세 달도 채 안 남긴 상태인데도 각 후보들 간의 지지율 격차가 유동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를 전제로 한 양자구도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뒤지거나 오차 범위 안팎의 승리로 점쳐지고 있어 확실한 격차를 벌이기 위해서도 '충청 묶어두기'는 필수라는 것이다.

물론 '창-JP 연대'가 성공하거나, 적어도 'MJP 연대'를 못하게 막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이회창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지는 예단할 수 없다. 또한 JP의 영향력이 97년 DJP연합 때와는 천지차이여서 별다른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이처럼 JP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대선에 조금이라도 득이 된다면 철저하게 실리로 승부를 걸겠다는 뜻으로 비쳐진다.

'창-JP 연대'설은 보수적인 컬러의 JP를 가운데 놓고 정몽준 의원과 줄다리기를 하는 양상을 보여줌으로써, 정몽준 의원의 '모호했던' 개혁적 이미지를 '확실한' 보수로 만드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둘 수도 있다. 이런 효과가 나타난다면, 개혁과 보수 모두에게서 표를 얻으려고 하는 정풍(鄭風)의 '어부지리'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계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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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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