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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정책투어'라는 이름을 내걸고 '민심잡기'에 나섰다. 국민경선 당시 최고 정점에 이르렀던 노풍에 다시 '불을 붙이겠다'는 의지의 일환인 셈이다. 특히 이번 노 후보의 민심잡기는 한나라당의 '텃밭'이라는 TK지역에서 첫 테이프를 끊어 관심이 더욱 쏠렸다.

대선 D-100일인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양일간 있은 노 후보의 대구방문 중 '백미'는 두 번째 날인 11일 영남대학교 강연에서 연출됐다.

영남대 강연, 600여명 몰려들어 강연장 밖도 '장사진'

▲ 대구 영남대학교에서 열린 노 후보의 강연장 주변에는 800여명의 청중들이 몰려 들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11일 오후 5시 10분 노 후보의 강연이 예정된 영남대 상경관 앞 광장에서는 노사모 회원과 학생 200여 명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원칙이 승리하고 반칙이 패하는 사회를 위해'라는 글귀가 적힌 노란색 플래카드를 펼쳐든 지지자들과 학생들은 노 후보의 모습이 보이자 "노무현"을 연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특히 강연장소로 이용될 상경관 208호실에는 이미 600여명의 학생들이 노 후보를 기다리고 있어 발 딛을 틈 없이 없었다. 좌석이 부족한 탓에 학생들은 노 후보가 올라선 강단 위에까지 올라와 쪼그려 앉아 있었다.

학생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올라선 노 후보는 "(많은 수의 청중을 보니) 제가 약간 흥분한 것 같습니다"고 말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어 "(마치 노풍이) 제2의 점화단계에 오른 것 같다"고 농을 던지기도 했다.

이날 노 후보의 강연 주제는 '한국정치 현실과 개혁과제'. 노 후보는 강연 핵심은 '역사'였다. 노 후보는 "지금까지 사대주의적인 인식이 바로 우리의 역사였다"고 전제하고 "우리의 생각을 바꾸자면 역사를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노 후보는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를 ▲풍요하고 잘 사는 나라 ▲품위 있고 쾌적한 나라 ▲ 이를 더불어 함께 누리는 나라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 ▲떳떳한 국민, 당당한 나라라고 규정했다.

또 노 후보는 "과거 (독재정권과 민주화운동의) 시대를 거쳐오면서 해결하지 못한 것이 하나가 있다면 바로 분열의 시대였다는 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편을 만들지 말자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편을 나눠 싸우는 방법은 전쟁이 아니라 (공정한) '게임'으로 하자"고 강조한 후 "민주주의 장점은 영원한 승자와 영원한 패자가 나오지 않고 공존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합리적인 사고 방식이 생겨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의 역사는 통합과 합리주의 그리고 그 변화를 위한 개혁의 역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역사는 통합과 합리주의 그리고 개혁"

ⓒ 오마이뉴스 이승욱
노 후보의 강연은 이후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한 영남대 학생은 노 후보에게 "한나라당의 '홈그라운드'에 온 기분"을 물으며, TK지역의 지지도를 높일 방법에 대해 질문하자, "지금까지 나는 (부산 출신이라는) 어떤 지역주의로 국회의원이 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다만 경선 과정에서 부산·영남표가 있다고 하니 광주분들도 화끈하게 나를 밀어줬다. 근데 이제는 '지역표'를 과감히 포기하겠다. 난 단지 (영남이) 내 고향이라는 이유가 아니라 내가 가장 개혁적이었고, 내가 가장 당당하게 정치 않았는가, 떳떳한 후보 아닌가를 내세워 국민의 지지를 받겠다"고 말해 청중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강연 내내 노 후보는 분명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가면서도 가끔씩 '농담조'의 이야기를 건네 웃음을 자아내는 등 600여명의 관중들과 호흡하는 모습을 만들었다. 이날 강연은 약 1시간 10분에 걸쳐 진행된 후 끝을 맺었다.

영남대 강연 도중 '반미주의자' 관련 발언 논란
<동아일보> 등 '비판기사' 실어

지난 11일 대구 노무현 후보의 강연회가 끝난 후 한 측근은 우려를 표명했다. 노 후보의 발언도중 나온 '반미주의자'와 관련한 한 대목이 문제였다. 이 측근은 "결코 큰 의미가 없는 말이었음에도 일부 언론에서 이를 이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당시 노 후보는 과거 조선시대의 '사대주의'를 언급하고 난 후 "국회 노동위에 들어간 후 누가 '미국에 갔다 왔느냐' 묻기에 '바빠서 못 갔소'라고 했다. 나는 노동위 의원이 굳이 외국 갈 일이 뭐가 있는가 싶고, 굳이 거기서 할 일도 없을 것 같아서 안 갔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된 "그런데 미국 안 가서 반미주의자냐, 또 반미주의자면 어떤가"라고 말하자 몇몇 학생들이 "옳습니다"라고 답하고 곧 청중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하지만 곧 노 후보는 "'반미주의자면 어떤가' 이건 좀 곤란합니다. 그죠? 여러분은 관계가 없는지 몰라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반미주의자라는 것은 국익의 큰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말을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며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 "문제는 왜 그 이야기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는 말이다. 클린턴은 한국 안 다녀가도 대통령이 되는데 문제가 없었고, 고이즈미 일본 총리도 한국을 왔다간 경험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라면서 "나는 그것이(미국을 갔다온 경험이 중요하다는 사고) 당연하게 박혀 있는 의식구조가 바로 우리의 역사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던 것.

결국 노 후보 측근의 우려는 적중했다. 강연 다음날인 12일자 <조선일보>는 정치면(A8)기사를 통해 "반미주의자면 어떻습니까... 말하다보니 곤란하네요"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동아일보>는 한술 더 떠, 당시 상황을 묘사해 가며 노 후보의 발언에 대한 '비판기사'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노 후보의 이 같은 (반미주의자 관련) 발언에 대해 강연장을 가득 메운 600여명의 청중은 의아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고 일부는 옆 사람과 수군대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한 참석자의 말을 인용해 "청중이 많다보니 노 후보가 흥분한 것 같다. ‘반미주의자’ 발언은 설혹 취소했다 하더라도 대선 후보로서는 적절하지 못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당시 강연을 들었던 김봉경(28)씨는 "노 후보의 발언이 있은 후 청중들이 수군대기도 했다는 보도는 완전히 작문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당시 '반미주의자면 어떤가'라는 발언은 사대주의적이 역사관을 문제삼는 것일 뿐이고, 자신이 반미주의자가 아니라 사회 속의 다양한 주장들을 인정해야 한다는 정도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 이승욱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대구방문은 지난 10일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방문, 지역언론사 기자간담회, 이어 다음날인 11일에는 시민단체 대표 간담회,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단 간담회 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공무원직장협의회에서부터 대학신문사 기자들까지 폭넓은 지역의 구성원들과 만남을 성사시켜 냈다.

이번 정책투어 첫 출발지로 대구를 선택한 것에 대해 노 후보의 한 측근은 "지역화합과 국민통합을 내세우는 노 후보로서도 대선에서 TK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역사적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서 "아직 TK지역에서 노 후보가 어떤 인물인지 잘 모르고 있는 부분이 많아 상공인, 학계, 공무원 등까지 각계각층의 지역 인사들과의 만남을 가지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 대구 정책투어 이튿날인 11일 대구경북지역 대학신문사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 모습.
ⓒ 오마이뉴스 이승욱
또 지난 6·13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발걸음이 뜸했던 이 지역에 대한 '달래기'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주장도 있다. 노 후보의 대구방문은 대통령 후보 확정이후 첫 방문. 대구지역 친노 성향의 한 원외지구당 위원장은 "나 역시도 노 후보에 대해 서운한 생각이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대구시민과 함께 몸을 부대끼는 작업들에 노 후보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노 후보의 대구방문에 후한 점수를 줬다. 최근 들어 정치적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힘이 빠져 있던 노 후보 진영에 '자신감'을 불러 넣었다는 점을 큰 성과로 여기고 있었다.

대구방문으로 힘 얻은 '노풍', 제2의 점화 가능한가

노 후보를 수행한 민주당 한 의원은 "특히 이번 대구방문 중 영남대 강연회는 노 후보의 대중적 인기와 흡입력을 과감 없이 드러낸 강연"이었다면서 "노 후보를 모시는 우리들로서도 의기충천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보수적인 성향의 대구에서 공무원이나 경제인들과의 만남이 이뤄지고 노 후보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것은 노 후보에게도 힘이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구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잡혀져 있던 대구경북지역 지구당 위원장 간담회는 총 26명의 위원장 중 14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져 비노·반노 진영과의 갈등이 잔존하고 있음을 이 지역에서도 확인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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