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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신:17일 오후 4시 30분>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분 1978년 여름에 처음 만났다"
"현대중공업 지분 신탁으로 처리 방침...고문직 사임"
| | ▲ 정몽준 의원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한 뒤 부인 김영명씨와 함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 ⓒ 오마이뉴스 이종호 | | 정몽준 의원은 30분간의 출마선언식을 마치고 소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소회의실에는 국내언론 뿐만 아니라 외신기자들도 참석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정 의원은 30여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생모문제와 현대중공업 지분 처리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비교적 자세하게 밝혔다. 그는 특히 생모문제를 얘기할 때는 30초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정 의원은 생모문제와 관련, "78년 여름 처음 만났다"며 "그 이후에는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은 생모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10여년 동안 병원에 계시는 분(변중석 여사)이 제 어머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 | "변중석 여사가 내 어머니" | | | 생모문제를 '눈물'로 돌파한 정몽준 의원 | | | | 정몽준 의원은 끝내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그리고 잠깐 눈물도 비쳤다. 대선후보 출마선언식이 끝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첫 번째 질문으로 생모문제에 관해 묻자 그는 24년 전 얘기를 풀어놓다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하고 울컥거리며 이렇게 답했다.
"1978년 미국 콜럼비아대학 봄학기를 마칠 즈음 서울에서 편지가 한 통 왔다. 내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편지였다. 그해 여름 서울에 갈 기회가 있어 그 편지를 보고 강남의 한 아파트를 찾아갔다. 아주머니가 한분 계셨는데 내 어머니라고 했다. 20분 정도 얘기를 듣고 나왔다. 집에 와서 아버님(고 정주영 회장)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고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하셨다. 그 이후 다시 찾아가 만난 적은 없다."
하지만 정 의원은 1978년 여름에 만난 '그분'이 자신의 생모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기자회견 중간에 한 기자가 그 문제를 다시 물어보았다.
"1978년 여름에 만난 분은 그 이후 다시 만난 적은 없다. 신문이나 잡지를 보면 (내 생모와 관련) 국악인이 어떻고 누가 어떻고 하는데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것들은) 사실이 아니다. 삼촌들이 가끔 '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놀리곤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얘기를 듣고 '나는 다리 밑에서 주워오지는 않은 모양'이라고 확신했다. 10여년 동안 병원에 계신 그 분이 내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10여년 동안 병원에 계신 분'은 다름 아닌 고 정주영 회장의 미망인인 변중석 여사. 즉 변 여사가 자신의 생모임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로써 생모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한풀 꺽일 전망이다. 정 의원은 생모문제를 '눈물'로 돌파함으로써 보는 사람들의 누선(淚腺)을 자극했다. / 구영식 | | | | |
정 의원은 또한 현대중공업 지분 처리에 대해서는 "중요한 공직에 취임하고자 하는 사람이 특정기업의 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해왔다"며 "전문가들과 함께 (처리방안을) 연구하였는 바 신탁법상 신탁을 추진하는 것이 최적의 방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최종해법'은 '신탁'으로 결정됐음을 공식화했다.
정 의원은 이어 "오늘 나는 본인 소유의 현대중공업 주식 전량을 공신력이 높고 경영구조가 투명한 금융기관에 신탁하여 내 출마 및 공직임기 동안 의결권을 포함한 주주의 모든 권리를 수탁은행이 독립적으로 행사하도록 결정했다"며 "금일자로 현대중공업 고문직도 사임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특히 노무현 후보와의 후보단일화문제에 대해 "노 후보가 '후보단일화는 없다'고 얘기했는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민주당 탈당파와 이한동 전 총리 등과의 연대문제에 대해서는 "내 시대정신에 동의하는 분들은 찾아가서 동참을 호소할 것"이라고 밝혀 이후에도 여야를 넘나들며 영입작업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음은 정 의원과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 | | ▲ 정몽준 의원이 생모문제를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 ⓒ 오마이뉴스 이종호 | - 오늘 생모문제와 현대중공업 처리문제에 대해 밝힐 것으로 알고 있다.
"두 가지가 제일 관심이 많은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어머니가 누구냐 하는 문제다. 요즘 기자들을 만나보니 신문사나 방송국에 자신이 내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제보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학교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치고 처음 간 곳이 미국의 콜럼비아대학이다. 1978년 봄학기를 마칠 즈음 서울에서 편지 한 통이 왔다. 자신이 내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편지였다. 그해 여름 서울에 갈 기회가 있어서 강남의 한 아파트에 찾아갔다. 어느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자신이 내 어머니라고 했다. 20여 분 정도 말씀을 듣고 나왔다.
집에 가서 아버님에게 그런 편지가 와서 그 분을 만났다고 얘기했다. 아버님도 다소 당황해 하는 것 같았다. 아버님은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얘기했다. 나는 가만히 있었다. 아버님이 다시 '그 일은 너하고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아버님께서 다 알아서 할 일이라고 얘기했다. 알아서 하신다고 해서 그 이후 다시 찾아간 적은 없다.(현대중공업 처리문제와 관련해서는 미리 준비해온 문서를 읽었다. <관련기사> 참조)"
-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했는데 창당 일정과 세규합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얘기해 달라.
"나도 신당창당에 참여할 사람 중 한명이다. 참여해서 신당이 창당되면 그 정당은 어느 개인이 지배하는 게 아니라 참여자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정당이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나라의 정당은 이합집산을 많이 한다. 신당창당은 10월 중순에 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 1978년 여름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분을 만나기 전에는 변중석 여사의 아들이라고 말해왔다. 1978년 이후 어머니를 찾으려는 노력은 없었으며 정말 진짜 어머니에 대해 아는 바가 없나.
"1978년 여름에 뵌 분을 그 이후에 만난 적은 없다. 그때 아버님과 나눈 대화가 전부다. 신문이나 잡지를 보았는데 국악인이 어떻고 누가 어떻고 하는데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것들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 집은 대가족이다. 삼촌이 나보고 '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놀리곤 했는데 나는 그때 '나는 다리 밑에서 주워온 애는 아니구나'라고 확신했다. 내 어머니는 10여년 동안 병원에 계신다. 그 분이 내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 대선 직전 노무현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할 것이란 얘기가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한 신문에서 노무현 후보가 '후보단일화는 없다'고 말한 기사를 봤는데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 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신당'과 함께 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민주당과의 통합신당을 전제로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어제 이한동 전 총리가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전 총리와 함께 할 수 있나.
"이 시대에 국민이 정치인에게 요구하는 것, 즉 시대정신은 대통령이나 정치인이 초당파적으로 정치를 해서 지역감정과 계층갈등을 뛰어넘어 국민통합을 이루라는 것이다. 지난 1971년 선거부터 1997년 선거까지 지역감정의 대결구도였다. 이같은 잘못된 정치관행을 이번에는 반복하지 말라고 정치인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런 취지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동참을 호소할 생각이다. 이 취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우고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 | | | | ⓒ 오마이뉴스 이종호 | - (외신기자)신당의 정강정책은 언제쯤 발표하나. 그리고 당명으로 정해놓은 게 있나.
"정책은 10월 중순 신당을 창당하면 그때 함께 하는 사람과 상의해서 결정할 것이다. 내 개인의견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나는 우리나라 대통령은 단임제 대통령이기 때문에 초당파적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얘기해왔다. 부정부패 척결이라든지 남북문제라든지 하는 것이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이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시대가 동서냉전시대로부터 많아 달라졌다. 여야가 달라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강박관념이다.
당의 이름이 뭐냐고 물었는데 당명, 로고, 자원봉사자 등을 공모하고 있다. 그런데 좋은 이름을 추천해주더라도 우리나라 선거관계법상 물질적 보상을 해줄 수 없다.(웃음) 많이 공모해 달라."
- 지역감정을 없애고 국민화합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역대 대통령들을 보면 쉽지 않을 것 같다. 구체적인 방안은 있나.
"경상도 울산에서 국회의원을 15년째 하고 있다. 울산 뿐만 아니라 부산, 경주 등도 어느 정도 정서적 일체감을 느낄 것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서울, 경기, 강원, 대전, 충남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주 토요일 울산에 가서 '30년 지역감정 구조를 깨뜨릴 수 있는 기회다. 울산과 대구에 계신 분들이 조금만 도와주면 선거혁명이 성공한다'고 얘기했다. 지역감정에 의존하지 않은 대통령선거를 희망한다."
- 선거자금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선거법상 대선비용은 약 350억원 정도다. 여기에서 1만원씩 내주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웃음)"
| | "신탁법상 신탁을 추진하는 것이 최적의 방안" | | |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 주식 처리 방안에 대한 발표문 전문 | | | | 1.처리방안
-저는 중요한 공직에 취임하고자 하는 사람이 특정기업의 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하여 왔으며, 이 문제와 관련하여 현행 법규 제도 및 시장현실을 두루 고려하면서 적절한 처리방안을 모색하여 왔습니다.
-특정기업에 대한 본인의 법률적, 실질적인 영향력 행사를 차단하되 그 특정기업 또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안으로서 최적의 방안에 대하여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하였는 바, 신탁법상 신탁을 추진하는 것이 그 최적의 방안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오늘 저는 본인 소유의 현대중공업 주식 전량을 공신력을 높고 경영구조가 투명한 금융기관에 신탁하여 저의 출마 및 공직임기 동안 의결권을 포함한 주주의 모든 권리를 수탁은행이 독립적으로 행사하도록 결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아울러 신탁기간 중 발생하는 자본차익은 전액 미리 지정된 자선기관에 수탁기관이 직접 기부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금일자로 현대중공업의 고문직도 사임하였습니다.
-신탁법상 신탁을 하게 되면 수탁기관은 선량한 관리자로서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며 본인의 지시를 받거나 본인에게 보고할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며 대외적으로도 수탁기관이 주식의 보유자가 됩니다. 명의만 타인의 명의로 하고 실제 의결권은 본인이 행사하는 명의신탁과 전혀 다릅니다.
-국내법 제도상 아직 블라인드 트러스트(Blind Trust)제도가 도입되어 있지 아니한 상황에서 '신탁법상 신탁'이 가능한 제일 유사한 제도이며, 신탁계약시 최대한 블라인드 트러스트의 정신을 살릴 수 있도록 계약 내용을 구성할 것입니다.
2.지분의 처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유
-본인은 현대중공업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기 위하여 주식을 처분하는 방안도 고려하였습니다.
-현대중공업은 6개의 계열사로 구성된 조선전문그룹의 핵심입니다. 또한 3개의 사회복지 및 교육재단의 실질적인 관리자이며 지원자입니다. 현재의 지분구조로 보아 저의 지분이 처분되는 경우 그 최종 향배에 따라서는 중공업의 경영권이 지난날 기아자동차의 경우처럼 허공에 뜨거나 국내외 제삼자 자본의 영향 아래 들어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더구나, 그 과정에서 현대중공업과 그 계열사의 경영구조에 급격한 충격을 주어 십수만명에 이르는 소주주와 회사의 임직원 및 지역사회의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적절한 매수자가 있을지도 확실치 않으며 저의 지분을 시장에서 불특정 다수에서 매각하는 경우는 증시에 미칠 영향도 우려됩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의 조선소를 지닌 국민기업입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 운영되고 있는 전문경영체제 하에서 그 계열사 및 관련 재단을 책임있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이를 위해서도 제 지분의 신탁에 의한 관리가 더욱 책임있고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판단됩니다.
3.여타 방안의 난점
-다음으로 의결권을 현대중공업이나 그 이사회에 위임하는 방안을 고려하였으나 우리 법률상 가능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있었고, 설사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영향력을 차단한다는 취지에도 미흡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공익재단의 출연 등도 고려하였습니다. 공익재단에 주식을 기부하는 경우에는 앞서 논의한 처분의 경우와 같은 문제점이 그대로 남습니다. 또한 현행제도 아래에서는 공익재단은 그 설립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재산을 보유하거나 공익재단을 통하여 우회적으로 대기업을 지배하지 못한다는 법률상 제약이 있습니다. 본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아산재단의 경우도 동일한 법적인 규제에 따라 출연이 불가능하며, 설령 출연이 허용되더라도 겉보기는 그럴 듯하나 의결권의 절연이라는 본래의 목적에는 부합되지 않습니다.
4.이상과 같은 모든 면을 심사숙고한 끝에 저는 소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주식 전체를 신탁법에 따라 은행에 신탁하기로 결심하였는 바, 국민 여려분들의 깊은 이해가 있기를 바랍니다. | | | | |
<제2신:17일 3시 30분>
"상대방을 비방하는 선거운동은 하지 않겠다
모든 후보들이 선거법을 철저히 지키자는 서약을 하자"
- 정몽준 의원, 대선후보 출마선언
| | | | |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정몽준 의원이 17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1천여 명의 참석자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대선후보 출마와 신당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정 의원은 "여태껏 말뿐이었던 정치개혁에 제 몸을 던져야겠다는 소명의식에서 출마를 결심했다"며 "정치개혁 없이는 이 나라의 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특히 자신은 '여론조사'가 아니라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 때문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는 나 역시 의외였다"며 "나에 대한 높은 지지도에는 거품이 있을 수도 있고 성공적인 월드컵을 주도한 나에 대한 국민 여러분들의 호감 표시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는 분명한 한가지는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감, 실망감, 분노가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가 하는 것"이라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시대정신을 외면하는 구태의연한 정치는 국민들의 눈에 똑같이 비추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여야를 겨냥했다.
정 의원은 "아무리 대통령 자리가 좋은 자리라 하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통령이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출마선언을 하는 이 순간 이후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지마는 어디까지나 법을 지키며 공정한 경쟁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어 "상대방을 비방하는 선거운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앞으로 포지티브 선거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다. 그는 또한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들이 선거법을 철저히 지키자는 서약을 국민 앞에 함께 할 것"을 제안했다.
정 의원은 자신이 추구하는 '새정치'에 대해 "상식에 의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라며 "국민화합의 정치, 미래지향의 정치, 국민의사를 두루 반영하는 것들"을 핵심내용으로 제시했다.
정 의원은 '상식의 정치'을 위해 "뜻을 같이하는 많은 정치인들과 함께 신당을 창당하겠다"며 신당창당도 공식 선언했다. 그는 이어 "신당은 나와 생각을 같이하는 국민 여러분과 자원봉사자의 참여를 바탕으로 할 것"이라며 "우리 정치의 혁명적 수준의 변화를 바라는 모든 분들의 동참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 | | '팬클럽 정치'를 보여주마! | | | 정몽준 출마선언식에 팬클럽 회원 대거 참석 | | | |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몽준 의원의 대선후보 출마선언식은 1시간 전부터 붐비기 시작했다. 정 의원측은 "인터넷에 공지한 것과 후원회원들에게 안내편지 발송한 것밖에 없었다"며 동원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정 의원측은 이날 1천명 이상이 참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가장 눈에 띈 것은 역시 정 의원의 팬클럽 회원들이었다. '정사랑' '몽사모' '비전코리아' 등 정 의원의 팬클럽 회원들은 플래카드 등을 내걸고 "정몽준 대통령"을 연호했다. '정사랑'은 '나라사랑 정사랑'이라고 쓰인 빨간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행사장을 누볐다.
특히 '복지·환경·문화·봉사 공동체'을 지향한다는 '비전코리아'의 경우 서울지역뿐만 아니라 충청·제주지역에서도 회원들이 대거 참석해 정 의원에게 열띤 응원을 보냈다. 비전코리아는 '히딩크 신화 창조 국민과 함께 하는 정몽준' '월드컵 4강! 경제 4강! CEO대통령 정몽준' 등이 쓰인 플래카드를 내걸고 행사장 입구를 점령하다시피 했다.
이외에도 '몽사모'와 'DREAMJ' 등의 팬클럽도 눈에 띄었다. 이날 참석한 팬클럽 회원들은 예상을 깨고 40대와 50대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정 의원측은 "우리도 팬클럽 규모를 알지 못한다"며 은근히 그 규모를 자랑했다. / 구영식 | | | | | 정 의원은 또한 그동안 줄곧 강조해온 '초당적 대통령론'을 다시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 자신이 정쟁의 대상이 되면 개인이나 나라가 모두 불행해진다"며 "나는 단임제라는 헌법정신에 따라 초당파적으로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상됐던 각 분야별 비전 제시와 현대중공업 지분 처리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각 분야별 비전 제시와 관련, "정치개혁방안과 함께 신당을 창당하면서 말하겠다"만 말했다.
현대중공업 지분 처리 관련해서는 "나를 보고 재산이 많다고, 정치업적이 없다고도 하나 나는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열정과 사명감을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는 말로 비켜갔다.
이에 앞서 이홍구 후원회장(전 국무총리)은 인사말에서 "정몽준 의원은 지난 10년 동안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월드컵을 개최하고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며 "정 의원이 아니었으면 월드컵 4강 신화는 없었다"고 추켜세웠다.
이 회장은 "월드컵 4강 신화를 통해 우리는 하나의 큰 지표를 찾아냈다"며 "우리 민족은 훌륭한 지도자와 국민이 합쳐질 때 못 이룰 게 없다"고 에둘러 지지를 호소했다.
[정몽준 후보 '검증' 어찌되나]
정몽준 의원을 향해 검증의 칼끝이 움직이고 있다
현중 노조·민주노동당·시민단체 '삼각 검증' 가동
| | | | |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검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는 투명한 유리 속에 들어가 국민들에게 벌거벗겨진 채로 자신을 보여줘야 한다. 9월 17일 대통령 출마 선언을 예고한 정몽준 의원을 향해 날카로운 검증의 칼끝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베일 속에 가려진 '정몽준'
정몽준 의원은 베일 속에 가려진 인물이다. 수려한 외모와 명문대를 졸업한 한국 재벌가의 왕자, 4선 국회의원, 축구협회 회장, FIFA부회장.
정몽준 의원에 대해 알려진 사실들은 표피적이고, 이미지화 돼 있다.
2000년 총선연대가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정몽주 의원은 92년대선 직전 부산 지역기관장들이 모여 대선 대책 등을 논의한 이른바 '초원복국집' 사건과 관련해 범인은닉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바 있다.
'김영삼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기관장들이 모인 '초원복국집'에 도청장치를 설치한 게 불구속 기소된 이유였다.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보복 사건이기는 했지만, 아버지 정주영 회장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정몽준 의원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유력한 차기대통령 후보로 떠오르는 정몽준 의원에 대해 일반국민들은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정몽준 의원은 무엇 때문인지 8월말쯤 대통령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가, 9월로 연기를 해놓은 상태다.
이렇게 일정을 미룬 공식적인 이유에 대해 9월 7일 남북축구대회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왠지 석연치 않다. 일각에서는 "정몽준 의원이 검증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공식적인 대통령 출마 선언을 뒤로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인지 정몽준 의원을 본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검증 시간을 줄여보려는 정몽준 의원에게 가장 먼저 직격탄을 달린 장본인은 현대중공업 노조. 현대중공업 노조는 8월 22일 성명서를 통해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인 정몽준 의원의 대통령 출마를 반대한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혹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고 하더라도 현대중공업 지분을 매각해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는 '정치인 정몽준'으로 변신해 줄 것을 요구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정몽준 의원 쪽에서는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의원실은 8월 24일 반박성명을 통해 현대중공업노조와 민주노동당과의 연결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몽준 의원은 성명에서 "현대중공업 노조가 소속된 민주노총의 지지를 받고 있는 한 정당도 대선 후보를 낼 예정인 것으로 아는데 이번 성명이 이것과 관련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현대중공업 노조와 민주노동당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정몽준 의원 반응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은 "대통령 후보 검증 차원에서 현대중공업 노조가 성명을 낸 것을 두고 민주노동당과의 연관설을 제기하는 것은 상당히 비겁한 태도"라며 못박았다.
이미 현대중공업 노조 성명 발표 이전부터 민주노동당은 정몽준 의원 대통령 후보 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는 "정몽준 의원이 부와 권력을 모두 가지려 한다"면서, "재벌기업가이고 노동조합 활동을 혹독하게 억눌렀던 전력이 있는 정몽준 의원이 정당을 결성한다면 그 당은 '재벌당'이자 '반노동자당'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정 의원을 공격했다.
민주노동당은 9월 17일 정몽준 의원 출마선언과 동시에 하루에 한 가지씩 10가지의 의혹을 발표하겠다고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현재 대변인실과 경제민주화위원회에서 '정몽준 파일'을 만들기 위해 자료를 차곡차곡 챙기고 있다.
10가지 의혹에는 구체적으로 △현대중공업 노조 탄압 사례△4선 국회의원 의정 활동△92년 국민당 대선 당시 현대중공업 자금 지원 여부 등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현대중공업 노조 탄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황이 근거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정몽준 의원이 회장으로 부임하던 1987년을 기점으로 현대중공업 노사 관계는 악화를 걷게 된다. 그러던 중 1989년 1월 8일 새벽5시경 현대중공업해고자협의회 사무실에 20여명의 괴한이 침입해 6명의 현대중공업 해고자들을 테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얼굴을 흰 마스크로 가린 이들의 손에는 야구방망이, 각목 등이 들려 있었다. 같은 시간 현대중전기 대의원들이 수련회를 갖고 있던 산장에도 30여명의 괴한들이 들이닥쳤다.
이 사건은 현대중공업 간부와 테러범이 구속되는 선에서 마무리 됐지만 1992년 전모가 밝혀지게 된다. 당시 테러에 참가했던 지영복씨와 김진환씨는 양심선언을 통해 "1월 8일 테러사건은 정몽준 현대중공업 회장, 정세영 현대자동차 회장 등 그룹회장단의 재가를 받아 실행에 옮겼다"고 고백한 바 있다.
민주노동당 김배곤 부대변인은 "노조 탄압 사례에 대해서는 제보를 수집하고 있고,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 여부도 중요한 검토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도 벼른다
| | | ▲ 정몽준 의원. | | ⓒ 오마이뉴스 권우성 | 현대중공업 노조와 민주노동당 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도 정몽준 의원 검증을 벼르고 있다. 월드컵을 빼고 '국회의원 정몽준'만을 놓고 본다면 사실 여러 가지 면에서 함량미달이다.
총선연대는 2000년 4.13 총선에서 정몽준 의원을 낙선 대상자로 지목했다. 의정활동이 부실한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이었다. 연평균 법안 발의수가 1건 이하였고, 국회 본회의 57회 가운데 47번이나 참석하지 않아 82.5%의 결석률을 기록했다.
정몽준 의원은 "월드컵 준비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무소속 의원의 의정활동이 언론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서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여기에 대해 총선연대는 "월드컵 준비로 인해 의원직을 충실히 수행할 수 없다면,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경제정의시민연합(경실련)이 발표한 의정평가에 따르면 15대 국회 당시인 1996년 정몽준 의원은 입법 청원한 법안이 없었으며, 질의도 3건에 불과했다. 의정활동을 순위로 매긴 결과 조사대상 298명의 국회의원 중 290등을 기록해 간신히 꼴찌를 면하는 수준이었다.
4선 국회의원이 국회속기록에 겨우 40여 차례 밖에 등장하지 않는 점도 부실한 의정활동을 말해주는 지표가 되고 있다.
참여연대와 경실련이 정몽준 대통령 출마 선언을 앞두고 검증을 위한 자료수집에 들어갔다. 참여연대는 시민감시국과 경제개혁센터를 주축으로 움직이고 있다.
시민감시국은 정몽준 의원에 대해 언론에 공개된 기초자료와 공직자 공개정보를 중심으로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경제개혁센터에서는 정몽준 의원이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만큼 기업경영자료를 검증에 중요한 잣대로 삼고 있다.
참여연대 시민감시국 김박태식 간사는 "이미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 이회창 후보나 노무현 후보는 많은 부분이 언론에 공개돼 자연스럽게 검증이 진행됐지만 정몽준 의원의 경우 다르다"면서, "다른 후보와 형평성이 맞지 않게 정몽준 의원만 집중적으로 공격하지는 않겠지만 알려진 정보가 없는 만큼 검증을 확실하게 하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정몽준 의원이 내놓는 정책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동안 보여준 국회의원 의정활동과 현대중공업 경영과정도 물론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기업가인 만큼 경제정의실현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을 포함해 국가운영능력전반에 대해 검토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준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대통령에 대한 검증은 "사상과 건강이 가장 중요하며, 정치적 부채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정몽준 의원을 향해 좀 더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게 될지 모른다. 검증의 긴 터널이 정몽준 의원 앞에 놓여 있다.
<제1신:16일 오후 5시 30분>
17일 오후 2시 정몽준 대선후보 출마선언 예정
'월드컵 4강, 경제 8강, 정치 16강.'
정몽준 의원이 최근 밝힌 대선 캐치프레이즈다. 마틴 루터킹 목사의 자서전을 인용하며 "나에게도 꿈이 있다"던 정 의원이 17일 오후 2시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출마선언식에는 이홍구 전 총리가 후원회장 자격으로 인사말을 하고, 정 의원이 출마선언문을 10분 동안 낭독하며 선언식이 끝난 후에는 30여분 동안 기자들과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이달희 보좌관은 "정 의원은 출마선언식에서 자신이 왜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지에 대해 충분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몽준측 "출마선언식 때 현중지분 처리 의견 밝힐 것"
정 의원은 출마선언식을 통해 반부패·국민통합·초당적 정치 등을 다시 한번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정광철 공보특보는 "그동안 얘기해왔던 국민통합·정치개혁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마의 변'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남북문제 등 각 분야에 대한 자신의 비전도 함께 제시한다는 것.
정 특보는 특히 "현대중공업 지분 처리에 대한 의견도 언급할 것"이라고 밝혀 정 의원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재벌 2세', '부자정치인' 등의 따가운 비판을 그가 어떤 식으로 해결하는지에 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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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은 지난 12일 서소문로에 선거사무실을 개소한 직후 인터넷을 통해 당명과 당로고, 캐치프레이즈 등을 공모하고 있다. 그는 출마선언 이후 여의도에 신당의 전초기지인 창당준비위원회 사무실을 열고 신당창당 작업에 전력할 방침이다.
정 의원측의 신당창당 일정에 따르면 17일 대선후보 출마선언, 18일 창당 주비위원 명단 발표, 24일 창당 발기인대회 개최, 10월 4일 창당대회와 대선후보 선출 등의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여러 가지 정치상황에 의해 창당일정이 조금 연기되더라도 10월 중순 전에는 창당작업이 완료될 전망이다.
정 의원은 특히 "선거 때마다 만들고 없어지는 정당이 아니라 최소한 몇십년은 지속되는 정당을 만들 것"이라며 자신이 주도하는 신당이 '반짝 선거정당'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그가 대선뿐만 아니라 이후 정치일정 특히 '2004년 총선'도 겨냥하면서 신당을 창당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대선출마와 신당창당에 그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있음을 보여준다.
"깜짝 놀랄 만한 정치실험"은 무엇?
'정몽준 신당'은 '국민통합'과 '초당적 정치'를 양대 이념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 또한 "국민통합과 초당적 정치실현을 목표로 비효율적인 정치체제와 국정논의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정치혁명을 지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초당적 정치'에는 "혁명적 수준"의 정치개혁 비전이 뒤따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정 의원은 중앙당과 대변인제 폐지 등을 거론하고 있다. 중앙당 폐지와 관련, 그는 "중앙당을 사실상 폐지하고 원내정당 중심으로 운영해 '당권'이라는 개념을 없애겠다"며 "이를 위해 국고보조금을 의원들에게 직접 나눠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또한 대변인제 폐지와 관련해서도 "원내총무나 정책위의장이 직접 자신의 말을 하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정 의원이 구상하고 있는 "깜짝 놀랄 만한 정치실험"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선거운동방식에서도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금까지 줄곧 '자원봉사자 중심 선거운동'과 '법정 선거비용 준수'를 강조해왔다. 이는 저비용 정치실험이다.
정 의원이 최근에도 "창당이념을 따르는 자원봉사자들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법정 선거비용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힌 데서도 그의 진의를 느낄 수 있다. 이와 관련 인터넷에서 당명 등을 공모하면서 "선거법을 준수하기 위해 당선작에 대한 시상은 없다"고 밝힌 점도 흥미롭다. 정 의원측은 또한 자원봉사자 모집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7∼8곳에 이르는 팬클럽은 그의 자원봉사 핵심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정몽준은 누구인가?]
정몽준의 힘, '아줌마 부대'에서 나온다?
청정 이미지, 그러나 독재자라는 평가도
| | | ▲ 지난 10일 참여연대 후원회에 참석한 정 의원. | |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줄곧 무소속으로 출마해 4선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몽준(51·무소속) 의원은 2002년 월드컵 유치와 성공적 개최로 국민들에게 친숙한 인물이 됐다. 그는 지금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선거에 유력한 후보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다.
큰 키에 수려한 외모, 국내 최대재벌의 아들이자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학력과 정치적 감각을 가진 정몽준 의원에게 쏠리는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정몽준 의원은 '현대'가(家)의 왕자로,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여섯 번째 아들로 태어났다. 서울에 있는 청운초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와 초등학교 동창으로 지금도 가끔 테니스를 칠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종로구 계동에 있는 중앙중학교와 중앙고등학교를 다녔다. 중앙중학교 시절 생활기록부에 '장난이 심하다'고 기록될 정도로 개구쟁이였다. 중학교 3학년 때는 반장을 했을 만큼 인정을 받기도 했다.
그는 경기고등학교를 갈 수 있는 성적이었지만 모교인 중앙고등학교를 선택했다. 중앙고등학교 시절 그는 공부 잘하고 운동 좋아하는 모범생으로 통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문과생 160명 가운데 10등 이내에 들어 무난히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정 의원이 다녀가면 약국이 호황?
정 의원은 고등학교 시절 특별활동으로 '농구반'을 선택했고, 축구부와도 자주 어울렸다고 한다. 그는 KBS 'TV는 사랑을 싣고'에 출연해 중앙고등학교 시절 축구부 감독이었던 은사를 찾기도 했다.
정 의원은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스포츠를 좋아했다. 대회에 나가서 입상한 경력도 있다. 25살 때이기는 하지만 1976년 전국체전 승마 장애물 비월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했으며, 전국종합스키선수권대회에도 출전해 4등에 입상했다. 고등학교 때는 권투 도장에 다닐 정도로 여러 가지 스포츠를 두로 섭렵했다.
그는 특히 축구를 좋아한다. 태아가 어머니 뱃속에서 제일 먼저 하는 게 발로 배를 차는 게 아니겠느냐며 축구를 인간의 본능적인 동작에 비유한 적도 있다.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현대중공업 주변에서 약국을 경영했던 약사가 전해준 이야기다.
정 의원이 울산 현대중공업 공장에 다녀 간 다음에는 어김없이 회사 중역들이 회사 앞 약국에 파스를 사러 온단다. 정몽준 의원이 울산이 내려오면 예외 없이 축구경기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고문인 정몽준 의원과 축구를 하다 보니 회사 중역들도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뛸 수밖에 없다. 너무 열심히 뛰어서 경기가 끝난 후에는 매번 며칠씩 파스를 붙이고 다녀야 하는 신세가 되지만 말이다.
지난 81년 9월 IOC총회가 열리는 독일 바덴바덴. 사마란치 IOC 위원장이 88년 올림픽 개최지를 발표하기 위해서 마이크 앞에 섰다.
"서울(SEOUL)…."
순간 올림픽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던 정주영 88 서울올림픽 유치위원장은 벌떡 일어나 두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불과 4개월 전에 88 서올올림픽 유치위원장에 뽑힌 정주영 회장은 기적을 일구어냈다. 불리한 조건에서 거둔 값진 승리였다.
부전자전이라고 했던가. 정몽준 의원은 아버지 정주영 회장과 비슷한 절차를 거쳐 2002년 월드컵 개최권을 따냈다. 정 의원은 1993년 대한축구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그리고 이듬해 1994년, 2002년 월드컵을 한국에 유치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국제축구연맹(FIFA)부회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선거 결과는 1표 차의 신승.
그는 일본보다 늦게 2002년 월드컵 유치에 뛰어들었지만 저력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이홍구(전 국무총리) 씨를 월드컵유치위원회 초대위원장으로 추대했다.
당시 청와대에서는 반대를 했지만, 먼저 기자들을 모아놓고 '월드컵유치위원회 초대위원장 추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선 사고부터 치고 나가자는 계산이었다. 결국 이홍구씨는 월드컵유치위원회 초대위원장직을 맡았고, 96년 마침내 2002년 월드컵 개최권을 일본과 동시에 거머쥐게 됐다.
아줌마들 인기 독점이 4선 비결?
| | | ▲ 지난 8월19일 수해가 난 경남 김해지역을 방문한 정몽준 의원이 복구요원과 악수하고 있다. | |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정몽준 의원은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바로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MIT 경영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현대중공업 상무로 본격적인 경영 수업에 들어간다.
그리고 82년 현대중공업 사장에 취임한다. 그의 나이 31살 때 일이다. 84년 실업테니스연맹 회장을 맡으면서 스포츠계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다. 30대 젋은 사장 정몽준은 현대중공업을 발판으로 88년 4월 26일, 13대 총선에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 동구에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민정당 출마를 권유받았지만 무소속으로 입후보했다. 기업인 '정몽준'이 정치인 '정몽준'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당시 87년 노동자 대투쟁 바람을 타고 현대중공업 노조 김진국 수석부위원장이 출마했지만, 결국 54.4%의 지지율을 기록한 정몽준 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 후 정몽준 의원은 지금까지 울산 동구 국회의원으로 내리 4차례 당선됐다. 그가 울산 동구에서 당선된 원동력은 '아줌마'들을 잘 관리했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정몽준 의원은 '문화센터'를 활용해 현대중공업 직원들 부인을 체계적으로 조직화해 매번 선거에서 승리했다.
정몽준 의원은 현대중공업 오너 시절 노조와 계속 갈등을 겪었지만 자신이 직접 나서는 일은 드물었다. 그로 인해 외형적으로는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정몽준 의원은 '진보'나 '보수' 혹은 이념 문제에 대해 자유로운 편이다.
정 의원은 보수를 역사적인 경험을 중시하는 쪽에 가깝고, 진보는 인간의 이성에 중심을 두고 있다고 해석한다. 재벌의 아들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대중들에게 보수와 진보를 유연하게 오갈 수 있다는 정치인이라는 인식을 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겸손 혹은 왕자, 상반된 평가
정몽준 의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정몽준 의원이 재벌답지 않게 성실하고, 겸손하다고 평가한다. 곽선희 소망교회 목사는 지난해 정몽준 의원 후원회에 참석해 "겸손하고 남을 설득할 줄 안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그가 어쩔 수 없는 '왕자' 스타일이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2002년 초 월드컵 조직위원장으로 민주당 거물급 정치인이 거론됐다. 그러나 정 의원은 이 거물급 정치인이 그 자리로 오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자신의 입지가 그만큼 좁아지기 때문이었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정 의원쪽에서 적극적으로 그 정치인이 오는 것을 막아 월드컵 조직위원장으로 가는 것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그만큼 정 의원은 자신의 영역이 다른 사람에 의해 간섭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월드컵 경기 때문에 문화관광부에서 파견 나가 있던 공무원들 가운데도 정 의원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들의 한결 같은 이야기는 "모든 것을 정 의원 중심으로 사고하고 결정해 독재자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18일 몇 년만에 연 출판기념회 겸 후원회에서 미국 마틴루터 킹 목사의 연설에 나오는 'I have a dream(나에게는 꿈이 있다)'을 인용하며 2002년 대선을 향한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대선을 3개월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그의 꿈은 현실로 실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6월 22일 한국이 스페인과 8강전에서 승부차기로 극적으로 승리하자 경기장을 한바퀴 돌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그때 경기장에 있는 붉은악마들은 '정몽준'을 연호하며 열광했다. 정 의원은 올 12월 대선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정몽준'을 부르며 연호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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