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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노순택

그러므로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오를 때, 길이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올 뿐 아니라 기어의 톱니까지도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내 몸이 나의 기어인 것이다. 오르막에서, 땀에 젖은 등판과 터질 듯한 심장과 허파는 바퀴와 길로부터 소외되지 않는다. 땅에 들러붙어서, 그것들은 함께 가거나, 함께 쓰러진다.

'신비'라는 말이 머뭇거려지지만, 기진한 삶 속에도 신비는 있다. 오르막길 체인의 끊어질 듯한 마디마디에서, 기어의 톱니에서, 뒷바퀴 구동축 베어링에서, 생의 신비는 반짝이면서 부서지고 새롭게 태어나서 흐르고 구른다.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 김훈


한 '바보'를 알고 있습니다.
2년 전 그는 '상식은 통한다'는 어리석기 짝이 없어 보이는 믿음을 품고 일을 도모하다가 큰 낭패를 당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역시 바보같은 놈이야"라며 조롱하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이 바보야, 뻔히 당할 걸 몰랐냐"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를 미워하는 사람이나, 그를 아꼈던 사람이나 너나할 것 없이 그를 '바보'라 불렀기에 그 바보는 '바보'라는 호칭마저 달갑게 받아들였습니다. 세상에, 이런 바보가 또 있을까요?

'상식이 통하는 사회'야말로 진정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사회임을 알았던 몇몇 사람들은 그 바보를 더 이상 '바보', '농판'으로 내버려 둘 수 없었기에, 그 바보를 사랑하는 모임을 만드는 등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그리하여 그 바보는 태풍의 핵이 되었습니다. 갑자기 바보는 썩어 구린내 나는 한국정치의 대안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오늘...
그 바보를 '대안'으로 추켜세웠던 일부 사람들이, "넌 역시 바보"라며 그의 등을 떼밀고 있네요. 그들은 바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눈치를 살피며 덩달아 바보를 추켜세웠던 걸까요? 그런데 이제 바보에 대한 반격이 거세지자 본색을 드러낸 걸까요?

연일 바보의 곤혹스런 얼굴이 TV 화면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조폭신문으로 통하는 XX일보는 아예 뱁새눈을 하고선, 바보가 옳은 말을 하면 "과격한 바보"라 욕하고, 바보가 입을 다물면 "우물쭈물하는 바보"라 욕을 퍼부었습니다. 마치 세상사람 모두를 바보로 만드는 건 시간문제라는 듯이...

세상사람 모두가 바보인데, 이런 글을 써서 무얼 할 것이며, 또 사진은 찍어서 무얼 할 것입니까. 마침내 한 칼럼니스트가 절필선언을 하고 나섰습니다. 이를테면 '안바보 선언'인 셈이지요.
어라, 안바보 선언?

자, 퀴즈 하나 드리겠습니다.
먼저 아래에 링크된 기사 세 꼭지를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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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분이 소낙비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런 뒤 다음 중에서 답을 골라보세요.

"1번, 나는 바보다 / 2번, 나는 바보가 아니다 / 3번, 나는 바보가 아니지만 바보편을 들고 싶다. 고로 나는 바보다 / 4번 나는 바보다. 그래서 그런지 바보가 싫다. 어, 이상하네 바보를 싫어하는 나는 바보인가, 바보가 아닌가?"

자전거는 다시 베이징으로 달려갑니다.

일자리를 찾아 베이징으로 상경한 시골사람들이 고향별로 모여 사는 동향촌의 한 거리. 어떤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길을 가던 도중에 내려서 머리를 깎고 있네요.

중국에선 이런 '거리의 이발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돈 없는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가격이 3-5위안 정도입니다. 우리돈 500-800원 정도지요.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듯 누구나 스스로 하지 못하는 일이 있는 법입니다. 그럴 때 누군가의 도움은 절실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혹시 우리 정치인들이 그런 모습은 아닐까요?

어떠세요. 올 12월 19일까지 '날 선 가위'를 들고 저 더벅머리 양아치들 이발시켜 주는 재미를 보는 것은. 그 친구들 제 머리깎기를 기다리느니, 벼룩이 바퀴벌레만큼 자라길 기다리는 게 빠를테니까요.

"국민은 1등인데, 정치는 꼴등"이란 공허한 말만 내뱉기보단 그 1등 국민이 직접 가위를 들어야 할 때가 온 듯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사진을 모니터 바탕화면으로 사용하는 방법

* 별로 어렵지 않아요. 사진위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신 후 '배경무늬로 지정'(또는 '배경으로지정')을 선택하시면 곧바로 사용가능합니다.

* 주의사항 : 이 사진달력은 바탕화면을 꽉 채우는 '풀스케일'용이 아닙니다. 달력을 깨끗하게 사용하시려면 화면 왼쪽 아래의 '시작' 메뉴에서 '설정' - '제어판' - '디스플레이'로 들어간 뒤 배경 무늬의 '표시형식'을 '가운데'로 맞추시기 바랍니다. '바둑판식 배열'이나 '늘이기'는 좋지 않습니다. 또, '화면배색'의 바탕화면 색깔을 검정색으로 설정하면 보다 깔끔하죠.

p.s. 김훈의 '자전거 여행' 서문은 이제 모두 나누어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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