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26일 이인제 후보의 집 앞에는 각지에서 몰려든 200여 명의 지지자들이 '사랑해요, 이인제' 등을 외치며 장시간 지지 농성을 펼쳤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취재=이한기 구영식 이병한 최경준 기자
사진/ 권우성 기자
동영상/ 디지털 미동


이인제 고문 집앞 풍경 "사랑해요, IJ" / 김정훈 기자

이인제 고문 자택 주변 풍경과 회의 결과 발표/김정훈 기자

[관련기사]
이인제 후보 기자회견, "급진세력 의한 당 좌경화 막겠다" / 특별취재팀

<제9신 대체 : 27일 오전 7시>
이인제 고문, 오늘(27일) 오전 10시 당사 기자실에서 긴급 회견


선택의 날은 밝았다. 이인제 고문은 '경선 계속 참여'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후보 사퇴' 여부를 놓고 26일 저녁 측근의원들과 2시간 여 동안 대책회의를 열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이인제 고문이 오늘(27일) 오전 10시 민주당사 기자실에서 긴급 회견을 갖고 자신의 '거취'에 대한 최종 결정을 밝힐 예정이다.

▲ 대책회의를 마치고 이 고문의 자택에서 나온 김윤수 공보특보. ⓒ 오마이뉴스 권우성
26일 밤 9시27분께 대책회의를 마치고 나온 김윤수 공보특보는 "27일 오전 10시 여의도 당사에서 이인제 후보가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 사퇴' 여부 등 자신의 거취를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김 특보는 "이 고문은 오늘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겸허히 수렴한 뒤 밤새 심사숙고해 거취에 대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 특보는 "(이 후보의) 단호한 분위기가 누그러졌다고 봐도 되느냐"고 묻자, "전혀 모르겠다"며 "(이 후보가)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특보는 "'획기적인 조처'가 이 기자회견에서 거론되느냐"는 질문에 "일단 그런 제안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해 '조건부 경선 참여'에 대한 전략을 수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26일밤의 측근의원 대책회의에서는 계속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원이 14명이었고 사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3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고문은 측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형식으로 '경선 계속 참여'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약 이인제 고문이 경선 참여를 선언한다면, 이 고문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우선 국민참여 경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열기가 매우 높은 시점에서 음모론 등 증거가 뚜렷하지 않은 것을 근거로 사퇴를 할 경우 엄청난 국민적 비난을 면키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97년 대선때의 경선불복에 이어 이번에도 불복할 경우 '민주주의의 파괴자'로 낙인찍혀 정치적 재개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끝까지 경선을 치러 진다 하더라도 6월 지방선거 이후의 상황변화 속에서 재기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계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이 고문의 이틀간의 장고가 '득표전략'의 일환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이번의 '시위'를 통해 노무현 고문쪽으로 기운듯한 '대세'를 향해 '나 이인제를 이대로 코너로 몰면 판이 다 깨진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면서 오는 주말의 경남과 전북 경선에서 그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어쨌든 이 고문은 오늘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26일 오후 8시30분 회의 종료..."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밤 9시께 가장 늦게 밖으로 나온 김기재 선대본부장은 '왜 늦게 나왔느냐'는 질문에 "마지막 정리를 하고 나왔다"며 "오늘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니 밤새 고민해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현-정동영-김근태가 바라본 'IJ 사태'

"이 후보가 탈당하거나 불복하지 않을 것"
- 노무현 후보


"이인제 후보가 신중하게 판단할 것으로 본다. 적어도 탈당, 경선 불복은 하지 않을 것이다. 후보가 1명만 남더라도 끝까지 전력을 다해 뛸 것이다. 경선을 한 달 더 끌자는 이야기도 있으나 나는 마음이 바쁘다. (후보가 곧장 확정되면) 지방선거를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 경선에 참여할 진심 어린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승부욕이 없어지면 김 빠진다.

경선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 짐짓 작위적인 연출을 할 필요는 없으며, 국민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본선 경쟁력이 있으니까 당연히 경남에서 표가 몰릴 것이며,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도 몰표가 나올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 후보쪽이) 조직력으로 버텨왔으나 '광주 쇼크' 이후 조직력이 무너지기 시작해 내 쪽으로 표가 몰리기 시작했다."

"경선의 바람을 빼기보다는 활력을 넣길"
- 정동영 후보


"한국과 미국은 정치문화가 다르다. 만약 이인제 후보가 중도 사퇴한다면 경선은 축제가 되기 어렵다. 미국은 경선 도중 포기하고도 축제 분위기가 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경선의 성패를 재는 잣대는 후보가 선출되었을 때 축제 분위기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다. 이 후보, 노 후보와 함께 3명이 끝가지 경쟁하길 희망한다. 이 후보는 책임있는 정치 지도자로서 경선의 바람을 빼기보다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이 후보의 '음모론'은 무협지 같은 얘기다"
- 김근태 의원


"나도 이 후보쪽의 음모론을 들었는데 말도 안된다. 한 마디로 무협지 소설 같은 얘기다. 박지원 청와대 특보가 과연 한화갑 후보나 나에게 영향을 끼칠 만한 영향력이 있겠나. 다른 후보도 아니고, 노무현 후보가 음모를 꾸몄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내가 광주경선 전에 전격 사퇴한 주된 이유는 광주에서 개혁후보를 단일화해야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개혁진영 내부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노 후보가 나보다 지지율이 높았기 때문에 양보했다."
김 본부장은 '대다수 의원들은 계속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인 것 같은데, 이 후보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보느냐'고 묻자, "의원들의 압도적 의견이 존중되겠지"라며 "(이 후보가 의원들의 경선 참여 건의에 대해) 별다른 내색은 하지 않고, '잘 들었다. 내게 맡겨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김 본부장은 "(박지원 특보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었다"며 "이 후보가 '자기는 그런 말을 안했는데 왜 그런 보도가 나갔는지 시정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 본부장은 '경선에 다시 참여하는데 대한 조건 같은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후 8시30분께 대책회의가 마무리되고 의원들이 집 밖으로 나왔지만, '후보 사퇴' 여부는 이인제 고문의 '선택'으로 남긴 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인제 경선 캠프의 대변인인 전용학 의원은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이인제 고문이 회의가 끝난 뒤 '좋은 말씀 많이 들었다. 내가 좀더 심각히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이 고문에게 '내일쯤 결정이 나겠냐'고 묻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전 의원은 "(이 후보가 '박지원 퇴진' 주장과 '획기적인 제안' 등을 주장했다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오후 8시20분께 전용학 의원은 집 밖으로 나와 회의 내용을 취재중인 기자들에게 중간 브리핑을 했다.

"현재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오후 6시20분부터 의원들과 이 후보가 저녁을 함께 하면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지만, 이 후보는 현재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국민경선의 취지를 살려서 어렵지만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과 '깨끗이 접자'는 의견으로 엇갈렸다. 오늘 의원들의 의견은 충분히 듣고 심사숙고해서 빠르면 내일쯤 결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 대책회의 도중 집밖으로 나온 전용학 의원 앞에 수십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어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귀울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회의는 언제 끝나는가.
"현재 돌아가면 한 마디씩 거의 했으니까 앞으로 얼마 안 걸릴 것이다."

- 김윤수 특보가 말한 '획기적인 제안'은 무엇인가.
"이 후보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지금 (이 후보는) 특정인의 거취 등 작은 문제로 고뇌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경선의 기획과 의도를 훼손하려 했다면 경선에서 중립을 지키겠다는 대통령의 뜻과도 맞지 않기 때문에 시정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얘기였을 뿐이다. 획기적인 조처 등 협상 조건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 (회의에서) 박지원에 대해 얘기가 거론되지 않았는가.
"그런 내용을 언급한 적이 없다."

- (회의에서) 박지원 퇴출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단 말인가.
"그렇다. 후보는 그런 말 한 적이 없다."

- 김윤수 언론특보의 말과 다른데.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내 말을 (이인제 캠프의) 공식 입장으로 알아달라."

- 오늘(26일) 청와대와 접촉한 적이 있나.
"그 부분은 말할 수 없다."

- 오늘 청와대에 연락을 취했나.
"(이 후보로부터) 특별히 들은 게 없다."

- 이 후보의 단호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인가.
"경선을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고,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전 의원은 오늘 대책회의 분위기에 대해 "참석한 의원들의 대체적인 흐름은 오전 참모회의 대와 비슷하지만, 오늘 오후 유 지사쪽의 성명 발표 이후 '뭐가 있긴 있구나. 그러나 국민과 당을 위해 계속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오후 8시40분 회의를 마치고 나온 김명섭 의원은 "이 고문이 회의가 끝나기 직전 하루만 여유를 달라고 했다"며 "이 고문에게 경선에 출마한 이상 지면 결과에 승복해야 본인도 살고 모두가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송영진 의원은 '박지원 사퇴 전제로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것을 전제로 한 것 아니"라며 "그러나 그 문제(박지원 사퇴)는 별개로 제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송 의원은 "박지원 얘기만 나오면 (이 후보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고 전했다.

박지원 특보, "정치불개입 지켰다...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

▲ 박지원 청와대 정책특보.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이종호
음모론의 당사자로 지목된 박지원 청와대 정책특보는 26일 오후 유종근 지사쪽과 이인제 고문쪽이 제기한 '음모론'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닌 허무맹랑한 소리로 일일이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반박했다.

박 특보는 특히 '유 지사 경선포기 압력설'에 대해서도 "유 지사가 같은 아파트의 같은 동으로 이사왔다는 얘기를 우연히 수행비서로부터 전해듣고 유 지사 집에 찾아간 적이 있다"며 "그러나 유 지사의 식구와 비서진이 보는 앞에서 차 한 잔과 과일을 들면서 10여 분 간 얘기를 나누다 'TV토론 잘 하시라'고 말하고 돌아왔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한 이인제 후보 진영 김윤수 특보의 "박지원 씨의 오른팔로 불리는 유종필 씨를 노무현 고문쪽의 언론특보로 앉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유종필 씨와는 당과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지만, 특별히 가깝거나 먼 사이는 아니다"며 "그 분이 노무현 고문 캠프로 간 것은 나와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나는 일절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있으며,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며 청와대 재입성 당시 약속했던 '정치불개입'을 재확인했다.

이인제 고문 진영에서는 "음모론의 배후인 박지원은 물러가라"며 '표적'을 박지원 특보로 구체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고문 진영에서 박 특보를 겨냥하고 있는 것은 결국 청와대 더 나아가 김대중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청와대쪽은 "조심스럽고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불개입 선언을 했는데 그에 누가 될까봐 매우 조심스럽다"며 "정치적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은 하지 말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고문 진영의 주장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고 청와대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모처럼 살아난 국민경선이 다른 요인으로 인해 좌초돼 국민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청와대에서) 뭘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당과 후보자가 잘 풀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박지원 특보가 자신의 입장을 다 설명했지 않느냐"며 "나서면 나설수록 논란에 휩싸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이인제 고문이 어떤 얘기도 (공식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공보특보나 측근 의원들이 한 얘기를 이 고문의 본심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현재 '박지원 사퇴'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이인제 고문이 막판에 '경선 계속 참여' 쪽으로 선회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어 청와대의 대응도 주목된다. / 구영식 기자


<제8신 대체 : 26일 오후 8시>
측근 의원들 10여 명 도착...오후 6시 직후 회의 열려
김윤수 공보특보 "박지원 사퇴해야...오후 6시 회의에서 결론"


오후 8시께 집 밖의 상황을 살피려고 잠시 마당으로 나온 이근진 의원은 '회의 상황'에 대해 묻자, (두 주먹을 맞부닥치며) "격론을 벌이고 있다"고 짧게 말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후 7시가 넘어 날이 어두워지자, 지지자들은 가로등과 방송카메라 조명을 불빛 삼아 이 고문 집 앞에서 "떳다 떳다 이인제, 날아라 날아라" "힘내라 이인제" "대통령 이인제" 등을 연호하고 있다. 그러자 7시45분께 원유철 의원이 집 밖으로 나와 "시끄러워 회의에 방해가 되니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을 하기도.

오후 7시40분 현재 박범진 전 의원과 홍재형·이근진·김명섭 의원 등이 추가로 결합해 전체 14명의 전·현직 의원들이 모인 가운데 이 고문 자택 지하에서 대책회의가 진행중이다.

이훈평 의원은 오후 7시18분께 이 고문 자택에서 나왔다. 이 의원은 '이 고문을 설득하는데 실패해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건 아니다. 개인적인 약속이 있어서 식사만 하고 나온 것"이라며 자리를 떠났다. 한편, 회의는 오후 6시 직후에 시작됐다.

▲ 이인제 고문 지지자들과 기자들로 북적이는 이 고문 자택 주변.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후 6시 회의가 '후보 사퇴 여부' 분기점될 듯

이인제 고문이 후보를 사퇴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경선에 참여할 것인지를 결정한 분기점은 오후 6시로 예정된 참모들과의 회의다. 그러나 일부 측근 의원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회의가 다소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후 6시 10분 현재 이인제 고문의 집에는 김기재 선대본부장과 신낙균 고문을 비롯해, 송영진·이훈평·조재환·장장선·전용학·원유철·김효석·이희규·장성원 등 10여 명의 의원들이 도착했다.

장정선 의원은 "조건 없이 경선에 가야 한다"고 밝혔고, 김효석 의원도 "조건을 붙이지 말고 크게 나가야 된다"고 말했다. 장성원 의원은 "(경선 참여를) 설득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오전 참모회의 때 결론처럼 '경선 참여를 설득해야 한다'는 분위기였으나, 구체적인 질문에는 "회의 결과를 보자"며 답변을 유보한 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창우 보좌관은 "이인제 고문은 1층 거실에서 하루종일 말이 없이 (방문자들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고 실내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이 고문의 집 앞에는 지지자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는 가운데 오후 6시20분 현재 약 200여 명이 결집해 있다. 이들은 21세기 산악회, 인사모(팬클럽), 국민동우회, 서울 마포 갑·을 지구당원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애초 '이인제 고문의 경선 후보 사퇴'를 주장하다가 차츰 "노무현 사퇴" "유종필 자폭" 등을 외치며 '노무현 고문'에 화살을 돌렸다.

또한 이 고문 집 앞에는 SBS, MBC 등 방송사의 대형 중계 차량이 들어서 있으며, 취재 및 사진기자들도 100여 명으로 급속히 불어났다.

오후 5시20분 잠시 집 밖으로 나온 김윤수 공보특보는 기자들에게 "국민 경선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종되는 인형극이 됐다"며 "박지원 특보는 모든 사실을 공개하고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 서울시 강남구 자곡동에 위치한 이인제 고문의 자택. ⓒ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 특보는 '박지원 특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김 특보는 "박지원 특보의 사퇴 요구말고도 (청와대에 요구할) 또 다른 '획기적인 제안'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오후 4시20분께 김윤수 특보는 기자들에게 "오후 6시 김기재 선대본부장 등 지지 의원들과 (이 후보가) 회동을 갖고 향후 거취에 대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특보는 특히 "이 고문이 '달을 보라고 하는데 달은 쳐다보지 않고 가리키는 손만 바라보는 한심스럽고 어리석은 자들이 안타깝다'는 말로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 고문이 '나뭇가지가 흔들리면 바람이 이는 것인데 그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한화갑-김중권은 나뭇가지다. (그들은) 광주의 뜻이라고 했는데, (그들의 후보 사퇴 이면에는) 모종의 조처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김윤수 특보와의 일문일답.

- 이 고문이 경선을 포기할 것이라고 느껴졌나.
"그렇게 느꼈다. 어떤 특단의 제안을 해서 받아들이면 (경선에) 게속 참여할 것이고 아니면 포기할 것 같다."

-그 제안은 청와대를 향한 것인가.
"그렇게 추정된다."

- 저녁회의 때 그런 얘기를 할 것인가.
"의원들이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고 이 고문은 본인의 생각을 말할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의견이 모아질 것 같다."

- 그 제안이란 게 불공정 경선에 대해 청와대가 책임지고 조처를 취하라는 것인가. 그 제안에는 '특정인 사퇴'도 포함되나.
"지금 얘기할 수 없다."

- 그 안에 당 지도부도 포함되나.
"논의해 봐야 안다."

- 박지원 특보는 포함되지 않나.
"포함될 것 같다."

- 'K'도 있나.
"'K'는 없다. 아니다. 박지원이 (음모론은) 사실무근이라고 한 것은 오늘 유종근 지사쪽에서 밝힌 자료에서 거짓임이 드러나지 않았느냐. 박지원의 오른팔인 유종필 특보가 노무현의 언론특보다. 그것은 박지원과 노무현의 강한 연대를 말한 것이다."

- (요구 사항중에) 박지원 특보의 사퇴가 포함되나.
"의원들이 결정할 사항이다."

- 그럴 것 같은 감이 있나.
"그렇다. 발본색원 차원에서…."


<제7신 대체 : 26일 오후 3시55분>
전용학 의원 "불공정 경선에 들러리로 나설 수는 없지 않는가"


강남구 자곡동 이인제 후보의 집앞은 오후 4시 7분 현재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50여명의 지지자들은 대문 바로 앞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손을 치켜들고 "이인제는 우리가 지킨다, 경선을 사퇴하라"고 외치고 있다. 이들은 '이인제 고문 힘내세요, 사랑해요' 등이 적인 머리띠를 매고 있다. 낮 12시경부터 '시위'를 하고 있는 이들은 40,50대의 중년 남녀들이다.

그런가 하면 '끝까지 경선을 해야 한다'는 이들의 방문도 계속되고 있다. 이인제 후보 지지모임인 '인사모'의 강원택 운영위원장은 오후 3시경 이 후보의 집에 들어가면서 "오늘 오전에 우리끼리 모임을 했는데 기본적으로 끝까지 가야 한다고 정리했다"고 말했다.

▲ 이인제 고문 집앞에 나타난 도사(?). ⓒ 오마이뉴스 최경준
이런 와중에 오후 3시45분께에는 본인을 '여래진인 스님'이라고 소개한 '도사'가 삿갓에 도포를 쓰고 이 후보 집 앞에 나타났다.

이 도인은 휴대폰으로 이 후보의 한 비서와 통화를 한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 도인은 "가서 이 후보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천기누설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후 3시 25분께 이 후보의 집으로 들어간 김윤수 공보특보는 "경선을 계속할 것 같으면 오후 4시께 입장 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4시 5분 현재 입장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한편, 오후 2시 이인제 후보의 집에서 나온 전용학 의원의 표정은 오전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보다 훨씬 더 굳어 있었고, 붉게 상기된 표정이었다.

전 의원은 집밖에 있던 기자들에게 "이인제 후보는 아주 단호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오늘 유종근 지사쪽에서 보도자료를 냈는데, 민주주의의 꽃인 국민경선제가 대통령의 최측근에 의해 사전에 기획되고 의도한 구조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민족 파괴행위로서 이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 이인제 캠프의 김윤수 언론특보. ⓒ 오마이뉴스 구영식

이인제, 다시 불지피는 '음모론'...왜?

이인제 고문이 후보 사퇴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캠프에서 다시 음모론을 제기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윤수 공보특보는 오후 1시40분경 기자간담회에서 △김중권 후보의 갑작스런 사퇴 △유종근 지사측의 성명서 △ 박지원-유종필(노무현 후보의 언론특보) 유착설 등을 제기하며 또다시 음모론 공세를 펼졌다.

김 특보의 공세는 오전 긴급대책회의의 "산발적인 음모론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어서 '왜, 몇시간만에 다시 음모론인가'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김 특보는 유종필 씨에 대해 "그는 박지원 특보의 오른팔이었다"면서 "그런 사람이 노 후보의 언론특보로 가있고, 결국 박지원 특보와 노무현 후보의 강력한 연계가 있음을 밝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종필 특보는 "박지원 씨가 대변인일 때 나는 부대변인이었고, 청와대 수석일 때 나는 비서관이었지만 서로 부서가 달랐다"면서 "기본적으로 같이 정권재창출을 위해 노력했을 뿐이지 무슨 음모를 함께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음모론은 국민과 당원에 대한 모독"이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또한 이인제 캠프 측은 "노무현 후보의 출생지가 경남 김해라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 전남 강진이라는 말이 있다"면서 "김해인지 강진인지 공개하기 바란다"고 노 후보를 공격했다. 이에 노무현 후보 측은 즉각 "10대조 이래로 김해 진영에서 살아왔다"며 반박했다. / 이병한 기자
다음은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 단호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이대로는 적당히 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입장 발표는 언제쯤 나올 것 같은가.
"오늘중으로 입장 발표는 안 나올 것 같다."

- 유 지사쪽의 보도자료를 (이 후보에게) 보고 했나.
"이 후보는 이미 그 같은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다. 대단히 분개하셨다."

- 아침 참모회의 때 '그냥 간다'고 했는데, 이인제 후보가 지금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말인가.
"그렇다."

- <문화일보> 등 석간에서 제목으로 '사실상 경선 포기'라고 나왔는데.
"그럴 가능성도 있다. (이인제 후보는) 현재 최종 결심은 아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이다. 불공정 경선에 들러리로 나설 수는 없지 않는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단호한 입장이신 것으로 알고 있다."

- (일부 조간신문 기자들이) 조간도 그렇게 (석간처럼) 나가도 되느냐.
"아침회의 때는 '계속 하십시오'라고 하면 (이 후보가 경선에) 나올 것 같았는데, 이 쪽(이 후보 자택)에 와서 직접 만나보니까 다르더라. 어떻게 석간이 그렇게 정확히 짚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조언은 할 수 있지만 되돌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 경선을 포기할 경우, 잘못된 부분을 지적할 것인가.
"그렇다."

- 유 지사가 사퇴 당시 제기했던 음모설의 배후가 이 고문으로 알고 있는데.
"그 당시 기자들이 전혀 실체에 접근을 못한 것이다."

- 그렇다면 경선 불복종인가, 아니면 사퇴인가.
"두고 보자."

한편, 이 날 오후 1시30분께부터 '국민동우회'(전 국민신당 지구당위원장 모임) 소속 회원 20여 명이 이인제 후보 집 앞에 모여 있고, 일부 지지자들이 모이고 있다.

이인제 후보 경선대책본부 서울지역 공동본부장인 차일호 씨는 "국민동우회 소속 회원 100여 명이 이인제 고문 집으로 모여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동우회 내부에서도 사퇴와 경선 참여 의견이 반반"이라고 말했다.

▲ 이인제 후보 경선대책본부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전용학 의원. ⓒ 오마이뉴스 최경준

<제6신 대체 : 26일 오후 2시20분> 이인제 후보 사실상 경선 포기한 듯

이인제 후보가 사실상 국민경선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경선에 참여하자'는 26일 오전 참모 회의 결과와는 달리, 이 후보는 국민경선제가 올바른 취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등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후보 사퇴'나 '경선 불참' 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이 후보는 25일과 26일 선거운동에 나서지 않고 집에서 향후 거취에 대한 숙고중이며, 내일(27일) 오전 10시40분 창원KBS에서 주최하는 대선주자 합동토론회도 불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오후 1시 이 후보의 집에 찾아온 선대본 대변인 전용학 의원은 기자들에게 "(이인제 후보가) 승산이 있지 않느냐. 당과 국민을 위해 끝까지 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민주주의의 꽃인 경선이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느냐는 것에 대해서는 (이 후보의 의지가) 결연하다. 오늘 유종근 지사의 부인도 '박지원 압력설'을 주장하지 않았느냐"고 밝혔다.

전 의원은 '오늘(26일) 아침 참모회의의 결과를 이 후보가 수용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 고문은 단호한 입장"이라고 대답했다. 전 의원은 "(이 후보의 단호한 입장은) 현재 진행되는 국민경선제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한 의지"라고 밝혀 이 후보가 '계속적인 경선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임을 간접 시사했다.

▲ 26일 낮 12시께 박병석 의원이 이인제 고문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 오마이뉴스 최경준

전 의원은 "(아침 참모회의 결과와 이 후보의 입장은) 분위기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며 "(단호한 입장에 대한) 설득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전 의원은 "국민 앞의 결단은 후보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낮 12시께 들어갔다가 오후 1시14분께 이 후보의 집에서 나온 박병석 의원은 "(이 후보가) 대단히 결연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며 "결연한 의지는 경선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안된다는 것을 포함한 복합적인 의미"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오늘 안에 액션이 있느냐'는 질문에 "시점이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한편, 이 후보 진영의 김윤수 공보특보는 이 날 오후 1시40분께 민주당 기자실에서 "이인제 후보가 (경선을) 계속 가든 포기하든 창원KBS 토론은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특보는 "이 후보에게 'TV 토론은 어떻게 하시겠는냐'고 묻자 '그것 참석해서 뭐하냐, 안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전화 통화로 느끼기에는 그만 두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김기재, 장성원, 김효석 의원이 자택으로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면서 "오늘 오후에 기자회견을 하면 경선을 계속 하는 것이고, 기자회견을 안하면 그만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특보는 "경선을 안할 경우 굳이 오늘 기자회견을 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제5신 : 26일 낮 12시45분>
이 후보 집 앞 '후보사퇴' '경선참여' 다른 입장의 지지자들 시위


낮 12시께 강남구 자곡동 이인제 후보의 자택으로 박병석 의원이 찾아왔다. 박 의원은 '중도개혁포럼의 입장을 전하러 왔느냐'는 질문에 "개인 자격으로 왔다"고 답했다.

또한 박 의원은 '이인제 후보가 불러서 온 것이냐'고 묻자 "(이 후보에게) 여러가지 할 얘기가 있어 자발적으로 찾아온 것"이라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 이인제 고문을 지지하는 한 여성이 담벼락에 매달려 '경선 불출마'를 절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최경준
박 의원이 이 후보의 집안으로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도 안양과 수원 등지에서 왔다는 10여 명의 40대 남녀가 이 후보 집 앞에서 '이인제' '이인제'를 5분 동안 연호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의 여성 지지자는 이 후보 집 담벼락에 두 팔을 얹은 채 눈물을 흘리며 "경선에 출마하지 마세요" "이인제 고문은 우리가 지킨다"고 절규를 하기도 했다.

이 후보 지지자들은 낮 12시25분 현재 이 후보 집 앞에 머무르고 있다. 이들은 '무슨 얘기를 하려고 왔느냐'는 질문에 "경선을 하려면 7명의 후보가 모두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그러한 음모에 빠지지 말고 경선 후보를 사퇴하라고 이야기하러 왔다"고 말했다.

한편, 집 앞에 있던 이 후보의 한 측근은 갑작스런 해프닝에 적잖이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그만하고 돌아가라"며 지지자들을 설득했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낮 12시 29분께에는 '경선불복은 안된다'는 또 다른 이인제 후보 지지자 4명이 나타나 시위를 벌이는 이색적인 광경이 연출됐다. 자신이 이인제 선대본 경기도지부장이라고 밝힌 50대 남자 이봉종 씨를 비롯한 4명은 이 후보 집 앞에 도착해 집 안으로 들어가려다 제지당했다. 그러자 이 가운데 3명이 담벼락을 넘어 집 안으로 들어갔지만, 이내 경호원들에 의해 쫓겨났다.

유종근 지사, '청와대 음모론' 가세

유종근 지사쪽이 26일 '음모론'을 다시 제기했다. '강한 한국을 위한 포럼' 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유 지사쪽은 "청와대 박지원 특보가 음모론에 직접 개입한 증거가 명백하다"며 지난 2월 27일 박 특보의 유 지사 자택 방문 사실을 공개했다. 이 날 성명서는 유 지사가 탈당한 상태여서 당사에 배포되지 못하고 각 언론사에 팩스 등을 통해 전달됐다.

이 날 성명서를 통해 공개된 사실에 따르면 박 특보는 지난 2월 27일 밤 11시30분경 유 지사의 자택(여의도 한양아파트)을 방문해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이날 박 특보는 유 지사에게 정부에 대한 비판을 자제할 것을 강하게 종용했다고 한다.

"대화 장면을 지켜본 보좌진들에 의하면 서로 상기된 표정으로 40여 분 간 심각한 내용으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박 특보는 이 자리에서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그만둘 것과 대선후보 사퇴를 강한 어조로 촉구했으며 이 같은 주문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모종의 조치가 있을 것임을 내비쳤다. 그러나 유 지사는 박 특보의 요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그 이후 사태는 유 지사의 구속으로 이어졌다."

유 지사쪽은 이어 "대통령을 보좌하는 권력 핵심부 인사들에게 경고한다"며 "만약 지금까지와 같은 자세로 실상을 호도하려 한다면 사태는 겉잡을 수 없는 국면을 야기할 수도 있음을 명백히 하고자 한다"고 경고했다. / 구영식 기자
이봉종 씨는 '왜 찾아왔느냐'고 묻자, "이인제 후보가 경선에 불복해 후보를 사퇴하지 말고 끝까지 해야 한다"며 "그래서 민주당내 정치적 입지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러 왔다"고 밝혔다.

한편, 낮 12시25분께 이 후보의 보좌진 한 명이 도시락 8인분을 사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낮 12시40분 현재 이 후보의 집 앞에는 SBS와 YTN 카메라 기자들을 포함해 각 언론사에서 나온 20여 명의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4신 : 26일 낮 12시>
측근 회의 "심기일전해서 계속 가자" 합의...김기재 오늘 이인제 방문


"선택은 이인제 고문 자신에게 달려있다."
후보 사퇴를 논의한 26일 오전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의 말이다.

오전 8시30분부터 11시까지 약 2시간 반동안 진행된 이인제 경선대책본부 대책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후보를 사퇴하지 않고 경선을 계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김기재 경선대책본부장은 오늘 중으로 이 후보를 찾아가 이런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회의 직후 김 본부장은 "많은 의원들이 (경선을) 계속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라며 "심기일전해서 가는 것이 정치 발전과 당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는 "오늘 중으로 지역위원장이나 당원들의 의견을 좀더 수렴해서 후보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전용학 의원은 "국민경선을 통해 모처럼 당이 국민속에 자리잡기 시작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나라와 당과 후보자신을 위해 도움이 되는 진지한 자세인가를 생각했다"며 후보 사퇴 만류로 의견을 모은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선택은 여전히 후보의 몫"이라면서도 "가능성이 반반이라기 보다는 그분도 나라와 당과 국민을 생각할 때 무엇이 최선의 길인가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 26일 오전 이인제 후보 경선대책본부 사무실에 모인 관계자들. 맨 왼쪽이 전용학 대변인, 그 옆이 김기재 선대본부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일단 캠프의 핵심 의원들이 거의 모두 모인 26일 오전 회의를 거치며 전날과는 달리 '사퇴 강행'이라는 강경론은 급히 잦아든 분위기다. 이제 공은 이인제 후보에게 넘어갔다. 이 후보는 현재 모든 선거운동을 중단한 채 서울 자곡동 자택에서 숙고중이다.

이 고문의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루가 아까운 경선 상황인데다 바로 내일 오전 10시40분 창원KBS에서 주최하는 대선주자 합동토론회가 잡혀있다.

이 날 회의에서는 지금까지 이 후보의 선거전략의 실패를 인정하고 전략 수정도 논의됐다. 김기재 본부장은 "그동안 우리 후보가 너무 본선에서 하듯이 연설한 감이 있다"며 "선거 캠페인 스타일과 연설 내용 등이 좀더 서민적이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모론'에 대해 "좀더 증거가 확실히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산발적인 대응은 현명치 않다고 본다"고 말해 지금까지 '선거전략으로서의 음모론'이 성과가 거의 없었음을 내비쳤다.

전용학 의원은 "연설, 캠페인, 후보의 자세 등 한마디로 말하면 후보가 심기일전해서 국민과 함께, 국민 속으로 들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만약 이 후보가 후보를 사퇴하지 않고 경선을 계속하는 선택을 할 경우 지금까지 음모론 제기를 자제하고 큰 덩치를 유지해온 경선대책본부도 축소하며 직접 뛰어다니며 대국민 여론에 호소하는 대폭적인 전략의 수정이 예상된다.

김효석 의원은 "이인제 후보는 지금 이런 사면초가를 돌파하는 큰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줘야한다"면서 "선거캠페인 방식을 바꿔 새로운 모습, 새로운 정치로 다가가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 26일 오전 여의도 이인제 후보 선대본 사무실에서 김기재 선대본부장이 참모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3신 : 26일 오전 10시30분>
이인제 후보, 자택에서 숙고중...측근들은 '경선 참여' 다소 우세


이인제 후보의 사퇴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위해 오늘(26일) 오전 8시30분 여의도 경선대책본부(선대본) 사무실에서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 예정이었으나, 이인제 후보가 오전 10시30분 현재까지 강남구 자곡동 자택에서 칩거하고 있어 어떤 결론이 날지 아직 안개속이다.

이인제 선대위 사무실에서 이 후보를 기다리던 김기재 선대본부장을 비롯해 전용학·원유철·이훈평 의원 등 20여 명의 원내·외 위원장들은 오전 9시30분께부터 이 후보가 불참한 가운데 자체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도중 잠시 밖으로 나온 이근진 의원은 "비바람이 치고 사면초가가 되더라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이인제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 후보가 여기(대책회의)서 결론을 도출해 제기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들은 오전 8시30분부터 캠프 사무실에 속속 도착해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이 후보를 기다렸다. 이들은 서로 말을 아끼면서도 '사퇴'라는 단어가 들릴 때마다 촉각을 세우는 등 회의실에는 긴장감마저 흘렀다.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던 원유철 의원은 '참모들의 뜻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후보의 의지가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고, 송석찬 의원도 "사퇴냐, 아니냐는 아직 모르는 일"이라며 "결국 후보가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한 측근은 "현재 참모들의 뜻은 반반"이라며 "나 같으면 스톱하는 쪽에 걸겠다"고 말했고, 이용삼 의원은 "이 경선을 더 이상해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이인제 후보 선대본 대변인인 전용학 의원은 "여론 수렴을 해보니까 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이 후보는 여론의 중심에 당당히 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또한 '영남후보 필패론'에 대해 설명하고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끝까지 가야 한다. 경선의 의미를 살리고 최후까지 최선을 다하는 정치인의 자세를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경선대책본부를 해체해야 한다. 경선본부가 있음으로 해서 이 후보의 특징인 돌파력과 추진력이 지장을 받는다. 또 괜히 조직 선거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처럼 가야 한다. 경선대책본부라는 큰 모자를 쓰고는 움직이기가 힘들다."

이인제 후보 홈페이지 접속 안돼
안티 사이트에는 비판 글 줄줄이

25일 이인제 고문이 후보사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26일 오전 11시 현재 이 고문의 홈페이지는 접속이 안되고 있다. 그러나 안티이인제 사이트인 '이반사모'에는 후보사퇴설을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정모양'이란 ID의 네티즌은 "이인제는 역시 그럴 줄 알았다"며 "(하지만) 국민은 신뢰를 잃은 정치인에게 절대 투표하지 않는다"고 적고 있다. 또한 '민'이라는 ID를 쓰는 네티즌은 "이인제는 이제 끝났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쓰고 있다.

"이유는 매사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어리석은 판단으로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도 비틀거리면서 어떻게 막강한 상대(이회창)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인지. 매사가 자기의 뜻대로 안될 경우에는 자기의 능력이 이것밖에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도 가져볼 줄 알아야 됨에도 매사를 남의 탓으로 생각하는 것은 정말로 한심한 생각이 든다."

ID '전북인'이라는 네티즌은 이 고문의 후보사퇴설에 대해 "국민을 상대로 겁주나"라고 비난했다. 그는 "한 달 전만 해도 대세라며 골고루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며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세가 불리하니까 자기를 키워준 분이나 도와준 분을 향해 증거도 없이 음모론이니 하면서 배반을 하다니"라며 "모든 사람이 당신을 우러러봐야만 직성이 풀린단 말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름답게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 민주주의자요. 아직도 당신은 50%를 넘는 1등이잖소. 계속 경선을 하시오. 잔대가리 굴리지 말고 간단하게 생각하소. 승리하면 상대방을 위로하고 지면 깨끗이 승복하고 상대방을 축하하는 그런 페어플레이를 국민은 보고 싶소."
일단 김기재 선대본부장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라는 말만 남겼고, 이 후보가 사무실에 나오고 있지 않은 가운데 자택에서의 칩거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 후보는 참모들의 대책회의에서 결정된 안을 자택에서 보고 받고 최종 결단에 참조할 것으로 보인다.

안동선 의원은 "지금 질 것도 없다. 나가서 싸우는 것이다. 국민경선제를 해서 결판내면 된다. 노무현은 검증이 안됐다. 거품이다. 음모론은 일부 사람이 의심을 갖고 있는 것이지만 설사 의심이 들어도 제기하지 말아야지 왜 하나. 지금 대의원으로도 질 것이 없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또한 '어제 사퇴설'을 묻는 질문에 "어제는 일부 사람이고, 우리 같은 사람들 말도 들어야지"라고 말했다. 안 의원에 따르면 끝까지 가겠다는 의원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경선은 계속돼야 한다"

한편, 정동영 후보 진영의 김현종 특보는 26일 오전 9시30분께 민주당사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인제 고문의 후보사퇴 움직임과 관련한 정 후보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낡은 정치에 물든 낡은 사고가 경선을 망치고 있다. 우리 당의 대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음로론과 정계개편론, 보·혁 논쟁 등은 청산돼야 할 구시대적 사고다. 어떻게 국민을 줄 세울 수 있나. 승리 지상주의에 물든 깡패정치이고 협박정치이며 구태의연한 이합집산의 정치다. 우리는 이런 구태들을 추방하기 위해 국민경선을 실시한 것이다."

김 특보는 "일부 기자들한테 합의 추대를 위한 당규 개정 관련 질문이 있었다"며 이에 대해 "경기 중에 룰을 바꾸자는 상식 이하의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복수의 후보가 존재하는 한 상황변경의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며 "이인제 후보가 사퇴하더라도 노무현-정동영 후보가 남아 있기 때문에 경선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이 고문이 사퇴하더라도 정 고문은 끝까지 갈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노무현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임"

노무현 후보 진영의 유종필 언론특보도 오전 10시께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체적인 팩트(fact)가 없는 상태에서 논평하기는 조심스럽다"며 이렇게 말했다.

"마라톤이든 뭐든 참가한 선수는 최선을 다해야 의미가 있다.42.195
km를 다 뛸 수 없는 사람에게 완주하라고 하는 것은 구경꾼의 시각이다. 언론들이 중도 후보사퇴에 대해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종적으로 국민의 신임을 받는 것이다."

유 특보는 이어 노 후보의 정계개편론과 관련, "노 후보의 정계개편론은 민주당의 확대 강화론"이라며 "민주당의 정강·정책에 동의하는 정치권 안팎의 세력을 결집해 개혁정권을 재창출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노 후보가 마치 혁신정당을 지향하고 있다는 정치적 공세는 중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이인제 후보 선대본 사무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2신 : 25일 밤 10시40분>
밤 9시30분경 회의 마쳐... 오늘(26일) 오전 최종 결정할듯


25일 김중권 후보의 사퇴 발표 직후부터 수 시간 동안 긴급 마라톤회의를 가졌던 이인제 후보 진영은 후보 사퇴에 대한 최종 결정을 일단 26일 오전 회의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사퇴 일지

▶ 3월...9일: 제주 경선에서 한화갑 후보 1위
▶ 3월 10일: 울산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 1위
▶ 3월 12일: 김근태 후보 사퇴
▶ 3월 14일: 유종근 후보 사퇴 및 탈당
▶ 3월 16일: 광주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 1위
▶ 3월 17일: 대전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 1위
▶ 3월 19일: 한화갑 후보 사퇴
▶ 3월 23일: 충남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 1위
▶ 3월 24일: 강원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 1위
▶ 3월 25일: 김중권 후보 사퇴
..................이인제 후보 사퇴설
25일 회의에서는 '사퇴 불가'와 '사퇴 강행'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전용학 의원(이 후보 캠프 대변인)은 "회의가 저녁 9시30분경 끝났다"면서 회의 결과에 대해 "처절히 싸우면서 가기로 했다"고 말해 이 후보가 사퇴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했던 다른 지구당위원장은 "김중권 후보의 사퇴는 깊숙한 권력 내부의 강권으로 이뤄진 것으로 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지극히 마땅하다"며 "(이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후보가) 의지를 밝히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아니겠느냐"며 음모론 제기에 무게를 뒀다.

사퇴하지 않는 쪽에 무게를 실었던 전용학 의원은 "그렇다면 후보사퇴 문제는 접은 것인가"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의견을 냈으므로 (이인제) 후보가 오늘 밤 고심할 것"이라고 답해 아직 말끔히 정리되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김윤수 공보특보는 "최종 결정은 오늘(26일) 아침 8시30분 회의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제1신 : 25일 밤 10시20분>
이인제 사퇴? 김중권 사퇴 이후 마라톤 회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개시 2주일만에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김근태, 유종근, 한화갑 후보에 이어 어제(25일) 오후 2시 김중권 고문이 후보를 전격 사퇴했으며, 이인제 후보 진영에서도 김 고문 사퇴 직후부터 후보사퇴 등을 놓고 긴급 대책회의에 돌입해 회의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관련기사 : 김중권, '지역주의' 못넘고 도중하차 - 이병한/최경준 기자

이인제 후보는 수 시간째 서울 시내 모처에서 측근 의원·참모들과 함께 후보 사퇴 등을 놓고 대책회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 후보 진영은 '음모론'을 다시 거론하며 '노풍'을 차단할 것인지, 아니면 후보사퇴 등을 통해 국민경선의 판을 깰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김중권 고문의 후보사퇴 직후 여의도 정가에 퍼진 '이인제 후보사퇴설'에 따르면, 이 후보가 하루 이틀 안에 후보사퇴를 포함한 '중대결심'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오늘 경남과 전북에 내려간 경선대책본부 관계자, 선거운동원들이 대거 철수하는 등 후보사퇴의 '징후'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이인제 후보사퇴설'이 더욱 설득력 있게 거론되고 있다.

이같은 '징후'는 25일 오후부터 일부 언론에 감지돼 26일자 일부 조간에서는 이 문제를 조심스럽게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인제 고문의 한 핵심측근은 "오늘 밤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후보사퇴 등을 비롯한 특단의 결정이 나올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오늘 측근의원들과 참모들이 모여 후보사퇴를 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후보 진영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인제 고문에게 다음 대선은 없다. 그러나 지금 이대로 가면 경선에서도 이기지 못한다. 오늘(25일)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도 이 고문이 경남과 전북에서 각각 10%와 20%대의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또 김중권 고문이 왜 갑자기 사퇴했겠는가. 이 고문은 최근 김 고문에게 경남까지 함께 갈 것을 합의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김 고문이) 갑자기 사퇴한 것에 대해 이 고문 진영은 자신들이 최근 제기했던 청와대 실세들을 비롯한 3명의 배후가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 지난 23일 민주당 충남 경선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이인제 고문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24일 이인제 후보 진영의 김윤수 공보특보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지원-노무현 회동설'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김 특보는 당시 "우리는 박지원 씨와 노무현 씨가 만난 날짜와 내용까지 가지고 있다"며 "다음주 목요일(28일) 쯤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진영의 한 참모는 25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지금은 노무현 후보의 한 참모가 된 인사가 예전에 박지원과 김한길을 찾아가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노 후보한테 가라고 했다고 한다"며 "김중권 후보의 사퇴도 우리가 제기했던 음모론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음모는 정서다. 정치는 정서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음모는 일정부분 '회임기간'이 필요하다. 드러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사퇴를 촉구하는 측근들이 많기 때문에 이 고문은 지금 중대기로에서 고뇌의 결단을 내리려고 하고 있다. 이번 경선이 불공정하다는 것이 충분히 드러내면서 (후보사퇴 등을) 할 것이다. 그렇다고 꼭 음모설을 제기하겠다는 것만도 아니다. 그냥 경선 바람빼기만 할 수도 있다. 물론 그냥 고(go) 할 수도 있다."

그는 "이 고문은 오늘 지방에도 내려가지 않았다"며 "회의장소는 알 수 없지만 지금도 회의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혀 후보사퇴 등을 고려한 긴급대책회의가 열리고 있음을 인정했다.

한편 이 후보 진영에서 후보사퇴 등을 심각하게 고려한 것은 어제(24일) 있었던 강원경선 결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7표 차이로 2위를 하긴 했지만 '노풍'을 막지 못했고, 다음주에 열릴 경남·전북 경선에서도 이 후보가 크게 밀리고 있다는 판단 때문에 '극약 처방'이 필요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후보의 후보사퇴는 결국 탈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의 분열이 생각보다 빨리 온 것 같다. 사실 이회창이나 김덕룡, 박근혜 등도 현재의 판이 깨지길 바라고 있다. 노무현이 후보가 되는 게 그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또 이인제가 노무현에게 끌려가는 페이스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김중권이 후보사퇴를 하면서 영남후보 단일화가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인제 후보 진영은 현재 매우 감정적이다. 특히 'DJ가 솔직하지 못하다. 이인제를 링 위에서 고사시키려고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인제의 후보사퇴는 국민경선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인제를 주저앉힐 '카드'가 마땅치 않다. 민주당의 분열이 너무 빨리 온 것 같다."

▲ 제주 경선에 앞서 8일 제주에서 열렸던 'MBC 100토론'에 출연하기 위해 대기중인 이인제 고문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 후보 진영이 이렇게 긴급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특히 '노풍 차단용'으로 음모론과 배후세력설 등을 제기하면서 자신들의 지원세력이었던 동교동계 구파들이 서서히 이 후보 진영에서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동교동계가 최근 (이 후보 진영에서) 서서히 이탈하고 있다"고 말해 설득력을 높여주고 있다.

특히 물밑에서 '노무현-한화갑 연대' 움직임이 감지된 데다 동교동계 신파가 노무현 후보 진영으로 쏠리고 있는 징후들이 발견되면서 이 후보 진영의 위기감은 더했다고 한다.

이날 오후부터 수 시간째 긴급 마라톤회의를 하고 있는 이 후보 진영이 어떤 '결단'을 내놓을지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후보사퇴를 중심에 두고 논의한다고 하더라도 당장은 후보사퇴의 명분과 향후 행보 등에 대한 마땅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이 후보 진영은 김중권 고문 후보 사퇴 등을 근거로 또 다시 '음모론'을 제기하며 '노풍 차단' 작업에 나서는 동시에 어떠한 형태로든 극약처방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