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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중선관위가 국회에 제출한 선거공영제안이 기탁금 대폭 인상, 후보 자격 요건 강화 등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치명적인 계산 착오'까지 저질렀음이 밝혀졌다.

중선관위는 이번 개정안에서 선거공영제 실시에 따른 대통령 후보 난립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후보 기탁금을 기존 5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인상하고, 군소정당 및 무소속 후보에 대해서는 최소 10만, 최대 30만 명의 추천인 '도장'을 받아야 한다는 자격 요건을 못박고 있다.

▲ 10일 열린 '선거공영제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한 선택' 심포지엄
ⓒ 장성희
이 와중에 지난 10일, 중선관위가 후원한 '선거공영제,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한 선택' 심포지엄('바른사회를 위한 시민연대 회의' 주최)에서 김호열 중선관위 선거관리실장이 기탁금 20억과 추천인서명 30만명에 대해 치명적인 발언을 한 것.

김호열 실장은 기탁금 20억이 산출된 내역에 대해 "국회의원 기탁금 1500만원에 전국 지역구 227개를 곱하면 약 34억 정도가 나온다. 그게 좀 많은 것 같아서 깎아서 20억원으로 했다", 추천인 서명 30만 명에 대해서는 "무소속 국회의원 후보의 경우 300-500명의 서명이 필요한데 이것을 전체 지역구 227개로 곱하면 68만 명(300명 기준) 정도가 된다. 그것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뚝 잘라 30만으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패널과 참석자들은 "어떻게 그런 기계적인 발상을 할 수 있냐", "후보 난립을 막겠다는 건데 도대체 '난립'의 기준이 뭐냐, 10명이면 많고 6명이면 적절한 거냐"는 등의 의견을 개진했고 일단 토론회는 여기에서 마무리됐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법안을 만드는데 지역구 227개를 곱하고 아무 근거 없이 10억씩, 절반씩 깎은 것 자체도 물론 문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터무니없는 중선관위의 '계산 착오'다. 30만명 서명의 경우 국회의원 추천자수 300명에 227을 곱하면 68만 명이 아니라 6만8천명이 되기 때문.

기자가 확인전화를 한 오늘 아침에야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챈 김호열 실장은 "227을 곱하면 그렇게 나오나요? 그렇다면 저희가 계산 실수가 있었나봅니다. 착오가 있었나봅니다"하고 당황하더니 "민주노동당에서도 선관위를 찾아왔었는데, 추천인 서명은 백만이 넘어도 좋으니, 기탁금을 내려달라고. 사실 사전선거운동도 할 수 있고 군소정당에겐 좋은 거 아닙니까?"하고 대답했다.

경악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이렇게 중요한 '안'을 내면서 작은 착오도 아닌 중차대한 실수를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도대체 후보자 난립을 막겠다는 이유로 국민 피선거권을 이렇게 제한해도 되는가 묻고 싶다.

기탁금 20억 원과 30만 명 추천인 서명 조항은 돈 있는 사람만 후보로 출마하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이는 군소정당·신생정당의 정치 진출을 가로막겠다는 기성 정당의 야합에 중선관위가 '굴복'한 결과다. 장애인이동권연대가 지난 1년간 피땀어린 투쟁을 하면서 받은 국민 서명이 현재 30만 명을 약간 상회했을 뿐이다.

이번 선거공영제안과 관련 사회당이 중선관위를 항의방문하고 중앙당 농성에 돌입했고, 민주노동당이 '대통령 선거 거부'까지 불사한 '법안 철회 투쟁'을 결의하는 등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덧붙이는 글 | 관련기사 www.s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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