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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국민들에게 판단을 맡기고, 이 후보는 설만 가지고 공방 안 했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토론하는 것 아닌가. 정확한 자료 가지고 이야기한다."


2일 열린 대구토론회. ⓒ오마이뉴스 이승욱


오는 5일부터 열리는 대구, 인천, 경북지역 3연전을 앞두고, 지난 2일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대구에서 상호간 '설전'으로 대결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지난 2일 오후 11시 15분부터 90분간 KBS(한국방송)-TBC(대구방송) 주최로 열린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대구토론회'에서도 각 후보들은 △공기업 민영화 △통일외교 △정치개혁 등의 사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이인제 후보는 여전히 노무현 후보를 향해 각종 자료들을 제시해가며 "주한미군철수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 등을 요구해 '색깔론'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이에 노 후보 역시 "설만 가지고 하는 공방을 그만뒀으면 좋겠다"는 말로 맞받아 이-노 후보간의 '불꽃 튀는 접전'을 연출했다.

이날 윤덕홍 대구대 총장의 사회로 열린 토론회는 우선 발전노조사태로 빚어진 총파업 등에 대한 각 후보자들의 답변으로 시작됐다.

첫 답변자로 나선 노무현 후보는 "파업이 옳다 그르다는 문제를 떠나 정책 결정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인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오는 게 중요하다"면서 "정치력으로 파국적인 단계로 가지 않도록 미리 조절하고 타협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앞서 각 후보들이 함께 손을 쥔 채 사진기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승욱
반면 정동영 후보는 "나 자신도 근로자의 입장이라면 (민영화를) 반대했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민영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지금이야말로 (민영화를 통해) 노조와 정부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이인제 후보 역시 "노사간 타결로 일단 위기를 모면했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면서 "민영화는 막을 수 없는 추세이고, 노조에서 민영화 추세를 이해해주고 민영화를 통해 고용 문제를 당국간 충분히 협의해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 후보는 "어떤 경우에도 불법 파업을 용납할 수는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공기업 민영화 놓고 노 후보 '신중론', 이-정 후보 '대세론'

이어진 주제토론에서는 '공기업 민영화'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주제토론에서는 '민영화 대세론'을 주장하는 이인제, 정동영 후보와 이에 반해 '민영화 신중론'의 입장을 펴는 노무현 후보로 입장이 대별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노 후보간의 공방은 주제토론 중에 처음 눈에 띄었다. 이 후보가 "노무현 후보는 평소 민영화를 반대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는데 분명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하자 노 후보는 "민영화를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라 검토해야 하고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이 후보는 "그럼 이 자료(노 후보의 정책자료를 보면서)들은 노 후보의 참모들이 잘못 만든 것인 모양이다"고 첫 '펀치'를 날렸다.

또 '대북·대미관계'와 관련한 주제토론에서도 이 후보는 노 후보를 겨냥해 "90년 12월에 전민련에서 발표한 자료에는 '미국 중심 탈피' '주한미군 철수'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데 노 후보의 의지인지 밝혀라"고 요구했다.

노 후보는 "재야단체에 몸담고 있을 당시 재야단체 내에서는 주한미군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91년 야당통합 후 주한미군 문제를 놓고 당내에서 토론을 벌인 적이 있을 때 외교적 현실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쪽으로 조율을 보았다"고 답했다.

노 후보의 답변이 끝나자 이 후보는 "그 당시에는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가"라며 따져 묻자 노 후보가 "그렇다"며 강한 어조로 짧게 말하는 등 공방이 빚어지기도 했다.

15분 동안 벌어진 '상호토론'...이 후보 자료 제시하며 노 후보에게 공세

하지만, 이날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토론회 중간 정도에 15분간 벌어졌던 '후보자간 상호토론' 순서였다. 후보간에 상호 질문을 할 수 있는 순서인 상호토론에서 이 후보는 노 후보에 대해 더욱 공격에 열을 올렸다.

이날 대구토론회 역시 이-노 후보간의 공방은 치열했다. ⓒ사진은 KBS TV 화면.
첫 질문자로 나선 이 후보는 앞서 제기한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관련해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서 정당활동을 하다보니 바뀌었다고 하는데 스스로의 생각은 무엇이냐"면서 노 후보를 공격했다.

노 후보는 "원칙은 바꿀 수 없고 정책은 수정되고 타협돼야 한다"고 전제하고 "주한미군과 관련해서는 민주당 정책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시한 없이 주둔해야 한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보였다. 노 후보는 말미에 "통일 이후의 문제를 놓고 주한미군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사상검증을 했던 것과 다르지 않는 이야기"라면서 이 후보의 '색깔론'을 공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이어서도 역시 노 후보를 겨냥하고 역시 관련자료(20001년 11월 8일 - 안동시민학교 특강)를 제시해가며 "노 후보의 정책을 보면 세금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정책 아니냐. 그러면 세금 많이 거둬들여 우리 경제 발전에는 투자 한 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노 후보는 이에 대해 "질문 자체가 내가 생산과 성장에는 관심이 없고 분배만 관심을 가진 사람 아니냐는 식"이라면서 "나는 경제성장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복지 부분은 경제를 죽이지 않는 부분에서 민주당의 정강에 마지막에도 나오듯이 국민 스스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정도는 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이 후보가 다시 한번 노 후보를 대상으로 질문을 하려고 하자 정 후보는 "(자신을 배제한 채) 일방적인 토론을 하는 것은 공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사회자에게 발언 기회를 요청하기도 해 이 후보의 노 후보에 대한 질문 공세는 다소 주춤하기도 했다.

결국 이 후보의 질문 순서에 이어 정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당내 경선 후보에게 너무 딱지를 붙이는 느낌이 든다"면서 이 후보의 색깔론 등의 공세에 책임을 물었다.

노 후보도 질문을 생략하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바라보는 입장이 (나를) 안정되게 바라보고 있는데, 이 후보는 웬만하면 국민들에게 판단을 맡기고, 설만 가지고 공방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결국 10초간의 답변 기회를 요구한 이 후보가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토론하는 것 아니냐"면서 "나는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다"고 맞받는 것으로 후보자간 상호토론을 막을 내릴 수 있었다.

2일 열린 대구토론회. ⓒ오마이뉴스 이승욱
이날 후보자들의 토론회는 이외에도 △지방분권 문제 △정치개혁 △국민의 정부에 대한 평가와 차별화 △차세대전투기 F-X 사업의 문제점 등을 놓고 토론이 벌어졌고 자정을 넘긴 새벽 12시 45분에야 끝을 맺었다.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구경북 경선 승리를 위한 각 후보들의 행보는 더욱 빨라지게 됐고, 3, 4일 이틀 동안 후보들은 지역구를 돌면서 대의원과 당원 등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표심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식목일인 5일 대구에서 열리는 첫 대구대회를 기점으로 3연전을 통해 현재 종합 1위 이인제 후보가 고지를 사수하느냐, 2위 노무현 후보의 재탈환이냐, 정동영 후보의 제2의 돌풍이 가능한지 후보간의 불꽃 튀는 공방을 뒤로한 채 이미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

대구토론회 주요쟁점에 관한 각 후보별 답변 요지

▲국민의 정부에 대한 평가와 차별화 -

정동영="국민의 정부 5년은 IMF를 넘고, 그리고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했던 시간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또 하나는 혁명적 변화에 물꼬를 터 나간 시간이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지식기반 경제틀을 만들고 부정적인 이야기도 다소 있지만 1만3000개의 벤처기업을 육성해 생산엔진을 만든 것도 큰 성과였다. 다만 문제는 아직도 세력정치, 측근정치, 돈 정치 등 부패정치를 척결하지 못했고 지역구도정치를 극복하지 못한 것은 한계로 남는다."

이인제="하나를 고르라는 것은 힘들지만 성공적인 정책은 대북 포용정책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도 북한을 지원하고 변화를 유도하면 화해협력 통일을 시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 구조조정과 개혁을 통해 경제적인 분야에서 IMF 조기졸업을 끌어온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보다 의약분업에 대해 예측을 잘못했다는 것인데 하지만 되돌릴 수도 없다. 그 제도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리고 검강보헙재정도 확충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국민의 정부 임기 중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 정권교체 자체에 있다. 정권교체라는 경험이 우리사회의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 다음은 대북정책으로 꼽을 수 있다. 아직 성공하기 위해 갈 길이 많이 남아 있지만 평화와 안정이 진전된 것으로 희망을 준 것에 높이 평가한다. 4개부문 개혁과 구조조정도 요즘은 다소 이완됐지만 큰 성과를 거둔 부분이다. 국민연금제도는 상당히 인기 없는 정책이었지만 먼 미래를 위해 밀고 나간 자세가 필요했던 부분이었다. 다만 의약분업은 개혁에 있어서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정일 위원장 답방 문제 -

이인제="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 평소 주장이었다. 무조건 와야 한다. 만약 온다면 한 발짝이라도 (남북관계)에 진전될 수 있을 것이다."

정동영="김 위원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월드컵 경기 때 제주도에 와서 답방한다면 60억 전세계 인구가 한반도의 평화와 약속이행을 높이 평가할 것이다. 이는 북한에게도 이로울 것이다."

노무현="남북정상이 만난 사진 한 장이 전세계 인류에게 준 메시지는 엄청났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답방을 반대하는 정치적 견해가 남남갈등을 높게 해서 우려가 된다."

▲지방분권 운동에 대한 평가 -

노무현="중요국정지표로 지방화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나는 93년도 원외였지만 분권화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했다. 하지만 분권화만 가지고는 어렵다. 시장흡인력이 이미 서울로 집중돼 있기 때문에 지방화 전략이 따로 수반되어야 한다. 제정형평기금 등을 마련해서 낙후된 곳에 지원할 수 있는 정책도 한 얘이다."

정동영="결정권을 지방에 내려줘야 하고 돈을 지방에 줘야 한다. 담배세, 주세 등 국세를 지방에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인재를 지방에 남아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의 경쟁력, 지방에 남아도 우수한 인재로 클 수 있다는 이해를 심어줘야 한다. 또 수도권에 모든 가치독점을 두는 교육행정수도를 그대로 둘 수는 없을 것이다."

이인제="지방분권은 신속하고 강력히 추진돼야 한다. 권한과 재정을 많이 지방에 넘기고, 광역단체의 경우에는 경찰, 교육, 경제를 넘겨 강력한 권한을 줘야 한다. 지방에 권한이 없고 재정이 없다보니깐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계적인 추세에도 따라갈 수 없다."

▲차세대 전투기사업 문제 -

정동영="차세대 전투기 사업은 투명성과 국익의 문제라는 두 가지 원칙이 있었다. 이번에는 과거 정권과 같은 뇌물로 빚어지는 등 투명성의 원칙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익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95년 살려고 했을 때 미국이 팔지 않은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는 구 기종이 됐는데 팔려고 하고 있다. 기술이전, 가격 등 국익과 관련이 있는 점인데 이것이 확보됐는지 정확히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인제="내가 과거 국방위에 있을 때 이 문제를 미루면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미루다 보니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는 등 문제가 생겼다. 이번 결정은 합리적으로 잘한 결정이라고 본다. 여러 가지 부가적인 협상을 국방부에서 앞으로 충실히 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노무현="일단 이번 사업은 압력이나 로비는 아닌 것 같다. 다만 미국의 눈치를 본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이 된다. 우선 이 사업의 전략적 목표가 북한이냐, 아니면 중국과 일본을 포괄하는 것이냐는 등에 대해서 판단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가 부족해 함부로 경솔하게 판단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최종적으로는 정치적 고려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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