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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동지회 회원들이 가스통에 불을 붙여 경찰들을 위협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실체 인정하고 보상하라" / 김정훈 기자

지난 9월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정부의 '명예회복과 보상'을 요구하며 "목숨 걸고 무력시위를 하겠다"고 선언한 북파공작원(HID) 설악동지회(회장 정순호)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 양측 모두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설악동지회는 이날 오전 10시 40분경 영등포역 앞 롯데백화점 삼거리를 점거하고 시위에 들어갔으나 미리 대기하고 있던 경찰이 진압에 나서자 가스통과 쇠파이프, 깨진 보도블럭 등을 이용해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설악동지회 회원 몇 명은 옷에 불이 붙어 화상을 입기도 했으며,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도 이들의 쇠파이프 등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애초 이들은 같은 날 오전 10시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하려 했으나 사전에 첩보를 입수한 경찰의 원천봉쇄로 여의도 진입을 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날 새벽부터 설악동지회의 시위에 대비해 국회와 청와대 등 주요 시설을 철저히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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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시위중인 북파공작원들에게 시위진압용 고무총을 발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설악동지회, "시위 막지 마라" 온 몸 휘발유 붓고 격렬 시위
경찰, 물대포 ·시위진압용 고무총 등으로 진압 나서


▲ 북파공작원들은 29일 오전 영등포역 앞에서 가스통으로 경찰을 위협하며 국회진입을 시도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날 시위가 벌어진 영등포역 앞은 흡사 전쟁이 벌어진 것과 같은 풍경이었다. 경찰은 설악동지회 회원들이 오전 10시 30분경 "북파공작원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에 들어가자 즉각 진압에 나섰다.

양측은 서로 함성을 지르며 쇠파이프와 곤봉으로 맞섰고, 설악동지회 소속 회원들이 깨서 던진 보도블럭을 경찰이 다시 던지는 '투석전'까지 벌어져 시민들이 대피하는 등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쇠파이프로 무장한 채 경찰의 시위 진압을 막아선 설악동지회 소속 회원 200여명 중 몇몇은 온 몸에 휘발유를 붓고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또 인근에 있던 가스통 두 개를 가져와 불을 붙여 경찰의 진로를 막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휘발유를 몸에 뿌리고 있던 한 회원은 옷에 불이 붙어 큰 화상을 입었다.

경찰은 이날 소방차와 물대포, 시위진압용 고무총까지 동원해 설악동지회의 시위를 진압했다. 경찰은 또 압도적인 인원을 동원해 초기부터 북파공작원들을 밀어붙였으나 설악동지회의 저항이 거세 일부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설악동지회가 시위에 들어간지 30분만인 오전 11시10분경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대를 신세계백화점 골목으로 몰아넣었으며 일부 병력은 길을 우회, 이들을 포위했다.

설악동지회 회원들은 경찰에 포위되자 11시 20분경, 물리적 저항을 멈추고 스크럼을 짜 애국가와 군가를 부르며 잠깐 동안 농성을 벌였다.

▲ 경찰이 시위대를 연행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설악동지회 한 회원은 이 자리에서 "오늘 시위에 참가하려던 동료들 몇 명은 벌써 아침에 경찰서로 잡혀갔다"며 "북한 사람들은 잘 봐주고 목숨 걸고 북한에 다녀온 사람은 구속시키는게 대한민국이냐"고 항변했다.

오전 11시 30분 시위를 마친 설악동지회는 "자진해서 경찰서로 가겠다"며 일렬로 줄을 서 경찰 버스에 올랐다. 경찰은 오후 12시 20분 이들을 10명씩 분산 연행해 전원 각 경찰서로 분산 수용했다.
설악동지회 정순호 회장은 "오늘 우리가 시위를 벌인 것은 보상을 약속한 국가가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탓"이라며 "이제 정부는 북파공작원에 대한 명예회복과 피해보상, 생계 유지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또 "우리가 법을 어긴 부분에 대해서는 적법한 처벌을 받겠지만, 국가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보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시위에서 부상을 당한 설악동지회 회원들은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현재 치료중에 있다.


▲ 경찰에 밀려 골목으로 들어간 북파공작원 들이 군가를 부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북파공작원들이 자진연행의사를 밝힌 뒤 10명씩 버스에 오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시위 도중 다리를 다친 북파공작원이 다리를 절며 전경버스에 오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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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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