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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뉴스와는 달리 리가는 고딕양식이 주를 이루는 도시입니다. 그게 뭔가하면 삐죽삐죽 하늘을 찌르고 있는 건물들이 많다는 것이죠. 그래서 붉은 톤의 바로크 양식이 주를 이루는 빌뉴스의 스카이라인과 비교해볼 때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그 하늘을 찌르고 있는 첨탑들입니다.

역사적인 사료에 의하면 리가에는 전체 약 30개 정도의 첨탑이 있었는데, 현재 약 14개 정도만 남아 있습니다. 체코의 프라하 등 유명도시에 비교하면 명함을 내놓을 정도도 안 되겠지만, 그런 뾰족한 첨탑들은 리가를 장식하는 구실을 톡톡히하고 있습니다.

기억하십니까? 지난 기사 중에서 '은으로 만든 수탉이 우는 도시'를 보시면 알겠지만, 라트비아 민요 중에 '리가에 가면 개들이 금으로 만들어져 있고, 은으로 만든 수탉이 운다'는 노래가 있거든요.

리가에 가면 '정말로' 은으로 만든 수탉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첨탑들 꼭대기에 그 수탉들이 올라가 앉아서 여러분들을 맞을 겁니다.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저 꼭대기에서 수탉들이 뭐하는 것인가 하고 궁금해하기 마련이죠.

그 수탉들은 바람의 방향을 보여주는 풍향계입니다. 리가가 무역 도시였던 만큼 배가 들어오는 날은 아주 중요했죠. 꼬리가 풍향을 가리키고 닭의 주둥이는 항상 바람의 반대방향을 향하고 있게 되어있기 때문에, 부리가 바다쪽을 향하고 있으면 리가에는 그 날 큰 장이 열리고, 부리가 바다 반대편을 보고 있으면 그날은 배들이 못 들어오니까 장이 안 섰다고 합니다.

그런데 역사적 사료에 들추어보면요, 리가에 처음부터 '은수탉'들이 울던 것은 아니랍니다. 단지 베드로 성당(Peterabaznica)과 예캅스 성당(Jekaba baznica) 두 교회 꼭대기에만 수탉이 있었을 뿐입니다. 러시아 정교나 로마 가톨릭의 경우는 십자가 모양의 풍향계를 사용했는데, 독일의 개혁교회가 라트비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서부터 수탉의 수도 늘어났다고 하는군요.

성경에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제자였던 베드로에게 '수탉이 울기 전 나를 세 번 부인할 것이다'라고 한 구절과 연관이 되어 기독교의 상징으로서, 단지 라트비아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많이 사용되는 풍향계의 형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베드로와 연관이 되어 있는 만큼, 이전에는 '베드로 성당'에만 있었던 것이 당연합니다.

기독교적 관점을 떠나보더라도, 수탉은 발트인, 켈트인, 게르만인, 슬라브인 등 유럽인들에게 어둠이 오고 아침이 오는 것을 알리는 존재로서 신성시되었던 동물입니다. 그런 신성한 동물이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서 도시를 지켜주기를 바라는 것도 그다지 나쁜 생각은 아니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 수탉을 잡아먹은 고양이? 이 고양이에게도 절절한 사연이 있답니다. ⓒ 서진석
어느 한 유명한 건물은 첨탑 꼭대기에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허리를 굽히고 서 있습니다. 아마 그 놈이 그곳에 있던 수탉을 잡아먹은 것은 아닌지... 리가 구시가지에서 그 은수탉들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리가에서 좀 떨어진 다음의 장소들을 방문하면 리가의 관광은 끝이 납니다.

리가의 야외민속박물관(Etnografiskais brivdabas muzejs)은 라트비아 최대의 민속촌입니다, 각 지방별로 풍물을 잘 전시해서 보여주고 있는 곳으로, 리가 구시가지 관광을 마치고 그 다음날 반나절 코스로 다녀올 만한 좋은 곳입니다. 리가 시가지에서 걸어서는 못 가구요, 기차역 앞 맥도날드 정면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1번버스를 타시면 됩니다. 표를 사면서 안내양에게 물어보면 내릴 곳을 가르쳐 줄 겁니다. 표 구하는 법은 지난 기사에서 찾아보세요. 가다보면 진행방향 오른편으로 큰 푯말이 보입니다.

▲ 바다로 가자. 한국계 러시아 가수 빅토르 최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바다가 이 바다일 겁니다. ⓒ 서진석
리가에 오셨다면 유르말라(Jurmala)는 꼭 가보셔야 합니다. 소련시대부터 유명했던 발트해의 휴양지로 리가만과 리엘유페(Lielupe)강 사이 30km의 해안을 따라 자리잡은 도시입니다. 이 도시는 리가에서 불과 15km 밖에 안떨어져 있어 기차로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계 러시아인으로 전 소련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록가수 '빅토르 최'가 리가에서 공연을 마치고 이곳에 있던 숙소로 돌아가다가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사실은 많이 모를 겁니다.

'유르말라'라는 지명은 번역하자면, '바닷가'라는 뜻이니까 라트비아에 그 유르말라가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정식지명으로서의 '유르말라'는 여러 마을이 모여 구성된 도시입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하고 개발이 잘 된 곳은 마요리(Majori)로 중심대로인 요마(Joma)대로를 따라 아름다운 볼거리들이 많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진타리(Dzintari)는 콘서트홀로 유명하고 강이름을 딴 리엘우폐(Lielupe)는 테니스코트와 요트클럽 등 다양한 스포츠 센터가 있습니다. 리가에서 기차를 타고 일단 마요리로 오세요(리엘우페 강이 보이면 바로 내리면 됩니다). 역 앞으로 쭉 나있는 거리는 바로 요마대로이고, 그 길을 쭉 따라가면 해안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해안까지 걸어가면서 정말 재미있는 볼거리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면서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 버스나 기차시간은 많이 남았는데 특별히 갈 곳도 없는데 시간은 많다고요? 구시가지 반대편으로 이어지는 번화가를 한번 산책해보세요. 동유럽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발랄한 분위기의 상점이 많이 들어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의 거리들을 산책하다보면 곧 들어가고 싶은 곳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니면 버스터미널 앞으로 바로 보이는 넓디 넓은 시장을 한번 가보세요. 한동안 그곳은 동유럽 최대의 시장이었고, 라트비아 사람들이 사는 방식을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 마요리의 축제 ⓒ 서진석
시간을 보내도 어딘가 고상한 곳에서 보내야하는 분이면, Jana Rozes 서점에 가보세요. 라트비아에 있는 가장 큰 서점인데, 리가 여기저기 지점을 두고 있습니다. 가장 큰 곳은 Barona 거리 5번지, Elizabetes 85a번지에 있으며, 러시아어, 영어 등 다양한 외국서적도 전시해 놓고 있습니다. 세계의 지도나 여행책자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Jana Seta(Elizabetes 83/85)에 가보세요. 그러나 크기가 좀 작아 그냥 구경만 하고 있으면 눈치 보일지도 모릅니다. 백화점에 관심이 있는 분은 구시가지에 있는 Centrs로 가보세요(Audeju 16). 백화점보다는 쇼핑센터에 가까운 곳이지만, 여러 상점들을 둘러보면 시간이 금방 갑니다.

리가에 있는 한국식당이 있는 것 아세요? 설악산(Soraksans)이라는 한국 식당이 Miesnieku 14번지에 있습니다. 인사동의 전통찻집 같은 분위기에 김치찌개, 비빔밥 등을 팔고, 가격이 아주 부담 없습니다. 리가의 호텔들은 빌뉴스와는 좀 달리 저예산 여행을 꿈꾸는 여행가들에게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습니다.

Eurolink, Hotel de Rome, Mtetropole, Radisson-SAS Daugava 호텔 같은 중급 이상 고급호텔들은 상당히 있지만, 아직 유스호스텔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발트여행객들에게 잘 알려진 리가의 싼 숙소로는 기차역 앞에 있는 Saulite 호텔과Baltija 호텔. Marijas 거리 5번지에 있는 Aurora 호텔 등으로 약 10달러 정도로 잠자리를 해결할 수 있고, Azenes 22번지(22 옆에 a라고 써있는 번지)에 있는 리가 기술대학 기숙사(약간 멀지만 방도 비교적 많고 편함), Basteja 10번지에 있는 학생기숙사(Studentu Kopmiten)는 시가전차 소리 때문에 좀 시끄럽긴 하지만 구시가지 자유의 여신상 바로 옆에 있어 이용이 아주 편리합니다. 그러나 현재 학생기숙사로 쓰이고 있고 방이 풍족하지 않은 관계로 방을 얻는다는 보장은 못합니다. 시도는 해보세요.

자유의 여신상 밀다, 만남의 장소 라이마 초콜렛 시계탑, 버스의 안내양과 안내군, 그리고 건물 꼭대기의 수탉들, 리가의 깊은 인상을 남겨주는 이런 것들을 뒤로 하고 라트비아의 또 다른 면을 탐험하러 다시 길을 떠나봅시다. 이쯤 되면 집생각이 날 때도 되었지만, 다시 한번 신발끈을 질끈 동여매고 여행 출발!

덧붙이는 글 | 다음 편에는 시굴다, 체시스, 다우가우필스. 레제크네 편입니다. 여행을 위해서 든든한 음식은 준비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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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석 기자는 십수년간 발트3국과 동유럽에 거주하며 소련 독립 이후 동유럽의 약소국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는 공식적으로 라트비아 리가에 위치한 라트비아 국립대학교 방문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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