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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후보가 음모론과 색깔론에 이어 "김대중 대통령의 전위조직으로 알려진 '새시대새정치 연합청년회(연청)'가 노풍을 만들었다"며 다시 음모론을 들고 나왔다.

이인제 후보 진영의 김윤수 공보특보는 8일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통령의 측근 전위조직이자 당 공식조직이며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의원이 명예회장으로 있는 연청이 조직적으로 이번 경선에 가담했다"며 "당과 청와대는 이에 대해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김윤수 특보, "연청이 이번 경선에 조직적으로 가담했다"

▲김윤수 공보특보(앞줄 오른쪽)가 기자회견을 통해 '연청 경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김 특보는 "지난 5일 부산의 한 식당에서 열린 한화갑 고문 초청 연청 부산시지부 간담회에서 문희상 의원이 '연청이 나서서 제주도에서 한 고문을 1등을 만들어 대세론을 눌렀고, 광주에서는 노풍을 연청의 힘으로 이끌어 냈고, 강원도에서는 절대 열세인데 연청의 힘으로 7표차의 승리를 이끌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 특보는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연청 부산시지부 사무차장 노인환 씨의 친필 자술서"라며 문희상 의원의 발언내용이 적힌 A4 2쪽짜리 문건을 공개한 뒤 "이는 연청이 조직적으로 이번 경선에 가담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김 특보가 공개한 문건에서 노인환 씨가 주장한 문희상 의원의 발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모 지역 연청 회장단을 모아놓고 대통령이 되면 연청을 작살내겠다고 한 모 후보를 절대 밀면 안된다. ②개혁을 완주하려면 대통령 뜻에 반대하지 않고 잘 따르는 후보를 밀어야 한다. ③노 고문이 대통령이 되고 미국, 일본과 외교적인 면이 강한 한 고문이 당 대표가 돼야 개혁 완수를 이룰 수 있다. ④한광옥 후보와 박상천 후보가 당 대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⑤같은 당 후보로서 상대방을 비방(노 고문 장인 건)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고, 이런 부인을 맞이한 노 후보에게 존경심마저 든다."

김 특보는 또 "문희상 의원 발언 중 '모 후보'는 '이인제 후보'임을 당시 참석자인 엄대우(전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씨가 확인해 줬다"고 덧붙였다.

김 특보는 "문 의원의 발언을 보면 경선 전까지는 이인제 후보가 월등히 앞섰는데 경선 초반부터 연이은 표 대결에서 왜 (노무현 후보에게) 꺾였는지 알 수 있다"며 "이번 정치에 전혀 관여를 안하겠다고 했고, 엄정중립을 선언한 김 대통령의 뜻과 정반대 현상으로 당과 청와대는 이에 대해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문희상 의원 "의도적인 조작"

▲연청의 배기선 회장이 "이번 경선에서 연청은 엄정 중립을 지켜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최경준
그러나 부산 연청 간담회 발언의 당사자인 문희상 의원은 김윤수 특보가 공개한 문건의 발언 내용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고 의도적인 조작"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문 의원이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당시 발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②김대중 대통령은 정치가로서의 성격과 사상가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 정치가로서의 측면은 당이 계승하고 사상가로서의 측면은 연청이 계승한다. 대통령이 되면 연청을 망가뜨리겠다고 말한 후보가 있다는데, 연청은 그렇게 한다고 없어지는 조직이 아니다. ③누가 대통령이 되든 외교역량으로 상호보완 할 수 있는 사람이 당 대표가 되는게 바람직하다.(노 고문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발언을 한 바 없음) ④(전혀 사실과 다름. 의도적인 조작임.) ⑤음모론, 색깔론 등으로 우리 내부에서 상처를 내서는 곤란하다. 노 고문의 장인건과 관련해서, 그 사실을 알고도 부인과 결혼한 노 고문은 아름답고 용기있는 사람이다. ⑥연청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

문 의원은 또 "한화갑 고문의 (후보) 사퇴 이후, 대선 후보 경선에 일절 개입하지 않고 있다"며 "당내 경선과 관련해 대통령과 당과 연청을 개입시키는 행위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청 "경선 동안 시종 엄정중립지켜"

연청 회장인 배기선 의원은 이인제 후보 진영의 '연청 경선 개입' 주장과 관련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연청은 당의 공식기구로서 이번 당내 경선과 관련 시종 엄정중립을 지켜왔음을 거듭 밝힌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제주 경선 전 각축을 벌이고 있는 두 후보에게서 연청의 중립을 요구하는 항의를 받았다"면서 "연청은 중립이지만 개인적인 친소관계에 의한 소속 회원들의 특정후보 지지까지는 막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당시 부산시지부 간담회는 연청의 공식 모임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연청은 청와대와 무관하다"

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연청)은 1980년도에 창설돼 '민주·통일·웅비'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사상을 지지하는 친위조직으로 활동해오다 올해 민주당 당헌·당규상 공식조직으로 자리매김했다. 연청은 현재 배기선 의원이 회장으로, 김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의원이 명예회장으로 있다.

연청 중앙회 박봉수 조직실장은 "공식 회원이 8만이고, 비공식 회원이 30만이지만 이번 경선에서 당연직으로 배분된 대의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전체 선거인단에는 대략 7∼8% 정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배기선 회장은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연청이 DJ의 사상과 철학을 계승했던 역사성을 가지고 있으며 김대중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 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확실한 소신과 원칙을 가지고 있다"며 "경선 문제와 관련 자꾸 청와대를 말하고 있는데 연청과 청와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배 회장은 또 "특정 후보와 눈길만 마주쳐도 무슨 얘기가 나올까 봐 경선장에도 못가고 조심하고 있고, 각 지부에도 '경선 중립을 지키라'고 여러 차례 공문을 보내고 있다"며 지난 3월 9일 전국 회장단 및 주요 임원에게 보낸 공문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배 의원은 또 "문제를 제기하는 후보의 심정은 알겠지만 그러나 그 후보를 지지하는 의원들도 연청에 꽤 있다"며 "396명의 당연직 대의원을 배정받은 연청은 이번 경선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이인제 후보 캠프에서 만난 자술서의 당사자 노인환 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자술서에서 밝힌 문희상 의원의 발언은 모두 사실"이라며 "내가 없는 얘기를 지어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노 는 또 "젊은 세대로서 국민경선 같은 큰 행사에서 어떤 단체가 개입된다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며 자술서를 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몇가지 의문점, "노인환 씨는 부산시지부 사무차장이 아니다"

노 씨가 쓴 자술서에는 문희상 의원의 발언 내용 외에 모임일시, 모임요지, 참석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문 의원이 발언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 말고도 노 씨의 자술서는 몇 가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우선 노 씨가 밝힌 당시 모임의 참석자는 한화갑 고문과 문희상 의원 외에 엄대우 씨, 연청 중앙회 사무총장, 정재현 실장, 여성특위 부회장 최미란, 광주시지부 전 사무처장, 부산시지부 지회장, 국장 등 50여 명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당시 연청 중앙회 사무총장인 황창주 씨와 정재현 실장은 당시 부산에 내려간 적이 없으며 최미란 도 3개월 전 여성특위 부회장직을 그만두었다. 또 현재 연청 부산시지부 지회장은 공석 중이다.

▲문희상 발언에 대해 이인제 후보 진영에 자술서를 써준 노인환 씨. ⓒ 오마이뉴스 최경준
특히 노인환 씨는 자신을 연청 부산시지부 사무차장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나 부산시지부의 한 관계자는 "노 씨는 2개월 전(경선 시작 직후) 회원에 가입했고, 지부에는 사무차장이라는 직책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연청 중앙회의 황창주 사무총장도 "각 시지부에 사무차장이라는 직책은 없다"고 확인해줬다.

이에 관련 노 씨는 '연청 중앙회와 시지부사무실에서는 사무차장이라는 직책이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는 질문에 "내가 더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사무총장의 이름이 뭐냐'는 질문에 "비상근 사무차장이라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게다가 연청 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내가 기억하기로는 노 씨는 이인제 후보의 비서를 지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 씨는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노 씨가 자신 이외에 당시 문 의원의 발언을 들었다며 소개해준 김모 씨는 자신을 "부산시지부 여성2국장"이라고 밝히고, "노 씨가 공개한 문 의원 발언 내용은 전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산시지부의 한 관계자는 "부산시지부에는 여성2국장이라는 직책이 없으며 김모 씨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김 씨는 "이인제 후보 진영의 부산지역 경선대책위 정모 조직국장과 절친한 관계"라며 "정 국장의 소개로 연청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이인제 후보측의 'DJ 밟고 가기'(?)

이인제 후보 진영에서 '연청의 경선 개입'과 '연청의 노풍 만들기' 의혹을 제기한 것은 지난 대구지역 경선을 기점으로 종합득표에서조차 노무현 후보에게 1위를 내주면서 정치적 위기감을 매우 강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더 주목해야 할 지점은 역시 경선과정을 거치면서 노풍에 밀리자 '반DJ정서'를 자극하기라도 하듯 'DJ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대구경선 당시 후보연설에서 "대통령의 친인척문제를 깨끗하게 청소해야 한다"고 얘기했고, 연설 직후 기자실에 들러 "이 정권에 있었던 문제는 이 정권에서 청소해야지 다음 정권으로 넘겨서는 안된다"고 밝혀 결국 'DJ를 밟고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인제 후보 진영에서 음모론과 색깔론에 이어 다시 음모론을 제기한 것은 단기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치적 위기감의 발로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선 이후 탈당을 위한 명분쌓기 아니겠느냐'라는 시각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 후보가 특히 '중도개혁노선'을 주장하며 '급진파'로 규정한 노 후보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도 모두 그런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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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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